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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04화 (10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04화>

*   *   *

[TOP 100 실버 승급전을 시작합니다.]

[밸런스가 조절된 특수 맵, ‘습격받은 정복자의 황릉’으로 배정됩니다.]

[만물의 평등을 추구하는 언데드 연합, ‘킬 더 킹’이 정복자의 혼을 노립니다. 정복자가 깨어날 때까지, 킬 더 킹의 습격을 막아 내세요!]

외계의 언데드 연합, 킬 더 킹.

그들은 지구 멸망의 지분을 반 이상 지니고 있었다.

‘지구를 스페이스 리그에서 연전연패하게 만든 게 세계수 연합이라면…… 킬 더 킹은 청소를 담당했지.’

스페이스 리그에서 순위가 떨어진 행성에는, 던전이 더욱 많이 생성된다.

세계수 연합은 지구를 리그 경기에서 압도적으로 찍어 눌렀고.

그로 인해 생긴 던전에서는, 황금 왕관을 세 자루의 창으로 꿰뚫은 문양이 그려진 깃발을 든 언데드 군단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쉬웠다.’

처음 나온 언데드 군단이라 해 봤자 좀비나 스켈레톤.

현대의 화력으로는 충분히 감당 가능한 전력이었다.

하지만.

몇 번 격퇴당한 이후에 나타난 언데드 군단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무형의 적, 고스트는 군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지.’

북한이 현재 멸망한 것도, 결국 무형의 몬스터 때문이었다.

물론, 북한의 경우는 플레이어 육성을 국가적으로 억제해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것이었고.

다른 나라들은 마법사나 서포터 플레이어의 전력을 키우며 무형의 몬스터에 대처하려 했다.

초반에는 그래서 어느 정도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숫자에는 장사 없었지.’

던전 포탈이 한 번 생기면, 언데드는 쉬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던전 포탈에서 언데드 말고도, 여러 종의 몬스터들이 각양각색으로 나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킬 더 킹의 깃발을 든 유령 군단만 집요하게 튀어나왔다.

‘우리나라도 결국 전역에 킬 더 킹의 깃발이 꽂혔고…….’

던전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 나라는 끝이다.

튜토리얼 시즌인 지금도 이런 인식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 인식을 확고하게 만들어 준 게, 바로 킬 더 킹의 유령 군단이었다.

‘상대가 킬 더 킹이면 게임이 쉽진 않겠군.’

소환된 성지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가 수비해야 할 방위는 북쪽 지역.

‘황릉 안이 아니라, 밖이었네.’

황릉을 둘러싸고 튼튼하게 지어진 동서남북의 성벽.

성지한이 서 있는 곳은 북쪽의 성벽지대로.

예전 던전 맵에서 보았던, 흙으로 만들어진 호위병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플레이어 ‘성지한’과 하위 랭크 플레이어 9명은 북쪽을 방어하게 되며, 나머지 90명의 플레이어는 남쪽을 방어하게 됩니다.]

[가장 먼저 문이 뚫리는 쪽이 패배하며, 최하위로 랭크됩니다.]

하나둘씩 소환되는 북문의 파티원.

시스템 메시지처럼, 정말 아홉 명만 더 소환되고는 추가 인원은 배치되지 않았다.

밸런스 파괴자 성지한을 억제하겠다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

[‘밸런스 조정 대상이 되다(1)’ 업적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30,000을 얻습니다.]

‘이런 것도 업적이 있었나.’

성지한은 업적 클리어 메시지를 확인한 후, 팀원을 바라보았다.

“아…… 성지한이랑 같은 팀…….”

“하아아…… 졌구나…….”

소환된 세계 각국의 플레이어들은 성지한을 보고, 실망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어차피 TOP 100 게임은 이기든 지든, 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승급하지만.

그래도 이왕 하는 게임인 이상 이기는 쪽에 붙고 싶지, 지는 쪽에 붙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내, 내가 90위 아래라고? 말도 안 돼……!”

거기에 여기 소환된 건, 자신들이 시스템의 기준에 의해 TOP 100의 90위 아래라는 게 증명된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소환된 사람.

“오. 지한! 와! 같은 편 됐네요!”

서포터 소피아는 성지한을 보고는, 방방 뛰며 좋아했다.

“소피아? 어떻게 여기에…….”

성지한은 눈을 깜빡였다.

그녀가 여기 올 급은 아닌데?

그의 의문에, 소피아가 싱글싱글 웃었다.

