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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69화 (69/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69화>

*   *   *

이클립스에 들어오는 거대한 어둠의 마력.

이건, 성좌 그림자 여왕이 다루는 힘과 거의 흡사했다.

‘본체만큼 마력의 양이 많지는 않지만, 질적으로는 비슷해…….’

아리엘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성좌가 다루는 그림자 마력은 여러 갈래로 특성이 나뉘는 마기 중에서도 ‘어둠’에 특화된 힘이었다.

‘설마 이클립스의 마력을 보고 그걸 따라 한 건가?’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성지한의 몸에서 들어오는 흑마력이, 이클립스의 흑마력보다 더 정순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아리엘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휘이이이-

소용돌이로 변했던 그림자검은 어느새 거대한 토네이도로 변하여, 빛의 보호막 앞에서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대천사의 검 바로 앞에 위치한 빛의 보호막이 검은 회오리 앞에서, 빠르게 형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번쩍! 번쩍!

배리어 뒤에 있는 대천사의 검이 악착같이 버티려는 듯 몇 번이고 빛을 발했지만.

삼재무극의 기본 초식을 튕겨 낼 때와는 달리, 검의 가호는 소용이 없었다.

[대천사가 안식처의 굴욕을 막기 위해 비장의 수를 사용합니다.]

[대천사의 검이 나뉘어, 배리어를 강화합니다.]

스으으으.

배리어의 뒤편에 있던 거대한 대천사의 검이 순간 둘로 나뉘었다.

그리고, 하나가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았던 배리어에 흡수됐다.

번쩍-!

암혼와류에 한없이 밀리고 있던 빛의 배리어에 찬란한 광채가 깃들고.

그 모습을 본 아리엘이 작게 탄식했다.

대천사의 비장의 수는 과연 강력했다.

암혼와류가 더 이상 배리어를 빨아들이질 못했던 것이다.

[여기까지인가…… 마력이 부족한 게 아쉽군.]

아리엘은 자신이 더 아쉬움을 느낀다는 것에 놀랐다.

흑마력의 순도는 잠깐이지만 성좌가 사용한 게 아닌지 착각할 정도로 대단했는데.

단지, 마력의 양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물론 실버 기준으로 보면 터무니없는 마력량이었지만, 그래도 대천사의 검을 넘기에는 확실히 한계가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은, 이 강력한 소용돌이를 유지할 수 없겠지.

“어, 소용돌이가……!”

그리고 그녀의 예측대로, 검은 소용돌이의 크기가 점차 줄어들었다.

겉으로만 보면, 힘의 우열은 이제 드러난 상황.

이를 본 천사 진영 플레이어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우물 배리어! 든-든하다!”

“빨리 뒤로 가자. 혹시라도 여기서 죽으면 박제 각이야.”

염동력에 끌려올 때만 해도 죽는 줄만 알았는데, 대천사의 검이 보호해 준 덕에 살았다.

검이 지켜 주고 있을 때, 빨리 뒤로 물러서려 하는 천사 진영의 플레이어들.

조금만 더 버티면, 본진이 부서질 테니 펜타킬은 안 줄 수 있었다.

스르르르-

검은 소용돌이가 작아지고, 작아져 갔다.

그렇게 작아지던 소용돌이는, 새로운 형태로 뭉쳤다.

뒷걸음질을 치던 천사 진영 플레이어가 눈살을 찌푸렸다.

“……드릴?”

나선형으로 뻗은 이클립스.

처음 성지한이 사용했던 거대한 소용돌이에 비하면, 안쓰러울 정도로 작아진 크기였다.

하지만.

이클립스가 서서히 회전하며, 보호막을 살짝 건드리자.

드르르르!!

검 끝이 닿은 면이.

한순간 뚫렸다.

“어. 어…….”

뚫린 공간은 아주 작은 면적.

크기로 따지면, 손톱 크기나 될까.

하나.

그렇게 한 번 보호막에 구멍이 나자.

휘이이이!!

다시금 다섯의 플레이어가 폭풍에 휩쓸리듯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또 빨려 들어간다!”

“버텨! 존나 버티라고오오오!”

암혼와류의 흡인력.

크기가 작아진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더 강력하게 작용했다.

‘소용돌이가 작아진 게…… 약해져서 그런 게 아니었어!’

번쩍!

대천사의 검이 어떻게든 암혼와류의 힘을 반사하려 했지만, 오히려 그것은 플레이어들을 확인 사살시켜 주는 꼴이 되었다.

두두둑!

