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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43화 (14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43화>

“지한 님!! 오늘도 너무너무 멋있었어요!!”

성지한은 로그아웃하자마자 격하게 자신을 반겨 주는 하유리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 멋있을 장면이 있었나?

오히려 지금까지의 방송 중에서도 오늘이야말로 역한 장면이 가장 많이 나왔을 텐데.

성지한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는지, 윤세아와 하연주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하이 텐션인 건 하유리밖에 없었다.

“오늘 방송은 보기 거북했을 텐데요. 괜찮으신가요?”

“아니에요~ 전 지한 님이 엘프를 단칼에 베어 버릴 때 너무 좋았는걸요!”

“…….”

그 장면이 좋았다고?

“저렇게 아름다운 엘프조차도 단칼에 베시다니…… 역시 그 단호함이란! 저, 갑자기 저번 환영회 때의 일이 생각났어요.”

“제가 참석 안 한 그 환영회 말입니까?”

“네! 저 말이죠. 사실 지한 님이 안 오셔서 속으로 좀 안심했거든요.”

“……왜죠?”

이 사람. 좀 이상한데……?

“전 제 우상이 우리 같은 사람 본답시고 경기 전에 술자리 오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1차 때 성지한 님 안 오시고 게임 방송하는 걸 보고 내심 기뻤거든요.”

“음, 그렇군요.”

그럴 거면 술자리엔 왜 나온 거야?

성지한은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하연주를 쳐다보았다.

“상당히 특색 있는 분이시네요.”

“아니에요! 유리야. 너 머리 다 안 나았어?”

“무슨 소리야? 난 원래 이렇게 생각했어! 그치, 매니저 언니?”

“……맞아요. 시즈루랑 싸울 때부터 본격적으로 팬이 되더라고요. 자기도 반할 거 같은 여자에게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였던 게 마음에 들었다고.”

미인계에 안 당하는 사람이 좋다는 건가?

‘세상에 별 사람이 있군.’

순간 웬 상태이상에 걸린 건가 싶어 세계수의 잎사귀를 숨길 뻔했다.

“그러시면 정말 괜찮으신 거죠?”

“네……? 네! 저 정상이에요!”

“믿겠습니다.”

성지한은 인벤토리에서 세계수의 잎사귀를 꺼냈다.

[세계수의 잎사귀]

-등급 : S

-세계수의 잎사귀입니다.

한 줄로 끝나는, 빈약하기 그지없는 아이템 설명.

하나 아이템 등급 자체는 절대 빈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S급 정도라면, 그녀의 감정 능력으로 충분히 이 아이템에 대해 알아낼 수 있을 터였다.

“이 아이템, 좀 감정해 줄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야. 너 몸 상태…….”

“감정!”

성지한에게서 나뭇잎을 건네받은 하유리는 언니가 만류할 새도 없이 바로 기프트를 사용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 이거 대단한 아이템인데요?”

하유리의 감탄과 함께 다시 건네받은 세계수의 나뭇잎은 설명이 꽤 달라져 있었다.

[세계수의 잎사귀]

-등급 : S

-세계수의 잎사귀입니다.

-상태이상을 치유하며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가공 없이 복용할 때 최대 효과를 보이며, 잎사귀의 절반 이상을 복용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잎사귀 전부를 섭취할 경우, 체력 스탯이 추가로 3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중복되지 않습니다.

‘체력도 올려 주고…… 반만 먹어도 효과가 있다고?’ 이 정도면 S등급이란 게 과소평가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아이템이었다.

그만큼 영구적으로 스탯을 올려 주는 아이템이 희소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세상 그 어떤 영약보다도 뛰어나겠는데.’

성지한은 윤세아에게 손짓했다.

“세아야.”

“응?”

“이거 먹어.”

“이게…… 뭔데?”

성지한에게서 잎사귀를 건네받은 윤세아는, 설명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삼촌 이거…… 아빠한테 효과가 있는 아이템 아냐? 이걸 내가 왜 먹어?”

