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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72화 (7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72화>

*   *   *

아카식 페이지.

이 물건은, 배틀넷에서 확률적으로 얻을 수 있는 물건인 ‘아카샤의 조각’ 25개를 조합해야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플래티넘 리그부터 확률적으로 나오는 아카샤의 조각은, 2014년까지만 해도 그 쓰임새를 몰라 방치되었다.

배틀넷 마켓에 팔려고 해도 특수 아이템이라면서 올라가지 않고 지구 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했기에, 인벤토리만 차지한다고 버리는 플레이어도 있을 정도였다.

하나 한국의 LK길드가 이 아이템의 사용법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이성에 밀려 만년 2등이던 LK 전자가 갑자기 2015년부터 엄청난 기술적 발전을 이룬 것이다.

다른 선두 기업에 비하면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액수가 현저히 적었는데도.

LK는 선두 기업의 기술력을 따라잡고, 나중엔 오히려 자신들이 기술 진보를 선도했다.

‘나중에 이 기술 발전은 아카식 페이지 때문이라는 게 밝혀졌지.’

아카식 페이지를 사용하면, 연구 개발 분야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특히 IT나 전자 분야에서 효과가 뛰어나서, 세계 굴지의 IT 기업들이 모두 아카샤의 조각을 구매하려고 안달이었다.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는 나도 알지 못했지만…….’

그 이유엔 아카식 페이지가 한참 사용될 때는 튜토리얼 시기였다는 점이 있었다.

기업들이 최대한 이 사용법을 숨기려 한 것도 있었고.

튜토리얼 이후에는 아카샤의 조각이 거의 나오지 않아, 절로 잊힌 것이다.

그런데, 아리엘은 이 아카식 페이지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믿기지가 않아.]

스으으윽.

성지한의 왼팔이 어둠에 물들더니, 그 안에서 아리엘이 불쑥 튀어나왔다.

-오. 성지한 소환수다.

-어... 저번 게임에서 봤을 때보다 모습이 좀 다른데?

-눈이 더 이뻐짐. 좀 더 생동감 있네.

-저번 검은 눈이 난 더 좋은데. 귀신같아서...ㅎㅎ

-변태냐? ㄷㄷㄷ

성지한을 주인으로 인정하기 전과, 후가 확실히 차이나는 아리엘.

그녀는 예전보다 다채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하급 종족.”

“……저, 말씀하시는 건가요?”

토종 한국인처럼 유창한 말투로, 최하급 종족이라고 하다니.

이하연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응. 너.”

“……제가 왜 최하급이에요?”

“종족이 최하급이니까.”

“그럼 왜 저희가 최하급…….”

“약하니까.”

-ㅋㅋㅋㅋㅋ갑자기 급발진하누

-아니, 지도 성지한 소환수면서..

-성지한보고도 최하급이라 하는 거 아님?ㅋㅋㅋ

“주인은 다르지. 주인은 종을 뛰어넘어, 중급쯤 된다.”

이하연의 앞쪽에 떠올라 있는, 반투명한 길드 채널 채팅창 글귀.

아리엘은 한글도 읽을 수 있는지, 순식간에 채팅을 읽으며 말했다.

“저번엔 하급이라더니. 중급인가?”

“응. 상급은 아직 무리다.”

“다크 엘프는 뭔데?”

“다크 엘프? 난 쉐도우 엘프다. 쉐도우 엘프는…… 중상급쯤 되겠군.”

그러면서 아리엘은 스마트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으으으.

어둠이 뻗어 가더니, 이하연이 쥐고 있던 스마트폰 ‘스페이스 23’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최하급 종족인 데에는 또 이유가 있다. 대체 이런 물건에 왜 아카식 페이지를 3장이나 쓴 거지?”

“보다 더 디스플레이를 플렉시블하게 만들기 위해서죠. 기존의 폴더블 폰에 비해 얼마나 부드럽게 접혀요?”

“하…… 겨우 이거 접고 펴는 것 때문에?”

아리엘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스마트폰과 이하연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카식 페이지의 진정한 가치도 모르고…… 쯧.”

-??

-이 소환수, 뭔가 알고 있다?

-아카식 페이지에 다른 용도가 있나?

-최하급 종족에게 지혜를 내려 주나요?

아리엘은 채팅창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아카식 페이지는…… ------.”

-잉?

-왜 삐 소리가 나는 거임?

시청자뿐만 아니라.

성지한과 이하연 등, 모든 사람에게 들리는 소리였다.

이건 방송에서 욕설 등 비속어를 처리하는 것과 비슷했다.

“역시 튜토리얼의 금제가 걸려 있군. 알려 주고 싶어도 못 알려 주겠다.”

