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126화 (12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26화>

“아. 이 새끼 안 오네. 쫄았나 봐요.”

배틀넷 관리국 테스트장 밖.

담배를 피고 있던 국가대표 워리어들 중 하나가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아, 참교육시켜 주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네요.”

“지호 너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지면 어떻게 하죠?’ 이랬잖아?”

“아. 형님! 그거야 그냥 해 본 소리죠~ 쫄아서 안 오는 새끼한테 제가 어떻게 집니까?”

“하…… 근데 그놈도 진상이긴 하다. 사람 다 불러 놓고 당일에 파투 내면 어쩌자는 거냐?”

아직 테스트 시작까지는 십 분 정도가 남았지만, 선수들은 이미 성지한이 안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 다행이다.’

조금 전 침을 뱉었던 선수, 구지호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국가대표 워리어들 중 레벨이 가장 낮아서, 성지한의 첫 상대로 거론되던 그는.

조금 전만 해도 성지한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반쯤은 패배를 직감하고 있었다.

‘동우 형 아이디어로 생중계하는 거까진 좋았는데 관심도가 미친 수준이라 망한 줄 알았는데…….’

골드리거가 다이아리거 국가대표진에 도전하는 테스트라니?

이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이었다.

이미 테스트장 안에는 해외 취재진도 여럿 대기하고 있었으며, 인터넷에서는 이 경기 생중계를 보려고 벌써 수백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인뿐만이 아니라, 해외 시청자도 적잖이 유입되어야 만들어지는 숫자.

전 세계인들 앞에서 골드에게 패배하는 첫 희생양이 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막상 성지한이 오질 않자 구지호로선 입가에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하! 아무튼 성지한 쉑…… 왔으면 한 방에 컷!!! 해 줬을 텐데 크으.”

그렇게 으스대는 구지호의 얼굴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그때.

“야. 근데 저거 뭐냐?”

“뭐가 날아오는데?”

구지호의 맞은편에 서 있던 플레이어들이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응……?”

구지호가 멍하니 뒤돌아 하늘을 바라봤다.

저 멀리, 새하얀 궤적을 날리는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이쪽으로, 엄청난 속도로!

직격당하면 근방의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상황.

“어 씨발 뭐야!”

“야! 피, 피해!”

하지만 그 누구도 피할 생각을 하질 못했다.

달려오는 트럭을 눈앞에 둔 상황이 이러할까.

혼비백산한 플레이어들은 그대로 굳어 버린 채 떨어져 내리는 무언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들의 지척까지 날아온 ‘어떤 것’이 허공에서 뚝- 하고 멈췄다.

그러자 정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된 플레이어들은, 들고 있던 담배를 손에서 툭 떨어뜨렸다.

“어…… 성지한?”

하늘에서 쏜살같이 날아오던 게, 다름 아닌 성지한이었던 것이다.

이 상황을 목도한 플레이어들의 머릿속은 다른 의미로 새하얘졌다.

‘소드 팰리스에서부터 날아온 거야……?’

‘전사 아니었어? 골드가 저렇게 나는 게 가능해?’

저런 놈이랑 맞붙어야 한다고?

그렇게 국가대표 전사들이 애매한 몸짓으로 굳어 있을 때.

“안녕하세요.”

안정적으로 바닥에 착지한 그가 가볍게 목례하며 말했다.

“늦진 않은 것 같군요. 그럼, 가시죠.”

그렇게 첫 상대인 구지호를 일별하곤, 관리국 안으로 들어서는 성지한이었다.

구지호는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뭐야…… 저게 사람이야?’

갑자기 테스트장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졌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지호야. 뭐 해? 안 오고.”

하지만, 성지한의 첫 상대로서 안 갈 수는 없는 노릇.

“갈게요. 형…….”

그는 도살장에 끌려가듯, 무거운 마음으로 테스트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쾅!

=아아…….

=구지호 선수. 하, 한 방에 나가떨어집니다!

불길한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   *   *

세계의 이목이 쏠린 국가대표 테스트.

많은 전문가들은 성지한이 어느 정도는 지지 않을 거라고 예측했다.

-그가 여태까지 보여 준 놀라운 퍼포먼스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한국 국가대표 워리어 몇몇 정도는 이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225레벨 이상의 선수들에겐 안 되겠죠.

-그건 당연하죠. 225레벨 선수들은 차원이 다르니까요. 성지한 플레이어가 보다 더 성장했다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사실, 그가 플래티넘만 되어도 225레벨 선수 한두 명 정도는 이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골드잖아요?

-단언하죠. 골드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근본’인 레벨에서 한계가 있다.

225레벨 이상에게는 결국 패배할 것이다.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론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감했다.

그리고 시작된 테스트 경기.

=자. 경기 시작합니다!

=이번 맵은 서바이벌 맵, 콜로세움을 관리국에서 개조해서 만든 대결 맵입니다.

