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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70화 (7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70화>

*   *   *

“그건, 성좌만이 답할 수 있다.”

성지한이 오히려 쉽게 납득하는 아리엘의 의중이 궁금해 물어보았지만.

그녀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은 칼같았다.

“대답할 수 없어서 미안하군. 주인.”

아리엘이 말을 끝내자.

[그림자 여왕의 분신, ‘아리엘’에게 주인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아리엘’의 소환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기프트 ‘달의 그림자’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스탯 검영이 1 오릅니다.]

호칭이 변한 것뿐만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도 여러 효과가 나타났다.

“호오.”

정식으로 주인으로 인정하겠다고 하더니, 이런 부수적인 효과가 있을 줄이야.

질문에 한 번 고개를 끄덕여 준 것치고는 괜찮은 대가였다.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자니, 아리엘이 성지한의 팔에서 점프했다.

슈우우욱-

팔 아래로 떨어지던 아리엘의 몸이 커져, 성지한의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크기가 되었다.

“이제 좀 움직일 만하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던 아리엘이 입을 열었다.

“아까 대답할 수 없다고 했던 이야기. 지금은 조금이나마,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방금은 말 못한다고 하더니?”

“그대를 주인으로 인정하고 나니, 시스템에서 제약을 조금이나마 풀어 준 모양이다.”

아리엘은 방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성좌에 대해 아나?”

“글쎄. 자세한 건 모르겠군.”

성좌.

전생에서 지구의 멸망까지 지켜보았던 성지한이었지만, 아직도 그들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적었다.

성좌들 대부분이 스페이스 리그에서 연전연패하는 지구를 보고 답이 없다 판단하고,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별의 대표이자, 주인. 그리고 자신의 종의 한계를 초월한…… 신으로 거듭난 존재이지.”

“그래? 성좌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군.”

이미 이 정도 사실은 알고 있는 성지한이 심드렁하게 대답하자, 아리엘이 슬쩍 웃었다.

“주인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나 보네. 그럼 이건 아나? 성좌는, 배틀넷에서 생겨난다는 사실을.”

“……뭐라?”

“배틀넷에서 레벨 777이 되면, 성좌가 될 자격이 갖춰져.”

성지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레벨 777?

장난으로 하는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777레벨이 가능한 수치인가…….’

튜토리얼 시기 때는 다이아리그가 최고 리그지만, 튜토리얼이 끝나고 나면 마스터 리그, 그랜드마스터 리그가 생기며.

그리고 그 위에, 최고 중의 최고만이 올라갈 수 있는 스타 리그까지 개방된다.

하나 최고의 리그인 스타 리그에서도, 도달할 수 있는 한계 레벨은 500.

777과는 아득한 차이가 있었다.

“777이 어떻게 되지? 다이아 최고 레벨은 지금 250인데.”

“이에 관련된 정보는 제한이 걸려 있어. 다만…… 튜토리얼이 끝나면 자연히 알게 될 거야.”

“참 제약도 많군.”

“어차피 중요한 건. 방랑하는 무신에 대한 내용 아니야?”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좌가 된다는 레벨이야, 한낱 레벨 31인 성지한에겐 먼 미래의 이야기.

그것보다는 이전의 후원 성좌였던 방랑하는 무신에 대한 내용이 중요했다.

“대부분의 성좌는, 그들이 태어난 별에 얽매여 있어. 그것은 그들의 근간이 자신들의 모성이기 때문이지. 별이 파괴되면, 성좌의 권능도 축소되다가…… 결국 그들도 소멸하고 마니까.”

“그렇군.”

“하지만 방랑하는 무신은 달라. 그는 성좌이되, 별에 얽매이지 않는 존재야. 오히려, 자신만의 별을 창조했지.”

아리엘은 손바닥을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손 일부가 어둠으로 변해, 하나의 구를 만들어 냈다.

구의 표면은, 가시가 솟아오른 것처럼 뾰족뾰족한 게 올라와 있었다.

“이 흑색의 별은, 방랑하는 무신이 머무는 별. 투성鬪星이다. 하나 성좌들은 이곳을 다르게 칭하지.‘성좌의 무덤’이라고.”

“성좌의 무덤?”

