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93화>
성지한이 방송을 켜자, 시청자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어제의 일로 인해 구독자가 확 늘어난 만큼, 생방송을 보는 시청자 숫자가 느는 건 당연했지만.
‘어…… 벌써 5만…….’
이하연은 두 눈을 깜빡였다.
방송을 켠 지 2분도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미친 듯이 유입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구독자 100만 달성 약속인 상태창 공개, 곧 시작합니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 전에 미리 띄워 두었던 방송 예고 제목이 사람들의 관심을 완전히 끌어 버린 것이다.
-오오오!
-드디어!
-상태창! 상태창! 상태창!!!
-100만 명이 이렇게 빨리 모이네 ㅋㅋㅋㅋ
-어제 일이 임팩트가 크긴 했지
-ㅇㅇ실버가 다이아를 발라 버렸으니까. 해외 뉴스에서도 톱으로 뜨더라.
성지한의 상태창을 궁금해하던 사람들은 드디어 이날이 오자 환호를 질러 대기 바빴다.
대체 뭔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저런 미친 활약을 보이는 건지.
능력이 제한된 실버가, 100퍼센트의 힘을 발휘하던 다이아를 이길 수 있는 건지.
드디어 오늘, 이 미스터리가 풀리기 때문이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성지한은 평소와 같이 여유로운 얼굴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으며.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는 이하연은 카메라를 보며 웃는 낯으로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하연이에요~. 오늘은 제가 영상 촬영과 편집, 인터뷰까지 1인 3역에 투입되었답니다.”
-아니 왜 길마님이 그런 잡무까지 다 하나요??
-돈 좀 쓰세요ㅜㅜㅠ
-ㄹㅇ 거액의 임대료 어디감
“하아아…… 여러분. 어제 사건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제가 뽑은 편집자가 사달을 내 버려서 말이죠…….”
-아.
-매료 걸었던 여자 길마가 뽑은 거였음?
-그럼 일해야겠네ㅋㅋㅋ
-어떻게 그런 사람을 뽑고도 여기서 뻔뻔하게 앉아 있을 수 있죠? 당신 때문에 지한 님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긴 해요?
극성 팬들이 이하연을 탓하려 들자, 성지한이 한마디를 거들어 주었다.
“괜찮습니다. 주은지가 이토 시즈루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여기서 길드마스터를 탓해선 안 되죠.”
-ㄹㅇㅋㅋ
-작정하고 위장해서 들어오는데 어케 알음 ㅋㅋㅋ
-맞지 나쁜 건 일본이지
-근데, 지한 님은 어떻게 미리 알고 계셨나요?
-그러게? 방송 미리 켰잖아.
카페로 진입하기 전에, 이미 예감이라도 한 듯 시점 공유를 통해 생방송을 진행했던 성지한.
주은지의 흉계를 어떻게 알았던 건지 사람들이 궁금해하자, 대답은 금방 나왔다.
“예전에도 그녀가 매료를 걸었거든요.”
“어머, 정말요? 오너님. 대체 이토 시즈루가 언제 매료를…….”
“저번에, 저희 집에서 훈련을 찍었을 때요.”
“아아! 어쩐지 저한테 오너님 훈련 영상 찍자고 권유하더니…… 전 그때만 해도 이 사람 참…… 사람이 됐다, 길드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구나 하면서 뿌듯해했는데.”
-그때부터 매료를 건 건가 ㄷㄷ
-설계 지리네...갑자기 훈련 영상 올라온 거에는 그런 속셈이 있었네
“그때는 매료에 걸린 척했습니다만…….”
그렇게 운을 뗀 성지한은 자기보다 오히려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오자, 일이 틀어졌음을 직감하고 시점 공유 방송을 틀었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문자 땜에 틀어진 건가 그럼 ㅋㅋㅋ
-보통은 먼저 연락하긴 하지ㅋㅋㅋㅋㅋ
-매혹 상태에서 이토 시즈루는 여신님 그 자체인데 선문자가 뭐임?? 아예 핸드폰 불나도록 통화 걸었지ㅋㅋㅋ-그래도 들키길 잘한 거 같네. 저런 여자는 길드에 괜히 품고 있으면 망할 뻔햇음.
성지한이 그렇게 어제의 일에 대해 설명하자.
갑자기 그의 채팅창에 후원 메시지가 떴다.
[R.E.Gates가 1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플레이어 성.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하마터면 배런도 당할 뻔했습니다.]
“배런? 배런이 왜…….”
[R.E.Gates가 1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저번에 배런이 한국에 갔을 때, 이토 시즈루가 매혹을 걸었나 봅니다. 그래서 주은지의 연락처를 알아 달라고 부탁했죠. 하지만 어제의 방송을 보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모양입니다.]
성지한은 어이가 없었다.
배런이 길드에 와서 머문 시간은 엄청 짧았는데, 대체 언제 당했던 거지?
그때.
[Barron이 10,000GP를 후원했습니다.]
