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133화 (13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33화>

시즈루가 윤세아까지 노리다니.

성지한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리엘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군.’

그녀가 중간에 시간을 끌어 주지 않았으면, 윤세아도 시즈루를 따를 뻔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공격은 최선의 방어.

성지한은 역습의 발판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역시 정보.

“당장 끌고 가서 심문하자. 기밀을 다 토해 내게 해야겠어.”

강경한 성지한의 모습에, 검이 되었던 아리엘이 쉐도우 엘프로 모습을 뒤바꾸었다.

“심문? 그런 건 내 전문이다. 주인, 나도 같이 하면 안 되겠는가?”

“너…… 꽤 협조적인데?”

“이 여자에게 꽤 굴욕을 당해서 말이지. 붉은빛의 단검에 꽤나 애먹었었거든”

“노트북 화면으로 전송했던 그 검 말인가?”

“그래. 최소한 SS급…… 아니. 그 정도면…… 확신한다. SSS급의 성능을 지닌 물건이다. 그 여자, 전신에 돈을 발랐어.”

고작 붉은빛을 내뿜던 단검이 그렇게 뛰어난 무기였다고?

국보라고 하더니, 거짓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 그럼 같이하자고.”

심문을 가지고, 흉흉하게 서로 대화를 나누는 둘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 잠깐! 저, 뭐든지 다 말할게요!!]

심문 대상이 될 아카리는, 전혀 저항할 생각이 없었다.

“뭐?”

[시즈루 그 여자 때문에, 몸도 빼앗기고 이대로 꼭두각시 인형으로 살다 죽는 줄 알았어요. 적극 협조할게요!]

부들부들-

아카리는 양팔을 부여잡으며 몸을 떨었다.

[거기에 그년…… 제 몸을 장악하고는, 확실히 장악된 건지 보겠다면서. 이 몸을 가지고 제 부모님을 죽였어요…… 그러고는 저항도 못한다며 비웃었죠.]

“……라고 하는군. 주인.”

쯧-

절로 혀를 차게 만드는 진술이었다..

‘상상 이상으로 지독한 여자였군.’

그렇게 성지한은 아리엘을 통역 삼아서, 아카리와 대화를 나누었다.

“사는 곳은 어디지?”

[저요? 저는…….]

“너 말고 시즈루.”

[아. 네. 도쿄에도 집이 있고, 교토에도 있습니다. 주로 도쿄의…….]

사는 위치를 시작으로, 물어보는 것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답하는 아카리.

그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기가 나서서 시즈루의 약점에 대해 다 토해 냈다.

[시즈루는 아카식 페이지에 집착했어요. 아카식 페이지만 전담해서 구매하는 종합무역상사를 만들었을 정도니까요.]

“아카식 페이지를 위해 회사까지 만들었다고?”

[네. SZ상사라고 해요.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글로벌 기업이고…… 거기에…….]

아카리는 시즈루에 대해 아는 걸 최대한 털어놓았다.

그중에는 아카리 자신이 시즈루의 명을 받고 저지른 살인 사건까지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였다.

성지한은 그녀의 이야기를 쭉 듣고 생각했다.

‘시즈루를 지탱하는 건 아카식 페이지 그 자체였군.’

서포팅 기프트의 성능을 올려 주는 아카식 페이지.

시즈루는 이걸 닥치는 대로 사들이면서 자신의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아카식 페이지가 문제로군. 아예 공급을 끊어 버리고 싶은데.”

“어차피 튜토리얼이 끝나면 아카식 페이지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만. 몇 개월만 기다리면 사라진다.”

“그래? 그래도 그전까지 기세등등한 게 꼴 보기가 싫단 말이지…….”

그는 아카리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말한 내용. 배틀튜브 방송에서도 똑같이 이야기할 수 있나?”

[……네. 당연하죠. 그 여자에게 피해가 될 만한 일이라면 뭐든 하겠어요.]

“좋아. 금방, 자리를 마련하지. 그리고 세아 너는…….”

성지한은 옆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는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아. 삼촌. 오늘 일 미안해서…….”

“미안할 게 뭐 있어?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이건 피해자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무사함에 감사해야지.

“다만 시즈루 일이 해결될 때까지 나랑 좀 붙어 있어야겠다. 이 여자가 또 무슨 미친 짓을 할지 모르니까.”

“이제부터 자석처럼 붙어 있을게!”

“좋은 생각이야. 근데 너…… 공허의 장막 쓰고 괜찮았어?”

“음…… 멀리서 청회색의 안개 같은 게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걸 보긴 했어.”

“그래?”

자신이 뒤집어쓰고 있을 땐 아무 일도 없더니.

조금만 늦었으면, 시즈루에겐 안 당해도 공허에 파묻힐 뻔한 건가.

“그리고…… 조금 전까진 놀라서 못 봤는데, 클래스 진화 직업 중에 보이드 아처라는 게 추가됐대.”

“보이드 아처?”

“응. 다른 클래스에 비해 얘만 엄청 번쩍이는데?”

