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49화>
* * *
“삼촌. 삼촌이랑 나…… 다른 게임 하고 있었어?”
집으로 돌아온 뒤, 윤세아가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였다.
“무력…… 포스…… 이게 뭐야?”
“유니크 스탯이야.”
“유니크 스탯이란 게 있었어?! 레어 스탯은…… 알아. 아빠, 아니 이토의 스탯도 쌍검류잖아.”
레어 스탯은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플레이어가 다이아리그에 도달하면, 스탯창에 새로운 능력치가 추가된다.
각각의 플레이어에 적합하게 맞춰져서, 기존의 스탯보다 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능력치.
이게 레어 스탯이었다.
“다이아도 아닌데 어떻게 스탯이 이럴 수가 있어?”
그런데 성지한은 브론즈임에도 불구하고 특이 스탯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있었다.
“다 방법이 있지.”
“이거…… 나도 가능해?”
윤세아는 일말의 희망을 지닌 채 물어보았다.
기프트는 비록 폐급을 받았지만, 이런 특수한 스탯이 있다면 삼촌처럼 리그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게 가능하다.
아니, 삼촌처럼 된다면 자신도 리그를 제패하는 게 가능하겠지.
“음. 이 둘은 안 될걸.”
성지한은 고개를 저었다.
유니크 스탯, 무력은 동방삭의 붓이 있어야 하며.
거기에 우선적으로 기프트, ‘방랑자의 눈’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포스는 클래스가 일단 메이지와 서포터, 두 개가 있어야 하니.
두 능력 다 윤세아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아쉽네.”
“대신, 다른 레어 스탯을 얻는 방법은 알고 있어.”
“진짜?!”
“응. 그걸 얻으면 너도 대단한 플레이어가 될 거야.”
성지한은 덤덤하게 말했다.
“대신, 좀 고생하겠지.”
“좀? 그 정도면 할 만 해.”
“음. 정정할게. 내 기준에서 좀이었어. 많이 힘들 거야.”
“역시…… 그렇지? 삼촌 기준이면 엄청 타이트할 거 같은데.”
성지한은 걱정하는 윤세아를 보며 피식 웃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조카의 근성이 대단한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너라면 가능할 테니 걱정하진 말고. 근데…… 네 기프트. 그래서 뭐야?”
성지한은 지금껏, 윤세아의 기프트를 보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
지금까지는 모른 척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지.
“……이거야.”
성지한의 물음에 윤세아는 자신의 기프트를 보여 주었다.
[기프트 - 대기만성 (등급 F)]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집니다.
“설명이 이게 끝이야?”
“그러니까. 사자성어 사전인 줄 알았어.”
“흠…….”
성지한은 곰곰이 생각하는 척했지만.
기프트 설명이 저렇다는 건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저런 성의 없는 내용으론 대기만성의 진가를 알아보기 힘들 터.
‘저런 기프트를 계속 달고 있으면 의욕이 나질 않겠지.’
그래서 미리 준비를 해 둔 게 있었다.
“자.”
“……이게 뭐야?”
“네 진짜 생일 선물.”
간단한 포장도 없이, 성지한은 한 물건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윤세아에게 건네주었다.
성지한이 준 것은, 금빛이 감도는 외눈 안경이었다.
[헤르메스의 외눈 안경]
-등급 : A
-올림푸스의 신 헤르메스의 외눈안경입니다.
-기프트의 본질을 파악합니다.
-1회용 아이템입니다.
기프트의 본질을 파악하는 헤르메스의 외눈 안경.
이건 배틀마켓에서 GP 100에 팔리는 C급 아이템인 ‘전령의 깨진 외눈 안경’을 수리할 시 획득하는 아이템이었다.
업적 상점에서 긴급 복구를 사용하여 수리한 외눈안경.
사실, 튜토리얼이 끝난 뒤 다이아리그의 던전에서 나오는 완전 수리 키트를 사용하면 굳이 긴급 복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었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순 없지.’ 조카의 생일 선물이니, 업적 포인트 1만쯤이야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었다.
“이게…… 뭐야?”
“네 생일 선물이라니깐.”
윤세아는 의아한 눈으로 외눈 안경을 바라보았다.
안경알이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 보통 아이템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제 상태창도 받고, 플레이어로 각성했으니 인벤토리도 사용할 수 있지?”
“응.”
