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71화 (7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71화>

*   *   *

“벌써 체력이 하나 올랐다고?”

“응. 삼촌. 역시 버프 효과 엄청나더라!”

이하연의 연락을 받고 길드로 온 성지한은 윤세아의 체력이 벌써 1이 또 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각성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지구 최후의 10국 시기.

레어 스탯 근성을 얻기 위해, 2군 길드 시스템이 잘 갖춰진 그때에도.

100일 안에 10의 체력을 올리는 플레이어는 10명 중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그만큼 자연적으로 스탯이 오르는 건 무지막지하게 힘든 일이었는데…….’

윤세아는 지금 각성한 지 일주일 만에, 체력이 2나 올랐다.

‘대기만성…… 역시 배런이 경계하던 기프트인가.’

배런은 언제나 랭킹 2등인 중국의 진유화를 경계하곤 했다.

그녀가 랭킹 포인트를 따라잡는 속도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최후의 10국 시기가 조금 더 지속되었으면, 진유화가 세계 1등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오너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어요!”

이하연은 의욕 넘치는 표정으로 말문을 꺼냈다.

“뭡니까?”

“이번에 세아가 이뤄 낸 놀라운 성과를 널리 널리 알려야 하지 않겠어요? 대기 길드의 버프 능력도 크게 홍보할 겸 말이죠!”

“그렇군요.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저희 길드 채널은 사실 오너님만 보고 온 사람이 많아서, 지금 이 사실을 길드 채널에서 발표해 봤자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할 거예요.”

성지한은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글쎄요. 능력치 상승이 워낙 빨라서 사람들이 꽤 관심을 보일 거 같은데요.”

“그거야 그렇죠. 하지만 저희 길드가 도달해야 할 목표치를 생각하면 더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하답니다!”

“도달할 목표치라니…….”

“역시, 세계 최고 아닌가요?”

세계 최고라니?

대기 길드를 번창시키기 위한 이하연의 파이팅이 너무 넘쳤다.

“그래서 말인데…… 오너님.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어떤 도움이 필요합니까? 제 채널에서 공개하면 되나요?”

구독자가 60만을 돌파한 성지한 채널.

여기서 이야기하면, 길드 채널보다 훨씬 좋은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터.

하나 이하연은 그 제안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엄청 도움이 되겠지만…… 너무 오너님 채널에만 의존하다가는 매번 홍보할 일 있을 때마다 오너님에게 부탁할 것 같아서요.”

“그럼…….”

“음, 그것보단 길드 채널을 성장시키는 게 나중을 보더라도 나을 거 같아요.”

“그건 그렇죠. 그럼 어떻게 도우면 되죠?”

“오너님. 혹시 기억하고 계시나요? 이성에서, 오너님 광고에 대해 매니지먼트 하겠다는 거.”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광고 활동에 있어, 이성 그룹의 매니지먼트를 받는 것이 이하연의 영입 조건 중 하나였지.

“실버 땐 광고 한 달에 한 번 찍겠다고 했었죠.”

“네. 그 1번의 기회, 지금 쓰고 싶어요.”

“갑자기 광고를요?”

“네. 사실 이성전자에서 신규 스마트폰 광고 모델 제안이 들어왔거든요…….”

“…….”

왜 이야기가 길드 채널 성장에서 갑자기 광고 모델로 바뀌는 것인가.

이하연은 겸연쩍은 듯, 말꼬리를 흐렸다.

“헐. 삼촌! 핸드폰 광고 모델 하는 거야? 대박.”

“네. 다른 데에서 제안 온 거는 커트했는데, 이성전자에서 직접 부탁하는 건 아무래도 말씀을 드려야 할 거 같아서…….”

“다른 데에서 한 건 왜 안 찍어요?”

윤세아가 이하연을 바라보며 의아해하자, 성지한이 대신 답해 줬다.

“한 달에 하나만 찍기로 했어.”

“왜? 찍을 수 있을 때 찍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굳이 많이 찍을 필요는 없거든.”

몸값이야 계속 오를 터, 지금 광고를 미리 찍을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이성전자의 광고 건은 길드마스터의 사정을 생각해서 찍는 게 좋겠지.

“좋습니다. 이성 건 찍죠.”

“아! 괜찮으신가요?”

성지한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근데 이거랑 채널 성장이랑 무슨 상관이죠?”

“아, 그게 말이죠. 광고 촬영할 때, 메이킹 영상을 길드 채널에서 중계하고 싶어요.”

“메이킹 영상…… 그런 걸 사람들이 볼까요?”

안 그래도 광고 나오면 채널 돌리거나 넘어가기 누르는 게 일반적인데.

그 광고를 찍는 걸, 사람들이 무슨 재미로 본단 말인가?

