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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6화 (4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6화>

8월 21일.

성지한은 여느 때처럼 윤세아의 등교를 도왔다.

다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일찍인 아침 6시에 등교했는데, 바로 내일이 윤세아의 18세 생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오늘은 자정까지 기프트관에 있겠네?”

“응! 당연하지.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기프트를 받아야 하니까.”

“그럼 그때 데리러 갈게.”

“응. 삼촌.”

윤세아는 김희수의 제안을 거절한 뒤로, 귀갓길에 그녀의 차를 타지 않게 되었다.

정작 김희수는 괜찮다고 했지만, 윤세아로선 괜히 빚이 생기는 것 같아 꺼려진 것이다.

“근데 오늘은 좀 늦는데…… 괜찮겠어?”

“네 기프트가 궁금해서라도 꼭 가야지.”

“헤~ 나보고 계속 기대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궁금하기는 한가 봐?”

“당연히 궁금하지 않겠어? 단지 너무 큰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오니까 그렇게 이야기한 거지.”

“……응. 무슨 뜻인지는 알 것 같아.”

윤세아는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침묵을 지켰다.

생각이 복잡해 보이는 얼굴.

성지한은 이를 보고 생각했다.

‘저번에 비해 기대감은 많이 사라진 것 같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세아는 내심 자신이 좋은 기프트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SSS급 기프트를 둔 아버지와 SS급 기프트를 둔 어머니를 둔 사람은 이제껏 없었으니까.

부모의 기프트 총합으로 순위를 매기면, 윤세아는 세계제일이겠지.

아무리 기프트에 랜덤성이 있다지만,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요 근래 성지한이 계속 이야기를 빙자한 세뇌 교육을 한 결과, 그 기대감은 좀 수그러든 것 같았다.

대신.

“그래도, 나…… 좋은 기프트…… 받고 싶어.”

윤세아에게 갈망이 생겨났다.

기대와 갈망.

둘은 비슷하나 엄연히 달랐다.

윤세아의 기대는 ‘당연히 난 좋은 기프트를 받을 거야!’ 라는 것이었다면, 갈망은 ‘꼭 좋은 기프트를 받아야 해!’라는 간절함이 짙게 내포되어 있었다.

‘……저번 생과 상황이 많이 바뀌긴 했다만.’

성지한의 노력으로 인해.

지난 생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상황이 좋은 편이다.

매국노의 딸이라기보다는, 가장 큰 피해자로 이미지가 그려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1회차 때에 비해 낫다고 해서 지금이 윤세아에게 좋은 상황인가 하면 그렇지 않았다.

결국 아버지한테 버림받은 것은 똑같으니까.

기대는 가라앉혀도, 간절함이 치솟는 것은 성지한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세아야.”

“응?”

“삼촌 봤지? F급도 쓸 만해. 그러니 아무거나 받아도 돼.”

성지한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가볍게 이야기하자, 윤세아도 살짝 얼굴을 폈다.

“참 나. 상태창 나머지 부분은 안 보여 줬으면서.”

“궁금해? 어차피 생일 전날이니 지금 보여 줄까?”

“아니…… 지금은 됐어. 오늘은 다른 생각 말고, 기프트관에만 집중하고 싶거든.”

“그래. 그럼 끝나고 보여 줄게.”

“응.”

벌컥-

배틀넷 아카데미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 윤세아가 웃는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

“고마워. 삼촌. 나 갈게!”

평소와 다름없이 밝은 표정.

반면 성지한은 남몰래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오늘 밤에 결과가 나오면, 저렇게 웃는 얼굴은 보기 힘들겠지.

‘오늘은 좀 일찍 나와야겠어.’

괜한 날파리들이 꼬이기 전에, 미리미리 정리를 해 둬야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핸들을 돌렸다.

*   *   *

붉은빛 보석, 기프트 젬이 벽에 가득 박혀 있는 기프트관.

윤세아는 그곳에서 생일 전날인 학생에게만 허락된다는 독방으로 안내받았다.

반짝. 반짝.

윤세아가 방에 들어오니, 주변에 박힌 기프트 젬에서 일제히 빛이 깜박였다.

기프트 젬의 축복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신호.

묵묵히 자리에 앉은 윤세아는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너 아직도 걔랑 친한 척하더라?

화장실 안에서 들려오던 목소리.

그 목소리는 윤세아에게 친숙한 사람의 것이었다.

그것도 아카데미 1학년 때부터 지내 온 친구.

-친한 척은…… 인터뷰 하나 따려고 작업 치는 거지.

-으이그. 니가 기자냐? 근데 윤세아 걔는 되게 비싼 척하더라.

-그러니까. 끈 떨어진 지도 모르고…… 인터뷰 해 주겠다면 감사히 받아야지.

짝궁이자 제일 친하게 지내 왔던 그 김희수가, 자신을 씹고 있었다.

-하여간. 아직도 지가 잘나가는 줄 알아. 재수 없다니까. 쥐뿔도 없는 게.

-어머 얘는. 그랬다가 걔가 SSS급 받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럼 그때 다시 들러붙으면 되지. 그럴까 봐 아직 따는 안 하잖아.

-너 진짜 걔 싫어하네.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원래 근본도 없는 집안이잖아. 배틀넷만 아니었으면 걔랑 같은 공기를 마셨겠니 우리가?

절친인 줄 알았던 이의 악설惡說에, 윤세아는 화장실에서 나오질 못했다.

‘……혹시나 했는데.’

석연치 않은 느낌은 있었다.

