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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11화 (11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11화>

*   *   *

대기 길드 사무실.

이하연은 흥분한 얼굴로 사무실에 찾아온 성지한을 맞이했다.

“오너님. 갑자기 길드 효과가 변경됐어요! 모든 옵션이 4레벨씩 올랐는데…… 혹시 오너님이 뭔갈 하신 건가요?”

“네. 배틀넷에서 저번 일의 보상으로 길드 관련 아이템을 주더군요.”

“아!”

이하연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이제 길드원을 20명이나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됐는데, 바로 임대 받을까요?”

“성장률 증가 효과도 늘었으니 요금을 추가해서 받죠.”

길드 인원 확장 레벨이 올라, 이제는 20명을 더 받을 수 있게 된 대기 길드.

능력치 증가 및 성장률 증가 효과도 늘었으니, 이제 임대료를 더 올려 받아서 플레이어를 데려와도 됐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70억으로 가격 측정하고, 경매 방식으로 진행할게요.”

“스무 자리 전부를요?”

“후후…… 안 그래도 임대 온 플레이어 중에 효과를 본 사람이 꽤 있어서, 소문이 난 상태였거든요.”

배런이나 왕린, 소피아 등 거액의 임대료를 내며 임대 온 플레이어들은 나름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었다.

성장률 버프를 통해, 적게는 +2, 많게는 +4의 추가 스탯을 얻었으니까.

이게 알음알음 소문이 나서, 벌써부터 여러 유명 길드에서는 추가금을 더 얹어 줄 테니 우리 플레이어를 받아 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거기에 등급이 높은 플레이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높다면 어느 정도 급입니까?”

“다이아급이요.”

성지한은 살짝 놀랐다.

다이아급이면 최상위 리그의 플레이어가 아닌가.

다이아리그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길드 옵션 중 올스탯 추가 효과가 꼭 필요했는데.

그걸 포기하고도 대기 길드에 오겠다는 건가?

“올스탯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데도 괜찮답니까?”

“네네. 올스탯 효과 없어도 충분히 리그에서 버틸 수 있다면서, 성장률 버프 효과를 누리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올스탯 효과 없이, 다이아 리그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독보적인 기프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 정도면, 이미 리그를 씹어 먹고 있는 최상위 플레이어쯤은 되야 가능한 급.

‘이러다가 대기 길드에 1세대 랭커들이 모일지도 모르겠군.’

1세대의 랭커들.

성지한은 그들에 대해선 검왕을 제외하고는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튜토리얼이 끝나고 열린 스페이스 리그에서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다수가 사망했던 탓이다.

‘세계수 연합의 간계에 제대로 걸려 버렸었지.’

엘프들은 1세대 랭커들을 거의 몰살시킨 원흉이었다.

그때 죽어 나간 랭커들의 빈자리가 워낙 커서, 배런을 위시한 2세대의 랭커들이 올라오기 전까지 지구는 연전연패를 거듭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2세대 랭커들이 성장하고 난 이후에는, 그나마 무력하게 패배하는 장면은 잘 나오지 않게 됐지만.

이미 너무 많은 패배를 했던 지구는 결국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에는 1세대 랭커들도 최대한 생존시켜야 해.’

그러기 위해서, 대기 길드 차원에서도 유망주가 아닌 랭커들도 받을 필요가 있었다.

다이아리거라 할지라도, 경우에 따라선 얼마든지 성장할 여력이 있었으니까.

“다이아 선수들도 온다고 하면 최대한 받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오너님, 그럼 경매 일정은…….”

“하연씨에게 맡길게요. 전 할 일이 좀 있어서.”

“아. 소피아 님이랑 데이트요?”

이하연이 눈을 살짝 흘기며 말했다.

“좋겠다~ 나는 휴일도 없이 불철주야 일하는데…… 오너님은 금발 미녀와 데이트하시고~.”

대놓고 야유하는 이하연.

성지한은 그런 그녀의 입을 다물게 할 필살의 카드가 있었다.

“일 많이 하는 대신, 돈 많이 벌었잖아요. 이번에 쏠쏠했죠?”

“뭐, 뭐가요?”

“제가 픽해 드린 거요.”

이미 이하연이 자신에게 돈을 걸지 않은 걸 알고 있었지만.

성지한은 능청스레 모르는 척을 했다.

“아. 아아~? 베팅요? 아. 뭐…… 그렇죠? 호호호홋!”

이하연은 시선을 슬쩍 피하며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것보다 오너님! 저한테 계속 배틀넷 관리부에서 연락이 와요. 제발 표창장 좀 받아 달라고…….”

“아직도 그럽니까?”

“네. 심지어 날짜 선택권까지 주셨어요. 새 국장님이 꼭 인사드리고 싶다고…… 부탁에 부탁을 거듭하고 가셨어요. 오늘 오너님 오실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거 보내느라 혼났다니까요?”