“아. 저, 스탯 포인트 안 찍었거든요.”

‘외계의 성물 때문인가.’ 붙잡고 기도하다 보면, 신성력을 올려 주는 외계의 성물.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 게, 바로 미래의 소피아였지.

성지한은 그녀가 왜 능력치를 안 찍었는지 대충 예상이 갔지만.

“왜 그랬는지 안 궁금하세요?”

그녀가 가까이 오면서 눈을 빛내자, 원하는 질문을 해 주었다.

“궁금합니다.”

“히. 그쵸? 궁금하죠? 그럼 밥 사 주시면 알려 드릴게요!”

“미국에 갈 시간은 없는데요.”

“제가 한국 갈게요! 승급전 끝나고 쉴 동안 딱 좋네요!”

……밥 한 번을 얻어먹겠다고 한국을 와?

성지한은 어이가 없었다.

‘얘는 또 언제 나한테 꽂힌 거야.’

저번 생에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몸담고 있을 때도, 소피아는 성지한에게 호감을 보여 왔다.

그 시기의 성지한은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모르는 척하며 받아 주지 않았지만.

그 당시의 소피아는 꽤 진지했다.

‘그땐 이유라도 대충 짐작이 갔는데…….’

게임 내에서나, 현실에서나 몇 번이고 그녀를 구해 주고.

앞에서 적을 모조리 막아 주며 서포터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는 등.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성지한은 소피아와 팀원으로서 호흡을 맞추며 결정적인 순간을 많이 연출했다.

그래서인지 소피아 말고도,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그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지닌 서포터나 마법사들은 상당했다.

성지한이 아니었으면, 실제 전사했을 사람들이 수십 명이 넘었으니까.

‘근데 지금은 왜 이러는 건데?’

성지한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소피아를 보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 의문은, 그녀가 중증의 워리어 매니아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도저히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였다.

그리고.

이렇게 소피아가 성지한에게 접근하는 장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   *   *

=왓…… 더…… 헬…….

소피아가 성지한 팀에 소속되어, 그에게 접근해 한 대화가 방송에 그대로 송출되자, 크리스토프 해설은 말을 더듬었다.

=크리스토프! 소피아가 참 성에게 관심이 많은가 보군요! 집에서도 그런가요?

그도 그럴 것이.

소피아는 크리스토프 해설의 친동생이었기 때문이다.

=아아…… 소피아가 워리어를 동경하긴 했습니다만…….

=하하하. 크리스토프 해설이 이렇게 당황하는 건 처음 보는군요!

=캐스터님? 집에서 맨날 기도하면서 신실히 지내는 동생이 갑자기 남자를 만난답시고 외국 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합니까?!

=동생의 청춘을 응원해 주면 되죠!

=오우. 쉣…… 아니 저건 들이댈 거면 몰래 들이댈 것이지. 왜 이렇게 생중계되는 마당에…….

=그만큼 꽂힌 거죠!

=캐스터님은 저런 여동생이 없어서 좋겠습니다!

=소피아 같은 여동생이 있으면, 저야 영광이죠!

크리스토프는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캐스터를 힐끗 노려보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성지한이 좋은 거야 자기 맘이지만.

이걸 TOP 100 방송에서 터뜨리면 어쩌자는 거야!

지금 시청자 수만 해도 10억이 넘는데!

=하하. 크리스토프 해설이 당황하는 모습을 더 보여 주고 싶지만, 이제 슬슬 남쪽 방면으로 화면을 옮겨야겠군요. 아. 여긴 분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한데요?

그래도 크리스토프에게는 다행인 일이 있었다면, 방송의 포커스가 성지한이 위치한 북쪽에서, 남쪽 방면으로 옮겨 갔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곳에 플레이어 가 90명이나 있는 데다…….

=예…… 배런과 중국의 왕린에게서, 심상찮은 분위기가 느껴지는군요!

=오오오. 그렇군요. 그렇군요! 둘이 언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플레이어의 대립으로 관심이 쏠린 것이다.

“배런.”

처음 시비를 건 쪽은, 중국의 왕린이었다.

“기분은 어떠신지?”

“……뭐 말하는 거요?”

“나한테 배당률 1위. 뺏긴 기분이 궁금해서 말입니다.”

40대 초반의, 수염을 길게 기른 동양인은 배런에게 접근하여 이죽거렸다.

중국의 천마 왕린.

성지한을 제외하고는, 실버급의 워리어 중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이였다.