“그래. 무신은 성좌를 사냥하여, 투성에 박제해. 저 별에 잡힌 성좌는 무신에게 자신의 힘을 계속 빼앗기지.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한 채로.”

그러면서 아리엘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주인이 사용했던 흑마력. 그 힘은 단언컨대 본체의 것과 너무나도 흡사했어. 하나 본체는 무신에게 습격받은 적이 없었어…… 아니, 습격받을 거라곤 생각도 못하고 있지.”

성지한은 그 말에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내가 무명신공의 상승무류를 얻게 된 건, 꽤 미래의 일.’

저번 생에서 성지한이 다이아리그까지 성장하고, 무명신공 스킬의 숙련도가 올랐을 때.

그제야 비로소, 그는 세 가지의 신결을 터득할 수 있었다.

이 일은 시기로 따지면, 지금보다 몇 년이 더 지난 후에 일어났으니…….

‘설마, 그 몇 년 사이에 방랑하는 무신이 그림자 여왕을 습격하고, 힘을 흡수하여 암영신결을 만들어 낸 건가…….’

물론 그림자의 힘을 다루는 게 그림자 여왕만 있는 건 아닐 터다.

이미 투성에 박제된 다른 성좌에게서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좌의 분신이 저토록 힘의 파장이 일치한다고 이야기한 걸 보면, 아무래도 무신이 미래에 그림자여왕을 제압한 게 더 설득력 있어 보였다.

“단순히 내가 고개를 끄덕인 것만으로, 네가 날 주인으로 인정한 이유가 있었군.”

“왜?”

“네 본체. 열심히 도망치고 있는 중 아닌가? 무신의 습격을 걱정해서.”

성지한의 물음에, 아리엘은 고개를 저었다.

“아까 말했잖아. 성좌는 태어난 별에 얽매여 있다고. 도망쳐 봤자 모성이 파괴되면 어차피 끝이지. 다만…….”

그녀는 자신의 턱에 손을 괸 채, 싱긋 웃었다.

“주인 덕분에, 본체도 대비할 시간을 얻게 되었어. 본체를 대신해서 감사를 드리지.”

“성좌를 도와준 대가치고는, 내가 받은 게 너무 적군그래.”

“튜토리얼이 끝나면 더 보답하지. 그때까지 본체가 죽지 않는다면 말이야.”

생글생글 미소를 짓는 아리엘.

흰자위까지 시커멓던 그녀의 눈은, 어느새 색이 옅어져 있었다.

온통 검었던 눈이, 지금은 흰자위 쪽이 회색빛을 띤 것이다.

그것뿐인가.

예전에는 딱딱한 얼굴 일색이던 아리엘은 지금에 와선 다채로운 표정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너, 좀 변한 것 같은데.”

“그래? 정식으로 주인으로 모시게 되었으니까. 그에 맞춰 변한 거야.”

“흠…….”

“앞으로 잘 부탁해. 주인.”

주인으로 인정했다고, 이렇게까지 변하나?

성지한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뭐, 이건 중요한 게 아니지.’

성지한은 아리엘의 변화보다는 방랑하는 무신에 대해 생각을 집중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방랑하는 무신은 스스로 별을 만들고 성좌를 사냥하는 격이 다른 존재였다.

‘그런 압도적인 존재가 왜 그렇게 날 경계한 걸까?’

무명신공을 전수해 주다가, 삼단전의 존재를 확인하곤 중간에 스킬 전수도 취소하고 기프트까지 회수하지 않았던가.

성지한은 유심히 생각해 보았지만, 무신이 왜 그랬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아직 정보가 너무 없다.’

무신에 대한 정보는 조금 얻게 되었지만, 오히려 의문은 더 깊어진 상황.

‘무신이 삼단전을 경계한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일단은, 무력을 더 키운다.’

저번에는 실패했던 삼단전의 통합.

그때는 힘이 부족했지만, 무력 100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성지한은 상태창을 열어 추가로 받은 스탯 포인트를 무력에 투자했다.

‘43이군.’

31레벨임에도, 칭호 효과까지 포함하여 43을 달성한 무력.

100까지는 아직도 멀었지만.

