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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31화 (13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31화>

‘다케다가 없으니까 불편하네.’

아카리의 몸으로 온 이토 시즈루는 짐을 풀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케다 카즈오는 저번 사건으로 인해 한국 정부의 주도로 구류되어 한창 법정 소송 중이었기에, 그녀를 보좌할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뚝-

짐을 정리하던 아카리의 손이 잠시 멈추자, 이토 시즈루의 표정이 더욱 찌푸려졌다.

“또 이러네.”

일반인의 육신을 분신으로 만들 때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이번에 다이아리거의 몸을 분신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어쩌다가 제어가 뚝뚝 끊겼다.

특히 이 현상은 본체가 있는 도쿄에서 멀어지자 더 심화되었다.

‘아카리의 자아야 사라졌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해야겠어.’

이럴 거면 그냥 검왕을 보내서 몰래 납치해 오라 할걸 그랬나.

시즈루는 잠시 후회했지만,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 그러다가 재수 없어서 매혹이 풀리면 안 되지.’

검왕에게 매혹 작업을 걸었을 때, 가장 골치 아팠던 건 다름 아닌 그의 부성애였다.

접근하는 일 자체는 쉬웠다.

그가 워낙 여자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혹을 유지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집에만 갔다 오면 매혹이 반쯤 풀렸지.’

딸 얼굴만 보고 오면 자꾸 풀리려 하는 매혹.

시즈루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오랜 작업을 통해, 검왕을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윤세아는 꼭 한국에 놔둬야겠다고 판단했다.

같이 일본에 갔다가, 매혹이 풀리면 그 자리에서 어떤 사달이 벌어져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이번에 일본에 데려가더라도 둘을 최대한 못 만나게 해야겠어.’

도쿄가 아닌 멀리 떨어진 지역의 안전가옥에 머물게 하면 되겠지.

그녀는 오피스텔 안에서 노트북을 세팅하며, 윤세아에 대해 떠올렸다.

‘쇼핑하러 지하 마트에 자주 갔지.’

펜트하우스에서 거의 두문불출하는 성지한에 비하면 윤세아는 그래도 자주 외출하러 나오긴 했다.

외출의 이유는 주로 반찬거리의 구매.

시간대는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였다.

‘그 시간에는 마트에 계속 있어야겠어.’

마트 크기가 작지는 않으니, 윤세아랑 마주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차피 윤세아는 성지한이랑은 달리 눈만 마주치면 매혹을 성공할 수 있을 것이었다.

‘돌아가는 길은…….’

머릿속이 대강 정리되어 갔다.

이제 남은 계획은 그녀를 데리고 일본에 귀국할 루트를 점검하는 것.

그렇게 한참 키보드 타이핑을 하던 그녀는.

뚝-

한 손가락이 멈추는 걸 보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빨리 가야겠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게, 아무래도 이번 분신으로는 오래 있어선 안 될 것 같았다.

*  *  *

서바이벌 게임이 끝난 다음 날.

‘서바이벌이 바로 또 걸리진 않는군.’

성지한은 예전에 치렀던 인베이드 맵을 또다시 클리어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몸에 완전히 새겨진 세계수의 잎사귀를 빨리 얻고 싶었건만.

4개의 게임 모드가 랜덤으로 배정되다 보니, 연속으로 서바이벌이 걸릴 확률은 낮았다.

‘레벨은 77이고…….’

레벨 업 속도는 눈부셨다.

매일 최소 한 번의 레벨 업.

이 정도면, 이번 달에 승급전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무혼이군.’

레벨 72때 얻은 스탯인 무혼.

레벨 업할 때마다 받는 스탯 포인트를 꼬박꼬박 투자하여 수치를 104까진 만들었는데.

오늘 레벨 업을 한 후 스탯 포인트를 투자하니 수치가 105로 오르지 않고 멈추게 된 것이었다.

‘저번 생에서 무력을 올릴 때와 비슷한 현상인데.’

스탯 포인트를 찍는다고 바로 올라가지 않고, 나름의 수련을 쌓아야만 올라갔던 저번 생의 무력.

이번에는 무력이 포인트 주는 만큼 쭉쭉 올랐는데, 무혼으로 개편된 이후로는 104까지 잘 오르다가 105에서 막혀 버렸다.

‘……예상은 했다.’

별의 능력, 무혼.

무혼을 얻은 지 며칠이 흘렀지만, 성지한은 아직 이 능력을 100퍼센트 활용하지 못했다.

무력이나 포스도 다루기에 쉬운 힘은 아니라지만 무혼은 그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힘이라, 예전의 무력처럼 무혼도 언젠가는 스탯이 안 오를 것 같았다.

‘그게 생각보다 빨랐지만 말이지.’

결국 답은 수련밖에 없나.

