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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5화 (55/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5화>

*   *   *

불길하게 일렁이는 어둠이 태양빛이 내리쬐는 경기장으로 스멀스멀 침범해 오기 시작했다.

어둠이 빛을 밀어내는 기이한 현상.

그 광경을 바라본 성지한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마력…… 저걸 이겨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자신이 무력과 포스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지금의 수준으론 성좌의 힘을 이겨 내는 건 불가능하다.

‘하나, 이길 필요도 없지.’

성지한은 에픽 퀘스트의 내용을 떠올려 보았다.

[콜로세움 맵의 관객석에 위치한 그림자 여왕을 찾고, 그녀를 도발하라.]

그가 받은 퀘스트의 내용은 그림자 여왕과 싸우라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그녀를 찾고 도발하라는 것.

그림자 여왕을 찾으라는 전제 조건은 클리어한 듯했지만.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은 걸 보면…… 도발까지는 된 게 아니었군.’

어떻게 해야 그림자 여왕을 도발할 수 있지?

저 어둠에 다시 봉황시를 던져 봤자, 아무런 영향도 없을 터.

성지한이 한참 생각에 잠길 쯤.

스윽-

배리어로 쏘아 보냈던 봉황시가 어느새 손에 돌아와 있었다.

‘저 어둠에 들어갔다 나왔는데도 회귀하는 특성은 그대로군.’

한 번 쏘면 주인에게 돌아오는 기능이 있는 봉황시라 할지라도, 저 강력한 어둠 때문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림자 여왕 쪽에서 묵인해 준 건지, 봉황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강렬한 백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흠.’

성지한이 봉황시에 기를 불어넣자, 새하얀빛이 더 강해지며 어둠에 침식되어 가고 있는 주변을 밝혔다.

그때였다.

발밑에서 뭔가가 움찔하는 느낌이 들었다.

성지한이 바닥을 바라보니, 길게 뻗은 자신의 그림자가 묘한 형태로 변해 있었다.

‘이건…….’

그림자의 머리 부분이, 마치 검의 형태처럼 변형되어 있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스르륵!

검처럼 변한 그림자가 갑자기 튀어 오르더니, 성지한의 몸을 꿰뚫으려 했다.

하나 그림자가 변할 때부터 경각심을 지니고 있던 성지한으로서는 간단히 그림자를 꿰뚫을 수 있었다.

피시식-

형태를 잃고 사라지는 검 모양의 그림자.

그 즉시 바닥의 그림자는 원래의 형태로 돌아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검의 형태로 변해 갔다.

‘그림자에 이질적인 마력이 공급되고 있군. 이래서야 끝이 없겠어.’

그뿐인가.

그림자는 차치하더라도, 밖의 어둠은 지금 이 순간에도 경기장 안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이대로면 답이 없는 상황.

‘일단 상황이 어떤지 파악해야겠어.’

성지한은 뒤로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

파지지직-!

그렇게 섬천뢰보를 사용하려던 찰나.

“……?”

부르르르-

두 다리에서 피어오른 약간의 전류에, 그림자의 변화 속도가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뇌전이 통한다.’

한 번 더.

이번엔 섬천뢰보를 사용할 때 파생되는 뇌기雷氣를 일부러 바닥에 일부러 흘리자, 그림자가 눈에 띄게 마비되었다.

‘그림자에 흘러 들어오는 마력을 억제할 순 있어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군.’

그 이질적인 마력은 아무리 성지한이 뇌기로 지지고 없애 보아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일단은 이대로 둬야겠다.’

결론을 내린 성지한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찾기 위해 섬천뢰보를 시전했다.

*   *   *

경기장은 아비규환이었다.

“뭐, 뭐야! 웬 그림자가…….”

“으, 으아아악!”

플레이어들의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림자를 제압하고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던 성지한과는 달리, 다른 플레이어들은 검으로 변한 자신의 그림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방패나 실드 마법으로 공격을 막아 보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무슨 일인지, 그림자는 플레이어들의 방어를 무시하고 단번에 제 주인의 목숨을 앗아 버렸다.

[생존자가 5명입니다.]

[TOP 100 승급전이 곧 종료됩니다.]

순식간에 줄어들어 가는 생존자 숫자.

성지한은 시스템 메시지를 보곤 마음이 급해졌다.

‘아직 에픽 퀘스트를 깨지 못했는데.’

그림자 여왕을 어떻게 하면 도발할 수 있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뚫은 배리어 말고도 경기장의 모든 배리어가 해체되어, 사방에서 어둠이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 중앙에는 4명의 플레이어가 생존해 있었는데, 이들은 아직 어둠의 영향권에 들지 않아서인지 그림자에 공격을 당하지 않은 듯했다.