성지한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반문했지만.

“오너님. 지금 오너님 팬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는 거 아세요?”

“팬 카페라니…….”

“8.15 한일전 이후 현재 검왕가는 거의 와해된 상태예요. 그렇게 모였던 전 국민적인 팬덤이 그냥 사그라지나 싶었는데…… 오너님이 갑자기 등장하신 거죠.”

한일전 이후로도, 한국 대표팀은 여러 번의 동아시아 리그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연전연패하는 중이었다.

압도적으로 꼴등을 기록 중인 한국.

배틀넷 국가 순위도 올해는 대폭 하락할 게 확실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지한이라는 초대형 유망주의 등장은 한국에 있어서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유망주라는 배런을 압도적으로 꺾고, 지금까지의 모든 배틀넷 경기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세계 최고의 길드인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백지 수표를 내밀 정도로 구애를 하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무슨 이유에선지 아직도 한국에 남아 있다?

국민 스타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판국이었다.

“지금 가장 큰 팬 카페 이름이 더 퍼스트라고 하던가? 그럴 거예요.”

“맞아요. 더 퍼스트. 삼촌이 맨날 1등 해서 지어진 이름이거든요.”

“세아야, 너 꽤 잘 안다?”

“헤헤, 나도 가입했거든!”

“…….”

얘는 무슨 삼촌 팬 카페를 가입하는 건지.

성지한은 어이가 없었지만, 어쨌든 이하연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 수 있었다.

“팬이 생겼으니까, 그들이 광고 보러 올 것이다?”

“예. 광고 메이킹 영상을 길드 채널에서 생중계로 진행하면 많이 보러 올 거예요. 그럼 광고 촬영 끝나고…….”

의욕 넘치는 표정으로 그다음 과정을 설명하는 이하연.

메이킹 영상에서 길드 홍보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들으며.

성지한은 생각했다.

‘지분, 잘 준 거겠지?’

처음엔 그저 버프 셔틀로 생각했던 길드가, 의욕 넘치는 길드마스터에 의해 걷잡을 수 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그래…… 길드 업적도 깨야 하니까.’

업적 포인트를 얻기 위해 길드를 키운다고 생각하자.

성지한은 그리 결론 내리며, 귀찮은 일을 대신해 줄 길드마스터에게 힘을 실어 주기로 마음먹었다.

*   *   *

5일 후, 대기 길드 채널.

-지한 님~~ 이성전자~~ 광고 찍는~~ 날이 오늘~~~ 맞죠????

-네네 맞워요~ 오홍홍홍!!!!

실시간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수만은 넘는 시청자가 채팅창에 접속해 있었다.

-실딱이가 핸드폰 광고를 찍네 ㅋㅋㅋㅋ 어처구니가 없다 ㄹㅇ-실버가 찍는 게 아니거든요!!! 지한 님이 찍는 거거든요!!!!

-너 검왕가였지? 말투가 딱인데?

-거긴 이미 탈덕했거든?ㅡㅡ

-대한의 건아 성지한 님 자랑스럽읍니다...^^ 멋진... 광고... 기대합니다...^^-더 퍼스트 일동, 응원합니다!!!!!!

요즘 들어 부쩍 늘은 여성 팬과, 검왕 이후 오랜만에 국뽕 맛을 본 중장년 시청자들이 채팅에 참여하며, 길드 채널 채팅창은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 있었다.

8.15 한일전 이후, 한국 대표 팀이 지역 리그 경기에서 연전연패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성지한의 팬층은 더욱 넓어졌는데.

한국 배틀넷 상황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요소가 성지한 하나였기 때문이다.

-오. 시작된다.

3분 후, 검은 화면이 재생되며 스트리밍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길드마스터 이하연입니다~”

한껏 꾸민 이하연이 나오자 채팅창이 남자들로 인해 도배되었다.

-ㅗㅜㅑ!!!!!

-오늘도 클라쓰가 다르시네... 앞으로 광고는 길마가 찍어야 하는 거 아님?

-그냥 노가리만 까도 조으니까 채널에서 방송 많이 틀어 주세여... 헤으응... 보고 싶었어여...

-ㄹㅇ 나 성지한보다 하연이 보러 옴

-나도 ㅋㅋㅋㅋ

“말씀 감사합니다! 여러분~ 그래도 오늘의 주인공은 따로 있죠! 자, 저희 오너님을 뵈러 가 볼까요?”

이하연은 촬영팀과 함께, 분장실에서 메이크업을 마치고 있는 성지한 쪽을 향해 다가갔다.

“오너님! 와~ 안 그래도 멋있는 얼굴이, 메이크업 하니까 완전 빛이 나네요~!”