아쉬움을 삼킨 채 트레이닝 룸에 도착한 성지한은.

“끄으으윽…….”

거기서 운동을 하던 윤세아를 만났다.

이미 스탯 근성은 얻어 냈지만, 그래도 근력 운동을 멈추지는 않던 윤세아는 성지한을 보고 바벨을 내려놓았다.

“하아…… 죽겠네…… 삼촌. 내일 합숙 갈 준비 다 끝냈어?”

“뭐, 집 근처인데. 준비할 게 뭐 있나?”

“옷은 챙겨 가야지. 숙박할 거잖아.”

“됐다. 옷가지만 대충 넣으면 돼.”

“음…… 싸 줄까?”

“으이구. 내가 애냐?”

조카랑 삼촌 입장이 역전된 것 같은 대화가 오가길 한참.

어느 순간 성지한을 힐끔거리던 윤세아가 슬며시 본론을 꺼냈다.

“삼촌. 근데 나…… 삼촌 없을 때 언니들 초대해도 돼?”

“언니라니…… 누군데?”

“길드 언니들! 하연 언니랑 가영 언니 말야.”

“허,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가영 언니랑은 헬스인으로서 같이 운동하면서 친해졌고. 하연 언니랑은 대화가 잘 통해서…….”

이하연이랑 대화가 잘 통한다고?

성지한이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너, 설마 하연 씨한테 도박 배웠냐?”

“아, 아니야! 아니, 삼촌은 무슨…… 하연 언니를 너무 그쪽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야? 사람이 얼마나 능력 있고 똑똑한데! 승부 예측은 물론 못하지만…….”

“너. 승부 예측은 진짜 하지 마라. 많이 벌었잖아.”

“알았어. 안 해, 안 해! 나도 요즘 내 채널 키우느라 바쁘다고.”

성지한은 보란 듯이 손사래를 치는 윤세아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아무래도 수상한데.

“……뭐. 좋아. 둘이 오면 환영이지.”

“진짜? 알았어. 히히.”

“근데 생각해 보니 집주인은 너잖아. 내 허락 구할 필요 없어.”

“아. 그런가? 그래도 삼촌한텐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지.”

성지한은 윤세아에게 그리 답한 후.

‘아리엘. 집에 있을 때 하연 씨랑 도박 이야기 하나 들어 봐.’

[주인. 세아를 못 믿나?]

‘응. 말이 길어서 수상해.’

[알았다.]

속으로는 아리엘에게 그리 당부했다.

“좋아. 그럼 삼촌 허락도 받았으니, 나 쇼핑 좀 하고 올게.”

“그래.”

“술도…… 좀 살 거다?!”

“마셔. 너도 성인이잖아.”

“그랬지? 히히.”

그렇게 윤세아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트레이닝 룸에서 나가자 성지한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렇게 신나는 일인가?

‘하긴. 예전에는 친구들 많이 초대했었는데, 요즘엔 그럴 기회가 없었지.’

검왕이 8.15때 한국 대표 팀을 학살하자, 다 떨어져 나간 친구들.

성지한이 요즘 다시 주가를 올리면서, 자신을 손절 쳤던 친구들한테 다시 연락이 종종 오곤 했지만.

윤세아는 칼같이 이런 이들을 다 끊어 냈다.

‘그런 친구 관계를 유지하느니, 아예 없는 게 낫지.’

옛날 친구에 미련을 가지느니, 새로 사귀면 그 뿐이다.

이번에 그녀가 길드에서 친해진 두 사람도, 다들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성지한은 그들이 서로 좋은 관계를 맺기를 기대했다.

다만.

‘아리엘. 도박, 꼭 감지해야 한다.’

[알았다니깐!]

‘이하연이 문제야. 꼬드기는지 잘 봐.’

[……길드마스터를 너무 경계하는게 아닌가? 그런데 왜 그런 중책을 맡겼나?]

‘그것 빼고는 능력 있는 사람이야. 도박이 문제지.’

저번 생에서 제로라 불렸던 이하연에 대한 경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지금부터 그럼 감지해 볼까?]

‘지금부터?’

[혹여나 쇼핑하다가 통화하면서, 무슨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 않나.]

‘그건 너무 갔군. 거기에 이건 좀 사생활 침해인데.’

[혹시 모르지 않나? 그리고, 도박 내용이 아니면 알리지 않으면 되겠지.]

‘……뭐. 그렇다면야.’ 성지한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카가 혹시라도 도박 중독자랑 친해지다가 같이 승부 예측에 빠지면, 나중에 저승에서라도 누나를 볼 낯이 없었으니까.

‘지금 틀어막아야 해.’

성지한은 아리엘을 몰래 파견해, 윤세아의 뒤를 쫓게 했다.