번쩍이는 클래스라니?

옆에서 이를 듣던 아리엘이 물었다.

“무슨 색으로 번쩍이지?”

“금색으로.”

“유니크…… 클래스군.”

“오. 유니크라고? 이게?”

“그래. 공허를 목격해서 얻은 건가 보군. 보이드 아처라…… 원래는 공허랑 엮이지 말라고는 한다만.”

“왜?”

“거기랑 엮이다 보면 언제고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된다고 하더군.”

“아.”

처음에 유니크 클래스라고 해서 좋아하던 윤세아는 아리엘의 말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포기해야겠네.”

“그러기엔 유니크라는 타이틀이 아쉽긴 할 것이다. 공허에 관한 내용은 단지 소문일 뿐이니까. 힘을 원하면 고르는 게 좋겠지.”

“그래? 으음…… 생각을 좀 해 봐야겠어.”

공허의 장막을 통해 얻은 뜻밖의 클래스.

윤세아는 이 클래스로 전직할지 말지 좀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한편. 성지한은 아카리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그럼, 올라가서 방송할까?”

* ? * ? *

[습격당했습니다.]

어느덧 수백만이나 되는 구독자를 보유하게 된 성지한의 채널.

생방송을 예고하고 있는 영상의 제목에 ‘습격’이라는 심상찮은 단어가 들어가자, 벌써부터 파장이 만만치 않게 일기 시작했다..

-아니 성지한 님이 습격당했다뇨?

-으잉 갑자기 무슨 습격?

-아까 소드 팰리스 지하마트에서 난리가 났다는데?

-성지한이 펜트하우스에서 떨어졌다더라ㄷㄷ

-엥?? 왜 떨어져? 살아 있어?

-살아 있으니까 채널도 유지되지 ㅋㅋㅋㅋ 빨리 내려가려고 그런 듯.

벌써부터 퍼져 있는 사건의 소문.

사람들은 성지한이 방송을 시작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 방송이 시작되자.

-응? 저게 누구야?

-저 여자는 처음 보는데?

시청자들은 의문에 빠졌다.

긴장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가 화면의 중심에 있었고.

성지한은 화면 끝에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여친?

-소피아를 거절하고 저 여자랑...? 아니겠지ㅎㅎ;

-저 사람! 일본의 닌자 오타쿠잖아.

-헐 저번에 성지한 습격한 사람?

-ㅇㅇㅇㅇ 일본에선 나름 유명했음. 저번에 성지한한테 깨진 이후에는 방송 안 틀지만.

생방송을 보는 시청자 단위가 십만이 넘어가다 보니, 아카리의 정체에 대해서도 아는 사람이 많았다.

둘이 적 아니었었나?

왜 갑자기 방송에 나오는 거지?

사람들이 의아해할 무렵.

[저는 가토 아카리입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찐본어 나오네? ㄹㅇ인듯

-번역 기능 켜야겠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이를 듣던 시청자들은.

[오늘 저는, 일본을 막후에서 지배하고 있는 추악한 여인. 이토 시즈루에 대한 모든 것을 밝히기 위해 나왔습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그녀는 자신이 아는 모든 걸 방송에서 폭로했다.

어쩔 때는 횡설수설하면서도, 이토 시즈루에 대한 정보를 모두 까발리는 걸 보면서.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다.

-와... ㄷㄷㄷ 이거 특종 아님?

-살인 교사에 세뇌 거기에 플레이어의 몸까지 장악했다고? 뭐 신이냐?

-편집 개사기네 ㅋㅋㅋㅋ 못하는 게 없냐ㅋㅋㅋㅋㅋ

-아카식 페이지빨 그런 거 아님?

-아무리 그래도 ㄹㅇ 신급인데 이 정도면;

[그리고…….]

방송 시간은 어느새 30분이 넘었지만, 아카리의 입은 쉬질 않았다.

그만큼 이토 시즈루의 악행은 차고 넘쳤던 것이다.

-이걸 어떻게 믿음? 아카리가 협박당해서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거임wwww -뭐래 애초에 쟤가 한국에 있는 게 이상하지 않냐? ㅋㅋㅋㅋ-ㄹㅇ 일본애가 펜트하우스에 왜 있음? ㅋㅋㅋㅋ 몇몇 사람들은 아카리의 폭로를 믿지 못하고 성지한이랑 짜고 친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정황상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기에, 시청자들 선에서 반박당하고 있었다.

[거기에…… 아. 아아악……!]

그렇게 한참 이야기하던 아카리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 미친년이 어디까지 말하는 거야……!]

그러고는, 지금까지와는 톤이 다른 목소리가 튀어나오며.

아카리의 얼굴이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본래의 외모에서, 예전에 여신급 미모를 자랑했던 시즈루처럼 변형해 가는 얼굴.

하지만, 본래의 얼굴과 그 얼굴이 반쯤 섞이니 괴물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헐 뭐임 저거;

-우웩ㅠㅠㅠ저거 뭐야

-아ㅅㅂ 나 공포영화도 못 보는데 괜히 방송 틀었다.