“인벤토리에 넣어서 아이템 설명을 봐 봐.”
“인벤토리.”
성지한의 말에 따라, 인벤토리에 헤르메스의 외눈안경을 넣은 윤세아는 아이템 설명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와. 이런 아이템이 있었어?”
“응. 1회성이지만 말야.”
“헐…… A급인데?! 비싼 거 아니야?”
윤세아는 자신의 쓸모없는 기프트에 이 아이템을 쓰는 게 아까웠지만.
“그런 거 아니니 걱정 말고 사용하세요.”
성지한이 태연한 표정으로 말하자, 윤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A급이 보통이 아닌 아이템이란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 기프트의 본질이 궁금하긴 했다.
이내 헤르메스의 외눈안경을 사용하자.
“어……?”
기프트, ‘대기만성’의 설명이 완전히 달라졌다.
[기프트 - 대기만성 (등급 F - 업그레이드를 위한 게임 참여 횟수 50회)]
-기본 배틀넷 시스템을, 한 단계 위로 업그레이드합니다.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배틀넷 게임에 참여해야 합니다.
-F등급 효과 : 1일 게임 참여 횟수 1회 증가
-스테이터스 자연 성장률 100퍼센트 증가
“이건…….”
윤세아는 두 눈을 깜빡였다.
뭐지 이거.
기프트가…… 업그레이드된다고?
지금까지 나온 모든 기프트는 등급이 고정되어 오르거나 내려갈 일이 없었다.
업그레이드가 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
“왜. 어떻게 나왔는데?”
“이, 이거 봐 봐……!”
그녀는 얼른 상태창을 띄워, 자신의 기프트 항목을 보여 주었다.
“오…… 기프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거기에 F등급 성능도 괜찮은데?”
성지한은 저번 생에서 대기만성을 지니고 있던 중국의 랭커, 진유화를 떠올렸다.
어쩐지 하루에 게임을 두 번씩이나 참가하더라니.
이런 효과가 있었는가.
‘거기에 스탯 자연 성장률이 100퍼센트 증가한다는 건…….’
힘, 체력, 민첩 등.
잔여 포인트를 찍지 않더라도, 훈련을 통해서 올릴 수 있는 능력치가 더욱 빠르게 증가한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대기만성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효과라고 볼 수 있었다.
“효과 좋은데?”
“그…… 그래?”
“응. 거기에 스탯 자연 성장률 증가가 있으면…… 레어 스탯을 얻기도 수월해져.”
“정말? 진짜지?!”
“정말이야. 이야~ 우리 조카, 기프트 잘 받았네.”
그 말에, 윤세아는 풀썩 주저앉았다.
F등급 기프트를 받고도 애써 울지 않았는데.
“아…… 아아.”
오히려 결과가 좋아진 지금,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스윽-
휴지가 여러 장 저절로 뽑히더니, 윤세아의 눈앞에 둥둥 떠올랐다.
“고마워…… 삼촌.”
“당연한 일을. 아무튼 그래서…… 우리 조카는 플레이어 할 거니?”
“이런 걸 받았는데 해야지. 당연히!”
성장하는 기프트를 얻은 이상, 이제 수능 공부를 할 필요는 없었다.
성지한이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좋아. 그럼 밥 먹자.”
“밥…….”
“그래. 너 기프트 관에 계속 있었잖아. 하루 종일 굶은 거 아니야?”
“괜찮은데…….”
꼬르륵-!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배에서 천둥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윤세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몸은 정직하네.”
성지한은 빵과 스프를 가지고 왔다.
“저번에 코스 요리로 먹고 싶다 했지?”
“……아.”
“스테이크도 구울 테니까, 이거로 일단 배 채우고 있어.”
“언제부터 요리하고 있었어?!”
수저와 포크를 비롯한 식기들이 저절로 날아와 놓이며 텅 비어 있던 식탁이 순식간에 세팅되기 시작했다.
마법 같은 광경.
윤세아는 황망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기프트를 받을 때만 해도 최악의 생일인 줄만 알았는데.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삼촌은…… 이럴 줄 알고 있었던 걸까?’
기프트를 받기 전에는 계속 기프트에 대해 기대하지 말라고 하더니.
F급을 받아 오니, 놀라기보다는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헤르메스의 외눈 안경을 줘서 자신의 절망을 날려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삼촌은 모든 일을 알고 있던 것 같았다.
