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129화 (129/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29화>

서바이벌 맵, ‘실험 구역’.

이 맵은 75레벨 이상의 골드리그 매칭부터 다이아리그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맵으로, 운이 매우 많이 작용하는 맵이었다.

100명의 플레이어가 레드 존, 옐로 존, 그린 존 3개의 구획에 배치되어서, 생존자가 50명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 게 플레이어의 목표였다.

어찌 보면, 서바이벌이라는 이름과 딱 맞는 맵.

-오. 실험 구역이네? 드디어 서바이벌 맵 바뀌었구만ㅎㅎ

-이 맵 사실 진작에 걸릴 줄 알았는데 ㅋㅋㅋ

-ㅇㅇ 저번에도 리그 초월했다면서 하나의 다리에 걸렸잖아. 이 맵도 걸릴 만했는데 75레벨 되고서야 걸렸네

‘좀 의외긴 했지.’

게임이 시작되기 전.

성지한은 채팅을 보며 그리 생각했다.

예전에는 맵의 레벨 한계를 초월하면서 매칭시켜 주더니.

이제는 그때보다 훨씬 격차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은 레벨에 맞게 맵을 배치해 주었다.

‘저번에 TOP 100 경기 때 데여서 그런가?’

괜히 맵 바꿨다가, 죽은 별의 성좌가 난입한 덕에 고생해서 그런가.

경험치는 퍼주되, 맵 배정에 있어서는 정도를 걷는 느낌이었다.

이건 빠른 성장을 원하는 성지한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건 아니었지만.

‘뭐, 정석대로 가면 12월까지 다이아가 되지는 않겠군.’

2020년까지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2021년에 열리는 스페이스 리그 개막전.

그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올해 12월까지는 플레티넘으로 남아 있어야 했으니까.

-그래서 어느 구역 배치됐음?

-어, 레드다.

-아... 재수 없게 레드 걸리셨네 ㅠㅠ 어떻게 해요 ㅠㅠ게임을 플레이하는 성지한보다 더 잘 아는 시청자들.

그들은 성지한의 강함을 잘 알고 있음에도 우려를 표했다.

-드디어 1등 안 되는 거임?

-ㅋㅋㅋㅋ 성지한인데? 1등이 안 되겠어?

-레드 존은 오래 못 버티잖아요 ㅠㅠ

성지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실험 구역의 레드 존.

이 장소야말로, 실험 구역 맵에서 운이 크게 작용하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흠…….’

주위 풍경은 특별할 게 없다.

넓은 공터.

자신과 같이 소환된, 14명의 플레이어들이 불안감에 떨면서 주변을 바라보고 있고.

플레이어 일행의 사방에는, 붉은빛으로 이루어진 벽이 사방을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

레드 존이라고 불리기에, 딱 적합한 장소.

“아…… 씨발. 재수 없네. 어떻게 여길 걸리냐?”

“조졌네…… 레벨 다운인가…….”

처음에는 이 장소에 걸려서 욕지거리를 하던 플레이어들은.

“어. 서, 성지한이다!”

“성지한 님! 저희 좀 이끌어 주세요!”

성지한을 보고는 구세주를 만난 듯한 모습이 되었다.

-ㅋㅋㅋ 쟤네 여기가 서바이벌인 걸 알긴 하는 거냐?

-ㄹㅇㅋㅋ 왜 좋아함? 성지한이 옆에 있으면 퍼스트 킬 당하는 거잖아?

-지한 님의 자비에 기대는 것일 수도 있죠!

-저... 자비는 없는데요. 성지한한테.

-그렇지 않아요! 성지한 님이 얼마나 공명정대한 분이신데요!

성지한은 채팅창에서, 극한의 실드를 쳐 주는 팬들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공명정대라니.

그런 거랑은 백만 년은 떨어져 있는데.

[게임이 시작합니다.]

성지한은 게임 시작 메시지가 뜨자마자, 그림자검 이클립스를 소환했다.

