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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28화 (12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28화>

성지한이 자신의 이름을 넣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성좌를 사냥하는 성좌…… 방랑하는 무신의 태도가 너무 이상하단 말이지.’

에전, 무력 30을 찍고 스킬 무명신공을 얻었을 때.

방랑하는 무신은 삼단전이 개방된 자신을 경계해서 기프트를 회수하고 무공 전수도 취소했었다.

그때만 해도 무신이 자신을 엄청나게 경계하는 줄만 알아서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는 대응 방식이 전혀 달랐어.’

그렇게 경계하는 성지한이 투성에 왔음에도, 동방삭을 제지하고 오히려 힘을 기르라며 자비를 보였다.

처음의 행동과는 너무나도 다른 반응이지 않은가.

다른 별의 성좌에게는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무자비하게 사냥한다는 무신이, 자신에게만 이토록 관대한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거기에.

‘무혼을…… 너무 쉽게 얻었다.’

삼단전 통합을 통해 얻은, 별의 능력 무혼.

아무리 삼단전을 합친 게 큰 성취라고 해도, 무혼의 가치는 이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국가대표를 그렇게 날려 버렸음에도 아직 전력을 다뤘다고 할 수 없었을 정도로, 무혼은 측정 불가능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한데, 이런 능력을 얻을 만큼 자신이 무공에 재능이 있었나?

‘그 정도는 아닌데 말이지…….’

물론 저번 생에서도 인류 중 최강의 자리에 오르기는 했지만, 무혼을 얻는 것은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취.

그런데도 이렇게 쉽게 무혼을 얻은 것에는, 방랑하는 무신과 자신이 뭔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지한이란 이름을 넣어 보았지만…….

[틀렸습니다.]

[마지막 기회만이 부여됩니다.]

[힌트 : 고대의 존재와 연관이 있습니다.]

‘아니었나.’ 성지한은 틀렸다는 대답과 함께, 추가된 힌트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했는데 아니어서 다행이군.’

고대의 존재와 연관이 있다는 걸 보니, 무신은 자신과는 별개의 존재인 듯했다.

‘무명신공 업그레이드는 그냥 세 가지 신결을 개조해서 해야겠어.’

마지막 한 번의 기회는 너무 단서가 없으니 일단 남겨 두고.

성지한은 정석적인 방법으로 업그레이드를 일단 노려보기로 했다.

‘천뢰신결은 어느 정도 개조의 실마리가 잡혔는데.’

봉황의 불꽃과 섞이자, 훨씬 강력해졌던 천뢰의 힘.

천뢰신결의 무공은 봉황염鳳凰炎과 융합하는 쪽으로 개조 방향을 찾으면 될 것 같았다.

‘다른 것들은 단서가 없군.’

다만 나머지 두 개의 신결은 어떻게 개조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 상황.

성지한은 일단 천뢰신결부터 하나씩 자신에게 맞게 바꿔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삼촌~ 밥 먹어!”

“벌써 됐어?”

“응. 아리엘이 요리 잘하더라. 도와줘서 금방 끝났어.”

“알았어. 갈게.”

맛만 본다더니 요리도 했나.

성지한은 생각을 정리하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방을 나섰다.

*  *  *

성지한이 테스트를 치른 지 사흘이 지난 날.

배틀넷 관리국의 한 회의실에는 국가대표 선발 위원회의 위원들이 모였다.

국가대표 선발 위원회는 대부분 한국 10대 길드 소속의 임원들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나름의 친분이 있었다.

“오늘 오셨을 때, 기자들 보셨습니까?”

“예. 평소보다 엄청 많더군요. 하반기 국가대표 선발 명단 발표할 때보다 배는 되어 보였습니다.”

“허 참…… 선수 한 명이 이게 무슨 파란을 일으키는 건지.”

“그 선수가 다름 아닌 성지한이니까요.”

“자자. 위원님들. 모두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위원장이 나서자, 모두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을 모시게 된 것은, 관리국의 국가대표 선발 기준을 개정하기 위해서입니다.”

“허허. 선수 한 명 때문에 선발 기준까지 개정해야 한다니…….”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습니다. 3일이나 지났는데 왜 선발을 안 하냐고 난리니까요.”

배틀넷 국가대표 선발.

배틀넷 리그에서의 순위가 그저 엔터테인먼트에서의 순위가 아니라, 한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만큼.

대표 선발은 최대한 체계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

그러니 아무리 성지한이 미친 활약을 보여 줬다고 해도,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 건 당연했는데.

