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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13화 (11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13화>

‘미행이라고?’

성지한은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아리엘의 말을 미루어 보면, 자신을 노리는 것이 아닌, 윤세아를 노린 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설마……?’

윤세아의 기프트에서 떠오른 조건을 보고, 혹시나 해서 조심하긴 했지만.

사실 성지한조차도 이렇게나 빨리 접근해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대기만성의 다른 소유자라는 내가 알기론 중국의 진유화뿐.’

정말 그쪽에서 사람을 붙인 건가.

[제거할까?]

아리엘의 무덤덤한 제안에, 성지한은 고개를 저었다.

미행자라고 한다면 결국 잡아 봤자 잔챙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미행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아리엘. 네가 역으로 미행 가능한가?’

[그야 가능하지만, 대상의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소리만 들을 수 있다. 검영 스탯이 부족해.]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지. 부탁한다.’

[알았다. 그럼 다녀오지.]

아리엘이 홀연히 사라지고.

성지한은 태연히 윤세아와 대화를 나누었다.

“삼촌. 내일 표창장 수여식에 나도 갈까?”

“당연하지. 골드 승급하기 전까지는 내 포스 영역 안에 있어.”

“으으…… 그럼 너무 붙어 있는 거 아니야?”

“한 달만 참아. 그 뒤론 미련 없이 풀어 줄게.”

그렇게 말한 성지한은 소드 팰리스의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서자마자,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세아야. 미행이 붙었어.”

“에. 미행……?”

“아리엘이 발견해서 추적 중이야.”

“……나한테 붙은 거야?”

“아마도. 여자 화장실에서 본 사람이라고 했는데. 기억 나?”

윤세아는 자신의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음, 아니…… 그, 혹시 구독자가 팬심으로 따라온 게 아닐까?”

“실버따리가 무슨 팬이냐?”

“아, 너무하네! 자기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실버였으면서. 나도 나름 5만 구독자 배틀튜버라고.”

“어쨌든, 당분간은 더 조심하자.”

“알았어. 나 참, 미행이라니…….”

처음엔 성지한의 말을 믿지 못하던 윤세아는 금방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기프트의 조건을 공개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미행이 붙다니?

성지한이 걱정할 때만 해도 과잉 보호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실제론 그의 우려가 맞았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타깃의 보호가 철저합니다. 화장실에서도 소환수를 붙여 놓고 있고, 성지한은 타깃과 밀착 생활하고 있습니다.]

[알았다.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말고, 계속 감시를 지속하라.]

다시 펜트하우스로 돌아온 아리엘은, 미행자의 음성을 자기 입으로 그대로 재생했다.

“어…… 중국어네?”

“그래. 단서는 그뿐이었다. 윗선이 누군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대신 미행자의 그림자에 흔적을 새겼으니, 언제든지 역추적은 할 수 있다.”

아리엘은 그리 보고했지만.

성지한은 중국어가 나온 시점에서, 윗선이 누군지 대강 추측할 수 있었다.

‘진유화 쪽이었군.’

진유화.

저번 생의 세계 랭킹 2위이자, 중국의 대기만성 기프트 소유자가 윤세아의 신변을 노리고 있었다.

‘저쪽에서 이렇게 나오면, 아예 선제적으로 나서서 제거하고 싶은데.’

성지한으로선 저번 생에서 여러 수라장을 거쳐 왔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데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진유화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중국이 좀 넓은가.

거기에 지금은 저번 생처럼 진유화가 플레이어로 유명한 것도 아니라서, 그녀의 행방을 알 방법은 요원했다.

‘일단 세아가 골드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지키고만 있어야 하나.’

성지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도륙을 내고 싶지만, 중국에서 사람 한 명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진유화가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 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상대가 바보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다.

성지한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   *   *

한편.

“벌써 대비하고 있었다고?”

“네. 아가씨.”

“그냥 쏴죽이면 되지 않아? 틈이 아예 없지는 않을 텐데.”

“상대한테 소환수가 붙어 있어서, 무리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진유화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 무리를 좀 하란 말이야.

‘소환수가 있으면 뭐 어때. 그냥 쏘면 되잖아?’

그림자 엘프란 게 얼마나 강하다고, 수십 수백 단위로 쏟아지는 총알을 어떻게 다 막겠나.

그냥 갈기면 죽을 텐데.

‘이것들이 자기 일 아니다, 이거지?’

삼합회가 강력한 범죄 조직이었던 것도 예전 일.

지금은 양지에 진출하여 합법적인 사업을 영위하면서, 조직의 폭력성도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줄어 있었다.

물론 약자에게는 아직도 강한 조직이기는 했지만, 성지한처럼 강자가 엮여 있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리스크를 지려고 하질 않았던 것이다.

