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144화 (14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44화>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

기원은 108명의 소림사 무승들이 펼치는 최강의 진법으로, 게임 내에서는 소림방장 기프트를 지닌 신승 이룡만이 구현해 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축소된 나한진인, 십팔나한진十八羅漢陣만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룡이 250레벨이 되면서 이 궁극의 진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검왕에 대항하는 히든카드로 꺼내려 했는데…….”

“고작 골드 플레이어에게 쓰게 되다니, 굴욕적이군……!”

작전실에 모인 사람들은 침음을 삼켰다.

소림 진법의 총아, 백팔나한진.

일본의 검왕을 제압하기 위해 준비해 두었던 이 비장의 진법을 골드 따위에게 발동시켜야 한단 말인가.

“만에 하나 이번에 한국에게 지면, 이번 시즌 리그 1등은 요원합니다.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오히려 잘되었습니다. 검왕에게 사용하기 전에, 성지한을 통해 백팔나한진을 시범 활용한다고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흐흠. 그런가…… 좋아. 그에게 백팔나한진을 사용하지!”

중국 작전부는 완성된 나한진의 첫 타깃으로 성지한을 선정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백팔나한진의 효과를 증폭시키기 위해서, 국가안전부 쪽에서 알아 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중국의 정보 조직, 국가안전부에게 부탁하는 배틀넷 작전부장.

“어떤 걸 조사하면 되겠습니까?”

“성지한의 무공 연원에 대해 작은 것이라도 조사해 주셨으면 합니다.”

작전부장은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무공이란 건 근본적으로 중화의 것입니다. 그의 재주도 결국 연원을 따진다면 본국과 연결되어 있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당장 조사에 착수하겠습니다. 한국에 침투해 있는 정보 조직도 총동원하죠.”

성지한의 무공도 결국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의 것.

조사하면 금방 어느 지역, 어느 문파, 어떤 사람의 것인지 나올 거다.

“거기에 그의 약점이 될 만한 것이라면, 뭐든 파악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중국의 작전부는 성지한에 대한 대책 회의를 마쳤다.

그를 제외한 다른 한국 대표선수들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 ? * ? *

러시아전 이후.

성지한의 배틀튜브에서는, 간간이 후원이 뜨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순수한 응원의 메시지로 1,000만 원을 투척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나한국인’이 10,000GP를 후원했습니다.]

[성지한 선수. 사문이 어떻게 됩니까?]

“사문?”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 거 없는데요. 배틀넷에 무슨 사문입니까.”

‘하나의 다리’ 맵에서 가볍게 언데드를 쓸어버리던 성지한은, 처음엔 이런 엉뚱한 질문에 여유롭게 대답했다.

하지만.

[‘무공전문가’가 10,000GP를 후원했습니다.]

[무공의 연원을 알면 보다 더 강력해질 수 있습니다. 무공 이름 알려 주시면 제가 찾아보죠.]

이런 후원 메시지가 성지한을 응원하는 메시지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ㅡㅡ

-왜 자꾸 무공 알려 달라 그럼?

시청자들마저 의아해할 정도로, 무공을 알려 달라는 후원 메시지가 많이 나타나자.

‘아. 이거 설마…….’

성지한은 저번 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미국 대표팀 소속으로 월드 챔피언스 리그에 올라가, 준결승전에서 중국이 상대로 결정되었을 때.

그때도 갑자기 후원을 마구 보내면서 무공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지.

“중국인입니까?”

성지한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大少林寺’님이 10,000GP를 후원했습니다.]

[성지한도 영락없는 빵즈구나. 무공에 대해 물어보니 중국인이냐고 답하다니. 떳떳하면 사문을 밝혀라.]

-매니저가 비하 발언을 한 大少林寺를 차단했습니다.

이제는 길드에서 케어가 들어가는 성지한 채널.

이하연이 뽑은 채팅 매니저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그러자.

-성지한은 겁이 많구나

-떳떳하다면 사문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아?

-우리나라의 무공을 쓰면 염치라도 있어야지.

성지한을 비난하며 무공을 밝히라는 발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앞에 중국 깃발을 단 이들이 채팅창을 도배하자, 한국 시청자들도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뭐야. 중국 애들이 언제 이렇게 우리 채널을 많이 봤어 ㅋㅋㅋㅋㅋ-자꾸 무공 밝히라고 하는 게 이상하더라니 ㄷㄷ-이거 완전 조직적으로 들어왔는데? 예전엔 무공 안 궁금해하더니 러시아전 끝나자마자 이러네ㅋㅋㅋㅋ-나 검왕가 출신인데 얘네 검왕 때도 이랬음. 쌍검술의 기원을 밝히라고 중국 무공 따라 하지 말라고 ㅈㄹ하면서 스킬명 알아내려고 함 ㅋㅋㅋㅋ그렇게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되자.

