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64화>
* * *
[길드 오픈했습니다.]
구독자 수가 어느덧 65만까지 도달한 성지한의 채널.
방송 시작을 알리자 이내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1등!!!!
-대한일보나 협회 놈들이나 사과문 안 뜨던데 성지한 이적 발표 방송임?
-ㄴㄴ제목 안 봄? 길드 오픈 방송이래잖아.
-와 계약금 3천억을 불렀는데도 이래도 안 가네ㅋㅋㅋㅋ-ㄹㅇ나 같으면 벌써 미국 갔다
시청자들은 입이 떡 벌어질 만한 금융 폭격에도, 미국에 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 길드 개설을 했다는 것에 대해 안도했지만.
-길드 오픈을 미국에서 할 수도 있지 ㅋㅋㅋㅋ
-알고 보니 방송 장소가 뉴욕이구요~
-알고 보니 도쿄였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ㅋㅋㅋㅋ
로버트 게이츠와 다케다가 길드 오픈을 도와주겠다는 후원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일까, 불안감을 감추질 못했다.
하나 그런 채팅도 잠시.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갑자기 깔끔한 정장을 입은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불안과 걱정은 어디 있었냐는 듯 채팅창에 불이 났다.
한눈에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것만 같은 외모였다.
-ㅗㅜㅑ...
-눈나!!!!!! 나 죽어!!!!!!
-연예인인가? 저분 누구임?
-여캠방 잘못 들어왔나?
-오히려 좋아
“저는 대기 길드의 길드 마스터, 이하연입니다. 성지한 오너께서 직접 임명하셨죠.”
-길드 마스터? 성지한이 임명했다고?
-미모 미쳤는데..?
-성지한 캐부럽ㅠㅠㅠ
-이하연 이름 어디서 들어 본 거 같은데
-이성 길드의 여신 부장이라고 옛날에 이성 특집 방송에서 본 거 같은데 -아 기억남ㅋㅋㅋㅋ 나 짤도 저장함
한국 10대 길드 중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는 이성 길드.
작년, 이성 길드 공식 채널에서 올해의 영입 방향에 대한 발표 영상이 올라왔을 때, 이게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적이 있었다.
방송에서 잠시 얼굴을 비추었던 이하연이 너무 예쁘게 나왔기 때문이다.
-님님 어떻게 된 거예요?
-설마 애인?
사람들의 질문에 이하연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애인 아니구요~ 오너께서 제 능력을 봐주시고 임명하신 거예요.”
-무슨 능력이요?
-예전에 부장이었으면, 플레이어 아니지 않나요?
-얼굴 능력 보고 뽑은듯
집요한 질문이었다.
무례해 보이는 반응도 여럿 섞여 있었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의문이기도 했다.
그만큼 이하연이 길드 마스터가 된 게, 대중에게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웠으니까.
“제 능력에 대해서는 저희 길드의 컨셉에 대해 알려 드리면 입증이 될 것 같네요.”
-컨셉?
-길드가 그냥 길드지, 컨셉도 있음?
-트롤 전문 길드 막이랰ㅋㅋ
시청자들의 의문에, 이하연은 바로 화면을 띄웠다.
[대기 길드 소속 버프 목록]
-성장률 증가 효과를 받습니다. 성장률이 220퍼센트 증가합니다.
-경험치 획득량이 30퍼센트 증가합니다.
화면에서 나온 것은, 대기 길드에서 적용받는 길드 버프를 캡처한 것이었다.
“이건 어제 저희 길드 소속이 된, 한 플레이어가 받은 길드 버프입니다.”
-...220퍼센트?
-거기에 받고 경험치 30퍼센트라고?!?!?!
-뭐임? 이게 말이 돼?
-치트키 썼누!!!!!!
성장률 220퍼센트와 경험치 버프 30퍼센트.
기존의 길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버프에, 시청자들이 일제히 술렁였다.
특히 배틀넷 업계 관계자들은 완전히 혼란에 빠져 있었다.
-설마 길드 포인트를 성장률 증가에 찍은 겁니까? 근데 어떻게 저런 수치가 나오죠?
-경험치 30퍼센트 업은 대체... 그런 조항은 없는데?
-GP로 구매하는 경험치 버프는 10퍼센트가 최대입니만...
그들 역시 어느 정도 분석을 하고는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어떻게 저런 수치를 만들어 냈는지 알아내는 이는 없었다.
“저 버프의 정체가 궁금하시죠? 기업 비밀이라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여기엔 제 능력도 일부 포함되어 있답니다.”
이하연은 그렇게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문을 일축시킨 후, 길드에 대해 소개했다.
“저희 대기 길드는 총 10명만을 받는, 육성형 길드입니다. 길드원으로는 먼저 저희 오너이신 성지한 님과…….”