[죽어!]

아카리의 폭로를 막으려 하는 시즈루의 분신.

그녀는 몸의 제어권을 빼앗아 자살을 시도하려 했다.

‘아직도 있었나.’

성지한은 아카리의 머리를 잡았다.

조금 전에 살펴보았을 땐 없었던 이질적인 기운이, 그녀의 머릿속에 숨겨져 있었다.

“여기군.”

슈우우우…….

성지한이 그 기운을 빼내자, 아카리의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꺄아아악……!]

그러자, 한차례 비명 소리와 함께.

일그러졌던 아카리의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조금 전 소동 때문인지, 식은땀을 연신 흘리는 그녀는.

[……보셨죠? 여러분.]

폭로를 다시 재개했다.

결국 2시간이 넘게 방송하고 나서야.

[기억나는 게 있으면, 또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카리의 폭로는 끝났다.

하지만, 이 방송의 후폭풍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도쿄의 시즈루 저택에서는 방송에서 공개된 주소를 보고, 벌써부터 사람들이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었으며.

“……네. 네. 총리님. 아니에요. 저 믿으시죠? 아카리의 일방적인 주장이에요.”

“제가 무슨 살인 교사를 하겠어요. 회장님은 절 그런 사람으로 보셨나요?”

시즈루는 몰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번에는 걱정이 주였다면.

이번에는 사실 확인이 주목적인 통화.

그녀는 전화 온 사람들의 명단을 체크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매료 효과가 반감된 사람들만 전화가 오네. 만나서 더 강화해야겠어…….’

그러려면 아카식 페이지가 필요한데.

그녀는 SZ상사의 존재도 폭로한 아카리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분신. 진짜 쓸모없네. 자살도 못해?’

미친년 소릴 할 시간에 빨리 자살이나 할 것이지.

성지한에게 제압당해서, 아카리가 계속 입을 나불댈 여유를 주면 어쩌자는 거야.

“시즈루. 괜찮나?”

“……네. 류헤이.”

“도와줄 일은 없고?”

그녀는 자신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검왕을 바라보며 눈을 번뜩였다.

자신과 아카리의 폭로를 같이 보았음에도.

변함없이 자기편을 들어주는 검왕이 든든했다.

‘그래…… 검왕만 내 손아귀에 있으면 돼.’

일본 대표 팀에 있어서, 검왕의 위치는 절대적.

그만 흔들리지 않고 시즈루를 지지하면, 지금의 입지가 조금 흔들릴지언정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다.

“류헤이. 저. 사실…… 힘들어요…….”

그녀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검왕의 품에 스스로 안겼다.

“다 나라를 생각해서 한 일인데…….”

“내가 옆에 있다.”

“그렇죠…… 계속 있으실 거죠?”

시즈루는 눈물을 흘리며 몸을 가늘게 떨었지만.

그녀의 두 눈은, 평소보다도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 ? * ? *

한편, 배틀넷 센터.

국대 워리어진의 리더 김동우는 한창 성지한을 어떻게 맞이할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짜증 나는 놈이지만…… 이 세계는 실력이 깡패니, 잘 보여야겠지.’

성지한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한 그는 그와 더 이상 트러블을 만들지 않고, 국가대표 워리어진에 자연스럽게 융합시킬 계획을 짜고 있었다.

‘역시 남자들의 사이를 돈독하게 하는 건 술과 여자 아니겠어?’

김동우는 상식처럼, 그렇게 생각했다.

“감독님. 성지한 선수 환영회 해도 괜찮겠습니까?”

“환영회……? 지금 그쪽 난리 났던데, 괜찮겠나.”

“난리 났나요? 뭐, 그런 상황일수록 환영회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흠. 그래. 근데 설마, 외부인을 부르는 건 아니지?”

감독의 염려에 김동우는 씩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에이, 외부인이라뇨. 저희끼리 축하 파티를 좀 하려고 합니다.”

“……그래. 말썽 부리지 않고 잘 융합되었으면 좋겠군.”

“감사합니다.”

노영준 감독의 허락을 받은 김동우는 나가자마자 바로 외부인에게 전화를 돌렸다.

“야. 내일 뭐 해?”

[응? 오빠. 내일 평일이잖아. 뉴스 해야지.]

“성지한 선수 축하 파티 하려고 한다. 친구들 좀 데려오지 그래?”

[아! 진짜?! 정말 성지한 선수 오는 거야?]

“어어. 그러니까 혼자만 오면 입구에서 컷한다? 애들 많이 데리고 와.”

[어머…… 당연하지. 성지한이 온다고 하면 다들 보고 싶어 할걸?]

성지한의 인기는, 검왕 이후로 대한민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수준이었다.

그를 만날 수 있다고만 하면, 톱 연예인도 오지 못해 안달일 터.

‘뉴 페이스들 좀 보겠네.’

김동우는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그놈, 여친도 없는 거 같던데. 형이 임자 마련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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