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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17화 (11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17화>

디펜스 맵, ‘하나의 다리’의 1차 웨이브.

다리로 건너오는 몬스터의 주력 부대는 이전과 동일하게 데스 나이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죽음의 기사는 플래티넘리거는 물론이고 다이아리거의 발목까지 잡을 정도로, 언데드 중에서 강력한 축에 속한 몬스터였지만.

서걱- 치이이익-!

지금은 성지한의 봉황기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가는 병졸이 되어 있었다.

-제 말이 맞쥬? 지한이횽이 쓱 하면 싹 하고 쓸려 나가쥬?

-아... 반박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싫다...ㅜㅜ

-데스 나이트가 어떻고 천망뇌진이 어떻고 그딴 거 필요 없네ㅋㅋㅋㅋ 그냥 혼자서 다 쓸어버리네 -ㄹㅇ 분석이 필요 없는 플레이어임

비장의 운뢰칠식 천망뇌진이 빠졌으니, 저번처럼 혼자 무쌍을 찍지는 못할 거다!

배틀넷을 좀 본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분석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보이는 광경은 어떠한가.

무명신공無名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화르르르-!

봉황기가 횡을 베자, 전방의 데스 나이트 무리가 일제히 백염에 뒤덮여 불타오른다.

천망뇌진의 버프에 힘입어 보여 주었던 위용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

실버 때와는 달리, 골드리그에 올라서면서 능력치가 말도 안 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공격의 수준도 실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뇌인 스탯의 힘이 쏠쏠하군.’

승급전에서 추가로 얻은 능력치, 뇌인.

천뢰의 힘을 강화시켜 주는 이 힘은 굳이 천뢰신결을 쓸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무기를 휘두를 때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언데드에게는 극상성인 천뢰의 힘이 가미되니, 아무리 강력한 데스나이트라고 한들 성지한의 공격을 일합도 막지 못하는 것이다.

‘쉽네.’

지상의 몬스터는 여유롭게 썰어 버리고, 시간 날 때는 공중의 유령 부대까지 없앤다.

지상을 막는 데 힘을 집중하느라 공중을 모두 커버하지는 못했지만.

파지지직-!

뒤편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비장이, 절벽 너머로 유령이 넘어오는 것 정도는 처리해 주고 있었다.

“크흠……! 조웅 녀석만큼은 아니지만, 한가락 재주는 있구나!”

비장은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투덜거렸다.

저 녀석이 악전고투 끝에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그림을 기대했는데.

싸워도 너무 잘 싸운다.

“역시 황실에서 인정한 신수의 주인이란 말인가…….”

비장은 혼자서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리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데스 나이트 군단은 성지한의 손에 몰살당하다시피 하여, 1차 침공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두두두두-!

저 멀리서 말발굽 소리와 함께.

흑색 갑주를 입은 기마병들이 빼곡하게 진열을 갖추고 있었다.

날개를 활짝 편, 검은 새를 새긴 깃발이 절벽 너머에서 펄럭이고.

흑색 창기병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다리에 접근해 왔다.

2차 웨이브의 시작을 알리는, 흑색 창기병 봉황대의 진군이었다.

“호조가 왔나 보구나…… 자네! 비키게!”

비장은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황실에서 온 손님이 강하다 한들, 봉황대 대주 호조와 맞서 싸우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지만.

“괜찮습니다. 수문장.”

“뭐가 괜찮단 말인가? 상대는 호조일세!”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겠습니까?”

“뭐, 뭣……?!”

“호조 정도야, 제가 상대하지요.”

비장은 그 말을 들으며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소 잡는 칼이라 이거지?

호조는 닭이고.

“크흠. 그래도 말이네. 호조는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그 한마디 들었다고, 목소리가 부드러워지는 비장이었다.

“그는 풍 제국의 오대장군 중 한 명일세. 자네가 황실에서 신수의 주인으로 인정을 받았다 한들, 쉽지 않을 걸세.”

그 말에 성지한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틀리진 않지.’

봉황대 대주 호조.

비장과 같은 거인족인 그는 매우 강력한 중간 보스였다.

거인족임에도 커다란 도를 쾌검처럼 쓰는 솜씨가 일품이라, 다이아급에서 게임을 진행할 때도 호조를 상대하는 건 모두 비장에게 맡겨 놓곤 했다.

괜히 자기들이 상대하겠다고 덤벼들었다가, 호조의 대도에 파티원들이 반 이상 쓸려 나가 그대로 게임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상태라면 지지는 않을 것 같단 말이야.’

