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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60화 (6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60화>

*   *   *

로버트 에드워드 게이츠.

그는 아메리칸 퍼스트의 ‘오너’인 게이츠 가문의 2남이었다.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이렇게 대놓고 접촉해 올 줄은 몰랐는데.’

배틀넷 길드는 주식회사처럼 소유주와 운영자를 나눌 수 있다는 특성이 있었다.

일반적인 길드 같은 경우는 길드 마스터가 곧 해당 길드의 소유주로서 활동하지만.

아메리칸 퍼스트와 같은 거대 길드 중에선, 간혹 길드 마스터와 오너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너’의 큰 결단이 필요한 법.

-세계 1등 길드가 되기 위해서는, 최고의 플레이어에게 길드 마스터 자리를 주어야 한다.

-게이츠 가문은 최고의 성과를 위해 최선의 믿음을 보여 주겠다.

이것이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를 지배하는 게이츠 가문의 철학이었다.

그 철학을 관철해 나가는 방법은 심플하지만 효과적이었다.

천문학적인 돈의 힘으로 뛰어난 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하고.

그중에서 가장 능력이 뛰어난 플레이어에게 길드 마스터 자리를 맡긴다.

그리고 2년 후에는, 능력을 재검증하여 길드 마스터를 유지하느냐 변경하느냐를 결정한다는 것.

‘나중에는 독보적인 능력을 지닌 배런이 계속 길드 마스터가 되었지.’

그래서 최후의 10국이 남았던 인류의 마지막 시기에는 배런이 아메리칸 퍼스트의 주인이자 길드 마스터인 것처럼 비춰졌지만.

그 당시에도 길드의 실질적인 오너는 게이츠 가문이었다.

‘그리고 로버트는 최고의 플레이어에게만 접촉하는 스카우터 팀의 최고 책임자.’

후원 메시지에서는 자신을 그저 일개 스카우터처럼 이야기했지만, 실제 그의 위상은 길드 내에서도 한 손가락 안에 드는 권력자였다.

특히 돈을 쓰는 데 있어서는 한계가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

“후원 감사합니다. 게이츠 님. 쪽지함이라…… 평소 열어 두지는 않지만, 이렇게 거액의 GP을 후원하셨는데, 여는 것이 도리인 것 같군요. 다만, 쪽지 내용을 방송에서 공개해도 되겠습니까?”

영입 제안을 방송에서 공개하겠다는 성지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후원이 도착했다.

그런데…….

빠바바바바바바밤!

[R.E.Gates가 1,0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물론입니다. 오히려 공개를 부탁드리고 싶군요.]

[1,000,000GP를 후원받았습니다.]

[일반 업적, ‘든든한 서포트. (2)’ 을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후원의 자릿수가 달라져 있었다.

시청자들의 패닉 섞인 댓글이 쏟아졌다.

-잠깐. 뭔가 숫자가 길어졌어. 0이 하나 더 붙은 거 같은데?

-10억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ㅁㅊ다ㅁㅊ어 이게 천조국 클라쓰구나

-??? : 내 쪽지함을 돈으로 사려고 하는 겐가!

-라고, 꾸짖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다...

-성스러운 씨발!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가 씨발 돈이 많았나!

-당연하지. 미국 1등 길드에 그 게이츠 가문이잖아.

-ㅇㅇ게이츠 가문에 세계 1, 2, 5등 부자 있음. 찐이츠 맞음ㄷㄷㄷ

압도적인 스케일.

하나 저번 생에서 이 정도 후원은 숱하게 받아 왔던 성지한은 태연하게 대응했다.

“좋습니다. 여러분. 다 같이 아메리칸 퍼스트의 제안을 봐 보실까요?”

성지한은 익숙한 손짓으로 시스템 창을 띄워, 쪽지함 상태를 공개로 전환했다.

그러자마자 쏟아지는 각국의 무수한 쪽지들.

성지한은 그 메시지들의 홍수 속에서, 로버트가 보낸 쪽지를 찾아 열었다.

한글로 친절하게 번역해 둔, 길드 계약 제안서.

제안서에 나온 계약금은, 과연 스케일이 달랐다.

“계약금만 3억 달러군요.”

3억 달러. 3,000억 원.

길드 계약을 진행하고 미국으로 귀화한다면 일시불로 지급해 준다는 금액이었다.

이제 갓 실버가 된 플레이어에게 제안하는 액수라기에는,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이었다.

그뿐인가.

그런 엄청난 계약금에 걸맞은 연봉과 수십 종류나 되는 각종 편의 조건.