성지한의 원맨쇼를 본 대중들은, 그렇게 생각하질 않았다.

“저희 초등학생 딸도 아빠 뭐 하냐고 타박 주더군요.”

“허허. 저한테는 요양 병원에 계신 아버지께서 전화해 오셨습니다. 성지한 선수를 안 뽑을 이유가 있나고요. 곧 뽑을 거라고 말씀드려도 치매가 걸리셔서, 전화한 거 까먹고 매일 연락오십니다.”

“하하…… 거 참 난처하시겠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 중, 그런 질문을 안 받아 본 사람이 있을까 싶군요.”

국대급 전사들을 모두 한 방에 날려 버린, 성지한의 퍼포먼스를 본 이후.

처음에는 골드가 무슨 국가대표냐고 반대하던 여론은, 완전히 뒤집혀서 전 국민적인 지지를 보내 오고 있었다.

특히 이제 일주일 후 있을 러시아와의 경기에 당장 성지한을 투입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자. 그럼 한국 국가대표 선발 기준을, 다이아에서 골드 이상으로 개정하겠습니다. 반대하시는 분 있습니까?”

여기서 반대하면 국민 역적이 되는 거나 다름없는 상황.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자. 그럼, 모두 찬성하신 것으로 알고…… 국가대표 선발 기준을 개정하겠습니다.”

땅- 땅-

위원장이 안건을 바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다음 안건은 국가대표 선발 명단 변경 건에 관해서입니다.”

“구지호 선수를 성지한 선수로 교체하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국가대표 전사 랭킹 최하위인 구지호 선수를, 성지한 선수와 교체하려고 합니다. 이에 반대하시는 분 있으신지요.”

“결과가 가장 공정하죠.”

“이의 없습니다.”

성지한에게 가장 먼저 원펀치로 패배했던 구지호.

결국 그는 국가대표 탈락의 쓴맛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회의가 빨리 끝나는 것도 처음이군요.”

“연패는 끊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으음…… 그를 뽑는다고 연패를 끊을 수 있을까요?”

“어제 성지한 선수 방송 보셨습니까? 이제는 호조랑 맨손으로 싸우더군요. 그의 성장 속도를 본다면, 기대해 볼 법합니다.”

“아니, 위원께서도 성지한 선수 방송을 직접 보십니까?”

“요즘 안 보면 자식들 대화에 못 낍니다. 허허.”

국가대표 테스트 이후, 또다시 가파르게 구독자가 늘어 500만을 돌파한 성지한의 채널.

한국에서 구독자 500만을 돌파한 선수는 10명도 채 되지 않았는데, 성지한은 골드리거로 어느새 이 기록까지 와 있었다.

“그럼 성지한 선수에게 국가대표에 선발되었다고 알리고, 배틀넷 센터에 합숙을 요청하겠습니다.”

“러시아전에 바로 참가하려면 그래야겠지요.”

“음…… 근데 성지한 선수가 국가대표 워리어진에게 그리도 굴욕을 주었는데, 합숙 때 원활히 팀워크를 다질 수 있을까요?”

한 위원이 그런 걱정을 내보였지만.

“아이고~ 애들도 아니고 다들 프로인데 무슨 일 있겠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국가대표 전사 선수들도,오히려 강한 플레이어가 들어오는 걸 기뻐할 겁니다.”

“그래요. 그들이라고 언제까지 자동문 소리를 듣고 싶겠어요?”

다른 위원들은, 설마 그러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자자. 그럼 기자 회견하고, 오늘 일정 끝마치시지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국가대표 선발 위원회의 회의가 일사천리로 끝이 나고.

그 소식은 박윤식 과장을 통해 성지한에게 전해졌다.

*  *  *

[국가대표 선발 위원회, 선발 규정 개정! 이제부터 골드 플레이어도 발탁 가능하다!]

[성지한, 배틀넷 국가대표로 선발! 다음 리그 경기인 러시아전부터 참전 가능!]

“삼촌! 선발 축하해!”

윤세아는 뉴스 속보를 보고, 축하하려고 방에 들어갔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하는 성지한을 볼 수 있었다.

“합숙 그거…… 꼭 해야 하나요?”

[예…… 국가대표전에 합숙은 필수입니다. 러시아전에서 뽑힌 맵은 공성전 맵이거든요. 그러기에 더욱 합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조카 혼자 두기가 좀 그래서 그렇습니다.”

[아! 그거라면 걱정 마십시오. 배틀넷 센터에 가족분들도 오실 수 있습니다. 배틀넷 센터 시설은 5성급 호텔 이상이고, 선수 개개인에게 스위트룸이 주어지거든요.]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가면 되죠?”