실버 때라면 감히 호조와 싸울 생각은 못했겠지만.

골드로 올라선 이후에는 강해진 정도가 상당히 체감되었다.

호조를 제압하지는 못하더라도, 그의 칼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

‘비장의 인정을 받기 위해선, 한번 해볼 만하다.’

에픽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 여러 시도를 해 보기로 마음먹은 성지한.

“전장에서 총사령관이 먼저 나서는 경우는 없지 않습니까? 저한테 맡겨 주시지요.”

“흠흠…… 황실의 손님을 어찌 부하로 대우할 수 있겠는가.”

“수문장께서는 충분히 그러셔도 되는 분이십니다.”

“그것 참! 크흥!”

비장은 자신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비볐다.

황실의 손님이 이렇게 자신을 인정해 주다니.

그간의 설움이 조금은 가시는 기분이었다.

“그, 그래도. 쉽지는 않을 것이야. 좋아…… 이걸 받게나!”

스으으윽-

비장이 등 뒤에 꽂힌 거창이 허공 위로 날아오르더니 새하얗게 점멸하며.

지지지직……!

성지한의 앞쪽에 벼락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그의 앞에, 뇌전으로 번뜩이는 창이 떠올랐다.

“이건…….”

“운뢰의 힘을 일부 보냈네. 자네의 창에 흡수해서 사용하게.”

이게 일부라고?

성지한은 눈앞에서 번쩍이는 뇌전의 창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무구의 성능만 따지면 SS급인 봉황기와 비슷한 힘이 함축되어 있었다.

‘이 정도가 일부라면, 구름창 운뢰의 본체는 SSS급이 확실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얻어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봉황기를 뇌전의 창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치지지직-!

봉황기에 뇌전의 창이 그대로 감기며, 새하얀 창신에 전기가 퍼뜩퍼뜩 튀어나왔다.

봉황기가 품고 있는 백염과 운뢰의 힘이 완전히 융합되지 못하여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전류가 성지한의 오른손에 닿자.

[구름창 운뢰가 뇌인과 반응합니다.]

퍼뜩이는 전기는 순식간에 잦아들기 시작했다.

운뢰가 성지한의 오른손에 새겨진 왕관 모양의 뇌인과 공명한 것이다.

[뇌전의 힘이 증폭되며, 운뢰가 플레이어를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뇌인이 2 상승합니다.]

‘오. 스탯을 올려 주다니……!’

운뢰는 뇌인 스탯을 2나 올려 준 채, 봉황기에 얌전히 갈무리되었다.

“운뢰가 얌전히 깃들다니, 역시 신수의 주인이 될 만하군!”

성지한이 운뢰를 가볍게 제어하자, 비장이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그와 동시에.

[비장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에픽 퀘스트의 첫번째 조건을 완성했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   *   *

성지한은 메시지 창을 보며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벌써 인정을 받다니?

저번이랑은 너무 다른데?

‘봉황기 덕분에 득을 많이 보는군.’

봉황기가 지닌 봉황의 형상 덕분일까.

비장이 성지한을 황실 손님이라고 착각하다가, 이제는 알아서 인정까지 해 주었다.

‘이제 그를 살리기만 하면 되겠네.’

비장이 하도 외모로 사람 차별하는 게 심해서, 살리는 것보다 인정을 받는 게 더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에픽 퀘스트 클리어까지 구부능선은 넘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쉽게 전개되지 않았다.

“이, 이게 대체……!”

쿵! 쿵! 쿵!

구름다리 너머에서.

한 거인이 허겁지겁 뛰어 온다.

흑색갑주를 입은, 봉황대 대주 호조.

그는 잔뜩 흥분한 기색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더욱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봉, 봉황이! 봉황이 여기 있다니!”

봉황대의 대주라 그런가.

호조는 봉황을 보고 극도로 흥분했다.

“누가 봉황의 주인인가! 아! 네놈인가?!”

다리에서 봉황의 주인을 찾으려고 사방을 살펴보던 호조는.

그의 앞을 가로막은 성지한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아, 아니. 네놈이 아니지. 자네!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그의 앞을 가로막은 성지한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그걸 왜 알려고?”

“풍 제국에 오라! 저 봉황을 그대로 가지고 온다면, 내 봉황대 대주 자리를 넘겨주지! 내가 부대주가 되어 그대를 모시겠다!”

하늘 위에 뜬 봉황의 축복을 보고, 입에 침을 튀기면서 소리치는 호조.