스으으으-

그러더니 다시 검은 연기로 변해 성지한의 팔로 빨려 들어가는 아리엘.

그녀는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자신이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성지한의 왼손에 넘기고 사라졌다.

-아. 뭐야.

-장난함?

-똥 싸다 끊기는 기분이네.

-최하급 종족 농락하고 가누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궁금증만 유발한 채 사라져 버린 아리엘을 성토했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아리엘에겐 닿지 않을 메시지였다.

“하. 하…… 그럼. 최하급 종족이 뭣도 모르고 아카식 페이지 3개씩나 투자한, 스페이스 23 광고…… 찍으러 가 볼까요? 오너님?”

환하게 웃고는 있지만, 도저히 웃을 수 없는 말을 건네는 이하연이었다.

-길마 빡침 ㅋㅋㅋㅋㅋ

-다크 엘프가 갑툭튀해서 극딜 박고 사라졌으니ㅋㅋㅋㅋ-쉐도우 엘프임. 중상급 종족님이시잖어~-최하급이라... ㅎㅎ;; ㅋㅋ;; ㅈㅅ!!

아카식 페이지의 진정한 가치는 모른 채, 핸드폰 접는 거에 페이지 3개를 쓴 바보 취급을 당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가시죠.”

성지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갈 때.

왼팔에서 아리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 사실 아까 소리는 내가 낸 것이다. 작은 잔재주지.]

‘……뭐?’ 그 삐 소리를 아리엘이 낸 거였다고?

성지한은 어이가 없었지만.

[방송에서 이런 고급 정보를 풀 수는 없지 않는가?]

아리엘이 그리 말하자, 금방 납득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아카식 페이지의 활용도는, 지구상에서 그 누구도 모르는 유니크한 정보.

이걸 대중에게 바로 푸는 건, 바보나 저지를 일이었다.

[……방송 끝나면 알려 주겠다.]

성지한은 아리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식 페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라도.

광고 촬영, 빨리 끝내야 할 것 같았다.

*   *   *

광고 촬영 현장.

“컷! 수고하셨습니다!”

CF 촬영 감독의 완료 사인이 나오자.

-뭐야~~~~ 벌써 끝이에요?

-진짜?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내보였다.

광고 촬영이 예상한 것보다 너무 빨리 끝난 것이다.

-아니 왜 NG가 안 나냐!!!

-잘하는 걸 어떡함;

-우리 지하니 못하는 게 뭐야... ㅠㅠㅠ

-좀 못해서 오래 찍어 주지... 깐지하니 이제 언제 보겠어 ㅠㅠㅜㅜ

평소보다 여성 시청자의 비율이 높은 채팅창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와. 오너님 왜 이렇게 잘 찍어요?”

“감독님이 잘 이끌어 주신 덕이죠.”

“아이고~~ 아닙니다. 플레이어신데도 너무 잘 찍으셨어요.”

배틀넷 플레이어.

세상의 모든 괌심이 배틀넷에 집중되며.

스타 중의 스타로 떠오른 그들은, CF 업계에서 가장 핫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것과 연기력은 별개였으니.

일반 배우를 촬영하는 것에 비해, 플레이어를 촬영하는 건 매우 힘들었다.

‘근데 성지한 씨는 훨씬 수월했어.’

CF 감독은 조금 전 촬영을 떠올렸다.

처음에 몇 번 NG 사인이 난 걸 제외하곤, 성지한은 감독이 원하는 바에 딱 맞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거기에.

-혹시…… 염동력을 사용해서 핸드폰을 띄워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가능합니다.

-펼치고, 접는 것도 될까요?

-물론이죠.

CF 촬영이 너무 빨리 끝나서, 혹시나 하고 추가로 주문해 본 촬영 컨셉도 성지한은 군말 없이 받아 주었다.

‘배틀넷 관리국장이나 대한일보랑 잡음이 나기에 성깔 있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예의만 바르구먼.’

지금껏 CF촬영을 진행했던 플레이어 중에서는 반말은 기본에 난폭하거나 괴팍함을 옵션으로 단 사람이 많았는데.

이들에 비하면 성지한은 천사였다.

“수고하셨습니다. 감독님.”

“아. 예. 수고하셨습니다!”

성지한은 CF 감독에게 인사하며 생각했다.

‘미국에서 찍을 때 비하면 쉽군.’

저번 생에서의 성지한은 미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비록 아메리칸 퍼스트의 얼굴인 배런이나, 성녀 소피아를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전사로서 워낙 뛰어난 실력을 보였기에, 인기가 없을 수가 없었다.

그런 인기를 바탕으로, CF 촬영도 원 없이 했기에.

이런 짧은 촬영쯤이야 익숙하게 할 수 있었다.