휙!

무명신공無名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가로를 베자, 일제히 두 동강나는 플레이어 14명.

그들 중에는.

“컥…… 너무하네…….”

“이끌어 달라고 했는데…….”

성지한에게 자신들을 이끌어 달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공명정대...?

-공명정대하시죠! 모두에게 죽음을 안겨 주었잖아요! 얼마나 평등해요!

-캬... 이래야 더 퍼스트지!

단번에 14킬을 달성한 후, 성지한은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서바이벌 맵인데 왜 이끌어 달라는 걸까요?”

서바이벌 맵.

생존자 50퍼센트만 살아남으면 끝나는, 적자생존의 게임.

거기서 타인에게 도움을 구한다는 게,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거기에 이 맵은 기억도 안 나서 이끌어 줄 것도 없고.’

실험 구역.

이건 튜토리얼 때만 있었던 서바이벌 맵이라, 공략 방법에 대해서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기에.

그는 서바이벌이란 모드에 충실하게, 주변 플레이어를 학살했다.

-아. 근데 이 맵은 원래 생존을 위해 각자의 존에서 상부상조하긴 하는데...

-레드 존에서는 의미가 없잖아 ㅋㅋㅋㅋ

-ㅇㅇ 레드 존 사람들 빨랑 쓸어버리는 게 오히려 1등하기 좋은 거 아님?

-근데 레드 존도 생존자 적으면 문제라서...

시청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번쩍! 번쩍!

플레이어가 한 명만 남자, 레드 존의 붉은빛의 벽에서 광채가 나기 시작했다.

[실험체, 이상 소멸.]

[이레귤러에 대한 소거를 진행합니다.]

그러한 소리와 함께, 성지한을 향해 순식간에 다가오는 빛무리.

붉은빛이 가하는 압력은, 무혼을 얻은 성지한한테도 꽤 위협적이었다.

예전 수준이었다면, 솔직히 죽을 확률이 더 높을 정도로 위험한 수준.

‘압박이 상당하군.’

이러니까 시청자들이 레드 존이라서 1등을 못할 거라고 이야기한 건가.

성지한은 몰려오는 붉은빛과 맞부딪칠까 하다가.

‘벌써부터 힘을 뺄 필요는 없겠지.’

일단은 활로를 찾았다.

‘저기에 공간이 있군.’

일정한 속도로 압박해 오는 빛무리 중, 어느 한 곳의 공간이 살짝 벌어져 있는 게 보였다.

일반 플레이어라면, 틈새를 느끼기에도 힘들 정도로 미묘한 공간.

예전 성지한이라 할지라도, 저곳으로 비집고 들어가기란 힘들 만큼 틈새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무혼을 지닌 절대무인.

작은 균열이라도, 공간이 비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돌파할 수 있었다.

무명신공無名神功

보법步法

섬천뢰보閃天雷步

예전과 같은 보법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저번과는 달리 아예 순간이동을 하듯이, 틈새를 빠져나간 성지한.

지지지직……!

그가 빠져나가자마자.

원래 서 있던 자리가, 붉은빛에 완전히 잠겼다.

‘강하군.’

강렬하게 몰아치는 파멸의 빛.

성지한과 14인이 서 있던 대지는, 완전히 녹아내리고.

맨 아래에는, 암색의 강철만이 남아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이레귤러 소거 실패.]

[완전 소각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성지한이 완전히 붉은빛을 회피하자, 또 다른 음성이 울려 퍼졌다.

‘완전 소각이라…….’

성지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이었던 붉은빛이 중앙에 모이면서, 사방이 열린 공간이 되었으니.

모든 방위가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나 다름없었다.

성지한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고민하던 찰나.

[주인. 저쪽이다.]

그림자검 이클립스로 변한 아리엘이 의사를 전했다.

아리엘은 중앙에서도 북쪽, 어느 한 점을 가리켰다.