그러며 길드원을 한 명 한 명 소개하는 이하연.
성지한과 윤세아가 먼저 소개되고.
그다음으로 디에고 마시드와 임가영이 나왔다.
“그리고 저까지. 저희 대기 길드는, 현재 5인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뭐야, 5명이 끝임?
-길마는 플레이어 아닌 거 같고. 그럼 실버따리 1명에 브론즈따리 3명이네ㅋㅋㅋㅋㅋ-다른 길드가 저런 플레이어들 소개하는 컨텐츠 하면 아무도 안 봤을 텐데. 벌써 시청자 6만임 ㅋㅋㅋ-낙수효과 지리구요ㅋㅋㅋㅋ
세계 최고의 유망주가 된 성지한이 연 방송이라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본 거지, 아니었으면 10명도 보지 않았을 길드 소개 영상.
하지만 이하연이 공개한 충격적인 버프 때문일까.
사람들은 대기 길드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을 지니기 시작했다.
-근데 진짜 컨셉 특이하긴 하다
-버프가 말이 안 되는데?
-성장률이 암만 쓸모없다고 해도 220퍼센트면…… 스탯 몇 개 더 얻을 수 있는 거 아니야?
-ㅇㅇ스탯 5개만 자연 성장해도 대박임. 5레벨 꽁으로 얻는 거잖아.
-ㅋㅋㅋㅋㅋ그게 쉽겠냐?
-ㄹㅇㅋㅋ훈련으로 스탯 올리는 게 얼마나 힘든데
그렇게 시청자들 사이에서 성장률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을 때.
이성 길드에 대해 알고 이는 이들은 다른 의문을 제기했다.
-근데 임가영은 왜 저기 있어? 이성 길드 최고 유망주 아녔음?
-그러게?
S급 기프트를 지녀, 이성 길드에서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로 손꼽히는 임가영.
그녀가 생뚱맞게 대기 길드에 왜 있단 말인가.
카메라 옆의 모니터를 보며 채팅을 살피던 이하연은. 그런 의문이 올라온 걸 보고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임가영 길드원은 육성을 위해 이성 길드에서 잠시 임대받은 플레이어입니다.”
-육성? 임대???
-그래서 육성형 길드?
-ah...몬가 알 거 같음!!!
“네, 맞습니다. 저희 대기 길드는, 최고의 플레이어들을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내 이하연은 길드 포인트 투자 현황까지 공개했다.
[길드 인원 확장 (1/10) - LV.1]
[능력치 증가 (올스탯 +1) - LV.1]
[성장률 증가 (+110퍼센트) - LV.11]
“저희 길드는 아무나 받지 않아요. 최고의 유망주들만 받아서, 저희 길드 이름처럼 큰 그릇을 만드는 것이 목표랍니다.”
-근데 능력치 증가가 1레벨이면 성장 자체가 안 되지 않나?
-ㅋㅋㅋ맞네 일단 이겨야 뭘 하든 말든 하지
“물론 실버부터 적용되는 능력치 증가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저희 길드의 성격을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충분히 실버 리그에서 제 몫을 다해 골드까지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유망주. 저희는 그분들을 대상으로 한 길드입니다.”
능력치 증가 옵션.
이건 모든 길드에 있어, 길드 인원 확장과 함께 투자되는 항목이었다.
비록 브론즈에는 적용되지 않더라도.
실버에는 50퍼센트, 골드부터는 100퍼센트로 적용되는 올 스탯 + 효과는 엄청나게 효율이 좋았으니까.
그런데 대기 길드는 이걸 전혀 투자하지 않고, 포인트를 모조리 성장률 증가에 몰았다.
“그리고 그들의 육성이 어느 정도 끝나면 원래의 길드로 돌려보낼 겁니다. 버프를 통해 최고의 플레이어의 육성을 돕는 것. 그것이 저희의 목적이니까요.”
이하연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펼쳐진 스크린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대기 길드원으로 소개했던 3인, 디에고 마시드, 임가영, 윤세아의 스탯 포인트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저희는 한 달간, 길드원들의 스탯 변화를 관찰할 것입니다. 오너님은 구독자 100만이 안 넘어서, 공개가 안 됐는데 이해해 주세요~!”
-공개해라! 공개해라!
-성지한 스탯창 좀 보고 싶다ㅜㅜ
-지한아... 너 때문에 5억 잃었어... 제발... 공개해 줘...
“어휴…… 저도 아주 많은 돈을 잃었답니다…… 여러분만 잃은 게 아니예요.”
-ㅋㅋㅋㅋ 길드 마스터도 배런에 투자했누
-그게 정배였으니까 (끄덕)
-아니 코리안이 미국 1등 바를 줄 누가 알았냐구요~
-그니까 사람이 적당히 쎄야지ㅡㅡ-ㅉㅉ난 승급전 때부터 성지한과 한몸으로 일체가 됐다!!!