그는 어떻게든 봉황을 확보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호조 저러는 거 처음 보네. 왜케 흥분해 있어?

-ㄹㅇ 나름 침착냉정캐 아니었던가ㅋㅋㅋ

-이제 어떻게 진행되는 거임??

-몰라ㅋㅋㅋㅋ 이미 원래의 디펜스 게임에서 탈선한 지 오래야;

평소의 ‘하나의 다리’에서 벌어지던 게임 양상과는 완전히 다른 루트를 탔기에, 닳고닳은 배틀넷 고인물 시청자들도 다음이 예측이 안 되는 상황.

그건 성지한도 마찬가지였다.

‘귀순 권유는 또 처음이네.’

봉황기 하나로, 나비 효과가 어디까지 퍼져 나가는지 짐작도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한번, 저 제안을 받으면 게임 양상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래도 에픽 퀘스트부터 깨는 게 먼저지.’

성지한은 일단 구름창 운뢰부터 챙기고 보기로 마음먹었다.

“싫다면?”

“그럼…… 얌전히 제압당해라!”

휘잉!

호조는 그 대답을 예상했는지, 순식간에 대도를 꺼내 성지한을 향해 내리찍었다.

과연 다이아까지 고전시키는, 규격 외급 중간 보스다운 일격.

대기를 짓누르는 풍압에, 몸이 꼼짝도 못할 만큼 압박당했지만.

‘뭐지?’

막상 공격을 당하는 성지한 입장에선, 당황스러웠다.

약하다.

그가 예전에 경험했던 것보다, 호조의 움직임이 너무 느렸던 것이다.

‘손속에 여지를 둔 건가?’

자신을 죽이는 게 아니라, 제압을 해야 하니 힘 조절을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한 방 먹여 주는 게 인지상정일 터.

휙!

성지한은 가볍게 도격을 피하고, 봉황기에 힘을 실었다.

운뢰와 봉황기의 힘이 맞물리며, 백색의 불꽃과 뇌전을 품은 창날이 호조에게로 쏟아졌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천뢰신결天雷神訣

벽력섬뢰霹靂閃雷

지지지직-!

운뢰의 힘이 더해져서인지, 여느 때보다 재빠르게 시전되는 벽력섬뢰.

호조는 거인답지 않게, 민첩한 몸놀림으로 이를 피하려고 했지만.

치이이익-!

“크, 크으으윽……!”

벼락의 속도를 이길 수는 없었다.

공격을 완전히 피하지 못한 채, 왼팔에 벽력섬뢰를 적중당한 호조.

그의 팔은 순식간에 불타오르더니,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호조의 두 눈에 경악이 담겼다.

“어, 어떻게 이런 힘을…….”

“너야말로. 왜 이렇게 약하냐?”

성지한은 자신이 묻고 싶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호조가 이렇게 약한 캐릭터가 아니었던 탓이다.

그 비장과도 대등하게 맞붙던 거인족이 아닌가.

그런 그가 벽력섬뢰 한 방에 팔이 가루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손속에 자비를 둔 게 아니었어.’

랭커로 살아오면서 어느 정도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했던 성지한은 과거의 경험에 빗대어 현재의 자신과 호조의 힘의 차이를 대략적이나마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호조를 상대로 버틸 수는 있겠다고 판단하고 싸움에 나선 것이었는데.

이렇게 한방에 팔을 날릴 줄이야.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특히, 성지한의 팬클럽 더 퍼스트에 속한 시청자들은 기세가 등등했다.

-ㅁㅊㅁㅊㅁㅊ더 퍼스트 신입 받으십쇼! 이제부터 성지한을 무지성 지지하겠습니다!

-무지성 ㄴㄴ 여기가 가장 지성적임

-대체 이건 뭐 어떻게 한 거죠...? 이번에도 비장한테 버프를 받긴 한 거 같은데... 수치가 얼마나 되길래..

-제한성 모르세요? ㅋㅋㅋ분석 집어치우고 그냥 좀 믿고 따르세요-그러니까 ㅋㅋㅋㅋ 전 지한이횽 믿고 따른 결과 강남으로 이사 갑니다 ^^

“네놈……!”

한편, 호조는 성지한의 말에 얼굴이 시뻘개졌다.

이런 조그만 인간족에게 약하다는 평을 듣다니, 이게 무슨 수치인가.

가루가 되었던 왼팔이 순식간에 재생했다.

“봐주지 않겠다!”

호조는 거칠게 포효하며, 성지한에게 덤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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