“……지금부터 영상 찍는 겁니까?”

“네. 원래 지금부터 찍어 줘야죠. 이 헤어스타일 잘 어울리세요~ 그쵸, 여러분?”

-와 지한니뮤ㅠㅠㅠㅠㅠㅠ

-평소처럼 덮지한도 멋있지만 깐지한도 ㅠㅠㅠㅠㅠㅠㅠㅠㅠ-수업 째고 보길 잘했어 ㅠㅠㅠㅠ

-빡치누

-왜 화남?

-잘생겨서

-ㅇㅈㄸㅇㅈ

안 그래도 플레이어 중에서 잘생긴 외모로 나름 인기를 끌던 성지한이었다.

한데, 평소처럼 이마를 덮은 상태가 아니라 이마를 드러내 헤어스타일을 정돈하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오늘 오너님 나오신다고 하니까 동시 시청자가 벌써 삼만 명 넘게 모였어요~ 평소의 삭막하던 길드 채널이 아니라고요!”

“꼭 저 때문이겠어요. 길드 채널도 상당히 성장했던데.”

“오너님 채널에 비하면 새 발의 피죠. 자자~ 여러분! 오늘 광고하는 물건이 어떤 건지 혹시 아시나요?”

이하연의 질문에, 황급히 대답이 올라왔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스페이스 23 차례 아입니까?

-LK전자에게 밀리는 점유율을 단번에 뒤집을 이성의 회심의 역작!

-LK를 뒤집긴 개뿔이ㅋㅋㅋㅋㅋ 이성 알바 너무 티 내는 거 아니냐 -ㄹㅇ이성이 LK전자를 휴대폰으로 어케 이김 ㅋㅋㅋㅋㅋ LK전자의 스마트폰을 이성보다 우위에 두는 대중.

이건 2020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와. 옛날엔 우리가 훨씬 잘나갔는데…… 그놈의 배틀넷만 아니었어도!’

이하연을 채팅을 보고 발끈하려던 걸 참으며, 애써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이번엔! 다릅니다! 정말 회심의 역작이라고요!”

-그러는 길마 눈나 폰도…… 어? 스페이스 모델이네.

-저거 세컨 폰임. 저번에 오렌지폰 쓴 거 내가 봄~^0^-방송 때문에 폰세탁하다니 실망이야.

“아니! 무슨 소리예욧!!! 저 이성 폰만 써요! 오렌지폰 쓰면 집에서 쫓겨난다고요!”

-응? 어떻게 쫓겨나는 줄 알지? hoxy...

“아니라고!”

-ㅋㅋㅋㅋㅋ 길마 리액션이 맛집이네. 놀리는 맛이 있구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재벌녀 놀려 보냐?

-근데 ㄹㅇ 재벌녀 맞음? 재벌이 왜케 이뻐;

-진짜 재벌녀임. 그러니까 세상이 불공평한 거야.

성지한은 시청자들과 적절한 리액션을 섞어 가며 대화하는 이하연을 바라보았다.

‘내가 굳이 안 나와도 떡상했을 채널 같은데…….’

저번에 길드 채널에서 한 번 나왔음에도, 인터넷에서는 이미 ‘재벌 여신’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이하연.

그냥 그녀가 길드에 관련해서 브리핑 방송만 해도, 금방 채널이 성장할 거 같았다.

“하아. 진짜…… 어쨌든! 이번엔 다릅니다. 저희 이성이 놀라운 혁신을 이뤄 냈다고요! 자, 이것 보세요!”

이하연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이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스페이스 23을 꺼냈다.

겉모습은 2020년에 유행하는 스마트폰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모습.

하지만 이하연이 스마트폰을 펴고 접자.

액정이 부드럽게 늘어나고, 또 접혔다.

-오 자신만만한 이유가 있었네?

-LK 폴더블폰보다 좋아 보임.

근래 새롭게 유행 중인 폴더블 스마트폰.

이성이 내놓은 스페이스 23은 기존의 것에 비해, 확실히 디스플레이의 성능이 한 단계 더 뛰어났다.

사람들의 반응이 괜찮아 보이자, 이하연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성 길드에서 전자에 아카식 페이지 3개를 제공해서 얻어 낸 기술 혁신이랍니다!”

-아카식 페이지를 3개나?

-이성 칼 갈았네ㄷㄷㄷㄷ

아카식 페이지를 사용했다는 소리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시청자들.

그런데 이에 관심을 보이는 건, 일반 시청자뿐만이 아니었다.

[아카식 페이지?]

지금껏 성지한의 왼팔 안에서 가만히 있던 아리엘이.

[설마 그걸…… 이딴 물건에 썼다고?]

어처구니없다는 목소리로 말을 꺼낸 것이다.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