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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01화 (10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01화>

*   *   *

“폐기…… 라고?”

성지한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아리엘에게 되물었다.

쉐도우 엘프는, 저번 생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종족.

이들의 존재는 이번에 그림자 여왕과 관련한 퀘스트를 진행하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근데 폐기라니?

같은 엘프끼리?

“너희도 마찬가지일 텐데. 완벽한 공정을 거쳤음에도, 물건에 하자가 생기면 그냥 폐기하지 않던가.”

“저렇게 생기지 않으면, 하자가 있다는 말인가?”

“그래. 위대하신 창조주인 세계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신다.”

아리엘은 입꼬리를 비틀며, 시니컬한 음성으로 말했다.

“세계수가 창조주라고?”

“그래. 엘프들은 애초에 세계수의 열매에서 태어나거든.”

“……열매에서 태어나?”

“그래. 애초에 저 판형은 생식기도 없다. 남자도 여자도 아니지.”

판형.

판형이라 했다.

아리엘은 자신이 잔뜩 소환한 엘프 형상을 그리 부르며, 말을 이어 갔다.

“그런데 위대하신 세계수께서 왜 그런 실수를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열매에서 정상적인 판형이 나올 확률은 10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나처럼 피부색이 다르고, 엘프로서는 불필요한 생식기를 지니고 있거나. 아니면…… 피부도 하얗고 생식기도 없지만, 그냥 저렇게 생기지 않은 경우도 있지.”

“그럼, 모두 폐기되나?”

“그래. 정확히는 생매장행이다. 위대하신 세계수의 비료로 쓰이기 위해서. 나도 그랬었지.”

아리엘은 아련한 얼굴로, 과거를 떠올렸다.

“열매 안에서 성장할 때, 기본적인 지식은 습득했기에 이지는 있었지만…… 생매장당할 때까지, 나는 전혀 반항할 생각을 못했다. 세계수는 그때의 나에게 절대적인 존재였기 때문이지.”

“그런가.”

“그렇게 죽은 나를 제정신으로 이끌어 준 건, 그림자였다.”

“그림자라.”

“그래…… 세계수에 선택받지 못해 생매장당한, 나머지 90퍼센트. 그들의 원혼이 모여, 그림자가 되었지.”

“쉐도우 엘프가 그럼…….”

“그래. 우리 종족은 엘프가 되지 못한 원혼의 집합체다. 영체 상태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육체를 다시 복원해 냈지만.”

아리엘은 자신의 팔을 스윽 들었다.

그러자 평소와는 달리, 몸이 투명해졌다.

“언제든지 이렇게, 영체로 되돌아갈 수 있지.”

“쉐도우 엘프의 본체는 유령이었나.”

“그래. 정확히는 그림자 여왕께 속한 유령이지.”

“저번에는 목 위만 남아도 생존한다더니?”

“그건 맞다. 영체 상태의 머리가 부서지면, 아무리 쉐도우 엘프라도 소멸한다.”

그러며 아리엘은 자신의 몸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원래 주제는 엘프였으니 그리로 돌아가자면…… 이렇게 정상적인 판형으로 나온 엘프는 강하고 생명력이 질기다. 이들은 머리가 아니라, 작은 크기의 살점만 남아도 재생하지.”

“그 정도였나?”

성지한은 입으로는 놀란 척 반문하면서도, 머리로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과연 스페이스 리그에서 만났던 엘프족은 바퀴벌레 저리가라 할 정도로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했었지.

“그래. 이들의 수준은…… 내 기준으로는 상급 종족이다.”

“쉐도우 엘프는 중상급이라며. 엘프가 더 강한 건가.”

“우린 살점 하나 남았다고 원형으로 재생되진 않기 때문이다.”

“…….”

“그리고 이들은 세계수 연합에 소속되어, 전투기계로 훈련되지.”

세계수 연합.

그들은 성지한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상대였다.

저번에 지구가 스페이스 리그에 소속되었을 때, 여기에 소속된 엘프 행성이 1등부터 5등을 모조리 차지했으니까.

“아마, 너희도 튜토리얼이 끝나면 그들을 만날 거다. 너희 행성이 참, 세계수 연합이 탐낼 만한 곳이거든.”

“지구 말인가.”

“그래. 생명체가 거주 가능한 행성 중에, 이만한 크기가 잘 없지.”

“그런데 네 말만 들으면, 엘프족은 상당히 강력해 보이는데…… 우리랑 너무 수준이 안 맞는 게 아닌가? 너는 인류를 최하급 종족이라고 했잖아. 한데 튜토리얼이 끝났다고 벌써 만날까?”

성지한은 미래의 지구가 엘프 행성 5곳과 스페이스 리그에 같이 속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리 물어보았다.