‘저기?’

[그렇다. 다른 공간은 페이크다.]

‘그걸 어떻게 알지?’

[이 공간이 진짜 ‘그 장소’가 맞다면…… 저곳이 탈출구가 맞다. 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한번 가 봐라. 어차피 죽어도 되지 않는가? 게임인데.]

‘여기서 죽으면 1등 놓치는데?’

[맞다니까. 나 좀 믿어라.]

평소보다도 확신에 찬 아리엘의 목소리.

‘그래.’

성지한은 그녀의 호소를 한번 받아 주기로 했다.

저 길이 정답이 아니어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휙!

성지한이 북쪽을 빠르게 돌파하자.

[완전 소각, 시작합니다.]

화르르르……!

성지한이 탈출한 그 부분만 제외하고, 모든 방위에서 녹색의 불꽃이 올라왔다.

조금 전의 붉은 빛무리보다도, 훨씬 강력한 힘.

[녹염인가. 틀림없군.]

이를 본 아리엘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여긴, 엘프 실험 구역이다.]

*  *  *

실험 구역.

이 맵은, 성지한에게는 참으로 특이한 맵이었다.

‘여긴 튜토리얼 때만 나왔지.’

지금껏 거쳐 왔던 수많은 맵들.

콜로세움이든, 하나의 다리든.

이런 게임들은, 튜토리얼이 끝난 후에도 분기가 바뀌면서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맵의 세부 설정은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전에 플레이했던 경험이 도움은 될 정도로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었다.

하지만 실험 구역만큼은 튜토리얼에서만 나온 뒤로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맵이었다.

‘그런데 이곳을 운영하는 주체가 엘프였다고?’

조금 전 빛을 발했던 녹염이 사라지니, 금방 어두워지는 공간.

아무리 둘러보아도, 엘프의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은 곳이다.

이런 곳이 그들과 연관이 있다고?

‘엘프가 만든 거 맞아?’

[맞다. 내가 보았던 실험 구역과 똑같은 구조다. 멸망한 행성에 있었지.]

‘멸망한 행성이라…….’

[세계수 연합이 지나간 행성에는 모두 이런 장소가 있더군. 특히 이 중앙의 구역은 붉은빛으로 이루어진 벽에, 녹염이 존재했지. 쉐도우 엘프 중에서도 이 공간을 조사하다가, 저 녹염에 명을 달리한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쉐도우 엘프를 소멸시킬 정도의 힘이라…….’

[우리가 발견했을 땐 텅 비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 파멸의 불꽃은 그대로 존재했다.]

그러더니 아리엘은 성지한에게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부를 한번 살펴보는 게 어떻겠는가? 실제로 이 구역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보고 싶군. 주인도 여기서 뭘 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일단 나가 보지.’ 성지한은 그렇게 레드 존을 빠져나왔다.

그러자.

[일반 업적, ‘레드 존 탈출’을 성공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히든 퀘스트, ‘레드 존 단독 탈출’을 성공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3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그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나?’ 한 번의 플레이로 35,000이란 업적 포인트를 얻다니.

레드 존의 탈출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방증이었다.

성지한이 쉽게 돌파한 건, 순전히 무혼과 아리엘 덕.

‘역시 새로운 맵이 좋군.’

근래에는 거의 보지 못했던 업적 보상을 보며 성지한이 미소를 짓고 있을 때.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에픽 퀘스트가 잠금 해제됩니다.]

[에픽 퀘스트]

-실험 구역을 만들어 낸 주체를 발견하고, 실험 목적을 알아내라.

-보상 : 업적 포인트 100,000 / ?

에픽 퀘스트가 떠올랐다.

평소에는 5만을 주더니, 10만 포인트로 높아진 보상.

거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보상까지 추가로 주어졌다.

‘꼭 깨야겠군.’ 안 그래도 업적 포인트 탕진한 바람에 어떻게 벌어야 하나 싶었는데.