날짜까지 편의를 봐준다면, 골드리그에 입장하기 전에 남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래도 굳이 표창장을 받으러 갈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이번 기회에 펜트하우스를 좀 더 써야겠다고 이야기해야겠군.’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윤세아가 골드리거가 되는 10월 25일까지 무사히 시간을 보내는 것.

방비가 철저한 소드 팰리스의 펜트하우스에서 있는 게, 여러모로 유리했다.

거기에 겸사겸사 정부에 경호 인력도 요청하기 위해선 저런 행사에 한번 참여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표창장 수여식에 참여한다고 전해 주세요. 전 어느 날짜나 다 되니, 편한 시간에 불러 달라고 하시고요.”

“아. 정말요?! 네! 바로 전할게요!”

신입 관리국장에게 얼마나 시달렸던 건지, 이하연의 얼굴에 금방 화색이 돌았다.

그렇게 성지한과 이하연이 길드 관련 업무로 논의를 하고 있을 때.

부르르르-

이하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 소피아. 착륙했어요? 오너님 핸드폰 번호를 모른다고요?”

아니, 미리 약속 잡은 거 아니었어?

어떻게 번호도 몰라?

“알려 줘도 돼요?”

이하연이 핸드폰에서 얼굴을 떼고 성지한에게 몰래 속삭이자,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해요. 알려 줘요.”

“와. 쉽다. 쉬워. 나한텐 그렇게 안 알려 주더니.”

“그땐 정말로 전화번호가 기억이 안 났어요.

“아직도 그 이야기……!”

이하연은 성지한의 진실을 여전히 믿지 않고 있었다.

세상에 자기 핸드폰 번호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녀의 반응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소피아. 번호는요…….”

소피아에게 번호를 알려 준 이하연은 전화를 끊고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어디로 가시게요?”

“여기 근처 호텔 식당이나 가죠.”

“에이. 한국까지 왔는데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맛집 데려가야죠!”

“그럼 옆에 호텔 한정식집 가면 되겠네요.”

성지한은 멀리까지 갈 생각이 없었다.

소드 팰리스 옆에 마침 최고급 호텔이 있으니, 그곳에 있는 한정식집에 가기로 했다.

“저도 거기 좋아하는데.”

“맛있어요?”

“응? 안 가 보셨어요?”

“기억이 안 나서.”

“…….”

사람이 왜 배틀넷에서는 귀신인데, 이런 건 기억을 못할까?

“완전 맛있어요. 오너님도 저한테 좀 사 주셔야 해요요?”

“하연 씨야말로 돈을 땄으면, 저한테 한턱 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뭐, 그래요. 덕분에 잃지는 않았으니까. 사죠!”

잃지는 않았다.

성지한에게 걸진 않았지만, 그 덕에 배틀넷 보상을 얻어 빈털터리가 되지는 않았으니 할 수 있는 표현이었다.

성지한이 피식 웃었다.

“됐어요. 벼룩의 간을 빼먹을라. 길드 회식으로 다음에 한번 가죠.”

“아니, 벼룩이라니…… 저기. 저. 이성가 딸인데요?”

“베팅 계속하면, 게이츠 가문 딸이라고 해도 벼룩 될걸요?”

“……뭐야. 오너님한테 안 건 거 아셨어요?”

“당연히 알죠. 땄으면 자랑했을 사람이 조용한데.”

이하연은 성지한의 시선을 피하며 뺨을 긁적였다.

“아…… 그게. 오너님을 당연히 믿는데…… 시스템이라는 변수가 또 커서…… 이게 또 그간의 전문적인 식견에서 미루어 본 결과…….”

“뒤에서 가영 씨가 웃고 있군요.”

“아. 왜!”

“‘전문’에서 저도 모르게 웃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야!”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성지한 님. 성지한 님 덕에 은퇴해도 될 만큼 돈을 벌었습니다.”

그간 조용하던 임가영은 그러며 성지한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마음에서 나온 인사였다.

“너. 너…… 언제 걸었어?”

“아가씨. 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아가씨가 베팅하는 것에 반대로 걸면, 돈이 복사된다는 사실을요.”

“뭐, 뭐…….”

“하지만 늦게나마 깨달아서, 은퇴 자금을 벌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가씨. 그래도 일은 할게요.”

“너…… 헐…….”

임가영의 반대 베팅에 이하연이 말문을 잃고 있자.

“둘이 잘 푸시죠. 그럼.”

성지한은 둘이 해결하라고 자리를 빼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르르르-

핸드폰에 처음 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렸다.

“여보세요.”

[지한! 저 왔어요!]

소피아의 전화였다.

*   *   *

강남의 호텔 한정식집.

“어. 조카분도 오셨어요? 잘됐다~!”

처음에는 윤세아를 보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소피아였지만.