매니저는 선 넘은 발언을 차단하느라 분주했다.

한편 성지한은.

‘잘됐군.’

오히려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았다.

요즘 후원 최소한도가 1만 GP임에도 불구하고 후원이 너무 자주 오고 있었는데, 아예 이걸 핑계로 한도를 올릴 명분이 생긴 것이다.

“이거 안 되겠군요. 후원 메시지 한도를 10만 GP로 올리겠습니다.”

-ㅎㄷㄷㄷ

-10만 GP라니ㅜㅜ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는...

-중국애들 땜에 이게 뭐임 ㅠㅠ

“지금까지 후원해 주신 분들께는 정말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는 마음만 받겠습니다.”

순식간에 10배로 올라간 후원 최소한도.

과연 이 정도 증액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무공을 밝히라는 후원 메시지는 더 이상 뜨지 않았다.

비록 채팅창에서 한-중 시청자의 다툼은 더욱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말이다.

‘쾌적하군.’

물론 게임 중인 당사자에게는 이게 보이지 않았으니.

성지한은 조금 전 일을 잊어버리곤, 레벨 업에만 열중했다.

하나 중국의 정보 조직은 이 일을 쉽게 포기하질 않았다.

특히.

“……호오. 삼합회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성지한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눈에 띄는 정보가 들어왔다.

성지한의 표창장 수여식 때,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은 진유화의 일이었다.

우연한 죽음 같았지만.

그녀의 기프트, 대기만성의 조건이 좀 특이했던 것이다.

“진짜 기프트에 그런 조건이 있었습니까? 대기만성을 업그레이드하려면 하나가 죽어야 한다는?”

“네.”

“혹시 증거 자료가 있습니까?”

“그건…… 없습니다만. 딸이 심장마비로 죽는 바람에.”

“기프트를 사진으로 찍은 것도 없나요?”

“네…….”

진유화의 아버지인 삼합회 고위 간부와 대면한 국가 안전부 쪽에서는 정보를 취합했다.

“윤세아를 죽이러 갔다가 오히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예. 근데 아비도 그냥 우연이 겹쳤다고 생각하더군요. 성지한이 상을 받던 도중,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니까요.”

국가안전부의 부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성지한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완전히 다른 장소에 있던 사람을 어떻게 죽이겠어.

“하지만 상관없다. 이거 성지한이랑 엮어. 무조건.”

“그와는 관련이 크게 없어 보입니다만…… 증거라 할 것도 없고요.”

“그냥 엮어. 어차피 생채기 내는 용도야.”

“알겠습니다.”

* ? * ? *

“와. 삼촌. 대박.”

“왜?”

“나 오늘 지하 마트 갔는데, 엘레베이터 내리자마자 이런 전단지가 벽에 쫙 붙어 있더라.”

-성지한은 무공에 대해 밝혀라!

새빨간 글씨로 크게 쓰여 있는 전단지.

그걸 본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일개 개인이 하는 짓은 아니군. 조직적으로 어떻게든 무공을 알아내려 하네.”

“응. 천만 원씩 후원할 때부터 이상했어. 거기에…… 그리고 이런 내용도 있더라.”

윤세아는 조심스럽게 두 번째 전단지를 꺼냈다.

-진유화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은?

-대기만성을 지닌 여인, 한국에서 죽음을 맞이하다!

첫 번째처럼 막무가내로 무공을 밝히라고 하는 내용이 아니라.

대기만성을 지닌 진유화와 윤세아를 엮으면서, 그녀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고 하는 전단지.

거기에.

“진유화의 유족이란 사람들이 밖에서 피켓 들고 시위하고 있어.”

윤세아가 TV를 켜 뉴스 채널로 들어가자.

때마침 이들을 현장에서 찍고 있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진유화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라!

유족이라고 모인 이들이, 하나같이 덩치가 우락부락하고 험상궂기 그지없었다.

“삼합회 애들 모았나.”

“그런가 봐.”

러시아전이 끝난 지 3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행동하는 걸 보면, 아예 정부 측에서 개입을 한 것 같았다.

“사람들 반응은 왜 심장마비 걸린 사람을 삼촌이랑 엮냐고 어이없어 하는 게 대다수지만…….”

윤세아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댓글 도배하면서 자꾸 이 뉴스를 띄우려는 사람들이 있어.”

“그래?”

“응. 어떻게든 삼촌이랑 엮어 보려고 하네.”

“내버려 둬.”