*  *  *

=성지한 선수가 내일 배틀넷 센터에 들어갑니다. 국가대표 감독 노영준은 성지한 선수에 대해 놀라운 선수라면서, 합숙 기간 동안 훈련을 통해 그에게 적합한 역할을 부여하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후루루룩-!

시즈루는 컵라면을 먹으면서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한국 뉴스 채널에서는 성지한의 배틀넷 센터 입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이제 인기가 예전 검왕 정도는 되겠는데.’

아무리 배틀넷의 인기가 절대적이라지만, 선수 한 명이 배틀넷 센터에 입성했다고 온갖 언론이 난리를 치고 있었다.

저번에 한국 왔을 때에 비해, 성지한의 위상이 엄청나게 올라간 게 확실히 체감됐다.

“이 상황에서 내가 또 채 가면 어떨까…….”

씨익-!

그녀는 즐겁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는 사실 딱히 별 감정이 없었다.

오히려 예전에는 한국 아이돌의 팬이기도 해서, 한국어도 이렇게 능숙하게 될 때까지 배우곤 했지.

하지만.

“왜 내가 원하는 애들이 다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니까?”

뛰어난 플레이어가 자꾸 한국에서 나오는 걸 어쩌겠는가.

특히 검왕이나 성지한은, 그동안 일본의 약점으로 평가되어 왔던 워리어 클래스진을 확 보완해 줄 인재들.

두 명서 쌍두마차로 일본 대표 팀에서 활약하면, 월드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손쉽게 우승을 거머쥐지 않을까?

‘윤세아도 키우면 나름 쓸 만할 거 같고.’

그녀는 배틀넷 0번 채널에서 일본어가 공용으로 나오는 광경을 상상했다.

그날이 오면, 지금까지의 고생이 참으로 보람찰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성지한이 내일부터 없단 말이지.’

시즈루는 다 먹은 컵라면을 싱크대에 던져 두고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설마 다 큰 성인인 윤세아를 합숙하는 데까지 데려가진 않겠지?

‘윤세아가 혼자 남아 있으면…… 합숙 기간이 절호의 기회겠어.’

시즈루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마음먹으며, 지하의 마트 구조를 다시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마트를 내려간 그녀는.

‘어?’

거기서 요 며칠간 볼 수 없었던 윤세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언니~ 술 뭐 사면 돼요? 엑. 그렇게 많이 사요?”

카트에 먹을 걸 잔뜩 실은 채, 통화를 하고 있는 그녀.

술을 종류 가리지 않고 마구 담는 모습이 해맑기 그지없었다.

“아…… 분석법 강의에는 술이 꼭 필요하다고요? 술 마시고 분석이 돼요? 역시 하반꿀…….”

기분 좋아 보이네.

시즈루는 윤세아를 보며 정말 반갑다는 듯이 웃었다.

‘이제부터 더 기분 좋게 해 줄게. 우리 딸~.’

벌써 그녀의 안에서는 딸이 되어 있는 윤세아.

시즈루는 카트를 끌고 있는 그녀에게 얼른 다가갔다.

서포팅 기프트, ‘편집’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터치를 해야 했으니까.

“맥주가…….”

시즈루는 윤세아의 뒤편에 있는 맥주를 사는 척 다가가면서.

“앗.”

발을 헛디딘 듯, 연기하며 윤세아의 팔을 살포시 터치했다.

누가 봐도, 그저 실수라고 볼 수밖에 없는 모습.

‘너무 쉽네.’

하지만 그 터치로 인해, 서포팅 기프트 ‘편집’이 작동하고 윤세아의 상태이상 편집창이 열리자.

그녀는 그 안에, 재빨리 매료와 복종을 추가했다.

‘그럼 어디…….’

이제 이 아이에게 명령을 내려 볼까?

시즈루는 그렇게 다 끝났다 생각했지만.

파지지직……!

윤세아의 손등에 새겨진, 왕관 모양의 문양에서 전기가 피어올랐다.

[전격의 인장이 정신 오염에 저항합니다.]

[‘매료’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합니다.]

[‘복종’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합니다.]

‘응? 뭐야 이건 또?’ 시즈루는 갑자기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전격의 인장?

이건 또 뭔데 저항을 해?

“……어? 당신…….”

윤세아가 흠칫하며 자신을 쳐다보자.

‘안 되겠다.’

시즈루는 그녀의 손을 다시 만지려 했다.

매료와 복종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하면.

다시 터치해서, 될 때까지 편집하면 되지.

하지만. 그녀의 시도는.

스으으윽.

바닥에서 올라온, 검은 손에 의해 가로막혔다.

“너…… 뭐지?”

곧.

윤세아의 뒤를 몰래 따라다니던, 아리엘이 바닥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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