10만이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클리어해야 했다.

퀘스트에서 주체를 발견하라는 건…….

‘엘프가 지금 실험 구역에 있나.’

성지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레드 존을 빠져나오니, 완전히 텅 빈 공간은 빛 한 점 없이 어두웠다.

-레드 존 바깥이 이런 풍경이구나. 이제 아무것도 없나?

-글쎄? 탈출한 사람이 있어야 알지

-지금까지 아무도 탈출을 못했어?

-ㅇㅇ 다이아급이면 그래도 붉은 벽은 어찌어찌 팀플로 막아 내는데, 아까 녹색 불꽃 튀어나오는 건 대처 못하더라.

-원래 레드 존 걸리면 그냥 똥 밟았다 하고 죽는 거임 ㅋㅋㅋㅋ-이래서 이렇게 텅 비어 있나? 배틀넷이 설마 바깥으로 나올 줄 모르고 컨텐츠 안 만든 거 아님?

-배틀넷이 그렇게 허술해 보이냐 ㅋㅋㅋㅋ

정말 컨텐츠를 안 만든 거 아니냔 말처럼, 텅텅 비어 있는 레드 존의 외부.

성지한은 어둠 속에서도 대낮처럼 주변을 볼 수 있었지만.

‘진짜 뭐 없네.’

아무리 살펴봐도, 엘프는커녕 작은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아리엘. 뭐 아는 것 없나?’

[음. 이 공간은…… 사실 거대한 씨앗 껍질 속에 있다.]

‘씨앗?’

대체 씨앗이 얼마나 크기에, 이 커다란 공간을 이룰 수 있는 건가.

[그래. 우리는 이걸 세계수의 씨앗이라고 불렀지. 진입할 때는 외부에서 껍질 벽을 부수고 들어갔는데…… 그땐 이 모습과 똑같았다. 중앙부에 저 레드 존이 있고, 나머지는 텅텅 비어 있었지.]

‘흠…… 씨앗 안이면 여기서도 껍질 벽 같은 게 보여야 하는데. 그런 건 없네.’

[벽? 그러고 보니 우리 조사단이 진입할 땐 보였는데, 지금은 안 보이는군.]

녹염을 피할 때 까지는 아리엘의 정보가 유용했지만, 이다음부터는 그녀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

‘일단 끝까지 가 본다.’

그래도 여기가 씨앗 안이라는 건 알았으니까.

일단 성지한은 냅다 달리기로 했다.

공간 끝까지 가 보면, 뭔가가 보이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가 다시 섬천뢰보를 사용하려고 할 때.

번쩍! 번쩍!

레드 존이 있던 자리 위편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더니.

그 안에서 거대한 초록색 포탈이 생성되었다.

“으아아아악!”

“뭐, 뭐야. 왜 벌써!”

그리고 그 포탈을 통해, 땅으로 떨어지는 사람들.

성지한과 같이 서바이벌 맵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이었다.

-벌써 레드 존 재배치됐네 ㅋㅋㅋㅋ 역대급 속돈데?

-성지한 때문에 순식간에 레드 존이 비었으니까. 바로 채우는 거지.

레드 존의 플레이어가 모두 죽으면, 생존자 중 15명이 랜덤으로 뽑혀서 다시 그리로 재배치된다.

성지한이 너무 빨리 탈출해 버리는 바람에, 뭘 해 보기도 전에 레드 존의 제물이 된 플레이어들.

성지한은 그들이 떨어지고 있는 포탈을 바라보았다.

‘저기로 한번 가 봐야겠군.’

안 보이는 벽을 찾아 끝까지 가느니, 포탈에 도전해 보기로 한 성지한은.

바로 신법을 사용하여, 하늘 위로 점프했다.

지상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포탈이었지만, 무혼 덕에 손쉽게 공간을 뛰어넘은 그는.

“……어?”

포탈 너머에서, 엘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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