성지한은 이 모든 조건들을 또박또박 읊어 주었다.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이건 못 참지...ㅠㅠ

-이 돈이면 나라도 탈조선하고 미국 간다ㅎㄷㄷ

-하... 이래서 미국 가는구나...

한국인 시청자들은 포기했고.

-3억 달러? AF 돈을 많이 쓴다?

-그것은 게이츠 돈이야. 그리고 성이 미국으로 귀화하는 게 조건이잖아.

-오! 귀화? 환영이지!

-배런 윌리엄스와의 팀 업... 환상적!

미국 시청자들은 환호하고 있었다.

오버 페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최고의 플레이어는 무조건 데리고 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다.

“정말로 좋은 계약 조건이네요. 다만 지금 당장 답변드리기는 힘드니,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성지한은 그 말을 끝으로 띄워 두었던 쪽지함을 닫았다.

-햐.. 나 같으면 바로 콜 때리는데

-한 템포 쉬고 들어가네ㅋㅋ

로버트 게이츠의 후원으로 시작된 아메리칸 퍼스트의 파격적인 영입 제안.

시청자들은 성지한이 현재 가지고 있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짝-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환기한 성지한이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본래의 주제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원래 뭔 말 하려고 했지?

-어, 윤세아 기프트?

-계약금 듣고 뇌정지 왔었누ㅋㅋㅋㅋ

-난 후원 13억 박혔을 때부터 뇌정지 왔음ㅋㅋ

로버트 게이츠 때문에 모두가 잊고 있었던 원래 주제, 윤세아의 기프트 이야기였다.

성지한은 쪽지함을 보고 넋이 빠져 있던 윤세아의 정신을 깨웠다.

툭툭-

“세아야?”

“……어? 으응?”

“이제 기프트 좀 보여 줘야 할 것 같아.”

보여 줄 때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쪽지함을 공개한 이후, 영입 계약서를 살펴보는 사이.

여기저기서 소문이 났는지 동시 시청자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 있었다.

그 수만 해도 무려 5만!

예전에 성지한이 쌍검상을 부쉈을 때의 시청자 수가 대략 10만이었으니, 거기엔 미치지 못하더라도 나름 어마어마하게 모인 셈.

“……알았어.”

후우-

한차례 심호흡을 한 윤세아는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   *   *

[기프트 - 대기만성 (등급 F - 업그레이드를 위한 게임 참여 횟수 50회)]

-기본 배틀넷 시스템을 한 단계 위로 업그레이드합니다.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배틀넷 게임에 참여해야 합니다.

-F등급 효과 : 1일 게임 참여 횟수 1회 증가

-스테이터스 자연 성장률 100퍼센트 증가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 무슨 소리입니까? 남쪽 한국인들 이해했습니까?

-성장하는 기프트란 소리임ㅎㄷㄷㄷㄷ

-ㅁㅊ이딴 건 듣도 보도 못했다

-F급 효과만 해도 시스템을 뒤틀어버리넼ㅋㅋㅋㅋ이게 뭔 폐급?

-폐급? 폐급? 폐급? 폐급? 폐급? 폐급? 폐급? 폐급?

기프트, 대기만성.

비록 현재 등급은 F급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업그레이드’란 설명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기프트를 얻었음에도 수능을 봐야 할까요?”

-수능은 무슨ㅋㅋㅋ 공부 안 해도 대학교 골라서 가겠구만ㅋㅋㅋ-수능이 무엇입니까? 시험입니까? 오우, 한국인 형제들. 이 사람은 시험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한일보 사고쳤네;;

-그랜절 각 나왔누

시청자들의 반응은 성지한이 예상한 수순대로 흘러갔다.

“근데, 대한일보에서 왜 저런 오보가 났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 뭐임 이유가 있나?

-특종이다 싶어서 냅다 들이받은 거 아녔어?

“실은, 저번 기프트 수여식 때 그쪽 사람들과 트러블이 있었습니다.”

성지한은 시청자들에게 경비원이 찍어 두었던 영상을 보여 주었다.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걸다 참교육을 당한 실버 플레이어의 작태.

여기에.

“이들과의 악연 때문인지, 배틀넷 관리국장이 찾아오더군요.”

대한일보의 사주를 받고, 성지한에게 대한일보 계열 광고 대행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하라고 종용하던 관리국장의 녹음된 음성까지.

성지한은 방송에서 가지고 있는 폭탄들을 죄다 터뜨렸다.

“이게 이번에 세아의 기사가 난 이유고, 제가 겪었던 일의 전말입니다.”