‘안 되겠네.’

진유화가 윤세아를 해치우려 결심한 날짜는 바로 내일이었다.

삼합회 고위 간부인 아버지에게 부탁하여 윤세아를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짜던 중, 성지한이 한국의 배틀넷 관리국 표창장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때를 실행일로 삼았던 것이다.

아버지가 자신만 믿으라면서 붙여 준 사람이 지금 서울로 파견 나가 있었지만.

‘그 사람들에게만 맡기기엔 영 못미덥단 말이야. 거기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고…….’

진유화는 성지한이 대비하고 있는 걸 보고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일의 찬스를 놓치게 된다면, 그다음의 기회란 없을 것만 같았다.

‘대기만성…… 이 기프트는 원래 내 거였다고!’

기프트 대기만성.

이걸 먼저 얻은 건, 진유화 자신이었다.

3년 전 각성하면서 얻은 이 기프트는, 너무나도 쓸모가 없어 보여서 그녀에게 절망을 안겨 주었지만.

얼마 전에 윤세아가 자신의 대기만성 기프트를 공개했을 때, 그녀는 이것이 사실은 엄청난 보물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때 이후, 개고생을 하며 실버까지 왔는데……!’

대기만성의 특성, 하루 2회 게임 플레이 덕분에 한 달 만에 실버가 될 수 있었던 진유화.

기프트까지 E급으로 오르며, 이제는 꽃길만 걷나 했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까다로운 D등급으로 업그레이드 조건이었다.

[D등급으로의 업그레이드 조건]

-행성에서 대기만성 기프트를 유일하게 소유하라. (현재 2인) -대기만성 기프트 소유자 중, 최초로 골드 플레이어에 올라서라.

윤세아의 것처럼 설명이 다 나오지는 않아도, D등급 업그레이드 조건은 나왔던 진유화의 기프트.

그녀는 이걸 보며, 처음엔 노력해서 골드에 먼저 가 볼까 했지만.

“치사하게 버스를 타다니…….”

성지한 버스를 타는 윤세아를 레벨 업으로 따라잡을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

기프트를 유일하게 소유하는 것밖에는 없겠지.

“안 되겠어. 내가 가 봐야겠어.”

“아, 아가씨? 한국에 가신다고요?”

“그래. 지금 당장 비행기편 예약해! 오늘 새벽에라도 타면 표창장 수여식 때까지 도착할 수 있잖아!”

“아니, 굳이 가실 필요가…….”

“그러게 말이야. 화장실에서 총 쏴 버렸으면 내가 굳이 안 가도 되는데. 그치?”

진유화가 음산한 얼굴로 이야기하자, 옆에서 보고하던 남자가 식은땀을 흘렸다.

“그땐 소환수가 있어서…….”

“그런 거 다 따져서 어떻게 죽일래? 성지한이랑 떨어져 있다 치면 무조건 쏴야지!”

“그,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됐어. 내가 갈 거니까, 쓸 만한 총이나 준비하라 그래.”

“아가씨! 직접 가시면 너무 위험합니다!”

그 말에, 진유화는 비릿하게 웃었다.

내일이 아니면 이대로 끝이 나 버릴지도 모르는데, 위험이 대수인가?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기프트를 완성하지.”

“일을 하기도 전에 발각되면 어쩌시려고요!”

“발각될 일이 있겠어? 내가 대기만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진유화의 기프트에 대해 아는 사람은, 삼합회가 만든 천지길드에서도 극소수뿐이었다.

일개 외국인이 알 리가 없지.

“너네는 뒤처리나 잘할 준비나 하고 있어.”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   *

다음 날.

성지한의 짧은 방송으로 인해, 또다시 세상은 떠들썩해져 있었다.

[던전 포탈을 없앨 수 있다? 성지한, 갑작스러운 폭탄선언!]

[10대 길드에서도 스카웃하는 탐색 소유자. 로또를 맞다!]

[세계 배틀넷 협회, 기프트 ‘탐색’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실험해 보겠다고 밝혀.]

[성지한의 소환수, 쉐도우 엘프의 정체는 무엇인가?]

“와…… 삼촌 기사는 맨날 쏟아지네.”

배틀넷 관리국에서 보내 준 리무진 안.

쏟아지듯 업로드되고 있는 기사를 한참 구경하던 윤세아가 감탄하며 말했다.

“던전 관련한 발언인 만큼 낼 만하지.”

던전 포탈.

이것이야말로 세계 각 나라에서 그렇게도 죽을힘을 다해 리그 순위를 지키려고 하는 근본 원인이 아니던가.

이걸 소멸시키는 방법을 방송에서 풀었는데, 난리가 안 나는 게 이상했다.