[로버트 이 성스러운 $%^&야…… 왜 내 이야기를 꺼내?]
[Barron이 10,000GP를 후원했습니다.]
[내가 언제 반했어! 난 그런 적 없어!]
[Barron이 10,000GP를 후원했습니다.]
[이 %^&야. 그러니까 제발 좀 닥쳐라. 그리고 이 채널은 뭔 후원 메시지를 1만부터 쳐 받고 있어!]
배런이 최소 후원 단위인 1만 GP를 연속으로 후원하면서, 게이츠의 후원 메시지를 쭉 밀어 버렸다.
주은지에게 당한 게 자기 딴에는 상당한 흑역사로 다가왔는지, 상당히 흥분한 모습이었다.
“오너님. 아무래도…….”
“흠. 뭐, 아니라니까 믿어 줍시다. 저희는.”
-ㅋㅋㅋㅋㅋ 배런 급발진하네
-미국인 둘이 후원 팍팍 터뜨리네요^^
-근데 후원금 1만 GP에서 좀 내릴 생각은 없으신가요? 넘 비싸요 ㅠㅠ-이 채널 지금까지 거의 외국인만 후원함 ㅋㅋㅋㅋ
“아, 그거보다 더 낮추면 너무 많은 메시지가 나올 것 같아서요. 싸울 때 방해가 될 수 있거든요. 그냥 여러분의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적절히 마무리 멘트를 날린 성지한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럼 오늘의 주제인 상태창을 공개해 볼까요?”
성지한은 상태창을 띄워, 창 아래에 자그마하게 나와 있는 ‘상태창 공개’ 칸을 활성화시켰다.
“어…… 오너님, 상태창이 상당히 크시네요?”
성지한이 상태창을 공개하자마자 뜨는 커다란 반투명한 창을 보고 신기해하던 이하연은.
“와……!”
상태창 안의 세부 내역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 * *
이름 : 성지한
레벨 : 46
소속 : 실버 리그 - 강남 1 에어리어
무력 : 61
포스 : 61
검영 : 23
클래스 - 삼류무사+3
기프트 - 달의 그림자 (등급 SS)
칭호 - 왕중의 왕 - 브론즈
브론즈리그의 지배자
업적 포인트 - 150,300
“언제 레벨 46이 되셨어요……? 거기에 무력? 이건 대체 무슨 스탯이죠? 거기에 포스는 배런 님의 유니크 스탯 아니었나요?”
성지한의 상태창을 본 이하연은 침착함을 잃고, 진심으로 흥분한 듯했다.
속사포같이 쏟아지는 질문들.
그만큼 그의 상태창은, 일반적인 상태창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했다.
-뭐야 저 스탯?
-무력이랑 검영, 포스...
-포스는 배런 트레이드마크 아니었나?
-내 상태창 2개로만 얻을 수 있는 스탯이라며?
-와 근데 무력…… 포스처럼 세 줄이나 먹고 있는데?
-저거도 유니크임?ㅎㄷㄷㄷㄷ
상태창에서 스탯이 차지하는 줄 수는 능력의 희귀도를 보여 준다고 세간에 알려져 있었다.
체력이나 힘 같은 일반 스탯은 한 줄짜리 크기였으며.
다이아리그에 가면 얻게 되는 레어 스탯은 두 줄짜리 크기였다.
한데 무력과 포스, 이 둘은 상태창에서 세 줄 크기를 차지하고 있었다.
“네. 무력도 유니크 스탯입니다. 포스는 뭐, 배런의 것과 같습니다만…… 그게 꼭 한 사람만 사용하란 법은 없잖아요?”
[Barron이 10,000GP를 후원했습니다.]
[말도 안 돼!! 나의 포스를, 나만의 포스를 어떻게 네가 가지고 있지?! 이건 조작이야!!!]
성지한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배런은 조금 전보다 더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배런 열폭하는 거 봐라ㅋㅋㅋㅋ
-따지려고 천만 원 투척하는 배런니뮤ㅠㅠ
-흥분할 만하지. 포스는 배런의 독문무공 같은 느낌이라...
[Barron이 10,000GP를 후원했습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성지한!!!! 어떻게 네놈이 내 포스를 가지고 있어!!!!!!!!]
“후원 고맙네요. 배런.”
성지한은 느낌표를 남발하는 배런의 후원 메시지에 산뜻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참에 말씀드리죠. 배런 당신은 포스 좀 잘 다뤘으면 좋겠어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능력인데, 마법 강화에만 써먹잖아요.”
스윽-
성지한이 옆으로 손을 뻗자, 저 멀리 부엌에 있던 사과가 둥둥 떠서 그에게로 다가왔다.
“자. 봐요.”
성지한이 주먹을 쥐자, 사과 껍질이 허공에서 예쁘게 깎여 나갔다.
그렇게 해서 깎인 껍질은 곧 먼지가 되어서 허공에 사라지고.