‘정말 미래라도 보는 걸까?’
윤세아는 잠시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삼촌이 이야기해 주고 싶으면 해 주겠지.
지금은 그냥…… 고마움만 간직하면 된다.
“삼촌. 이거 진짜…… 맛있는데?”
그녀는 스프를 떠먹으며, 해맑게 웃었다.
그것은 근래 윤세아가 애써 짓던 미소가 아니라, 그간의 근심 걱정을 어느 정도 털어 낸 듯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밝은 웃음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표정이네.’
성지한은 그걸 보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검왕이 한국을 떠나기 전의 세아가 지었던 미소를, 참으로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더, 자주 보자.’
***
22일 아침.
성지한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배틀넷에 접속했다.
-또 1등하누
-뭘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얘 빨리 실버 가야 한다니까??
-승급전은 어디냐!!!!!!!!
성지한이 디펜스 맵에서 가볍게 1등을 쟁취한 건, 이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던 때였다.
게임이 끝나고, 여유롭게 그런 채팅을 지켜보던 성지한에게 알림 메시지가 떠올랐다.
[25레벨이 되었습니다.]
[브론즈리그의 레벨 상한선에 도달했습니다. 더 이상 레벨이 상승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리그 승급전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오, 여러분? 저 25레벨 됐습니다.”
-오 진짜?
-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
-와…… 드디어 승급하누!!!!!
-벌써? 아니 한 달도 안 돼서 승급전을 가?
-ㅊㅋㅊㅋㅊㅋㅊㅋㅊㅋ
-(대충 놀랐다는 이모티콘)
성지한이 승급전 레벨을 찍었다는 소식에, 무수한 축하의 채팅이 주르륵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덧붙이듯 올라왔다.
[승률 1위로 브론즈리그를 마감했습니다.]
[‘브론즈의 지배자’칭호를 얻습니다.]
[TOP 100 승급전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TOP 100 승급전도 참가할 수 있네요.”
-TOP 100? ㅎㄷㄷㄷㄷㄷ
-성지한이 그럼 전 세계 브론즈 100명 안에 든다는 거야?
-당연하지;;; 100명이 뭐냐 저 정도면 1등이지
-ㄹㅇ모든 게임을 1등 찍어서 리그 마감했는데?
TOP 100 승급전.
이것은 승급전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경기였다.
원래의 승급전은 같은 나라 플레이어들끼리 치러졌다면, TOP 100은 전 세계의 플레이어 중 100명이 시스템에 의해 선발되어 치러졌다.
한 달에 한 번.
25일에 열리는 TOP 100 승급전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로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자랑했다.
브론즈리그의 승급전은 위치상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었지만, TOP 100 승급전 경기만큼은 달랐다.
-브론즈가 첫 번째 생중계였나?
-ㅇㅇ맨날 스킵하고 TOP 100 실버 승급전부터 봤는데, 이번엔 봐야겠네 -와…… 우리나라에서 TOP 100 승급전 참가하는 게 얼마 만이냐 -4년 만임 ㅋㅋㅋㅋ-4년? ㅋㅋㅋㅋㅋㅋㅋㅋ K-배틀넷 수준 실화냐??
-그러고 보니 TOP 100 승급전은 참가만 해도 승급 보장 아닌가요?
-ㅇㅇTOP 100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이미 승급한 거지
다른 일반 승급전과는 달리, TOP 100 승급전은 참여만 하면 승급이 보장되었다.
대신 경기는 기존의 배틀넷 경기처럼 절반이 생존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진행되는 서바이벌맵으로 진행되었다.
1등부터 100등까지의 순위를 확실히 정하기 위해서였다.
[TOP 100 승급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참가한다.”
성지한은 참가를 결정지으면서 생각했다.
‘드디어 에픽 퀘스트를 깰 때가 왔군.’
승급전의 맵도 서바이벌이었으니, 콜로세움으로 지정될 터.
성지한은 그림자 여왕의 인정을 받으라는 에픽 퀘스트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승급전에서 클리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려면 무명신공을 배워야겠지.’
이제 25레벨이 되었으니, 스탯을 올려 무력 30을 찍게 되면 무명신공을 배우기 위한 조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드디어…….’
입가에 미소를 지은 성지한이 최종 준비를 하기 위해 로그아웃했다.
이제, 스킬창에 무명신공을 등록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