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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77화 (7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77화>

*   *   *

배런이 떠난 길드마스터실.

이하연은 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런 님이 오너님을 많이 의식하나 봐요.”

“그런 거 같군요. 실력이나 키우고 그럴 것이지.”

저번 생에서는 랭킹이 성지한보다 위에 있어서 그런지 안 그러던 배런이.

이번엔 눈에 보일 정도로 열등감을 분출하고 있었다.

“뭐 그래도…… 나름 세계 최고의 유망주였잖아요?”

“저놈에게 SSS급 기프트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나 다름없습니다.”

성지한이 배런의 능력을 신랄하게 비판하자.

이하연은 슬쩍 길드마스터실 문 너머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다.

……갔지?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언제 온답니까?”

“내일이랑 모레면 다 도착할 것 같아요. 아, 그러고 보니. 선수 임대로 받은 육성비는 어디에 사용할까요?”

5명의 선수를 위탁받으면 총 육성비로 한 달에 2,500만 GP, 한화로 250억을 받게 된다.

‘그 정도면 A급 성물을 사도 되겠군.’

신성력을 흡수해서 포스를 얻기 위해선, 외계의 성물 A등급을 수집해야 한다.

A등급의 성물 가격은 25억부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는 재정적인 여유가 없어서 구매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충분히 사도 되겠어.’

이젠 돈이 되니 구매해서, 능력치를 조금이라도 더 흡수해야 했다.

“흠…… 제 지분에 따라 비율에 맞춰 200억을 전용하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아니, 무슨 지분을 따지세요. 길드가 오너님 건데, 다 사용하셔도 돼요.”

“그럴 순 없죠. 길드 운영비도 필요할 텐데.”

“운영비…… 지금 뭐 드는 비용도 별로 없는걸요.”

“아뇨. 길드 키워 보고 싶으시다면서요. 마음껏 써 보십시오.”

어차피 이 돈은 이하연의 기프트가 다 벌어 온 거나 다름없으니까.

성지한은 20퍼센트는 이하연이 마음대로 쓰라고 떼어 주었다.

“아이, 정말……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이하연은 그것도 모르고, 성지한을 감동에 젖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50억이나 쓰라고 주다니.

너무 통이 크다!

“그건 그렇고. 돈이 생겼으니 이걸 좀 불려 보겠어요?”

“어…… 불린단 말씀은…….”

“저번처럼 확실한 베팅거리가 있습니다.”

200억을 죄다 A급 성물 사는 데 쓸 필요는 없지.

확실한 베팅거리가 있으니까.

“베팅…… 이요?!”

그 말에, 이하연의 눈이 번쩍 빛났다.

요즘 길드 업무에 정신이 없어서 도박사의 끓어오르는 욕망을 제대로 분출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성지한이 확실한 게 있다는 한마디에, 다시 손이 근질근질해진 것이다.

‘아…… 도박. 안 하기로 했는데…… 그래도 이번 기회에 본전만 찾을까?’

도박 중독자들이 도박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본전만 찾을까’를 생각한 이하연은, 이미 훌륭한 도박쟁이가 되어 있었다.

“네. 이번에는 괜히 머리 쓰지 말고 제 베팅만 그대로 따라 하세요. 아시겠죠?”

“다, 당연하죠! 전 이제 오너님만 믿고 갈 거예요!”

성지한의 지적에 이하연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자기 생각대로 꼬았다가, 돈 날린 것만 벌써 두 번.

이하연은 이번엔 성지한만 믿고 따르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흠, 자세가 됐네.’

이번에는 실수 하지 않겠지.

성지한은 본격적으로 말을 꺼냈다.

“12월까지가 동아시아리그 후반기 시즌인 거 알죠?”

“당연히 알죠.”

“어디가 우승할 거 같아요?”

“어…… 역시 중국 아닐까요? 일본이 검왕의 가세로 강해지기는 했지만. 원래 1등의 저력이 있잖아요?”

“아뇨. 후반기 시즌의 일본은 전승으로 우승할 거예요.”

“전승…… 으로요…….”

성지한의 단언에, 이하연의 눈이 커졌다.

일본이 1등하는 거야, 이해할 수 있었다.

검왕의 힘은 그만큼 막강했으니까.

하지만 전승은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껏 동아시아리그에서 계속 1등을 달려오던 중국과 4번을 맞붙을 텐데.

일본이 그 경기를 모두 이긴다고?

‘중국에 SSS급 기프트를 지닌 플레이어가 둘이나 되는데…….’