[3일 후부터 합숙 시작입니다.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

“네. 그때 뵙죠.”

윤세아는 성지한과 박윤식의 통화를 곁에서 듣고는, 손바닥을 좌우로 흔들었다.

거절의 제스처였다.

“아. 삼촌. 무슨 내가 애도 아니고…… 괜찮아. 뭘 배틀넷 센터까지 데려가려고 그래.”

“뭔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

“에이~ 무슨 일이 생겨! 대기만성 노리던 애도 사라졌잖아.”

대기만성 노리던 이가 살아 있었다면 모를까.

이제 위험할 일이 있겠는가?

‘이쯤이면 과보호란 말이야.’

윤세아는 그리 생각하면서,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 배틀넷 센터에서 그렇게 정분이 많이 일어난대! 국대급 플레이어들 간의 스캔들은 다 배틀넷 센터에서 생긴다더라. 삼촌도 괜히 나 데려갔다가 거기 못 끼면 섭섭하지 않겠어?”

“무슨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합숙 훈련하고 나면 그렇게 시간이 남는다는데? 밤에는 매일 술 파티래.”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단 표정을 지었다.

‘리그 꼴찌 주제에 기강도 해이하군그래.’

아무리 튜토리얼 시기라고 해도 그렇지, 일반인들에게 이렇게 알려질 정도라면 훈련을 대체 얼마나 개판으로 하는 건가.

이럴 거면 합숙이 의미가 있나 싶었다.

“어쨌든. 난 진짜 괜찮으니까! 합숙 잘 다녀오세요!”

“갑자기 미친놈이 쳐들어오면?”

“아니 무슨…… 미친놈이 이 펜트하우스까지 어떻게 와! 엘리베이터도 못 타!”

배틀넷 센터에 같이 갈 기색은 전혀 없어 보이는 윤세아.

‘뭐, 별일은 없겠다만.’

진유화도 죽은 이상, 그녀를 위협할 상대야 없어졌다지만, 성지한은 그래도 보험을 마련하고 싶었다.

“아리엘 어디 있어?”

“소파에서 뒹굴면서 TV 보고 있어.”

“아주 살판났네.”

성지한이 거실로 나가니, 아리엘은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있었다.

“주인. 왔나.”

“아리엘. 나랑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나?”

“음…… 이 본체 형태라면 그리 먼 거리는 안 된다만. 예전처럼 작은 몸으로는 꽤 멀리까지 있을 수 있다.”

“좋아. 합숙할 동안, 형태를 줄여서라도 펜트하우스에 있어 봐.”

배틀넷 센터도 어차피 강남에 위치해 있으니, 거리상으로는 소드 팰리스와 엄청나게 멀지는 않았다.

작은 형태로라도 아리엘을 놔두면 안심이지.

“삼촌…… 아리엘. 그 흑검 아니야? 검은 어쩌고?”

“어차피 연습할 땐 필요 없어.”

“너무하다. 주인. 필요 없다니.”

입으로는 그리 말하지만, 느긋한 얼굴로 TV를 보는 아리엘.

와삭-

그녀는 그림자를 움직여 소파 앞 테이블에 놓인 감자칩을 먹으며 천국을 만끽하고 있었다.

“내 그럼 주인의 명을 받아, 세아를 목숨 바쳐 지키도록 하지!”

“……삼촌. 쟤 별로 도움 안 될 거 같은데.”

“보기엔 저래도 나름 쓸 만해.”

쓸 만한 상황이 안 나오는 게 최선이지만.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아리엘에게 손짓했다.

“가자. 오늘 게임하러.”

“아. 이 프로 보고 싶은데…….”

“재방 봐.”

“과자 깠는데…….”

“갔다 와서 또 까라.”

“주인은 세아 대할 때 제외하곤 참 인정이 없어…….”

스으으으-

소파에 드러누운 아리엘은 결국 연기로 변해, 성지한의 팔로 들어섰다.

“오늘은 같이 하는 날 아니지?”

“응.”

일주일에 두 번만 같이 게임하기로 한 윤세아.

이번 주에는 이미 두 번의 게임을 다 채운 상태였다.

“그럼 다녀올게.”

그렇게 게임에 접속한 성지한은.

[이번 미션은 서바이벌입니다.]

[‘실험 구역’에 들어섭니다.]

75레벨이 되어, 서바이벌의 새로운 맵인 ‘실험 구역’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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