이건, 예전부터 드는 의문이기도 했다.

인류와 엘프가 같은 리그에 있는 건, 브론즈가 플래티넘이나 다이아와 같이 리그를 이루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으니까.

“세계수 연합이 그래서 지독하지.”

성지한의 물음에 아리엘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신참자들의 스페이스 리그에 참여하기 위해. 배틀넷의 시스템을 악용한다. 그래…… 쉽게 설명하면, 여기 말로 ‘부캐’를 만든다고 보면 되겠군.”

부캐.

본래의 계정 외에, 새롭게 만든 계정과 캐릭터를 뜻하는 용어.

그 용어가 여기서 왜 나와?

“저들은 스페이스 리그에 새롭게 참여하기 위해 행성을 새로 개척한다.”

“……그렇게까지? 애초에 그게 가능은 한 일인가.”

“자세한 방법은 나도 모르겠지만, 세계수를 새로 심는 게 핵심이다. 너희 우주로 치면…… 그래. 달과 같은 곳에 세계수를 심고, 생명이 잠시 살 수 있도록 만들지.”

성지한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세계수 연합 놈들은, 뭘 이렇게까지 해서 스페이스 리그에 참여하려고 하는 건가.

거기에.

“그렇게 하면, 배틀넷의 제재를 받을 텐데?”

“모든 시스템에는 허점이 있지. 세계수 연합은 이를 잘 파악하고 있다.”

“허.”

이건 마치 뉴비들이 노는 판에 고인물이 부캐를 들고 와서 깽판을 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저번 생의 스페이스 리그 순위가 그 모양 그 꼴이었나.

“그러니까 성지한. 너의 무공 이름이 중요하다.”

“갑자기 그거랑 무슨 상관이지?”

“그림자 여왕께서 최종권능을 강화할 실마리를 찾아야, 세계수 연합을 견제할 수 있게 되거든.”

“그림자 여왕이 견제를 해 준다고?”

“그래. 여왕과 세계수 연합은 불구대천의 원수니까. 애초에 본체가 성좌로 등극하게 된 별도, 세계수 연합이 지배하던 행성 중 하나였다. 여왕께서 혁명을 일으켜서 세계수를 불태우고, 쉐도우 엘프의 별로 바꾸셨지.”

적의 적은 동지라는 뜻이었다.

아리엘은 두 눈을 반짝였다.

“우리는 네가 어떻게 그 무공을 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오직, 방랑하는 무신…… 성좌를 사냥하는 성좌가 그림자 여왕의 힘을 어떻게 개조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흠…….”

“네가 아직 이를 펼칠 수 없음을 알지만,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여왕은 유추할 수 있다. 권능을 발전시킬 단서를 말이야.”

그녀는 성지한의 암영신결暗影神訣 최종무공의 이름이 뭔지,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이름을 통해, 그림자여왕의 최종권능이 더 강화될 단서를 찾아보겠다는 거겠지.

하지만.

“암영신검暗影神劍이다.”

“……뭐?”

“암영신검이라고. 최종무공의 이름.”

이름을 듣자, 아리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짜? 검이라고?”

“어.”

“장난, 아니지?”

“설마 이런 걸로 장난할까.”

“하아…….”

허탈하다는 얼굴로, 그녀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암영신검이라니. 그거 결국엔, 그냥 그림자검 이클립스와 같지 않나.”

“글쎄다. 자세한 건 나야 모르지.”

“……알겠다. 그래도 뭘 알아낼지 모르니 보고는 해 보지.”

“그래. 내가 성장하면 암영신검을 보여 줄게.”

“후우…… 언제가 될지.”

스으으으-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아리엘이 다시 성지한의 팔에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성지한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뭐, 사실은 아는 건 더 있지만.’

암영신검에 대한 정보가 더 없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저번 생에서 사용해 보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수준에서 그걸 말해 줄 수는 없지.’

실버에 불과한 성지한이, 암영신검과 이클립스의 차이점까지 알려 주기엔 아리엘에게서 얻을 게 아직 많았다.

‘그림자 여왕이 당할 시기까진 아직 시간이 있으니…….’

나중에 성장하면 알려 줘야겠다고 생각한 성지한은 이내 인벤토리를 열어 보았다.

*   *   *

[공허의 장막]

-등급 : S

-공허의 사도에게 내리는 장막.

-장막을 완전히 뒤집어쓸 시 세상과 잠시 유리되어 은신합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일 시 은신 효과가 사라집니다.

-SS등급 이하의 공격을 피할 수 있지만, 너무 오래 은신할 시 공허에 파묻힐 수 있습니다.

