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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16화 (11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16화>

하나의 다리.

일명 ‘장판파’라 불리는 이 디펜스 맵은, 성지한의 거듭된 도전에도 항상 진행이 막혀 왔었던 맵이다.

성지한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맵이기 때문이었다.

웨이브를 처리하고 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적 거인족 대장, 호조.

그가 날리는 도풍은 성지한을 제외한 다른 플레이어들을 무자비하게 썰어 버렸으니까.

그렇게 플레이어들이 절반 이상 사망 처리되면, 강제 이벤트가 발동했다.

[자네는…… 살게.]

다리를 지키던 비장이 성지한을 뒤로 내던지고, 자폭하여 다리를 부쉈던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다리는 아무리 성지한의 활약이 있더라도, 완전한 클리어를 할 수 없었던 맵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성지한이 골드가 되고 나서는, 약간 여유가 생겼다.

‘일단 능력치가 엄청나게 성장했지.’

레벨 50일 때에는 68을 찍었던 무력과 포스 스탯은, 골드 승급전을 거치며 얻은 레벨 업 포인트를 모두 투자한 데다가.

배틀넷에서 보상해 준 올스탯 +5에, 봉황기의 길드 효과까지 받아서 93까지 성장해 있었다.

삼단전을 융합하기 위한 중간 목표인 무력 100까지 이제 7포인트만 남은 상황.

‘그래도 마지막 신결을 쓰는 건 무리군.’

무명신공의 상승무류 중 세 번째 신결.

천뢰신결과 암영신결을 초월하는 최종오의라 할 수 있는 세 번째의 신결은, 골드로 오르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한 성지한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삼단전을 융합하고 난 다음에야 여유가 생길 테지.’

그렇게 최종오의에 관한 기억을 가다듬던 성지한은, 이내 웃는 낯으로 다가오는 소피아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는 윤세아를 맞이했다.

“지한! 파티에 넣어 주셔서 고마워요!”

“삼촌. 소피아…… 알고 보니 언니였어.”

“음, 소피아가 나이가 더 많았어?”

“아까 생일 이야기했는데, 미국은 우리랑 나이 계산이 틀리더라.”

어쩐지.

소피아가 성지한의 친누나랑 같이 외계의 성물 모집 경쟁했다는 이야기를 저번 생에 들었는데.

지금은 윤세아와 나이가 똑같다고 해서 이상하다 싶었다.

“에이~ 한두 살 차이 가지고 왜 이리 신경 쓰니?”

“우리나라는 나이에 민감하거든.”

“됐어. 나중에 가족 될 건데, 신경 쓰지 마!”

“……가족?”

“1등 서포터가 되면 지한이랑 가족이 되거든!”

소피아는 해맑게 미소 지으며 그리 말했다.

그 말에, 윤세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소피아가 서포터 랭킹 1위를 찍는다면 좋아할 수도 있겠다고 해 뒀을 뿐인데.

대체 상상의 나래를 어디까지 확장해 나간 것인가.

성지한은 드물게 진땀을 빼며 말했다.

“……일단 1위 찍고 이야기해 보죠.”

“기다려요. 금방 될 거니까. 그래서 이렇게 지한 버스에 탑승했잖아요?”

소피아의 눈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비춰지고 있었다.

성지한의 버스 파티.

성지한과 윤세아, 소피아 셋으로 이루어진 이 파티는, 골드까지의 고속 성장을 보장하는 파티였다.

‘마시드도 넣고 싶었는데, 그가 거절했지.’

.

이번에 실버가 된 디에고 마시드는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보겠다며 성지한의 파티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지한. 버스를 태워 주는 건 고맙다. 하지만 네 파티에 가면 실력이 늘지 못할 것 같군. 난 스스로 커 보겠다.

과연 왕년의 스포츠 스타다운 대답이었다.

성지한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이참에 봉황기를 써 봐야겠어.’

봉황시가 업그레이드되어, SSS등급이 된 아이템, 봉황기.

이것은 언뜻 보기에는 새하얀 창의 모습이었던 봉황시와 형태가 흡사했다.

다만, 봉황시와는 달리 크기가 더 컸으며.

창끝에는 새하얀 불꽃이 한데 모여, 깃발의 형태를 그리고 있었다.

화르르르-!

기존의 봉황시보다 몇 배는 강렬한 열기를 머금고 있는 봉황기.

비록 끝에 깃발이 달려 있긴 했지만, 그냥 들고 싸워도 예전 봉황시보다 훨씬 강력할 것 같았다.

특히 봉황시를 쏘아 냈을 때만 힘을 발휘했던 조건이 사라졌다는 게 가장 컸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격력이지.’

봉황기 자체의 무기 성능은 SS급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SSS급으로 판정될 수 있었던 데에는 봉황기가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의 추가 효과 덕분이었다.