하나 그들의 그림자마저도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일단 살려야겠군.’

휙!

성지한은 섬천뢰보를 극성으로 발휘해, 생존자들에게 다가갔다.

“차, 차징……!”

성지한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오자, 한 워리어가 기겁하며 스킬을 사용하려 했지만.

툭- 툭-

“어윽……?!”

성지한은 맞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워리어의 몸을 가볍게 점혈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그림자를 전기가 가득 피어오른 발로 짓밟았다.

지지지직-!

그러자 플레이어를 위협하려 했던 그림자의 검이 사라지고,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왔다.

‘뭐야…… 왜 도와주는 거지?’

끔뻑. 끔뻑.

점혈을 당해 통나무가 되어 버린 워리어는 황당함에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성지한은 그를 포스로 들어 올리곤, 나머지 3명의 생존자도 동일한 방법으로 구해 경기장 중앙으로 옮겼다.

“…….”

네 명의 플레이어 모두 목석이 된 채, 경기장 중앙에 나란히 서 있는 상황.

그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눈만 껌뻑이며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그냥 죽게 내버려 두면 우승인데, 대체 무슨 생각이지?

네 사람이 의아한 눈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하나 성지한은 그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사방에서 밀려오는 어둠을 가만히 응시했다.

여태껏 저 어둠을 관찰한 결과.

겉보기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어둠이지만, 그 안에도 분명히 힘의 우열이 있었다.

‘그걸 확인하려면…….’

지지지직!

성지한은 네 플레이어들 비롯한 다섯 그림자에 전류를 흘렸다.

검으로 변하려 꿈틀거리던 그림자들이 삽시간에 원래의 형태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변형을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지한이 의도한 건 그림자의 완전한 제압이 아니었다.

그림자에 강렬한 자극을 주었을 때, 사방을 포위한 어둠의 어느 쪽에서 마력이 흘러 들어오는가.

그걸 지켜보기 위함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북동쪽의 어둠에서 묘한 기운이 슬쩍 뻗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뇌기에 완전히 제압됐던 그림자들이 빠르게 회복되는 게 보였다.

‘저기로군.’

확실했다.

그림자 여왕은 자신이 구멍을 뚫은 곳에 있었다.

위치를 알아냈으니, 이제 남은 것은 그녀에게 타격을 가해 도발하는 일뿐.

하나, 삼재무극으로는 그림자 여왕에게 닿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삼재무극도 충분히 강력한 무공이기는 하지만, 상대가 워낙 규격 외였으니까.

사실 지금으로선 성지한이 그 어떤 무공을 사용하든, 힘에 부치는 게 당연했다.

다만.

사용할 수 있는 무공 중에서 단 하나.

상대가 뇌기에 약한 점을 이용해서, 저 어둠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수단은 있었다.

화르르르르-!

봉황시가 다시금 불타올랐다.

이번에는 백색의 화염만을 머금은 것이 아니라, 푸른빛의 전기까지 맴돌았다.

‘비록 무명신공을 완전히 전수받지는 못했지만…….’

스킬에 등록된 무공은 아니었다.

그래도 몸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무명신공의 상승무류.

세 가지의 신결神訣을.

성지한은 그중, 이 상황을 타개할 가장 적합한 무공을 펼쳐 냈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천뢰신결天雷神訣

벽력섬뢰霹靂閃雷

무명신공의 상승무류 중 한 갈래, 뇌신雷神의 무공.

어둠과 마를 제압하는 데 으뜸인 이 힘은, 사실 지금의 성지한이 펼치기에는 너무 격이 높은 무공이었다.

설사 방랑하는 무신에게서 무명신공을 완전히 전수받았다고 해도, 온전히 펼치지 못했을 초식.

하지만.

‘격이 부족하면, 봉황시에서 빌리면 된다.’

다섯 번을 발사하면 사라진다는 제약이 있는 아이템, 봉황시.

하나 제약을 차치하고 위력만을 본다면, 봉황시는 SS급에 필적하는 막강한 힘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렇게 성지한은 벽력섬뢰를 펼치기에 부족한 격을 봉황시에서 끌어냈다.

치이이익-!

봉황시를 쥔 성지한의 오른손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불타올랐다.

무명신공의 스킬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상승무류를 사용하려고 한 부작용이었다.

손아귀에 극렬한 고통이 전해져 왔다.

배틀넷 커넥터를 사용하지 않았던 결과였으나, 성지한은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고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쿠르르르-!

뇌성이 봉황시에서 울려 퍼졌기 때문이었다.

“성공…… 했군.”

