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83화 (8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83화>

*   *   *

“리제네레이션으로 근 성장에 필요한 회복 시간을 단축시키고, 힐과 그레이트 힐을 동시에 사용해서 근육 합성을 촉진한다…….”

“그렇습니다.”

성지한의 설명을 들은 임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꼭 힐과 그레이트 힐, 두 회복 마법을 같이 써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힐만 사용하면 근 성장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어서요. 그레이트 힐의 경우 그런 부작용을 잡아 줍니다. 그레이트 힐이 신경계의 피로를 회복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자세한 이유는 저도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성녀 소피아에게 이에 대한 기전에 관해 긴 설명을 듣긴 했지만.

서포터가 아니라서 흘려들었다.

성지한은 그냥 ‘이게 경험상 제일 효과가 좋았습니다.’라고 말하기로 했다.

자세한 기전은 다른 연구자들이 나중에 밝혀 주겠지.

“그레이트 힐이 필요한 거면. 저레벨 서포터들은 사용하기 힘들겠습니다.”

“그럼 리제네레이션만 쓰는 게 나을 겁니다. 그레이트 힐이 없으면,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거든요.”

-이런 거 꽤 고급 정보 아님?

-그러게? 막 풀어도 되나??

-근데 실제로 써먹긴 힘들 듯. 그레이트 힐 쓸 수 있는 서포터가 트레이닝을 도와줄 거 같진 않은데.

-하긴 병원 알바 뛰는 게 돈 훨씬 더 벌겠지ㅋㅋㅋㅋ

-ㄴㄴ 효과 있는 게 확실히 입증되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걸?

-ㅇㅇ 길드가 병원보다 돈 많으니까.

성지한이 고급 정보를 너무 쉽게 풀어서일까.

이걸 듣고 있던 시청자들이 오히려 걱정을 표할 정도였다.

“괜찮습니다. 이런 트레이닝 방법이 널리 알려지면 좋죠.”

채팅을 본 성지한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하자, 임가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저도 한번 체험해 볼 수 있을까요?”

“그러시죠.”

이내 임가영은 슈트 재킷을 벗고, 윤세아의 옆에 있는 스쿼트 랙에 나란히 섰다.

안에 얇은 셔츠를 입었음에도, 어렴풋이 드러나 보이는 탄탄한 근육.

그녀는 바벨에 플레이트를 마구 꽂아 넣었다.

-둘이 나란히 운동하니 예술이 되네.

-근데 드는 무게는 폭력적임...

-무게 몇을 놓는 거야 대체 ㅋㅋㅋㅋ

-내가 들면 깔려 죽을 듯 ㄷㄷ

-가영 눈나... 나보다 어깨 넓엉...

임가영이 옆에서 스쿼트를 시작하자.

“나도 해야지!”

윤세아도 자극을 받았는지 옆에서 쉬던 걸 끝내고 운동을 시작했다.

둘이 나란히 운동을 해서 서로 자극을 받는지.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 미친 듯이 근육을 혹사하는 둘.

“셔츠 좀 벗어도 되겠습니까?”

“아…… 그러세요.”

임가영은 땀에 푹 젖은 하얀 셔츠마저 휙 벗어던진 채, 나시 차림으로 근육을 찢기 시작했다.

-어우... 강하다...

-둘 다 근육 울퉁불퉁한 거 보소;;

-아아ㅡ 아무래도 대기 길드 3대 미녀 중 둘은 「탈락」해야겠구나ㅡ.

-갑자기 탈락??

-내 신부가 되기엔... 너무나도 강하다ㅡ.

-ㅡㅡ나가 뒤지세요

“흡!”

“후우……!”

두 사람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운동을 진행하자.

이를 눈을 껌뻑이며 지켜보던 이하연이, 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러분. 갑자기 헬스 방송이 되어 버렸네요. 오너님이 어떻게 트레이닝을 하는지도 봐야 하는데…….”

“저요? 그럼 지금 찍을까요?”

“어…… 힐 안 주셔도 돼요?”

“근육을 완전히 혹사시키고 난 다음에 치료 마법을 사용하는 거니까요. 한 시간은 있다가 시전할 겁니다.”

이하연은 그 말에 헬스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저 근육 찢는 모습을 한 시간이나 찍고 있을 순 없지.

“네. 그럼 오너님 트레이닝 하는 모습, 보러 가실까요?”