-ㅅㅂ지금이 쌍팔년도냐

-미쳤네? 졸라 선 넘었는데?

-관리국장 이 새끼 ㅈㄹ골때린다 무슨 표창장으로 협박을 하고 있어 -기사화하겠다고 협박하는 것도 개찌질하네 진짜ㅋㅋㅋㅋ-무엇?! 관리국장이 기업의 편에서 플레이어를 핍박하다니! 성, 미국으로 빨리 오세요!

-wwwww원조 형님 나라의 기상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wwww -이새끼가?

채팅창은 순식간에 대한일보와 관리국장에 대한 성토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성지한은 이런 반응을 잠시 지켜보다가, 말을 꺼냈다.

“여러분. 저는 원래 한국에서 길드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실험해 볼 것이 있어서요.”

-길드? 실버가?

-저렇게 부르는 곳이 많은데 뭐 하러 길드를 만듬? 게다가 한국은 이미 극한의 레드 오션 아녔음?

-쉿! 실험할 게 있으시다잖아

-ㅇㅇ 한국에 있음 되지 뭐 이리 토를 담?

-채팅 멈춰!

“그런데, 배틀넷 관리국장께서 저렇게 나오시니…… 저 같은 일개 플레이어가 어떻게 한국에서 길드 활동을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질 않는군요.”

성지한은 말과는 달리,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9월까지는 일단 세아와 한국에서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만. 저렇게 대기업이고 정부 기관이고 저를 핍박하면 어쩔 수 없죠. 가장 좋은 대우를 약속한 나라로 가는 수밖에요.”

그 말에 후원 메시지가 약속이라도 한 듯 연달아 들어왔다.

빠바바바밤!!!

[R.E.Gates가 1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플레이어 성. 미국에서 길드를 창설하시면 저희 길드 차원에서 적극 돕겠습니다. 미국 정부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다케쨩☆★이 1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성 상~ 미국보다는 일본이 고향과도 가깝고 좋지 않겠어요?♥ 저 다케짱이 준비 다 해 놓겠습니다! 몸만 오셔요! =??? ( ???)??]

-다케쨩 후원 액수 커졌음 ㄷㄷ

-그만큼 쫄렸다는 거지~ㅋㅋㅋㅋ

-갑자기 영입 경쟁 벌어지누...

-아 제발 일본만은 가지 마라 그냥 갈 거면 미국을 가 ㅠㅠㅠ

길드를 창설한다는 말에도, 각국의 영입 경쟁은 치열했다.

일단 성지한이 자국에서 길드를 만들기만 하면, 가장 큰 목적인 자국 내로의 편입은 이루는 것이었으니까.

아메리칸 퍼스트나, 신 자위대나.

각국의 정부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기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후원 감사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길드를 만들면, 확실히 정치적으로 압박당하지는 않겠군요.”

성지한은 이를 보고 얄밉게 이죽거리며.

“대한일보와 관리국장 측에서 공식적인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는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에 웬만하면 있을 생각이지만…….’

3억 달러의 계약금.

거기에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

로버트 게이츠가 제안한 영입 계약서는 어마어마한 조건을 지니고 있었지만.

사실, 성지한은 나라를 뜰 생각이 별로 없었다.

튜토리얼이 끝나고 난 이후, 생기는 국적 보너스.

그 효과를 받을 수 있는 나라는 결국 한국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검왕을 한국 대표로 짓밟아버리고 싶은 마음도 한몫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잡음이 생기면 귀찮은 것도 사실이지.’

다만, 대한일보나 관리국장이나.

구시대에 속하는 이들이, 자꾸 압력을 가하는 꼴은 도저히 못 봐줄 수준이었을 뿐.

“하지만…… 전 제가 나고 자란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여러분의 힘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런 일이 다시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성지한은 대중들에게 넌지시 운을 띄우며, 대놓고 드러내진 않아도 여론전을 부탁했다.

-오 쟤들이 사과하면 형 일단 여기 있겠다는 거지?

-님들 뭐함 빨리 국민청원 ㄱㄱㄲ

-대한일보 불매운동이 먼저 아님??

-걍 둘 다 햌ㅋㅋㅋㅋ

-관리국장 검색해 보니까 개 꼰대같이 생겼던데, 그 인간이 사과할까?

-ㅋㅋㅋㅋㅋ 우리가 사과하게 만들어 줘야지

이미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시청자들이었다.

성지한은 눈가를 훔치곤 깊이 고개 숙였다.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 마음이, 외압으로 인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여론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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