암혼와류의 빨아들이는 힘과, 반사하려는 대천사의 검 사이에서, 플레이어들이 양쪽으로 잡아당겨져 버린 것이다.

결과는 뻔했다.

그들은 한마디를 내뱉을 새도 없이 순식간에 파편이 되어 사라졌다.

이내, 협곡의 모든 플레이어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펜타킬!]

[플레이어 성지한이 펜타킬을 달성했습니다!]

*   *   *

성지한의 힘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참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첫 시작 때만 해도 협곡 뉴비 티를 팍팍 내던 사람이, 몇십 분만에 이런 결과를 내다니?

-WA!!! 펜타!!!!

-우물 펜타킬ㅋㅋㅋㅋㅋ 미쳤다 진짜

-돔황챠도 안 통하누ㅠㅠ

상대방도 거의 50레벨이 근접한 플레이어고.

게임 맵도 플래티넘 리그까지 사용되는 종말의 협곡이 아닌가.

그럼에도 성지한은 30레벨에 게임을 압살해 버렸다.

한국 시청자들의 감정만큼이나, 미국 시청자들도 같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배틀넷, 언제부터 싱글 게임? 그 혼자 다 먹는다. 게임.

-성 혼자만 레벨 업한다.

-AF, 돈 더 지불! 5억 달러 영입!

-AF에서 영입하지 않는다. 미국에 길드까지 영입. 어때? 특이한 길드!

-그렇다면 돈은 누가 지불하는가?

-정부가.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가 계약금 3억 달러를 제시했을 때, 과하다고 생각했던 미국 시청자들은 어느덧 지금은 그마저도 부족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빠바바바밤!

[R.E.Gates가 1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플레이어 성. 새로운 힘을 얻으신 걸 축하드립니다.]

안 그래도 강한 성지한이, 새로운 힘인 그림자 능력까지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검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소환수처럼 쓸 수도 있는 성지한의 새 능력.

리그가 올라갈수록, 게임이 점점 복잡하며 어려워지는 배틀넷에서는 상당히 쓸모가 있어 보였다.

빠바바바밤!

[R.E.Gates가 1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백지 수표를 보내겠습니다. 원하시는 가격을 적어 주십시오.]

가격을 얼마든지 적어도 상관없다는 로버트 게이츠.

“로버트 님. 후원 감사합니다. 이 제안에 대해서는 나중에 답변드리겠습니다.”

성지한이 로버트에게 정중하게 답하고 방송을 종료하자.

이 영상을 지켜보고 있던 아메리칸 퍼스트의 최고 유망주, 배런은 술잔을 내던졌다.

쨍그랑!

“Shit!”

유저에 맞게, 자동으로 번역되는 배틀튜브.

영어로 나오는 성지한 채널의 채팅창에서 한국 놈들이 뭐라고 이야기하는지는 관심이 없었지만.

미국인들이, 성지한에게 열광하며 5억 달러를 지르자고 하는 게 배런에겐 더없는 충격이었다.

“젠장…….”

TOP 100 경기 전만 해도, 유망주 중 최고는 자신이었는데.

그 경기에서 너무나도 무력하게 죽은 이후에는 세간의 환호가 예전만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떨어져 나간 환호는, 저놈에게 옮겨 가고 있었다.

“저깟 것…… 나라고 못할 줄 알아……?”

으드드득-

배런은 이를 갈았다.

정글 도는 게 뭐가 어렵다고, 저렇게 난리란 말인가.

펜타킬?

우물가에 머무는 놈들 다 쓸어버리는 것쯤이야, 자신도 당연히 할 수 있다.

“저번 경기는 단지 실수였다는 걸 똑똑히 보여 주마……!”

꿀꺽. 꿀꺽.

배런은 책상 위에 놓인 위스키를 통째로 들이켜더니.

비틀거리는 몸으로 배틀넷 커넥터로 걸어갔다.

성지한.

어디 네놈이 한 방식대로…….

네놈보다 훨씬 빠르게 협곡 맵을 정복해 주지!

*   *   *

배런은 게임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자신에 차 있었다.

쾅!

[플레이어 배런이 전사하였습니다.]

[1분 후에 부활합니다.]

하지만, 정글 몬스터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이럴 리가 없어……! 실수다!”

[플레이어 배런이 전사하였습니다.]

[1분 후에 부활합니다.]

하나 정글 몬스터에게 한 번 더 죽고 나자.

배런의 돌발 행동을 봐주던 팀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배런! 정신 좀 차려요!]

[실버에서 무슨 정글링이야!]

“큭…….”