=성지한 선수는 커넥터를 쓰지 않아서, 관리국에서 게임 초대를 통해 진행한다고 하네요.

=참 특이한 선수예요. 배틀넷 커넥터도 쓰질 않는다니.

=예. 팬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안 맞으니까 상관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합니다만…….

=하하! 플레이어가 어떻게 한 대도 안 맞을 수가 있습니까? 그것도 전열을 책임질 전사가요! 오히려 그런 마인드면 무책임한 거 아닐까요?

=그 말이 허언일지는 지금부터 확인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경기 시작합니다!

땡-!

오늘 경기의 첫 상대는 참교육을 시켜 주겠다던 구지호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저도…….”

마주 고개를 숙여 보인 둘.

인사를 마친 성지한이 대번에 구지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주먹을 뻗었다.

콰아아앙!

방어 태세를 완전히 갖추지 못한 구지호에겐 빈틈이 많았지만, 성지한은 굳이 방패 쪽으로 일격을 가했다.

“커흐억!”

SS급 방패를 들고 있던 구지호는 그 한 방을 견디지 못하고 방패째로 허공을 훨훨 날았다.

단 일격에, 참교육이 끝난 선수.

=어……?

=즉, 즉사 판정입니다. 게임이 끝났습니다……!

=벌써 끝났다고요?

해설진이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시청자들의 흥분 섞인 채팅이 주르륵 올라왔다.

-구지홐ㅋㅋㅋㅋㅋㅋㅋ 한 방 실화냐?

-질 줄은 알았는데 그대로 날아갈 줄은 몰랐네ㅋㅋㅋㅋ-쟨 왜 국가대표 하냐? 레벨 225도 안 되는데.

-그 레벨 넘는 워리어가 없으니까 그렇지.

-태극워리어들 다 어디 감? ㅡㅡ

-여기 성지한 있음ㅎㅎ;

이러한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한 방에 진 걸 좀 놀라워했을 뿐.

국가대표 전사진 중 하위권은, 225레벨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대표라고 하기엔 민망한 실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쾅!

쾅!

한 방 컷은, 무자비하게 계속되었다.

=헉……!

=임재진 선수도 한 방에 날아갑니다!

=무기도 쓰질 않는군요…… 이게, 말이 됩니까?

=방패째로, 콜로세움 맵 바깥까지 멀리 날아갑니다! 판정은…… 한 방에 즉사!

225레벨에 근접한, 탱커형 전사 임재진도 주먹 한 방에 날려 보내고.

=어…… 성지한 선수! 상대가 이윤기 선수인데도, 여전히 무기를 들지 않습니다!

=이윤기 선수 레벨 225 넘었거든요? 이 선수부터 진정한 국가대표 최전방 전사 라인인데…… 성지한 선수! 이제부터는 조심해야 해요!

225의 벽을 넘은, 국가대표 전사진의 에이스 라인인 이윤기를 상대로도 성지한은 무기를 들지 않았다.

“무기도 들지 않다니…….”

이윤기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듯 이를 갈았지만.

“들을 필요가 있게 해 주시죠.”

성지한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삼단전을 통합하기 전 수준이었다면, 이윤기 정도의 상대에게는 무기를 들어야 마땅했다.

그리고 무기를 들고도 지금처럼 한 방 컷은 못했겠지.

하지만.

‘무혼. 역시 격이 다르군.’

무혼을 얻고 본격적으로 힘을 써 보니, 과연 예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무력과 포스로 나뉘어 있던 힘을 하나로 통합하여 자유롭게 쓸 수 있었으며.

‘무혼의 영역 안은, 예전 절대영역과 비할 바가 아니다.’

비록 무혼의 영역은 20cm밖에 되지 않았지만, 포스의 절대영역과는 효용이 비교가 되질 않았다.

‘그리고 이를 확장시키면, 40m까지는 예전의 절대영역처럼 쓸 수 있겠어.’

과연 별에서 단 하나만 얻을 수 있다고 하더니.

유니크 스탯과는 완전히 격이 다른 능력이었다.

‘이 능력을 계속 지니기 위해서는 결국 무신과 싸워야겠지만…… 그거야 나중 일이고.’

자신이 충분히 성정하기 전까지는 붙을 생각이 없다는 의지를 들었으니, 그때는 아주 먼 훗날이 될 터.

지금은 눈앞의 일에 충실하면 될 뿐이었다.

‘무혼의 주인답게, 압도한다.’

성지한은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이윤기를 보며, 서서히 주먹을 뻗었다.

느릿한 움직임.

이건 진짜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 도발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제스처에 가까웠다.

“이 자식이…… 제대로 안 하냐!”

그걸 보고 폭발한 이윤기가 먼저 성지한에게 돌진하려 했지만.

그의 발이 지면을 박차기도 전에.

펑!

“어…….”

이윤기의 몸이 뒤로 훌훌 날아가며, 그의 신체 내부가 완전히 짓이겨졌다.

아무리 등급이 높은 방패가 있어도.