“시비 걸러 왔나?”

“아니. 그냥 차이를 보여 주려고 왔소만.”

배당률 최하 1위.

그건, 결국 대중들이 이번 TOP 100 경기의 우승 후보를 누구로 생각하는지 알려 주는 척도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배당률이 가장 낮게 배정된 건, 미국의 배런이 아닌 중국의 왕린이었다.

그는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배런을 비웃었다.

“그때 양보하지 말 걸 그랬소. ‘내 상태창 2개’라는 말도 안 되는 기프트를 지닌 당신의 실력이 이렇게 형편없는 줄 알았다면 말이지.”

“꺼져. 새끼야.”

“당신이 그때 올스탯 1을 거부하고 자살한 덕에. 나와 미하일은 아쉬움을 삼켰지. 성지한 님이 며칠 파티를 돌아 주긴 했지만, 그때처럼 좋은 기회는 오지 않았어.”

“올스탯 1을 놓쳐서 지금 와서 지랄하는 거냐?”

“그것도 그렇다만. 난 말이오.”

왕린은 영어가 저절로 나오는,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

“내 입에서 중국어가 아닌, 영어가 나오는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소이다.”

“그걸 왜 나한테 시비지? 니네 리그 순위가 딸린 거잖아?”

TOP 100 승급전처럼 전 세계에 송출되는 방송은.

전 세계 리그 파워 랭킹 1등을 달성한 나라에서, 중계권을 지녔다.

그리고 이 중계권은 언어의 영역도 포괄해서, 국제 대회에서는 자동적으로 미국의 언어인 영어를 쓰게 되어 있었다.

이건 한국인인 성지한이나 중국인인 왕린이나 모두 다 포괄하는 절대적인 룰이었다.

“후후. 그래서 말하러 온 거요. 뉴욕 리그는 얼마 안 있어, 베이징 리그에게 1등을 내줄 거라고.”

“하. 성적이나 내고 말하지 그래. 네 입으로는 지금, 영어를 내뱉고 있는 거 아나?”

“흥. 그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거요. 이제 얼마 안 있어, 당신 입에서는…… 그래. 광동어가 튀어나오겠지.”

“광동? 그게 어딘데? 알아듣게 말해 주겠나?”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의 플레이어가 날 선 신경전을 벌이는 걸, 중계진은 가감 없이 생중계했다.

=크리스토프! 저희 잘리는 겁니까?

=하하하. 베이징 리그가 세계 2위 리그긴 하지만, 아직 뉴욕 리그와는 파워 랭킹이 큰 차이가 나지요. 실직 사태가 일어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배런! 분발해 줬으면 좋겠군요. 천마 왕린이 물론 실버 중에서는 강력한 플레이어입니다만…… 배런이 이렇게 무시당할 급은 아니지 않습니까!

천마 왕린.

그는 분명 강력한 플레이어었다.

SSS급 기프트, 천마지체를 지닌 중국의 실버 워리어로, 두 달 전에 치러진 브론즈 TOP 100 승급전을 혼자서 완전히 찢어 버린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미국의 해설진은, 모두 ‘천마지체’보다 ‘내 상태창 2개’가 강력하다고 확신했다.

=그렇습니다! 내 상태창 2개! 희대의 기프트죠! 배런은 슈퍼스타가 될 자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잠깐, 아주 잠깐 방황했을 뿐이고요! 그는 다시 저희에게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며, 컴백할 겁니다!

=그게 이번 경기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성지한이 북쪽으로 밸런스 패치 당했으니, 이번엔 배런의 차례가 왔죠!

그렇게 플레이어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부족해 절망에 빠져 있는 북쪽.

미국과 중국의 플레이어가 반목하고 있을 남쪽의 시점에서.

둥- 둥- 둥-!

전장에, 북소리가 널리 울려 퍼졌다.

-왕을, 끌어내려라.

소리가 들려온다.

채널 0의 중계에 맞게, 영어로 뒤바뀐 음산한 음성이.

-계급을 부수어라!

-만물은, 평등하다!

킬 더 킹.

외계의 언데드 군단이 전진하며.

스켈레톤이고, 좀비고 할 것 없이.

모두가 입을 벌려 외치는 그 음산한 음성이 들려왔다.

-정복자를 끌어내려라!

-만민에게 공평한 죽음을!

-킬, 더 킹!

그 스산한 목소리는 언데드가 아니라, 마치 혁명군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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