베팅에 관련하여 채팅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이하연은 적당한 선에서 화제를 돌렸다.
“자. 돈 잃은 이야기는 슬프니까 그만하시고…… 한 달 뒤를 기대해 주세요. 그동안은 저희 길드원의 스탯 증가 결과를 지켜보시자고요.”
그리고 추가적인 설명을 마지막으로, 길드의 PR이 끝이 나자.
이 소식은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 * *
-일단 성지한 한국에 있는 거지?
└ ㅇㅇ근데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름. 길드도 국가 지원 안 받고 만들어서 언제든지 다른 나라로 갈 수 있지.
└ 관리국장은 사과문 안 올리고 뭐하냐?
└ 관리국 다니는 친구 피셜로는 부하 시켜서 사과했다가 개무시당했다는데ㅋ└ ㅋㅋㅋㅋㅋ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누-하연 누나 때문에 길드 채널 구독했다. 자주 방송 틀어 주세여...
└ 야너두?ㅋㅋㅋㅋㅋㅋ
└ 윤세아랑 임가영 무시하냐ㅡㅡ
└ 길드에 왜 여자뿐임?
└ 지금 마시드 무시하냐?
커뮤니티에서는 성지한이 한국을 아직 떠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안도 섞인 반응과.
길드 마스터 이하연의 미모에 대해서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대기 길드의 놀라운 능력치 버프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가 일러서 그런지, 성지한과 이하연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화제 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하나, 대중들과는 달리.
배틀넷 업계 관계자들은 저 수치에 크게 주목했다.
“오, 오너님!”
방송이 끝나고 얼마 안 있어.
이하연은 놀란 얼굴로 성지한에게 다가왔다.
“길드 공식 채널을 통해서,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성장률 증가 비법을 알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중국의 인민회에서도 문의가 들어왔고요!”
“음, 중국에서도요?”
“네. 아메리칸 퍼스트에서는 1억 GP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해요.”
1억 GP는 한화로는 1천억.
이만한 거액을 지르는 걸 보니, 로버트 게이츠가 제안했나 보군.
‘성장률 증가의 비법이라고 해 봤자…….’
서포팅 기프트 ‘육성’을 지닌 이가 길드 마스터를 하면 끝인 간단한 비법.
어차피 나중에는 다 알아낼 방법이었다.
당장 1천억 받고 파는 것도 매력적인 선택지였지만…….
‘그럼 다른 길드에서 이하연을 빼내려 할지도 모른다.’
아메리칸 퍼스트만 해도 방법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1천억을 질러 대는 판국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하연의 비밀이 밝혀진다면, 저들이 이하연에게 얼마를 제안할지는 미지수였다.
더구나 지금은 성장 때문이라도 당장 그녀를 빼앗길 수는 없었다.
“아무리 좋은 제의가 들어와도, 아직은 그 방법에 대해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그…… 그렇죠? 이 건. 저희 대기 길드의 정체성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자신의 육성 기프트가 일을 다 하는 줄도 모르고, 이하연은 성지한의 말에 감탄했다.
1천억의 딜이 들어왔는데도 단칼에 거절하다니.
성지한이 대기 길드에 거는 기대와 야망이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럼 저들의 제안은 모두 거절하겠습니다.”
“네. 부탁하죠.”
그렇게 자리를 뜨는 이하연.
둘의 대화가 끝나자, 이번엔 디에고 마시드가 성지한에게 다가왔다.
“오너. 이 대기 길드, 효과가 대단하군. 내가 돈을 주고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돈을 주긴 무슨. 약속대로 월급도 제때 줄 테니 걱정 마.”
“저런 버프를 받는데 월급도 준다니…….”
그 말에 마시드는 자신의 뺨을 긁적였다.
“내가 너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초라하군. 하지만,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니…… 감사히 받겠다.”
“무슨 소리. 충분히 도움이 된다.”
성지한은 그러며, 조금 전 나타났던 시스템 메시지를 떠올렸다.
[SSS급 기프트를 지닌 길드원을 영입했습니다.]
[길드 업적, ‘별을 모으다 (1)’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단순히 영입한 것만으로, 업적 포인트 1만을 주었던 마시드.
[길드 채널의 구독자가 10,000명이 넘었습니다.]
[길드 업적, ‘구독자 모집 (1)’을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길드 채널 구독자 1만 달성보다, 마시드 하나의 영입이 훨씬 많은 보상을 주었다.
‘이제 슬슬 업적 포인트를 써야겠어.’
TOP 100 승급전에서 우승한 뒤로 엄청나게 쌓여 버린 업적 포인트.
성지한은 이것을 실버 리그가 개막하기 전에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성지한은 업적 상점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