*   *   *

트레이닝 룸의 옆 방.

헬스 기구가 놓여 있던 트레이닝 룸과는 달리, 이 방 안에는 아무것도 놓여 있질 않았다.

“텅 비어 있네요?”

“네. 제가 수련할 땐 따로 물건이 필요 없어서요.”

성지한은 그러며, 왼손을 들었다.

“제 수련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리엘.”

스으윽-

성지한의 팔에서, 다크 엘프 아리엘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성지한을 바라보며 무덤덤한 얼굴로 물었다.

“주인. 또 ‘그거’ 할 건가?”

“응. 이번엔 더 강하게 공격해 봐.”

“좋다.”

형체를 이루었던 아리엘의 몸이 순식간에 해체됐다.

육신 대신 최초의 형태였던 그림자 기운으로 변한 그녀는, 마치 안개가 흩어지듯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번에는 한 대 맞추지.]

스으으으-

운무처럼 흩어진 검은 기운이 서로 뭉치며, 하나하나가 작은 검의 모양을 만들어 냈다.

작은 크기인 만큼 하나하나가 품고 있는 기세는 그렇게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숫자 자체가 워낙 많아서.

성지한을 상하좌우 모든 방위에서 물 샐 틈 없이 포위하고 있었다.

그 기이한 광경에 이하연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어…… 이건 어떤 수련법이죠?”

“제 염동력을 조절하는 수련법입니다. 아리엘의 검이 제 몸에 닿으면 제 패배고. 제가 저 검을 염동력을 이용하여 흘리면 이기는 거죠.”

“아하. 승패가 있네요. 지금까지 전적이 어떻게 되시나요?”

“전 지금껏 져 본 적이 없습니다. 배틀넷에서든, 수련에서든.”

성지한이 담담히 말하자, 사방에 놓인 검이 꿈틀거렸다.

[이번엔 다를 거다. 주인. 꼭 맞춰서 이기도록 하지.]

“내기한 것도 있나요?”

“예. 다음에 레벨 업을 하면 그림자 관련 스탯을 찍어 주냐 마냐로 걸었습니다.”

“아…….”

-자기 잔여 포인트로 스탯 딴 거 찍는 거네.

-ㅋㅋㅋㅋ 그럼 뭐 딱히 손해 볼 건 없는 거 아님?

-ㄹㅇ 그림자 스탯도 개사기 같은데 ㅋㅋㅋ

시청자들의 말대로, 딱히 손해 볼 것도 없지 않나?

이하연은 그리 생각하면서도, 물론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이내 수련이 시작됐다.

휙.

사방에 떠오른 작은 흑검이, 성지한을 향해 날아온다.

어떤 것은 빠르게.

어떤 것은 느리게.

예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검의 속도는 불규칙했다.

하지만.

[역시…… 안 되나?]

성지한이 지배하는 영역에 가까워지자, 검의 움직임이 제멋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성지한의 눈을 찌르려던 검은, 검 끝을 반대로 돌렸고.

그의 얼굴과 가슴을 찌르려던 검은 방향을 돌려 다른 검과 부딪쳤다.

일제히 압박해 오던 검의 비가, 서로 부딪치거나 반대로 날아가 와해되자.

성지한은 여유로운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흠. 이 정도인가?”

[주인…… 대단한 장악력이군. 그새 더 컨트롤을 향상시킨 건가.]

“다음엔 조금 더 개수를 늘려야겠어. 이대로면 영영 못 맞출걸.”

[그러려면 검영 스탯이 필요하다.]

“아직 그걸 찍을 여유는 없어서 말이야.”

검우劍雨를 완전히 막아 낸 성지한과 아리엘은 그렇게 수련을 끝내고 대화를 나누었지만.

-?

-뭐야. 설마…… 끝?

시청자들 입장에선 너무도 싱거운 결말이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너무 수련이 빨리 끝났기 때문이다.

이쑤시개처럼 작아진 검이 좀 날아가나 싶더니, 자기들끼리 엉키면서 사라져 버렸으니까.

-뭔가 임팩트는 헬스걸들이 더 강한 거 같음

-ㅇㅇ; 아니 조카는 옆방에서 근육 조지고 있는데 삼촌은 양반다리하고 신선놀음 하네?

-와. 어이없네. 지금 지한 님한테 신선놀음이라고 한 거예요? 저 수련에 담긴 깊은 뜻도 모르는 주제에!!