성지한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들의 의도가 대충 보였다.

“진유화 사망 뉴스를 조직적으로 띄우면서, 나중에는 무공에 대해 밝히면 이걸 공론화시키지 않겠다고 딜 해 오겠지.”

“삼촌. 그거 안 받아들일 거지?”

“당연하지. 굴복하면 더 신나서 공세를 펼칠 애들이야.”

“근데 왜 저렇게 무공을 밝히라고 하는 거야? 안다고 뭐 달라지나.”

“흠. 글쎄…… 집요하긴 하네.”

성지한은 겉으로는 영문을 모르는 척 그리 대답하면서도, 내심, 짚이는 것이 있었다.

‘백팔나한진이 준비된 건가.’

백팔나한진.

플레이어 하나를 완전히 가둬 버리는, 중국의 비장의 무기.

나한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타깃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파악해야 했기에, 저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게 아닌가 짐작이 되었다.

‘저번 생에서는, 백팔나한진에서 못 빠져나갔지…….’

성지한이 미국 대표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월드 챔피언스 리그에서 만난 중국 팀은 그에게 백팔나한진을 사용했다.

그때는 무력이 완숙하지 못해서, 그 진을 파괴하기는커녕 안에서 살아남기에 급급했지.

나중에 더 성장하고 난 이후에는, 백팔나한진에 다시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그땐 신승이 이미 스페이스 리그에서 전사한 탓에, 다신 나오지 않았어.’

그래서 나한진을 격파하지 못한 것이 성지한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에 다시 도전해 봐야겠군.’

저렇게 귀찮게 구는 중국 측에게 한 방 먹이려면.

저들이 가장 믿고 있는, 백팔나한진을 깨부숴 주는 게 가장 좋겠지.

TV 화면 안에서는, 이제 웃통 벗고 드러누운 시위대들이 경찰들과 대치하는 모습이 비춰졌다.

“세아야. 쟤네가 너한테도 귀찮게 굴지 모르겠다. 아카리 대동하고 다니고, 절대 상대해 주지 마. 알았지?”

“알았어. 삼촌. 안 그래도 내 배틀튜브에서도 자꾸 이상한 사람들 몰려와서 채팅창 도배했어.”

“너도 그냥 후원 한도를 10만 GP로 올려 버려. 후원 필요 없잖아?”

“필요 없진 않은데요…… 그래도 이번 일 잠잠해질 때까진 일시적으로 그래야겠네.”

그렇게 며칠간, 성지한의 무공과 진유화의 죽음에 대해 인터넷은 시끄럽기 그지없었지만.

-이 새끼들 검왕 때랑 똑같네.

-저번에는 검왕이 하도 귀찮게 하니까 빡쳐서 쌍검술 스킬명 보여 줬잖아. 무슨 무공이냐고 이게.

-그게 쟤네 목적이야. 저번이랑 똑같이 일이 진행되면 되면 안 된다.

-우리가 디펜스해야 함 ㅇㅇ

한국과 중국 네티즌들만 전쟁이 벌어질 뿐.

성지한 측은 무시로 일관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한국과 중국 대표팀의 경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신승 이룡의 저택.

킹 사이즈 침대 세 개는 붙여 놓은 듯한 커다란 침대에, 머리를 빡빡 민 건장한 사내가 일어났다.

“아. 이룡 님…… 깨셨어요?”

“일찍도 일어나셔.”

“어제 그렇게 힘을 쓰셨는데도…….”

이불 속에서 눈을 비비는 두 명의 여자는, 그를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어. 너흰 더 자라. 손님 오셨다.”

신승 이룡.

‘소림방장’이라는 기프트 때문에, 겉모습은 머리를 민 승려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육식을 선호하는 땡중이었다.

애초에 각성 전에는, 불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반인이었으니.

기프트 때문에 머리를 밀어야 했을 뿐, 그의 내면은 종교인이 아니라 그냥 욕심 많은 남성에 불과했다.

“죄송합니다. 이룡 님. 성지한의 무공 연원에 대해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전혀 반응을 안 하네요.”

“괜찮습니다. 골드 나부랭이한테 무슨…… 그냥 십팔나한진만 펼쳐도 될 것 같던데.”

이룡은 국가안전부에 소속된 공무원이 고개를 숙이자, 웃으며 어설픈 포즈의 합장을 했다.

“제가 녀석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도록 하죠.”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이야기하는 이룡.

공무원은 그의 뒤편을 슬쩍 바라보았다.

가운만 걸친 채 나오는 중국의 여자 연예인 둘이 보였다.

잘도 여기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나오겠다.

“아. 예…….”

공무원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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