‘세상과 유리된다고?’ 아이템 설명만으로는 다 파악이 되지 않아, 성지한은 이걸 직접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인벤토리에서 꺼내자, 손에 쥐어지는 공허의 장막.

촉감은 두꺼운 천과 같은 느낌이었지만, 완전히 투명해서 눈에 보이질 않았다.

‘음…… 투명 망토 같은 건가?’

한번 실험해 봐야겠군.

성지한은 공허의 장막을 들고 윤세아를 찾았다.

트레이닝 룸 옆의, 배틀넷 커넥터가 설치된 방.

“세아야. 뭐 해?”

“삼촌~~! 나 벌써 20레벨이야. 미쳤어!”

그녀는 배틀넷 커넥터에 계속 앉은 채,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하고 있었다.

“20?”

“어. 오늘 14레벨 올랐어!”

아무리 성지한의 버스를 탔다지만.

말도 안 될 정도의 미친 성장이었다.

이런 결과에는, 역시 내시드 백작 사냥이 큰 역할을 했다.

‘나도 레벨 49니까 말이지.’

이번 게임 덕에 초고속으로 레벨이 올라서, 이제 승급전까지 1레벨밖에 남지 않은 성지한이었다.

“후후. 지금 무슨 장비 살지 폭풍 검색 중이야.”

검왕에게 받았던 돈으로 부동산 구매는 포기하고, 장비 맞추기에 매진하고 있는 윤세아.

그녀는 한참 쇼핑의 재미에 빠져 있었다.

“나. 새로 얻은 아이템 쓸 건데. 한번 볼래?”

“응? 뭔데, 뭔데?”

“자.”

스으윽.

성지한은 공허의 장막을 머리부터 뒤집어썼다.

그러자, 두꺼운 천이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 나더니.

“어삼촌어디야어디있어어디어디.”

윤세아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빠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정작 성지한은 장막을 뒤집어쓴 느낌이 아니라, 그냥 평소처럼 똑바로 서 있는 것 같았지만.

윤세아는 전혀 성지한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이 다른가.’

윤세아는 성지한의 눈앞에서 기이할 정도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영상을 2배 이상으로 빠르게 재생한 느낌.

‘어디, 움직이면 풀린다고 했나.’

성지한이 살짝 움직이자, 윤세아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어?”

“보여?”

“응. 갑자기 삼촌이 허공에서 팍 튀어나왔어.”

“흠.”

이거…… 쓸 만한 건가?

성지한은 영 미심쩍은 눈으로 공허의 장막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생존, 은신에 특화된 아이템이군.’

팀의 맨 앞에서 적과 싸워야 하는 전사의 스타일과는 완전히 정반대되는 아이템.

물론 위험할 때는 목숨을 구할 수단으로 쓸모가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위험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내시드 백작이랑 싸울 때도, 한 대도 안 맞은 성지한이 아닌가.

위협이 될 만한 적은, 그가 아는 한 당분간 없었다.

‘세아한테 줄까?’

성지한은 영 쓸모없어 보이는 공허의 장막을 그냥 윤세아에게 줄까 고민했지만.

‘일단, 저 공허에 파묻힌다는 내용을 좀 검증해 봐야겠어.’

아이템의 설명 마지막이 영 걸렸다.

성지한은 공허의 장막을 완전히 분석한 후, 윤세아에게 주기로 마음먹었다.

‘계속 쓰고 있으면, 공허가 날 파묻는댔지.’

*   *   *

2일 후.

[승률 1위로 실버리그를 마감했습니다.]

[‘실버의 지배자’칭호를 얻습니다.]

[TOP 100 승급전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0

[TOP 100 승급전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레벨 50을 달성할 동안.

‘……뭐야. 왜 안 파묻어?’

성지한은 현실에서나 게임에서나 온종일 공허의 장막을 뒤집어썼음에도, 부작용을 체감할 수 없었다.

“아. 이러면 세아 주기가 좀 그런데.”

부작용에 대해 확실히 알아야, 윤세아에게 아이템을 넘기지.

당분간 가지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플레이어의 수준이 실버 리그를 아득히 뛰어넘습니다.]

[강남 1 골드 리그 승급전에 참가할 자격이 같이 주어집니다.]

[어떤 승급전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적으로 떠올랐다.

성지한이 워낙 압도적인 힘을 보여서 그런지, 실버임에도 불구하고, 골드와 같이 승급전을 치르겠냐는 물음이었다.

[* 주의 : TOP 100 승급전을 선택하실 경우, 다른 플레이어와의 밸런스를 위해 페널티를 얻게 됩니다.]

성지한은 그걸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그렇게 밸런스 잘 지킬 거였으면, 세계수 연합 놈들이나 막을 것이지.

‘두 승급전에서 고른다면…… 당연히.’

성지한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하나를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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