이하연은 도무지 이를 믿을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그가 해 온 말은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

이번만큼은 믿고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그리고요?”

“우리나라는, 전패입니다.”

“전패…… 요?”

“그만큼 검왕 전력이 빠진 게 컸죠. 지금 우리나라가 누굴 이기겠습니까?”

검왕이 빠진 한국은 올해 후반기의 지역 리그 경기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12월까지, 1승도 못 챙긴다고?

중국, 일본이야 워낙 강하니 그렇다 쳐도.

러시아 동부나 대만한테도 상대가 안 된단 말인가?

‘러시아는 서부에 플레이어들 전력을 집중시키고 있어서, 동부 전력은 약할 텐데…….’

넓은 영토를 지니고 있어, 지역 리그 참가도 두 지역으로 나뉜 러시아.

하나 러시아의 영토 중, 시베리아가 있는 동부보다는 유럽 쪽에 있는 서부가 중요했기 때문일까.

러시아의 뛰어난 플레이어는 대부분 서부 지역에 배치되어 있었고, 동부의 플레이어는 수준이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래서 동아시아 리그에서 순위를 매길 때.

중국이 압도적인 1강이었고.

일본, 한국, 대만, 러시아는 다 고만고만하게 4중으로 다투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검왕이 빠졌다지만.

러시아나 대만을…… 단 한 번도 못 이긴다고?

“그건 좀…… 믿어지지가 않네요.”

“뭐, 제가 국가대표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후반기 시즌에는 레벨이 안 돼서 참여를 못하니까요. 한국은 전패할 겁니다.”

성지한은 그렇게 확언했다.

“그러니까 일본 전승, 한국 전패에 돈을 거세요.”

“그럼 매 경기…… 따로따로 걸란 말씀이시죠?”

“네. 나중 가면 일본의 승리와 한국의 패배는 당연한 일이 됩니다. 배당률이 높지는 않겠지만…… 그것도 복리로 쌓이면 커지니까요.”

이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 배당률이 1.2배만 되어도, 10번 다 맞추면 얻는 돈은 6배가 넘는다.

‘이번엔 꼭. 오너님 말에 따라 베팅해야지!’

이번엔 제발, ‘생각’이란 걸 하지 말자.

맹목적으로 그냥 따르자!

이하연은 몇 번이고 그렇게 자신과의 약속을 했다.

*   *   *

[대기 길드, 세계 최초로 육성형 길드를 선보이다! 임대료는 한 달에 무려 50억!?]

[SSS급 기프트 2명, SS급 기프트 3명이 합류한 대기 길드. 차세대를 대표할 플레이어 가 모두 모여]

[임대료 50억 논란…… 전문가들, 이구동성으로 싼 액수라고 평가.

“다음엔 더 높아질 것.”

]

대기 길드에 5명의 유망주가 모두 합류하자.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출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순항하고 있는 대기 길드.

물론 순항하는 건 길드만이 아니었다.

[성지한, 레벨 40까지 쾌속 질주! 역대급으로 빠른 레벨 업 페이스!!]

[한 달 만에 골드 승급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돼]

[연속 1등 기록을 이어 나가는 성지한. 기록의 끝은 언제가 될 것인가?]

길드 오너인 성지한이야말로.

실버에 올라오고 나서, 브론즈 때와 변함없는 성적을…….

아니, 오히려 더 미친 퍼포먼스를 보여 주며 리그를 아예 씹어 먹고 있었다.

-요즘은 진짜 성지한 보는 맛에 산다ㅜㅠㅜㅜ

-언제 다이아 찍냐... 빨리 국가대표 좀 되어 주세요 ㅠㅠ-지금 국대 7연패인가?

-ㅇㅇ일본은 7연승 ㅅㅂㅋㅋㅋㅋ

-어우 국가 순위 대폭 하락하겠네; 이러다가 던전 생기는 거 아님?

-그전에 성지한이 국대 합류해 줄 거임 걱정ㄴㄴ

검왕이 떠나고, 동아시아 리그에서 계속 연패를 거듭하는 한국 대표팀.

암담한 소식만 들려오는 한국 배틀넷 업계에서, 성지한 관련 뉴스는 한 줄기 희망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사람들이 성지한에게 기대를 걸수록, 표정이 안 좋아지는 쪽도 있었으니.

[배틀넷 관리국장 김남태, 사직 의사를 밝혀.]

[청와대 청원 50만 돌파에 따른 사실상의 경질로 추측.]

“가관이구나.”