-응~ 근데 너도 모르잖아~

-어린놈의, , , 쉐끼들이, , , ! 이기어검이라고 들어나 보았느냐!

-할배요! 방송 보지 말고 쉬세요. 눈 나빠져요!

성지한의 극성 팬층과 라이트 팬이 서로 싱겁다 vs 아니다로 대립하고 있을 무렵.

‘어. 벌써 끝이야……?’

리포터 역할을 하는 이하연 역시 시청자들처럼 성지한의 수련이 생각보다 별거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사람. 수준이 달라.’

캠을 들고 있는 주은지의 얼굴에는 생글생글한 미소가 사라진 상태였다.

펜트하우스에 온 이후, 접근 차단 메시지가 떴을 때도 억지로 지었던 환한 미소가.

처음으로 사라진 채,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한순간, 이 공간을 완전히 지배했어.’

플레이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이하연과는 달리.

주은지는 비록 지금의 몸이 본체가 아니라 분신이라고 할지라도, 수준을 파악하는 눈은 갖추고 있었다.

‘검을 조종하는 그림자의 힘은 분명 성지한이 발휘한 힘보다…… 강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쉬워 보였다.

아리엘의 검이라고 해 봤자, 성지한에게서 시작된 힘이 아니던가.

그걸 너무 쉽게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여 주니.

-어차피 그림자검도 성지한이 쓰는 거잖아.

-자기 힘을 자기가 컨트롤하는 게 뭐가 어려움? ㅋㅋㅋㅋ

별거 아니네!

그것이 일반 대중들의 생각할 수 있는 감상이었다.

하지만.

‘그림자검에 깃든 힘이, 성지한이 공간을 지배한 힘에 비해…… 적어도 세 배는 강했어.’

‘여신’의 분신, 주은지는 성지한의 실력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둘의 대결은 싱겁게 끝난 것 같았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의 교환은 매우 절묘했다.

그림자검이 압박하는 힘은 성지한이 공간을 지배한 힘에 비해 훨씬 강했지만.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컨트롤을 통해, 힘의 열세를 쉽게 이겨 냈다.

‘그 과정 역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검의 궤도를 비틀었어.’

철저한 공간 장악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것보다 훨씬 강력한 외부의 힘을 지배한 것이다.

‘이자는…… 무조건. 무조건 일본에 데리고 가야 해. 한국에 있으면 필시 큰 후환이 될 거야.’

주은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검왕을 꼬드겼으니, 한국을 확실히 짓밟고 일본이 리그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거라 생각했지만.

성지한을 보면 볼수록, 이러한 확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야 그는 실버에 불과하지만.

‘1년이 지난다면?’

그때도 그가 실버겠는가?

다이아에 올라서, 국가대표에 뽑혀서.

일본의 발목을 잡는 최악의 플레이어로 성장하겠지.

1년 후의 성지한을…….

검왕이 쉽게 제압할 수 있을까?

주은지는 섣불리 자신할 수 없었다.

‘이 작은 반도에서 어떻게 이런 대단한 플레이어들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동아시아 리그의 경쟁국을 확실히 짓밟기 위해서라도, 성지한은 무조건 일본 소속으로 전향시켜야 한다.

그것이 나라를 위한 길이고, 고향 땅의 모두를 위한 길이었다.

“오늘 훈련은 이걸로 끝입니다.”

“아. 오너님~! 벌써 끝이세요?”

-에이. 너무 싱겁다... 지한이횽 수련을 제일 기대했는데.

-아니 저 완벽한 컨트롤을 보고도 왜 이렇게 불만임?

-ㄹㅇ; 더 퍼스트 좀 고만 나대라.

-흘흘, , ,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 ,

-할배 챗 좀 하지 말라니까?? ㅡㅡ

채팅에서는 성지한이 훈련한 영상을 보고, 너무 싱겁다며 불만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건 그저 일반인의 시선일 뿐이다.

저 훈련에 숨겨진 진면목을 파악한 주은지는, 특별한 결심을 했다.

‘……지금은, 이걸 사용할 때야.’

그녀는 오른손으로는 캠을 든 채, 왼손으로는 다이어리를 펼쳤다.

그리고.

[주인.]

검 상태의 아리엘이, 성지한에게만 들리도록 말을 걸었다.

[저기에, 아카식 페이지가 있다.]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