-성지한 님 덕분에 흥신소 일 때려칩니다...ㅠㅠ 불륜 현장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아도 되겠네요.

└ 스카웃되심? ㄷㄷㄷ

└ C급인데도 이성 길드에서 정직원 제안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알고 하루 만에 연락이 오는지 어안이 벙벙하네요.

└ 헐 C급이면 다른 데도 갈 수 있음! 아메리칸 퍼스트에 이력서 써 보시져 └ 영어를 못해서……

└ ㅋㅋㅋㅋ이 님 AF 무시하시네. 그냥 기프트 C급 사진만 보내 보세요.

서포팅 기프트 ‘탐색’을 지닌 사람들이 스카웃 제안 받은 후기가 속속 들어 올라오는 가운데.

윤세아는 스마트폰을 터치하며 기사를 쭉 넘겼다.

“근데 소피아의 고백은 뒷전이네. 아…… 연예계 뉴스에 조금 있다.”

“뭘 그런 거까지 검색해?”

“소피아 진심인 거 같던데. 나한테 삼촌 어떤 타입 좋아하냐고 물어보더라.”

“세계 서포터 1등 되라 그래. 그럼 좋아할 거라고.”

“헐…….”

툭툭. 툭.

윤세아는 성지한의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빠르게 폰을 터치했다.

“좋아. 나 지금 그대로 보냈어.”

“그걸 또 보냈냐.”

“오…… 삼촌. 그러겠다는데? 대신 삼촌은 그때까지 솔로로 있으래.”

물귀신 작전인가?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럴 거다.”

지금 할 일이 태산인데, 연애 따윌 할 시간이 어디 있나.

“너나 오늘 몸조심해. 아리엘 붙여 줄 거긴 하지만, 무슨 일 있겠다 싶으면 공허의 장막 꼭 쓰고.”

“알았어.”

어제의 미행 사건만 아니었어도, 삼촌의 저런 걱정을 기우라고 생각했을 텐데.

윤세아도 이제는 좀 경각심이 들었는지, 인벤토리에서 공허의 장막을 꺼내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소드 팰리스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배틀넷 관리국.

성지한은 리무진에서 내리자마자, 관리국의 환대를 받았다.

“아이고. 성지한 님~! 빨리 오셨군요!”

특히나 그를 반긴 건, 관리국 사람들 중 맨 앞에 서 있던 한 중년 남성이었다.

통통한 체형에, 사람 좋게 생긴 중년 남성은 연신 허리를 굽혀 대며 성지한을 환대했다.

“저. 누구신지…….”

“아! 처음 뵙는군요! 반갑습니다. 신임 배틀넷 관리국장인 오규승이라고 합니다!”

“국장님이셨습니까? 아니,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아이고 아이고~ 그럴 순 없지요 이렇게 귀빈을 모셨는데! 자자. 제가 직접 모시겠습니다!”

저번 관리국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잘린 다음에 들어온 사람이라 그런지, 오규승은 성지한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몸을 낮춰 가며 행사장을 안내헀다.

“사람이 많군요.”

“성지한 님께서 표창장을 받으신다고 하니, 여러 귀빈 분들께서 관심을 가지고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원래는 대통령께서 오셔서 표창장을 수여하고 싶어 하셨는데, 외국 순방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국무총리께서 대신 오셨습니다. 이번 시상식에선 국무총리께서 직접 표창장을 수여하실 겁니다.”

배틀넷 관리국의 우수 성과 표창장.

이는 분명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와서 수여할 만큼 엄청난 상은 또 아니다.

‘근데 뭐 이렇게 사람들이 오지 못해서 난리야?’

윤세아는 적응이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성지한은 이런 대접이 익숙하다는 듯이,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받고 끝내죠.”

“하하! 알겠습니다. 제 재량으로 최대한 수여식을 빨리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행사장 안쪽까지 들어서던 성지한은, 문득 어느 곳을 쳐다보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저, 국장님?”

“예예. 말씀하십시오!”

“저쪽 분들은…… 어디서 오셨죠?”

성지한이 시선을 멈춘 곳은 다름 아닌 귀빈 테이블이 있는 곳이었다.

“저분들은 중국 대사관에서 오신 귀빈이십니다.”

“음, 중국에서요?”

“예에…… 꼭 참석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혹시, 불편하신 점이라도 있으신지.”

관리국장은 성지한의 눈치를 살피며, 저들을 괜히 받았나 전전긍긍해했지만.

“아뇨. 축하하러 오셨다는데요. 고마운 분들이군요.”

오히려 성지한은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시선은 중국 대사관의 귀빈 중, 한 명.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마시는 앳된 외모의 여인, 진유화에게 꽂혀 있었다.

‘횡재했군.’

정말.

저쪽에서 죽으러 올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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