“나 하나 더 있거든.”

성지한은 인벤토리에서 나뭇잎을 하나 더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너 시즈루한테 매혹당한 거, 완전히 저항 못했잖아.”

“응? 나 저항했는데……? 전격의 인장으로.”

“아니, 이런 건 확실히 해야 해. 거기에 이 나뭇잎 효과를 봐. 체력도 3 오르잖아? 그냥 먹어.”

“아, 나 진짜 괜찮은데. 삼촌이 먹어야지. 스탯 오르잖아!”

“나도 괜찮은데.”

성지한의 말에 격하게 손사래를 치려던 윤세아는 병실 한켠에 누워 있는 아카리를 보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반씩 잘라서 아카리 씨랑 나눠 먹을게.”

“뭐? 쟤는 왜?”

“내가 완벽히 저항한 게 아니면, 아카리 씨도 마찬가지잖아?”

“……체력 3을 포기하겠다고?”

“응. 나중에 나뭇잎, 내가 직접 구해 보지 뭐. 헤헤.”

아무리 아카리가 이쪽으로 전향했다고 한들, 이 귀중한 아이템을 나누기는 아깝긴 했지만.

‘확실히, 그녀에겐 시즈루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을지 모르지.’

체력 3은 아쉬워도, 나중에 뒤통수를 맞는 것보단 나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인 성지한은 아카리에게 다가가 점혈을 풀었다.

[어…… 엄마?]

뚝.

점혈이 풀린 아카리는, 퀭한 눈으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아냐. 엄마. 내가 한 게 아냐. 그건 내가 아니라고……!]

“뭐라는 거지?”

의외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의뭉스런 눈으로 아카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아리엘이 한숨을 쉬곤 이유를 말해 주었다.

“또 악몽을 꾼 것 같군. 요 며칠간 그녀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눈만 감으면 자신이 죽인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나.”

“…….”

“좀 있으면 자살 시도도 할 것 같더군.”

“그런 건 좀 즉각 보고해라.”

“아직 시도하진 않았잖나.”

이 정도 정신 상태면, 확실히 세아의 말대로 나뭇잎을 나눠 주는 게 낫겠군.

나중에 시즈루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아카리는 필요한 존재였으니까.

“세아야. 쟤한테 나뭇잎 반 떼서 줘.”

“응.”

윤세아는 아카리에게 다가갔다.

“저기…….”

[아아악! 아아…… 아. 꿈, 꿈이었나?]

“이거, 드세요.”

다짜고짜 아카리에게 나뭇잎을 떼어 넘긴 세아는 곧바로 남은 반쪽을 입에 털어넣었다.

“으…… 맛없어.”

번쩍! 번쩍!

그러자 그녀의 전신에서 녹색의 빛이 반짝이더니.

머리 위로, 검은색의 연기가 살짝 피어올랐다.

“어…… 삼촌 말. 진짜였네.”

“왜. 혹시 시스템 메시지에서 뭔가 나왔어?”

“응. 상태이상 매료가 완전히 해제되었다고 하네…… 와, 나 아직도 매료에 걸려 있었구나. 어쩐지, 자기 전에 눈을 감으면 괜히 시즈루 얼굴이 생각나더라고.”

“너도…… 그런 건 일찍 이야기하라고.”

“나야 그냥! 너무 예뻐서 그런 줄 알았지…… 헤헤.”

성지한은 한숨을 쉬었다.

‘징글징글하게 뿌리박혀 있었군.’

혹시나 해서 먹이길 천만다행이었다.

그때, 나뭇잎을 바라보던 아카리가 아이템 설명을 보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기…… 이런 엄청난 물건을 정말 저한테 주시는 겁니까!]

“그래. 세아한테 고마워해라. 스탯을 3이나 포기하고 준 거다.”

“참나…… 삼촌이 구해 왔는데 무슨 나보고 생색 내래. 아카리 씨, 이건 다 삼촌 덕이에요.”