사과는 각 잡혀 8등분으로 잘린 채, 허공에 반듯하게 나열되었다.
성지한은 그중 하나를 입에 집어넣은 채 맛있게 이를 먹었다.
“포스를 잘 다루니, 생활이 얼마나 편해져요?”
-ㅋㅋㅋㅋㅋㅋ
-포스로 사과를 깎네 ㅋㅋㅋㅋ
-성지한이 염동력처럼 쓴 게 포스였구나 ㄷㄷ
-배런은 저렇게 쓰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ㅇㅇ 나도 그냥 마법 강화해 주는 능력인 줄 알았음. 보호막 있고.
성지한이 보여 준 포스의 운용.
사람들은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이 되질 않아, 그저 신기하다는 반응이었지만.
포스를 다루는 배런은, 이런 미세 컨트롤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이걸 보고 충격을 받았는지, 쭉 침묵 상태로 말이 없자.
-우리 배런이... 말이 없네...
-야... 우냐?
-님들 너무 그러지 말아요 불쌍하쟈나요 ㅠㅠ
-불쌍해도 세계 유망주 랭킹 2위이고ㅋㅋㅋㅋ 후원만 오늘 5천만 원 쏨.
-아 그러네. 누가 누굴 걱정하냐. 야 우냐? 울어? 에베베베베 운대요~~~~-미친 새키들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오히려 그를 놀려대고 있었다.
한편.
“오너님, 저도 먹어도 돼요?”
“그럼요. 같이 먹죠.”
성지한은 이하연과 함께 허공에 띄운 사과 조각을 여유롭게 먹어 가며 인터뷰를 이어 갔다.
“유니크 스탯 둘에. 검영은…… 줄 수를 보아하니 레어 스탯 같네요?”
“네. 그건 레어 스탯입니다.”
남들은 레어 한 개도 다이아 가서 겨우 얻는데, 이 사람은 실버 때 벌써 유니크 2개에 레어 1개.
-저번에 아리엘이 내기 이기면 그림자 스탯 찍어 달라고 해서 뭔 소린가 했는데ㅋㅋㅋㅋ-검영 스탯 안 찍는 이유가 있누!!!
-유니크 2개는 선 씨게 넘은 거 아님?
-이미 실버가 다이아 깨부술 때부터 선은 진작에 넘었음 ㅋㅋㅋ
“이 유니크 스탯은 어떻게 얻게 되셨나요?”
“자세한 건 말씀 못 드리지만, 사라진 기프트 덕을 보았습니다.”
“아…… 이 달의 그림자가 원래의 기프트가 아니었나요?”
“네. 예전 건 유니크 스탯을 주고 사라졌죠. 달의 그림자는 브론즈 때 배리어를 부수며 얻은 겁니다.”
성지한은 유니크 스탯을 얻은 과정에 대해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대신, 이미 사라진 기프트인 ‘방랑자의 눈’을 통해 얻었다고 떠넘겼다.
“거기에 클래스 삼류무사…… 옆에 +3은 뭔가요?”
“+3은 다른 클래스들입니다.”
“어…… 올 클래스…… 인가요? 아니 클래스를 어떻게 또 얻죠?”
“그것도 제 첫 기프트가 역할을 좀 해 주었는데요.”
거기에 더 나아가.
업적 상점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던, 4개의 클래스 슬롯이라던든지.
“어머. 칭호가 두 개네요? 칭호를 어떻게 두 개나 끼실 수 있는 거죠?”
“그것도 제 첫 기프트가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
“진짜로요.”
칭호 슬롯에 대해서도.
이미 사라진 기프트 덕을 보았다고 다 떠넘겼다.
-아 ㅅㅂ 이건 아니지!
-칭호 슬롯이랑 클래스 슬롯, 유니크 스탯이 무슨 기프트 때문에 다 생기냐고!
-성지한은 진실을 밝혀라!
이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사라진 기프트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성지한에게 야유했지만.
-지한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왜 ㅈㄹ??
-그러니까~상태창~~공개한~~것만해도~~고마워해야지~~뭘자꾸설명하라냐~~^^;
-기프트 때문이라시잖아. 그냥 받아들여!
더 퍼스트의 팬들이 극한의 실드를 쳐 주며 일반 시청자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개판 일보 직전이 되어 가는 채팅창.
그래도 성지한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업적 상점 이야기까진 꺼낼 수는 없지.’
거기에 정말 크게 보면 방랑자의 눈 때문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회귀까지 하게 된 것이니, 아예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제 상태창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셨을 거라 믿습니다.”
“오너님…… 솔직히 저는 의문만 늘었는데요……?”
“남은 의문은, 여러분의 추리 능력에 맡기도록 하지요.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성지한은 이쯤에서 방송을 종료했고.
그의 상태창은 곧 전 세계 배틀넷 커뮤니티에 공유되어, 가장 뜨거운 화젯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열띤 반응을 지켜보던 배런은.
“Shit!!!”
쨍그랑!
술잔을 깨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