“오너님~ 촬영이 제 생각보다 엄청 빨리 끝났네요. 이러면 시간이 좀 남았는데…… 길드 관련해서 보고드려도 될까요?”

이하연은 웃으며 다가오다, 카메라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아. 여러분~ 제 생각보다 촬영이 일찍 끝나서 그런데…… 여러분도 같이 보실래요?”

-????????

-설마 길드 다른 나라로 옮기나?

-뭐야. 벌써 한국 ㅃㅃ하는 거임?

-짧은 시간, 행복했습니다...

길드 보고라고 하니, 다른 것보다 나라를 뜨는 게 먼저 생각나는지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그걸 본 이하연은 손사래를 쳤다.

“에이, 무슨 나라를 떠요. 그럼 이성 광고 찍은 건 어떻게 되겠어요. 그쵸, 오너님?”

-아. 그러네?ㅋㅋㅋㅋㅋㅋ

-그래. 그럼 이성 광고 한 의미가 없잖아.

“뭐, 세상일은 모르는 거죠. 절 싫어하는 분들이 워낙 많으셔서.”

성지한이 의미심장하게 이야기하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형아야…… 농담이죠?

-오빨 누가 싫어해요 ㅠㅠㅠㅠ

-어떤 놈이야! 관리국장? 아님 대한일보?

-걔들 끝난 거 아니었음?

-공식 사과 안 했잖아.

-아니, , , 쓰으, , , 발~ 감히 어떤 놈이 우리 지한님에게, , , !!

-이거 묵과해서는 안 됩니다... 더 퍼스트 차원에서, , , 조져야 합니다!!

-아니 으르신들 이거 계속 보고 계셨던 거임?

-할배들 화났다 ㄷㄷㄷ;

-이거 옛날 검왕가의 향기가 느껴지는데 ㅋㅋㅋㅋㅋ

남녀노소가 채팅창에 모두 보이는 상황.

성지한은 그걸 보고 슬쩍 미소 지은 채 말했다.

“여러분. 아직은 어디 갈 생각 없으니 안심하세요. 일단 새 영상이 바로 올라올 테니…… 같이 보고 들어 볼까요? 마스터님?”

“아. 네. 그럼 길드 사무실 가서, 바로 생방송 진행할게요~ 좀 이따 봐요~!”

이하연이 손을 흔들었지만, 채팅창의 분위기는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성지한의 적이라면 그 누구가 되었든 조져 버릴 분위기.

이하연은 그 채팅을 바라보다, 성지한에게 물었다.

“오너님…… 진짜 나라 옮기실 생각이세요?”

“아뇨. 아직은 생각 없어요.”

“그럼 왜…….”

성지한은 주위를 슬쩍 바라보다, 이하연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이렇게 어그로를 끌어야 다음 영상도 많이 따라올 거 아니에요?”

“헐.”

그래서 그런 거였어?

“굳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거기에 공식 사과가 없는 건 사실이잖아요.”

씨익-

성지한이 입가에 미소를 짓자, 이하연은 등골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겸사겸사 한 거구나.’

역시 절대 적으로 돌리면 안 될 사람이야.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성지한과 함께 길드 사무실로 향했다.

*   *   *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희 대기 길드와 관련된, 중요 보고가 있어서 또 이렇게 영상을 찍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길드 채널의 생방송을 다시 연 이하연은.

-아니, 중요 보고라니...

-형 한국 떠나는 거 아니죠? ㅠㅠㅠㅠ

-관리국장 해임 건의 국민 청원 좌표입니다. 모두 동의해 주세요~-뭐여 청원 올라온 지 30분 만에 2만 돌파했는데ㅋㅋㅋㅋㅋㅋ-이게... 더 퍼스트의 위엄?

성지한이 성공적으로 어그로를 끈 결과를 보게 되었다.

이러다가는 주객이 전도될 상황.

“아. 오너님 안 가신대요! 중요 보고 안건은 그 문제랑 연관이 없는 거예요. 그쵸, 오너님?”

“네. 맞습니다.”

이하연은 황급히 이를 진화하며, 본론을 꺼냈다.

“자자. 그것보다…… 상태창을 공개한 저희 세 길드원의 상태창 한번 봐 보시겠어요?”

윤세아와 디에고 마시드, 거기에 임가영의 상태창이 Before와 After로 나뉘어 공개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윤세아의 상태창이었다.

-어. 윤세아 체력이 13인데?

-레벨 5에 잔여 포인트 +3 그냥 남겨 둔 채인데...

-원래 11에서 스타트했는데? 그럼 2 오른 거임?

-리그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일주일 만에 체력 2를 올렸다고? 실화냐!

저번에 +1 오른 뒤, 5일 동안 체력 1을 더 올린 윤세아.

하나 놀라운 성장을 보여 준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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