[이, 이걸 먹는 게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괜찮아요. 드세요. 시즈루에게 복수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상태이상이 없어져야죠.”

아카리는 아리엘의 통역에서 ‘복수’를 듣고는,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렇군요. 신세를 지겠습니다.]

와득. 와득.

아카리는 윤세아처럼 삼키듯 먹던 것과 다르게, 나뭇잎을 한 입 한 입 천천히 씹었다.

그야말로 와신상담臥薪嘗膽이었다.

으드드득-

씹고 으깨며, 이 가는 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진 지 얼마나 되었을까.

번쩍!

조금 전 윤세아가 보였던 것처럼, 아카리의 전신에 녹빛이 반짝이더니 머리 위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다만, 윤세아와 다른 점이 있다면 피어오르는 검은빛 연기의 양이 훨씬 많았다는 것이었다.

‘시즈루의 흔적이 저렇게나 남아 있었군.’

그와 동시에 그간 잠을 자지 못해 퀭하던 그녀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머리가…… 개운합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성지한과 윤세아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이런 아이템을 선뜻 넘겨주시다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목숨을 다해 갚겠습니다.]

“아니. 괜찮아요…….”

“무슨 소리야. 꼭 갚아야지. 나뭇잎의 가치가 얼만데.”

성지한은 단호하게 말했다.

귀중한 체력 스탯을 포기하고 준 건데, 그냥 사람 좋게 끝내서야 안 될 일이다.

“앞으로 국정원 일에 협조할 때 제외하고는, 세아 옆을 지켜 줘.”

[알겠습니다! 목숨을 다해 아가씨를 지키겠습니다!]

“한국어도 빨리 배우고. 통역 불편하다.”

[네!]

한층 건강해진 아카리가 우렁차게 소리치자, 윤세아는 떨떠름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저거, 진심 200퍼센트인데.

“와. 세아! 축하해! 다이아급 보디가드가 생겼네.”

성지한이 게임하는 동안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기로 한 하유리가 먼저 박수를 쳤다.

“그래. 저번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지. 암살자 클래스면 호위로 아주 제격이야.”

하연주도 잘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 참…… 알았어요. 아카리 씨. 잘 부탁해요.”

윤세아가 악수의 의미로 손을 내밀자, 아카리는 두 손을 공손히 모아 손을 맞잡았다.

그러더니 그녀의 뒤편으로 이동하여, 벌써부터 호위 모드로 들어가는 아카리.

‘흠. 생각보다 의욕이 있군.’

처음엔 나뭇잎 주는 게 아까웠던 성지한도 이 모습을 보고는 생각을 바꿨다.

나뭇잎 반쪽으로 다이아 클래스 닌자를 호위로 얻었으면, 괜찮은 딜이었다.

“그럼…….”

성지한은 하유리를 보면서, 싱긋 웃었다.

“번호 좀 주실 수 있나요?”

“네!! 여기요! 미리 적어 놨어요!”

“……야.”

하연주는 동생이 잽싸게 쪽지를 내미는 모습을 보곤 이마를 부여잡았다.

‘얘가 이 정도일 줄이야…… 성지한 선수를 괜히 데려왔어…….’

대표팀 경기가 끝나고 성지한에게 병문안 부탁을 한 자신이 새삼 원망스러워지는 한때였다.

* ? * ? *

-감정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어디든 달려갈게요! 아, 아예 길드 가입할까요? 이번 드라마 촬영이랑 CF 10개만 찍고 나면 당분간 일정 없는데~.

-너 미쳤어? 절대 안 돼! 성지한 선수…… 부탁드릴게요. 길드는 좀 아니죠? 그쵸? 얘가 연예계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길드원은 절대 안 돼요!

-괜찮아! 정상 찍었으니 목표도 달성했고! 은퇴하면 되지!

-시끄러웟!

하연주의 필사적인 저지로 인해, 하유리의 길드 가입은 보류된 상태였다.

성지한 역시 하유리의 감정 능력이 탐났지만, 굳이 길드에 들일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이렇게나 우호적인 상대인데, 필요할 때 연락하면 됐으니까.