‘깃발을 꽂으면 특수 효과가 생긴다고 했지.’

성지한이 봉황기를 땅에 꽂자,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 자리에 봉황의 깃발을 펼치겠습니까?]

“펼친다.”

화르르륵-!

그러자 봉황기의 깃발이 테두리에서부터 완전히 불타 사라지며.

그 안에 새겨져 있던 봉황이 뛰쳐나와, 스스로 하늘 위로 날기 시작했다.

[봉황의 가호가 전장에 내려집니다.]

[주변의 파티원 및 아군의 모든 능력치가 25퍼센트 증가합니다. 봉황이 보이는 곳까지 이 효과가 적용됩니다.]

하늘 위에서 찬란하게 타오르며, 빛을 내뿜고 있는 봉황의 형상.

타오르는 규모가 상당히 커서, 꽤 멀리서도 보일 정도였다.

저게 보이는 곳까지 25퍼센트 버프가 적용된다니.

‘범위가 상당하군.’

거기에, 능력치 증가 효과는 시전자인 성지한 자신도 포함된다.

그는 한층 더 가벼워진 몸을 보고 만족한 채, 땅에 꽂힌 봉황기를 들었다.

깃발이 불타 사라진 봉황기는, 예전처럼 창으로 쓸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광역 버프를 거는 SS급 무기라…… 그때 그 미친 성좌 이야기를 듣길 잘했어.’

죽은 별의 성좌, 칼레인이라고 했나.

그의 되지도 않는 소리를 들어 준 것만으로, 이런 아이템을 얻다니.

다음에도 똑같은 기회가 있으면, 얼마든지 또 들어 주고 싶었다.

“와. 삼촌. 이게 뭐야?”

“봉황의 가호? 버프 효과가 엄청난데요?”

성지한의 파티원 둘을 비롯하여.

“오? 이게 웬 버프야?”

“이젠 버프도 주시나요…… 헐. 이 수치는 뭐지?”

“우리도 버스나 타죠!”

디펜스 게임의 플레이어들도 봉황의 가호 효과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혼자서 게임 때려 부수는 플레이어가, 이제는 버프까지 주다니.

역시 배틀넷!

밸런스 따위는 전혀 없는 게임이다.

“봉황의 가호…… 이런 종류의 버프면, 제 버프랑도 중첩이 되겠네요.”

“그런가요?”

“네. 해 볼게요.”

그러며 각종 버프를 걸어 주는 소피아.

그녀의 세 배 뻥튀기된 버프를 받으며, 성지한은 안 그래도 강화된 몸이 한 단계 더 강해짐을 느꼈다.

‘이 정도면, 웨이브 2까지 갈 수 있겠는데?’

호조의 도풍을 막지 못해서, 더 나아갈 수 없었던 웨이브 2.

하지만 이번에는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아리엘. 이번엔 소환수로 활동해라.”

“어째 검보다, 소환수로 많이 쓰이는 것 같군.”

언데드랑 상대해야 하는 이 맵에서는, 그림자검의 활용도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성지한이 아리엘을 소환수로 소환해서 다리 뒤쪽에 배치하고.

“소피아. 다른 사람들에게도 버프 좀 주세요. 이번에 2단계까지 가 봅시다.”

“당연하죠. 버프 주는 게 제 일인데요.”

소피아에게도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버프를 부탁했다.

그때.

“시끄럽다!!”

부우우웅-!

거대한 다리가 진동하며, 천지를 뒤흔드는 포효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쿵! 쿵!

게임의 시작을 알리듯.

제국 수문장 비장이 플레이어들에게 다가왔다.

*   *   *

“수문장이 혼자 앞에서 싸우는 동안, 병사란 것들이 뒤에서 잡담이나 떨다니!”

제국 수문장, 거인 비장.

병사로 소환된 플레이어들을 타박하는 건, 이제 거의 정해진 레퍼토리가 되고 있었다.

-이제 발 구르기로 날리겠네

-지한이횽 또 저번처럼 저항하려나?

-그러겠지ㅋㅋ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강해졌는데. 웨이브 2까지 갈듯.

-ㄴㄴ 이건 성지한이 혼자 암만 잘해 봤자 안 돼. 뒤에 플레이어들 나가리 되면 어차피 끝인데??ㅋㅋㅋ-버프가 좋아서 저번처럼 확 끝나지는 않을 거 같은데...

하나의 다리 맵의 플레이 방식은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이미 다 게임이 어떻게 될지를 예상하고 있었다.

비장이 이런 허접한 것들이랑 못 싸우겠다면서 발을 구르면.

성지한을 제외하곤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죄다 다리 밖으로 쫓겨나겠지.

하지만.

“근데 자네…… 저 봉황은 무엇이지?”