팀원들의 성화에 결국 라인에 서게 된 배런이었다.

포스를 다루는 마법사답게 배런은 강력한 힘을 뽐내며 팀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고, 종합 스코어에서는 1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왜 배런이 정글을 간 거지?

-성이 정글 돌고, 펜타킬도 먹었다네. 그 방송을 봤나 봐.

-오우... 성은 가능한데, 배런은 불가능한 거야?

-그럴 리가! 믿기지가 않아. 그 방송을 한번 봐야겠어.

배런이 운영하는 채널의 채팅창은, 이미 성지한의 이야기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정글을 정복하고 펜타킬까지 먹었다는 이야기에, 배런의 시청자들은 너도나도 성지한의 영상을 보기 위해 채널을 나가 버렸다.

“으아아아아!!”

배틀넷 커넥터에서 나온 배런은, 분노에 찬 고성을 내질렀다.

정글 몬스터에게 두 번이나 죽다니.

이게 무슨 굴욕인가!

“젠장, 젠장……!”

배런은 욕설을 내뱉다, 책상 위에 놓인 위스키를 째려봤다.

그래.

내가 죽은 건, 술 먹고 게임해서야.

이 위스키만 아니었으면……!

쨍그랑!

배런은 애꿎은 술병을 깨뜨리며, 한참을 씩씩댔다.

*   *   *

[히든 퀘스트, ‘펜타킬’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10,000 획득했습니다.]

[히든 퀘스트, ‘안식처에서의 펜타킬’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20,000을 획득하였습니다.]

‘첫 인베이드치고는 괜찮은 수확이었군.’

게임에서 나온 성지한은 쏟아지는 보상의 향연에 미소를 지었다.

연계 퀘스트, ‘사도의 흔적(1)’의 보상이던 2만 포인트보다, 이번 업적으로 얻은 포인트가 더 많았다.

비록 한 번밖에 주지 않는 히든 퀘스트 업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3만이나 줬으면 대만족이었다.

[인베이드 게임에서 1등을 기록했습니다.]

[레벨이 1 올랐습니다.]

[1등 보상으로 경험치와 GP 획득 증가량이 50퍼센트 올라갑니다.]

[GP 15,000을 획득합니다.]

게임 결과도 당연히 1등.

성지한은 단판에 레벨 업이 되는 걸 보며, 눈에 이채를 발했다.

이제 30레벨이 된 이상 레벨이 이렇게 빠르게 오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칭호도 그렇고, 길드도 그렇고. 이런저런 경험치 부스트가 있으니 체감이 확 되는군.’

이 성장 속도대로라면, 9월에 골드 승급전을 노릴 수도 있었다.

[대천사의 검 파편을 획득합니다.]

[퀘스트 아이템입니다.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보관됩니다.]

거기에 대천사의 검이 깃든 배리어를 조금이나마 꿰뚫어서 그런지, 목표였던 파편도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

첫 게임은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이었다.

스으으으-

그때, 성지한의 왼팔에서 아리엘이 슬쩍 튀어나왔다.

“하급 종족.”

“하급 종족? 나 언제 올라갔냐?”

아니, 언제 최하급에서 한 단계 올라간 거야?

성지한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지만.

아리엘의 목소리는 심각했다.

“아까 그 힘. 대체 뭐였지?”

“뭐, 암영신결?”

“그래. 그 마력은 본체의 것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마기 중에서도, 순수하게 어둠만을 정제한 흑마력…… 마력의 파장이 거의 같아.”

“이게 그림자 여왕의 힘과 비슷하다고?”

성지한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암영신결.

무명신공의 세 갈래 신결 중 하나며, 어둠의 기운을 다루는 무공이다.

이름부터가 암영신의 구결이라는 것처럼, 그림자와 관련된 힘도 연관이 있긴 하겠지만.

성좌인 그림자 여왕과 관련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나도 영문을 모르겠군.”

“그 힘은 어떻게 얻은 거지?”

“자세한 건 이야기해 줄 수 없는데.”

저번 생에서 배웠다고 어떻게 이야기하겠는가.

성지한이 대답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아리엘이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말했다.

“하급 종족. 그대를 정식으로 주인으로 인정하겠다. 대신, 한 가지만 대답해 주었으면 한다.”

“뭔데?”

“그 힘, 혹시 방랑하는 무신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거의 확신을 가지고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이 정도는 답해 줘도 되겠지.’

성지한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런가…….”

그의 긍정에, 아리엘은 혼자서 납득했다.

“짐작 가는 것이라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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