성지한이 투창 자세를 취했다.

팔과 어깨를 비롯한 상체의 모든 근육이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처럼 수축했다.

바닥을 디딘 구두가 파괴적인 각력에 뜯어져 나갔다.

그리고 이내.

-----!

성지한에게서부터 대기를 찢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손을 떠난 봉황시가 백염白炎을 품은 벼락이 되어 어둠을 그대로 갈랐다.

그와 동시에.

경기장을 완전히 집어삼킬 것 같았던 어둠이 스스로 걷히며,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까지도 성지한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던 흑안의 다크 엘프였다.

성지한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림자 여왕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다니.

더구나 그녀가 서 있는 곳은 파괴적인 힘을 내뿜으며 날아가고 있는 봉황시의 궤도 정면이었다.

하지만.

“……쯧.”

날아가던 봉황시는 다크 엘프의 코앞에서 우뚝- 멈추고 말았다.

[--------.]

그녀가 정체불명의 언어를 읊자.

봉황시의 불길이 서서히 멎고, 뇌기는 점차 힘을 잃어 갔다.

다크 엘프를 완전히 집어삼킬 것 같았던 봉황시는, 곧 본래의 모습인 새하얀 창처럼 변해 갔다.

그렇게 성지한이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초식이 무위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그 순간.

지지지직!

한 줄기의 새하얀 뇌전이, 다크 엘프의 왼뺨을 스쳐 지나갔다.

벽력섬뢰가 지닌 두 번째의 뇌격雷擊.

성지한의 완전히 타 버린 오른손에서 나온 뇌기가 봉황시의 뒤를 따라붙었던 것이다.

‘상승무공인 벽력섬뢰의 힘을 모두 다 발산하지 못해서 시간차 공격이 되었지만…….’

오히려 그게 이득이 된 상황.

그리고 아주 잠깐이지만.

다크 엘프의 왼뺨이, 살짝 그을렸다 원래대로 돌아왔다.

[…….]

다크 엘프는 말을 멈추고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성지한이 준비한 두 번째의 공격마저도 그녀에게는 미미한 피해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림자 여왕을 도발했습니다.]

[에픽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성지한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차피 이 공격은, 어디까지나 그림자여왕을 도발하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

흑안의 다크 엘프가 입을 열며,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사방을 감싸던 어둠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녀의 손에 모두 뭉쳐 하나의 검을 만들어 냈다.

그녀의 손에서부터 하늘 끝까지 뻗은, 압도적인 크기의 흑검.

스으으으-.

그와 동시에, 살아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의 그림자가 날뛰었다.

지금까지는 성지한의 전류에 막혀 움직이지 못했던 그림자였지만, 다크 엘프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자 더 이상 그림자를 억압할 수 없었다.

찌이익-!

그림자에 의해 순식간에 팔과 다리가 묶이며.

성지한을 포함한 다섯은 모두 사형대에 속박된 신세가 되었다.

이대로라면,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단칼에 베일 게 분명한 상황.

특히 여기서 가장 먼저 처형을 당할 신세는, 누가 봐도 성지한이었다.

승급전 1등이 날아갈 상황.

하나 그는,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죽어 줄 수는 없지.”

“컥……!”

뒤편의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신음을 흘렸다.

그러더니 하나둘씩, 빛이 되어 사라져 가는 플레이어.

4명의 생존자가 사라지자, 결국 남은 것은 단 하나.

성지한밖에 없었다.

[------?]

그걸 본 다크 엘프의 눈이, 잠시지만 커졌다.

성지한의 힘은 그림자가 이미 모조리 구속한 상태였다.

압도적인 힘을 지닌 자신의 앞에서는, 그 어떤 수작도 부릴 수 없을 터인데, 그런데 왜…….

저들이 죽는 거지?

“그럼 다음에 보자고.”

[TOP 100 승급전에서 우승했습니다.]

[5초 후 로그아웃됩니다.]

슈웅!

5초가 지나기 전.

성지한의 몸을 갈라 버리기 위해, 거대한 흑검이 그를 내리쳤지만.

서걱!

완전히 구속당한 줄 알았던 성지한은 마지막 몸을 비틀어, 그 일격을 피해 냈다.

대신 완전히 피하지 못해 왼팔이 잘려 나가, 땅바닥에 떨어졌지만.

‘이 정도면 선방했군.’

성지한은 팔이 끊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빙긋 웃으며 로그아웃을 마쳤다.

[성좌, ‘그림자 여왕’이 당신에게 흥미를 보입니다.]

[‘태양의 그림자’가 왼팔에 깃듭니다.]

마지막에 뜬 시스템 메시지까지는, 보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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