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73화>
* * *
-마시드도 마력 1 오름ㄷㄷㄷ
축구의 신이라는, 현재로선 웃음거리 특성을 지니고 있는 디에고 마시드.
그의 마력도 자연적으로 1 오른 것이다.
“마시드 님은 지금 계속 1등을 달리고 있어요.”
일부러 계속 패배해서 레벨을 1까지 떨어뜨린 마시드.
클래스가 초기화된 후, 마법사로 전직한 뒤 리그를 달리는 그는 현재 미친 성적을 보여 주고 있었다.
축구공을 꼭 닮은 아라크네의 성물을 통해 마법을 사용하니, 모두가 이에 대항하지 못하고 초토화가 되었다.
마치 실버 마법사가 브론즈에 온 듯한 위력.
성지한이 브론즈리그에서 보여 주었던 압도적인 성적을, 그대로 뒤따라하고 있었다.
- 마시드 3대 트롤러 아녔음? 갑자기 왜 저렇게 된 거임?
-마법 쓰더니 개잘햌ㅋㅋㅋㅋㅋ
-햐... 근데 무슨 스탯을 저렇게 쉽게 올려?
-진짜 성장률 증가 효과가 쓸모 있는 건가?
-임가영만 안 올랐누 ㅋㅋㅋㅋ
-길드 가입한 지 일주일도 안 지났잖아. 저게 정상이지.
-ㄹㅇ안 오르는 게 당연한데 저기 끼니 비정상으로 보이네
“혹시 오너님도 스탯 오르신 거 있으세요? 공개는 안 하신다고 해도.”
“그림자 능력이 오르긴 했습니다.”
“아! 그럼 가영이 빼곤 다 효과 봤네요.”
이하연은 마침 길드 사무실로 들어온 임가영을 보며 씨익 웃었다.
조금 전까지 배틀넷 경기를 치르다 온 임가영은 이하연의 미소를 보곤 미간을 찌푸렸다.
“아가씨. 왜 절 보면서 그렇게 웃으십니까?”
“응. 가영이만 능력치가 안 올라서 아쉬워했어.”
“……곧 오를 겁니다.”
“게임 속에서도 훈련, 하는 거지?”
“무슨 훈련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렇게.”
이하연이 모니터를 돌려, 윤세아 채널의 영상을 보여 주었다.
서바이벌에서 무거운 갑옷을 입고 온종일 뛰어다니고.
디펜스 맵에서 좀비가 올라오기 전까지 스쿼트만 수백 번 반복하는 모습.
임가영은 이를 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저러면 나중에 못 싸웁니다.”
“스탯이 오르잖아. 스탯이!”
“……해 보겠습니다.”
방송에 비추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배틀넷 게임 내에서 헬스하는 것도 아니고.
저건 너무 심한데.
-않이... 체력 안배해야 하지 않음? 저 갑옷 입고 저딴 운동을 한다고?
-통각 감소 있어서 어차피 졸라게 해도 괜찮지 않나?
-배틀넷상 통각 감소랑 근피로랑은 또 다르게 작용할걸??
-미친... 저 정도는 해야 오르는구나.
“세아는 게임 끝나고도, 매일 운동하면서 살아요. 그쵸?”
“예. 제가 매일 힐 넣어 주고 있죠.”
-힐 받으면서 운동을 한다고???
-독하다 독해 ㄷㄷ
성장률 증가 효과가 가장 크게 작용했겠지만.
윤세아의 체력이 단기간에 2나 오른 데에는 이유가 있어 보였다.
-이거 근데 진짜 미쳤는데?
-스탯 1개 올리려면 렙업해야 하는데 윤세아 같은 경우는 2개 꽁으로 업한 거네?
-ㄹㅇ이런 격차를 초반에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스노우볼 오지게 굴릴걸?
-와 육성형 길드 헛소린 줄 알았는데
-지한님이~~ 하시는데~~ 당연히~~~~ 효과 있지!!
성장형 길드의 성장률은 엄청났지만, 이게 진짜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게 대중의 판단이었다.
하나, 이번 이하연의 스탯 성장 공개로 성장률이 눈에 띌 만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판명 났다.