“나 아카리 씨한테 한글 가르쳐 주러 갈게!”

“아리엘도 데려가. 통역 필요하잖아.”

“응! 같이 가자.”

“그래.”

펜트하우스에 도착한 윤세아는 나머지 일행을 데리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

‘오늘 하루 많은 일이 있었군.’

러시아 대표팀 경기에, 서바이벌 게임 폐쇄까지.

오늘 하루에 수확한 업적 포인트만 해도 37만에, 레벨은 9나 올랐다.

성지한은 레벨과 잔여 포인트를 확인했다.

‘레벨은 89인가. 이번 달에 플래티넘으로 승급할 수 있겠군.’

골드에 올라섰음에도, 예전보다 더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성지한.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대표팀 경기가 곧 레벨 업 기회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 오늘 하루 동안 얻은 잔여 포인트는 무려 19.

생명의 씨앗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좋아. 포인트는 무혼에 몰빵이다.’

검영이나 뇌인과 같은 레어 스탯도 있었지만, 성지한은 고민도 없이 무혼에 잔여 포인트를 전부 투자했다.

[무혼의 수치가 110으로 성장합니다.]

[무혼의 성장 한계선이 130까지 올라갑니다.]

[지닌 무공을 자신에게 맞게 뒤바꾸여, 무혼을 성장시키십시오.]

[무혼이 130이 될 때까지, 더 이상의 포인트를 투자할 수 없습니다.]

‘결국 포인트 투자로는 한계가 있군. 여지없이 무공 개조에 들어가야 하나.’ 성지한은 지닌 무공에 대해 복기를 시작했다.

먼저 기본공, 삼재무극은 건드릴 것이 없었고.

‘천뢰신결은 봉황염과 맞물렸을 때. 위력이 상당히 강화됐었지.’

천뢰에 봉황염을 섞었을 때 나오는 위력은 하나의 다리 맵에서 상당 부분 체감했었다.

‘암영신결은 아직 개조할 만한 실마리가 안 잡혔고, 멸신결은 지금 수준에서는 철혈십자가 한계야. 즉사의 힘만 떼서 사용하고 싶지만, 아직 이 수준으로는 그 게 불가능하다.’

결국 정리해 보니, 일단 지금 당장 개조할 수 있는 건 천뢰신결밖에 없었다.

‘바로 시도해 봐야겠어.’

성지한은 수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돌아온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다.

* ? * ? *

중국의 배틀넷 센터 작전실.

“다음 리그 경기인 한국전에서 커다란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심각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약체, 한국 대표팀에서 발생한 커다란 변수.

화면에는 성지한이 러시아 대표팀을 깨부수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는 비록 골드리거라지만…… 버서커 모드의 블라디미르와 호각을 이뤘습니다. 저희 나라에서도 저 상태의 블라디미르와 일대일로 대결할 수 있는 워리어는 없는데 말이죠.”

“신승 이룡도 불가능한가?”

신승 이룡.

현 시점 중국 최고의 워리어로, SS급 기프트인 ‘소림방장’을 통해 소림사의 무공을 사용하는 권사拳士였다.

세계 워리어 랭킹 4위로, 랭킹 자체는 블라디미르에 비해 2위나 높았지만.

“네. 신승도 버서커 모드의 블라디미르에겐 밀립니다.”

그도 광화 상태의 블라디미르와 대등하게 맞서는 건 힘들었다.

“크흠……!”

“그 쪼그만 나라에 뭐 그리 뛰어난 전사가 많이 배출되는가!”

“거기에, 믿고 싶지는 않지만…… 그가 사용하는 스킬에는 ‘즉사’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허허! 골치 아프군.”

“그래서, 검왕을 대비하여 만든 비책…… ‘백팔나한진’을 발동시키려 합니다.”

백팔나한진의 이야기가 나오자.

“뭐, 뭣?”

“백팔나한진을…… 한낱 골드한테 쓴다고?”

작전부가 술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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