“세아. 이건 어떻게 먹어?”

“아. 그건 이렇게 싸 먹으면 돼.”

“아하. 맛있다!”

동갑인 둘은 어느덧 죽이 맞아서 자기들끼리 화기애애하게 놀고 있었다.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소피아는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한! 그래서 제가 저번에 했던 이야기. 궁금하지 않아요?”

외계의 성물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저번 생에서 소피아에게 아주 자세히 들었지만, 성지한은 모르는 척 물어보았다.

“궁금하죠. 한데 그거 알려 준다고 한국 올 줄은 몰랐지만요. 예고도 없이 말이죠.”

“히~ 그때 게임에서 약속한 게 예고 아니었어요?”

혀를 배꼼 내민 소피아는 곧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건 비밀이에요. 세아 너도 알지?”

“아. 스탯 포인트 안 찍은 이유? 뭔데, 뭔데?”

“배틀넷에는 말이죠. 외계의 성물이라는 게 있어요…….”

세상 중요한 비밀을 이야기한다는 듯, 목소리를 낮추며 외계의 성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소피아.

성지한은 이미 다 알고 있었기에, 그냥 듣는 척만 했지만.

“와. 진짜? 그렇게 하면 신성력을 얻을 수 있구나!”

오히려 윤세아가 옆에서 온갖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되려 별 표정 변화가 없는 성지한을 보며 의아한 듯 묻기까지 했다.

“근데 삼촌은 별로 놀라질 않네?”

“아. 이미 알고 있었거든. 외계의 성물에 대해서.”

“어머. 진짜요? 아. 어쩐지…… 예전 영상 보니까 이상한 무기 들고 계시던데. 그게 혹시 외계의 성물이었어요?”

그건 또 언제 찾아봤대.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브론즈 때 영상 말하는 거면, 맞습니다.”

“그렇구나…… 어쩐지! 오빠가 그랬거든요. 지한이 외계의 성물을 들고 있는 것 같다고.”

“오빠라면, 혹시 크리스토프 해설님?”

“응. 맞아. 내가 지한 영상 보는데 옆에서 그러더라.”

ESPN의 배틀넷 해설자 크리스토프.

성지한 관련 방송 때는 “글쎄요…….”만 남발하는 해설자였지만.

실제로는 업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해설 전문가로 명성이 높았다.

“지한 때문에 해설에 매번 실패했다면서, 기프트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지한을 정밀 분석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기프트? 크리스토프 해설자님도 플레이어셨어?”

“아. 그게……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된다?”

성지한한테만 그러는 건지 원래 그러는 건지.

소피아는 비밀로 해야 할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았다.

“우리 오빠. 서포팅 기프트를 지니고 있거든.”

“서포팅 기프트? 종류가 뭐죠?”

“아. 그게…… ‘탐색’이요.”

그녀는 그러며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이거 정말 어디 가서 이야기하시면 안 돼요?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오빠가 남들한테 서포팅 기프트 있다는 걸 말하기 싫어하더라고요. 지한이랑 세아니까 이야기한 거예요! 비밀이에요!”

“저희 말고 또 누구한테 알려 줬습니까.”

“어…… 다이애나랑, 제인이랑, 엠마랑…….”

그러며 손가락을 계속 접는 소피아.

성지한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많이도 알려 줬네요. 비밀 맞습니까?”

“다들 입이 무거워요! 괜찮을 거예요!”

소피아한테는 비밀이란 게 없었군.

성지한은 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건 그렇고. 탐색이라…… 어떤 기능이 있는지는 아나요?”

“그건 이야기 안 해 주더라고요. 너한테 말하면 안 된다나. 흥! 아 근데 아이템명이 잘 보이는 것 빼곤 뭐에 쓰는 건지 모르겠다고, 오빠가 술 마시다 화낸 적은 있었어요.”

“기프트 등급은 어떻게 됩니까?”

“저요? SS요!”

“……아니. 크리스토프 등급요.”

“아. B…… B였던 거 같아요.”

머쓱한지 빙글빙글 웃으며, 아는 걸 최대한 알려 주는 소피아.

성지한은 이를 들으며, 저번에 아리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해할 수가 없군. 이 세계에도 던전 포탈은 생길 텐데. 그걸 없애려면 ‘탐색’ 기프트를 지닌 플레이어가 필요하지 않는가?

서포팅 기프트 ‘탐색’.

지금은 전혀 쓸모가 없어 보이는 능력이었지만.

실제로는 던전 포탈을 없애기 위한 열쇠가 되는 기프트였다.

탐색에 그런 기능이 있는 줄 알았다면, 저번 생의 지구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진 않았겠지.

‘그 중요한 걸, 크리스토프가 지니고 있었단 말이지……?’

뜻밖의 자리에서 엄청난 정보를 얻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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