“사실 오너님께는 이주에 한 번, 정기적으로 길드원들의 스탯 상승에 관한 보고를 올리려고 했습니다만…… 벌써 육성형 길드에 걸맞은 놀라운 성과가 나와서, 빨리 보고드리고 싶었답니다.”
그러면서 이하연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펴 보였다.
“그리고 여러 길드 관계자 여러분~ 두 자리는 이미 예약되었고 세 자리가 남았으니, 언제든지 빠른 성장을 원하는 유망주는 임대 보내 주세요! 1달에 단 500만 GP로 임대 받습니다!”
-500만 GP ㄷㄷㄷㄷ
-한 달에 50억 개비싸네;;
-근데 1달에 스탯 1, 2개만 가져간다고 하면 손해는 아님 -1, 2개만 확실히 가져가면 손해는 무슨 개이득이지 ㅋㅋㅋㅋ 1레벨 차이나 다름없는데. 다이아 가면 레벨 졸라 안 오르잖아.
유망주 육성 임대료 50억.
일반인이 보기에는 한없이 비싼 가격이었지만.
이걸로 스탯 포인트를 몇 개라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이 가격은 오히려 싼 편에 속했다.
“근데 두 자리나 예약되었다고요?”
“네. 아메리칸 퍼스트와 인민회에서 유망주 한 명씩 보내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리고?”
이하연은 카메라를 힐끔 바라보았다.
‘신 자위대에서도 임대 보내겠다고 한 걸, 보류 상태로 놔뒀다고 굳이 여기서 이야기할 필욘 없겠지.’
검왕이 나라를 뜬 이후, 한국인들이 신 자위대에 품고 있는 감정은 격렬한 증오에 가까웠으니까.
‘오늘 방송 이후, 세 자리가 금방 차면 굳이 안 받아도 되고.’
이하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포시 웃었다.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길드도, 다섯 군데가 넘어요.”
신 자위대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이 말을 마지막으로 방송을 끝낸 이하연.
이날의 방송은, 배틀넷 업계에 큰 파장을 낳았다.
실제로 성장률 증가 옵션이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으니까.
-정말로 성장률 증가 옵션이 효과가 있었다니...
-성지한이 길드마스터를 이하연으로 내세운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녀의 기프트는 뭐지?
대기 길드에 대한 조사가,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일단 남은 자리에 저희 플레이어를 보내야 합니다.
-한 달에 500만 GP라니, 너무 비싸지 않소?
-겨우 일주일도 안 돼서 스탯이 올랐습니다. 나중 가면 500만 GP는 헐값으로 평가될 겁니다.
간만 보던 타 길드에서,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유망주를 집어넣으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때 세계 최고의 유망주였던 배런도, 이 방송을 보며 생각을 바꾸었다.
* * *
요 며칠, 배런은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돼.’
TOP 100 경기 이후, 성지한은 그가 가장 경계하는 라이벌로 자리 잡았다.
그는 협곡 맵에서 정글 몬스터를 가볍게 잡고 날아다니는데.
배런은 몇 번을 시도한 끝에, 겨우 정글 몬스터 한 마리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것도 가장 약한 걸 잡았을 뿐, 더 강력한 몬스터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성장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유망주.
거기에서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성장을 해야 했다.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다!’
술이 깨고 난 이후.
머리가 차분해진 배런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대기 길드의 성장률 버프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되었으니까.
이제는 가야 했다.
“로버트. 저번에 대기 길드로 유망주 보내겠다는 거, 내가 하겠다.”
“흠. 저희 길드원 중 한 명이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습니다만.”
“누가?”
“서포터 소피아요.”
배런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서포터 소피아.
이제 19살이 된 그녀는, 배런에 이어 아메리칸 퍼스트의 차세대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서포터에게 그렇게 투자할 필요가 있겠나? 내가 가지.”
“흠. 그녀는 자신이 꼭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만…….”
“그녀를 보낼 건가? 흠…… 난 그럼 사비로라도 가지.”
로버트의 두 눈에 이채가 서렸다.
배런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오다니……
‘대기 길드의 발표가 효과가 있었나 보군.’