대한일보 회장은 기사를 보고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배틀넷 관리국장 김남태.

그는 순순히 물러날 사람이 아니었다.

관리국장 자리는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배틀넷과 관련된 이권이 상당히 걸려 있는 자리였기에 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정치인만이 갈 수 있었다.

그런 자리에 들어서서 꿀 빨던 김남태를, 이렇게 단번에 자진 사퇴하게 만든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지.’

현 시대, 배틀넷 플레이어가 중요한 건 알겠다.

근데 그래 봤자 고작 실버인 성지한 때문에, 대통령이 나서서 정치인을 경질해 버린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그게 일어난 걸 어쩌겠는가.

대한일보 회장은 수화기를 들었다.

“……내일 신문 1면에, 사과문을 올려라.”

[사과문, 말씀이십니까?]

“그래. 뭘 또 물어? 성지한 관련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김남태가 경질된 이상, 여론의 포화는 이제 대한일보에 집중될 터.

사과문만은 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대기 길드 측에 연락해서, 성지한을 광고 모델로 쓸 수 있냐고 물어보고. 예약이라도 어떻게 잡아라. 우리가 그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란 걸 세상에 알려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팍!

대한일보 회장은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으며, 이를 갈았다.

대한일보 불매 운동을 일으킨 원인이나 다름없는 플레이어에게 사과문도 올리고, 제발 저희 신문사 광고 찍어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꼴이 되었다.

이 무슨 치욕인지.

‘이 자식들……! 사과도 제대로 못 해서 일을 이따위로 만들다니……!’

회장은 한참을 씩씩대며.

애초에 일을 이렇게 만든, 손주와 손녀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   *

9월의 중순.

그간 계속 1등을 달리며, 레벨 40에 올라선 성지한.

배틀넷 관리국장이 짤리고, 대한일보에서는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미 그들에겐 관심이 사라진 성지한은 항상 그래 왔듯, 자신의 성장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여느 때처럼 밤 12시가 지나자마자 게임에 접속했고.

[실버 리그 - 강남 에어리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미션은 디펜스입니다.]

[…….]

‘뭐지?’

그간 게임을 하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로딩’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게임 입장 시 보이는 시스템 메시지는, 배틀 튜브 시청자들도 같이 볼 수 있어서.

시청자들 역시 난생 처음 보는 현상에 신기해했다.

-??뭐임?? 이번엔 또 뭐임!?

-배틀넷도 렉이 걸리나요?

-디펜스면 10개의 탑일 텐데 왜 이따구임?

-매칭 상대가 없나?ㅋㅋㅋㅋㅋ

브론즈와 게임 맵을 공유하는 실버 리그.

실버가 브론즈랑 다른 점이라면, 인베이드의 추가로 협곡 맵이 새로 생겼다는 것뿐.

다른 게임의 맵 구성 자체는 브론즈와 똑같았다.

그런데.

[디펜스 게임, ‘하나의 다리’에 배정됩니다.]

오랜 로딩 끝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서는.

전혀 다른 맵을 배정해 주고 있었다.

-엥?

-하나의 다리?

-장판파 맵?

-이거 골드리그 맵이잖아?

하나의 다리.

골드 리그에서 사용되는 맵으로, 게임의 양상이 삼국지의 장판파 전투와 비슷하다고 해서 주로 장판파라고 불렀다.

근데 이 맵에 어떻게, 실버인 성지한이 배정된 것인가?

그 이유를, 시스템이 설명해 주었다.

[더 이상 현 리그에서 수준에 맞는 상대를 찾을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상위 리그의 상대와 매칭됩니다.]

[하위 리그 소속에서의 참가 보상으로, GP & 경험치 보상 50퍼센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미친ㅅㅂ 이런 게 있었어?

-배틀넷 시청 경력만 10년짼데 처음임;

-아하... 40번 정도 1등 하면 상위 리그랑 게임하는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실버가 골드랑 ㅋㅋㅋㅋ

-지한 님 1등 기록 여기서 깨지나요? ㅠㅠ

저번 생에서도 보지 못한 매칭.

성지한은 처음 보는 현상에 눈을 크게 떴지만.

‘잘됐군.’

내심 기뻐했다.

안 그래도 이제 레벨 업이 빡빡해졌는데, 경험치 버프를 저렇게 준다면 이쪽에서 환영이지.

‘또 여기서 1등하면…… 업적 포인트를 더 얻을 수도 있겠군.’

성지한은 기대에 찬 미소를 지은 채, 골드의 디펜스 게임 맵.

‘하나의 다리’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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