키가 4미터에 달하는 거인 비장은 평소 패턴과는 달리.

조심스러운 태도로 성지한에게 물었다.

“저 정도 신수의 힘이라면 황실 근위대장이나 소유할 수 있을 텐데…… 조웅의 후임으로 새로 뽑혔나?”

-???????

-헐 비장 왜 저럼?

-그러니까? 쫀 거 같기도 하고

-근데 조웅은 뭐야. 삼국지 조운 패러디임?

-그런듯 ㅋㅋㅋㅋ 비장도 뒤집으면 장비잖아.

-아 그런 거였음? 어, 그러고 보면 호조도 허저구나.

-삼국지 안 봐서 뭔 소린지 모르겠어요;

-몰라도 됨 ㅋㅋㅋ 어차피 이 맵에선 관계가 이상해.

‘별일이군.’

언제나 생긴 것 때문에 자신을 마음에 들지 않아하던 비장이 이리 나오다니.

성지한으로선 신기한 일이나 다름없었지만, 물론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대신.

‘평소와는 다르게 가 볼까.’

게임 패턴을 꼬아 보기로 했다.

어찌어찌 웨이브 2를 가도, 솔직히 지금의 전력이면 전멸이었으니까.

거기에.

[에픽 퀘스트]

-제국 수문장 거인 비장의 인정을 받고, 그의 죽음을 막아라.

외모 때문에, 성지한에게 점수를 박하게 주는 비장.

그에게 정석적인 방법으로 인정을 받느니, 한번 새로운 루트를 뚫어 보기로 했다.

“황실의 소속이긴 합니다만. 정확히는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해 주십시오.”

“크흠……! 나는 황제 폐하와 의형제 관계일세. 근데 그런 나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한단 말인가?”

비장의 얼굴에 주름이 가득 지며, 그가 입술을 오물거렸다.

눈이 촉촉해지며 물기마저 감도는 게, 이 대답이 여간 서운한 게 아닌 것 같았다.

평소 황실에 쌓인 감정이, 성지한의 대답으로 터진 듯했다.

-아니 갑자기 왜 징징대는거여ㄷㄷㄷ

-나이 들면 눈물만 많아진다더니... 응애애애

-진짜 처량해 보인다ㅜ0ㅜ

-머리에 미역 몇 마디만 남아서 더 애잔해 보임 뽀독뽀독-불쌍해요 ㅠㅠㅠㅠ

안 그러던 사람이 이러니 오히려 더 불쌍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뭐 아는 게 있어야 이야기를 해 주지.

“음…… 죄송합니다.”

성지한의 대답에.

쾅! 쾅!

비장은 가슴을 두드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너무하군. 너무해……! 그 정도 대답도 못해 준단 말인가? 나, 비장일세! 제국 수문장이란 말이네!”

“황실의 법도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크흠……!”

비장은 성지한이 단호하게 나오자, 불쾌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쿵. 쿵.

그는 천천히 걸어가, 성지한을 그대로 지나치더니.

“오합지졸들아. 모두 물러나라!”

쾅!

바닥에 발을 구르며, 나머지 플레이어들을 다리 밖으로 쫓아냈다.

그러고는 자신도.

뚜벅. 뚜벅.

다리의 시작 지점으로 걸어가, 팔짱을 낀 채 주저앉았다.

“어디. 그럼, 잘난 황실의 손님께서 알아서 해 보시게!”

-삐졌네.

-삐졌어.

-장단 맞춰 주다가 혼자 싸우게 생겼네 ㅋㅋㅋㅋ

-에이 예전에도 혼자 싸워서 상관없지

-그때는 비장이 천망뇌진 깔아 주지 않았나? 그거 있고 없고 차이가 클 텐데.

-차이 안 크거든요??? 우리 지한 님이 뚝딱하면 그냥 다 쓸리거든요???

-아~ 네네~

확실히 시청자들의 말대로, 저번 게임에서는 비장이 천망뇌진을 깔아준 덕을 많이 보았다.

천뢰의 힘이 크게 강화되면서, 언데드와 완전한 상성 효과를 누렸으니까.

하나 이번에는 비장이 수수방관을 해 버린 탓에, 그러한 시너지 효과가 아예 없는 상황.

‘뭐. 웨이브 1 정도야.’

하지만 성지한도, 그때에 비하면 훨씬 강력해진 상태였다.

“알겠습니다.”

성지한은 깃발이 사라진 봉황기를 들고, 다리 중간으로 걸어갔다.

“크, 크흠……! 고집은! 내 자네가 죽더라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야!”

뒤편에서 비장이 헛기침을 여러 번 하며 그리 엄포를 놓았지만.

“그러십시오.”

성지한은 언데드 군단을 앞에 두고, 여유롭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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