그쪽에서 일주일도 안 돼서 스탯이 상승한 걸 보여 줬으니까.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그 성장률 증가 효과를 누리고 싶겠지.
“저희 길드의 기둥이 되실 분에게 그럴 수는 없지요. 한 자리 더 예약하겠습니다.”
“그럼 우리 길드에서 둘이나 가는 건가?”
“그렇습니다만…….”
“그럼 우리가 직접 갈 필요 없이 저쪽 길드마스터보고 오라고 하지. 코리아까지 언제 가나? 저쪽 마스터는 어차피 현역 플레이어도 아니잖아? 우리 같은 플레이어들은 하루 이틀이 아쉽다.”
뉴욕에서 한국까지는 직행으로도 14시간.
왕복하고, 체류하는 시간까지 합하면 적어도 2일 정도는 배틀넷 플레이를 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배런은 자택에 있는 배틀넷 커넥터가 아니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을 정도로 까다로워서, 한국에 가면 그동안은 배틀넷을 전혀 하지 못할 터였다.
“알겠습니다. 한번 이야기를 꺼내 보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지.”
한편.
소드 팰리스 빌딩 옆 건물에 있는, 일본무역상사 한국지부 사무실.
신 자위대의 영입부장 다케다 카즈오가 자기 집처럼 쓰고 있는 그 공간에는 한 여자가 그의 컴퓨터 자리를 꿰찬 채 코를 후비고 있었다.
“하아암…… 배틀튜브도 지겹네.”
추리닝 차림에 화장기 없는 얼굴.
묶은 머리는 며칠 감지 않았는지 기름기가 좔좔 흐르고 있었으며.
피부는 여드름 투성이고, 끼고 있는 안경은 도수가 높은지 눈이 점처럼 작아 보였다.
“얘는 밥 사 온다더니 언제 와.”
꼬르르륵-
그녀는 배에서 소리가 나자, 입술을 툭 내밀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죄, 죄송합니다!”
문이 쾅 열리며, 다케다가 사무실 안으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오늘은 뭐 사 왔어?”
“저번에 스시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제가 공수해 왔습니다.”
“스시? 한국에서 무슨 스시야. 본국에서 먹어야지. 쯧쯧.”
“죄, 죄송합니다. 여신님…….”
여자를 여신으로 부르는 다케다.
하지만 그녀는 여신이라고 하기에는, 전혀 어울리는 외모가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흔히들 연상되는 히키코모리의 표본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냠냠…… 그래도 여기 좀 맛있는데? 본토와는 또 다른 풍미가 있어…….”
“오오! 이 무슨 자비로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흠. 먹을수록 맛있는데…… 다케다. 저거 네 걸로 사 온 거야? 나 먹어도 되지?”
“물론이죠!”
여인의 말에, 먹을 것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다케다는 망설임 없이 스시를 바쳤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지, 예전보다 얼굴 살이 홀쭉해진 다케다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인의 칭찬에 고무된 듯, 열성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 잘 먹었다. 그럼, 타깃 이야기를 해 볼까?”
“예. 신 자위대에서 임대 오퍼를 넣었는데, 저쪽에서는 안 받을 모양입니다.”
이하연이 일부러 보류하고 있는 신 자위대의 임대 제안.
다케다는 이미 그 제안이 거절될 거라 예측하고 있었다.
“흐응…… 역시, 우리에게 감정 있어 보이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때 딸도 데려올 걸 그랬나? 그럼 타깃이 조카 생각은 끔찍하니, 우릴 따라왔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그랬다가는 검왕 확보가 실패했을지도…….”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중얼거리던 여인은, 갑자기 빠르게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녀가 접속한 곳은 한국의 구인 사이트였다.
[대기 길드에서 영상 컨텐츠 편집자를 모집합니다.]
“이렇게 된 이상, 길드 스태프로 잠입해야겠어.”
다케다는 구인글을 보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저…… 외람되지만 여신께서는 편집 작업도 가능하십니까? 저거, 배틀튜브 편집 일 같습니다만.”
“흐응. 당연하지.”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자.
피부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여드름이 스르르 사라지며, 깨끗한 피부로 변했다.
“편집은…… 내 전문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