강력한 패시브 스킬인 보호막이 있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즉사 판정을 받고, 사라져 가는 이윤기.

225레벨이 넘은, 진정한 국가대표 에이스 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닿지도 않은 주먹에 즉사해 버린 것이었다.

=이…… 이게…….

=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에 해설진마저도 말문이 막힌 채 말을 잇지 못했고.

“와…….”

“아. 씨발…… 뭐야 저거?”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국가대표 전사진의 분위기도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식었다.

*   *   *

=이윤기 선수는 레벨로만 따지면 국가대표 전사진의 7위 안에 드는 강자입니다! 명실상부한 에이스 라인인데…… 그도 한 방에 패배합니다……!

=아니. 이게…… 말이 돼요?! 주먹이 닿지도 않았는데?

=장풍이라도 쏜 걸까요? 하지만 중계진 카메라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테스트 게임 안의 카메라는 배틀넷 게임의 카메라랑 똑같아서 웬만한 건 다 잡히는데 말이죠!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허 참…… 무슨…… 어떻게 이윤기 선수가…….

속절없이 한 방 컷을 당한 이윤기를 보며, 흥분한 채 침을 튀기는 캐스터와.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해설자.

-해설자 왜 저렇게 편파적이야?

-ㄹㅇ 성지한이 잘하면 우리나라가 좋은 거 아님 결국?

-그러니까 왜 저렇게 토를 못 달아서 안달이야;

-저런 선수가 나왔으면 아이고 고맙습니다~~ 하면서 받들어 모셔야지 ㅋㅋㅋㅋㅋ-드가자 각인가?

-NBC 해설이지? NBC 게시판 가면 됨?

해설 같지도 않은 해설을 듣고 있던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저…….”

캐스터가 해설자를 툭 치며 모니터를 보라고 눈치를 주었다.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창.

채팅 지분 50퍼센트가 해설자 욕으로 도배되자, 편파 해설을 하던 그는 입을 꾹 닫았다.

‘이거…… 동우 띄워 주기는 글렀네.’

아무리 김동우와 친분이 있다고 해도 대세를 거스르다가는 큰일 나지.

그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그리고 경기는 계속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쾅!

성지한의 한 방 게임은 계속되고.

-와 ㅅㅂ 계속 원펀치로 끝내네ㅋㅋㅋㅋㅋ

-귀찮아서 주먹도 안 가져다 댐 이제는 ㅋㅋㅋ

-성지한! 성지한! 성지한! 성지한! 성지한! 성지한! 성지한! 성지한!

-내가 뭐랬냐 ㅋㅋㅋ 지한이횽이 3초 컷한다고 했지?

-아니…… 근데 예전보다 더 세진 거 같은데?

-거기서 더 세지다니 양심 ㅇㄷ?

-양심 없을수록 우리한테 좋은 거임 ㅋㅋㅋㅋ

-ㄹㅇ 검왕도 저렇게 날려 주세요 제발 ㅠㅠㅠㅠ

“아. 씨발. 좆같은 게임 진짜!”

깡!

배틀넷 커넥터에서 튀어나온 워리어진 2위 선수가 분을 못 참고 커넥터를 발로 찼다.

“아니 뭐 이런 개 같은…… 어떻게 골드가! 저게 말이 돼요? 아. 진짜. 와 못해 먹겠네.”

얼마나 열이 받았는지, 얼굴이 시뻘개지며 눈물마저 글썽이는 선수.

“아. 진짜. 이거 관리국에서 혹시 시스템 만지거나 그런 거 아니죠? 저 새끼 띄워 주려고 데이터 뭐 편집하거나…….”

“저…… 아시잖아요. 그런 건 불가능합니다.”

“아아아악! 진짜!”

대표팀 선수들은 그런 그를 보면서, 다 동질감을 느꼈다.

모두들 한 방 컷으로 굴욕을 당하지 않았던가.

한 명만 제외하고는.

“저…… 김동우 선수. 하시겠습니까?”

관리국의 직원이 조심스럽게 묻자.

“후우우우우우.”

김동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

하기 싫다!

방금 나온 2위 선수는 자신이랑 레벨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근데도 저렇게 한 방에 당한 걸 보면, 자기도 결과는 똑같겠지.

그래도.

“……해야죠.”

명색이 리더인데 자기만 쏙 빠질 수는 없지 않는가.

김동우는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커넥터 안에 앉았다.

그리고 그를 인게임에서 마주한 성지한은.

‘그래도 국대 워리어 리더니까, 매너해 주자.’

한 방에 끝낼 수 있었지만, 그래도 한 대만 더 때려 주기로 했다.

쾅! 쾅!

두 방 맞고, 하늘을 나는 김동우.

=아! 그래도 김동우 선수! 한 방은 버텨 냈습니다!

=……그냥 때릴 때 두 대 때린 것 같습니다만.

해설자의 침울한 음성을 끝으로.

이날의 테스트는 전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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