성지한은 금방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   *   *

[협곡의 지배자, 성지한! 펜타킬을 달성하다]

[우물가 펜타킬을 실험해 보는 플레이어들. 하지만 이후의 성공 사례는 “오리무중”]

[백지 수표를 내민 천조국. 한국은 또다시 플레이어를 빼앗기나?]

[로버트 게이츠는 누구? 게이츠 가문의 부를 파헤치다!]

“역시 오너님…….”

이하연은 포털 사이트에 도배된 성지한 관련 뉴스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성지한이 화제가 되면 될수록, 길드 채널도 낙수 효과를 받아 쭉쭉 성장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채널에 유입된 사람 대부분이 오너님만 보고 온 거지만…….’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대기 길드.

지금 당장 이 길드의 컨텐츠로 쓸 만한 건, 결국 오너인 성지한 관련 내용밖에는 없었다.

물론 대기 길드의 메인은 육성형 길드였지만, 아무리 성장률 버프가 뛰어나다고 해도 플레이어의 스탯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오르지는 않았으니까.

‘한 달에 스탯 2, 3개 정도만 올라도 좋겠는데…….’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스탯을 보던 이하연은 조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이야 성지한 위주로 길드 채널에 영상을 업로드하지만.

결국엔 본래의 컨셉인 육성형 길드로 가기 위해서는, 길드원들의 능력치가 성장하는 걸 보여 줘야 했다.

[성장률이 220퍼센트 증가합니다.]

‘이거…… 효과 있겠지?’

버프 퍼센티지야 워낙 높은 수치를 자랑했지만.

다른 길드들이 다 시도해 보았다가, 별 재미를 못보고 접었던 거라 그런지, 과연 효과가 나타날지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다.

그때, 길드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윤세아가 들어왔다.

“마스터 언니~ 저 왔어요!”

“세아 씨. 튜토리얼 잘 치르셨어요?”

이하연은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하연 언니. 말 편하게 하세요~ 이제 자주 볼 텐데.”

“아, 그럴까?”

“네~ 헤헤.”

그러면서 윤세아는 지친 얼굴로 의자에 털썩 몸을 파묻었다.

“지쳐 보인다. 얘.”

“어휴. 첫 튜토리얼에서 미친 듯이 뛰었거든요.”

“튜토리얼에서?”

“네. 게임 속에서 운동하면 성장률 효과를 더 볼 수 있다고 해서요. 50위 될 때까지 계속 뛰기만 했어요…….”

“그래? 어디 봐 볼까? 세아. 너 배틀튜브 채널 만들었지?”

“네. 아…… 왠지 부끄러운데.”

이하연은 싱긋 웃으며 윤세아의 배틀튜브 채널에 들어갔다.

아직 구독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윤세아의 채널.

이하연은 거기서 첫 게임 영상을 재생했다.

[헉…… 헉…….]

철컹. 철컹.

철갑옷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나고.

윤세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계속 뛰어다니고 있었다.

[인간! 거기 서라!]

콜로세움의 몬스터들이 윤세아를 노리며 달려왔지만.

윤세아는 그저 투기장을 계속 뛰며, 모든 추격을 뿌리쳤다.

거친 숨소리와, 갑옷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만 나는 영상.

이하연은 그걸 보고 질린 기분이 들었다.

“……와. 저 무거운 갑옷을 입고 뛰었다고?”

“네. 그냥 뛰긴 위험하잖아요.”

“대체 몇 분을 뛴 거야? 대단하다, 진짜.”

“어휴, 말도 마세요. 진짜 하늘이 노래 보였다니까요? 그나마 체력 1이라도 올라서 망정이지…….”

“……응? 뭐?”

윤세아의 한탄을 듣던 이하연은, 마지막에 가서 눈을 부릅떴다.

지금 얘가 뭐라고 한 거야?

“세아야. 다시 말해 봐.”

“하늘 노란 거요?”

“아니 그거 말고! 체력 말이야. 진짜 올랐어? 벌써?”

“아…… 네. 보세요.”

윤세아가 보여 준 상태창에는, 체력 12가 똑똑히 찍혀 있었다.

“역시 길드 버프. 효과 좋던데요?”

“……말도 안 돼.”

이 비상식적인 성장은, 윤세아의 기프트 때문일까?

어쨌든, 육성형 길드의 컨텐츠.

벌써 생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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