학교에 복귀한 뒤로, 친구들의 태도가 평소와는 달리 딱딱해지고 어딘가 선을 긋는 것이 느껴졌다.

당시엔 그것이 배려라고 생각했다.

큰일을 당한 자신을 위해 신경 써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일전 이후에는…… 알게 됐지.’

검왕이 한국을 짓밟은 한일전 이후, 친구들의 태도는 더 확연해졌다.

검왕이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으니까.

이내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서서히 윤세아를 내려다 볼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다.

김희수의 경우가 대표적이었다.

인터뷰를 아무리 거부해도, 생각을 바꿔 보라고 집요하게 달라붙으면서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고 들었다.

검왕이 있을 때는 꿈도 꾸지 못했을 태도.

‘끝까지 인터뷰 안 하겠다고 했지만…….’

들은 척도 안 했었지.

자정이 지나 기프트 관을 나오면, 진을 치고 있는 김희수네 언론사 기자들을 볼 게 뻔했다.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윤세아의 거절은, 김희수의 뜻을 바꾸지 못했으니까.

“기프트는 랜덤…….”

성지한이 근래 계속 언급했던 말을, 윤세아는 나직이 내뱉었다.

왜 이런 말을 했는지는 잘 알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테니.

조카를 걱정한 거겠지.

“하지만, 나한텐 좋은 기프트가…… 꼭 필요해.”

자신을 욕하던 절친들이 다시 친한 척 다가오는 꼴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기프트를 받지 못하면, 주변에서 비난과 조롱이 쏟아질 것을 걱정해서도 아니었다.

누구보다 존경했던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을 때 입은 상처에 비하면 이까짓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윤세아는 지금껏, 나름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배틀넷 아카데미에서 학생회장을 지내고, 전교 1등을 쭉 지켜 왔으며.

학교 친구들과도 두루두루 원만한 교우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렇게 나라를 뜨고 나자, 이런 노력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은, 철저하게 검왕에게 종속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등생으로 살아왔든, 개망나니로 살아왔든 아무 상관없이.

‘내 힘으로…… 스스로 서고 싶어.’

사실 그냥 살아가는 것만으로 친다면 지금 형편으로도 충분히 넉넉했다.

검왕에게 받은 돈은 일반 사람들이 평생 모아도 모으지 못하는 거액이 아닌가.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진정한 자립은.

‘검왕의 딸이자 피해자’라는 꼬리표를 떼어 버리는 데부터 시작했다.

‘그러려면…….’

능력이 필요했다.

그래.

삼촌처럼 리그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 줘서.

‘검왕에게 버림받은 딸’이 아닌 ‘배틀넷의 유망주’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려면 좋은 기프트를 꼭……!’

윤세아는 간절히 소망했다.

삼촌처럼 되고 싶다고!

그때였다.

번쩍-! 번쩍-!

점차 반짝이는 기프트 젬에서, 빛이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기프트 젬의 변화는 평소 축복을 받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건……!’

아카데미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기프트 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은 기프트를 얻을 확률이 증가한다고.

‘S급을 받았던 선배도…… 이렇게까지 반짝였다고 하진 않았는데.’

그 선배가 들려줬던 경험담에선, 독방에 있는 기프트 젬의 절반 정도가 빛을 크게 발했다고 했다.

하나 지금은 뭐란 말인가.

반이 아니라, 거의 모든 기프트 젬이 빛을 번쩍거리고 있었다.

‘……기대해도 되는 걸까?’

윤세아는 지금까지 애써 묻어 왔던 기대감이 다시 떠오르는 걸 느꼈다.

*   *   *

강남의 한 커피숍.

오랜만에 만난 사촌 오빠와 이야기를 나누던 김희수는 문득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9시.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할 시간이었다.

“오빠. 잠깐만~ 나 통화 좀.”

“어. 해.”

김희수는 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김 기자님? 저예요.”

[예. 아가씨.]

“저번에 말씀드렸던 세아 인터뷰 준비는 잘 되고 계신가요?”

[윤세아 씨 인터뷰요? 준비는 끝났습니다만…… 정말. 한다고 합니까? 기프트 뭘 받을지 어떻게 알고.]

“에이. 제가 걔랑 절친이에요. 다 허락받았죠.”

윤세아가 몇 번이고 거절했음에도, 김희수는 태연히 그리 말했다.

[그런데 지금 시간에는……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지 않습니까?]

“당연히 저랑 같이 가야죠.”

[아. 그렇다면 어디로 갈까요?]

김희수가 카페 이름을 불러 주자, 김 기자는 알겠다고 하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근데 또 성지한이 방해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성지한이요? 그 사람이 왜요?”

[저번 광복절에 소드 팰리스로 취재하러 갔을 때, 그 사람이 저희 기자들을 제압했거든요. 무슨 힘인진 모르겠지만 몸을 옴싹달싹 못하게 하던데…….]

“음…….”

[일단 그리로 가겠습니다, 아가씨.]

“네. 김 기자님.”

통화가 끝나자.

김희수의 사촌 오빠인 김인식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 시간에 뭔 인터뷰?”

“오빠. 윤세아 알아?”

“윤세아? 아, 검왕 딸? 저번에 내가 소개팅시켜 달라고 하니까, 네가 어딜 넘보냐고 했잖아.”

“어. 걔 맞아.”

“그래……?”

저번과 다르게 무덤덤해진 김희수의 모습에, 김인식이 흥미를 보였다.

“걔, 남친 있냐?”

“지금까지 한 번도 사귄 적 없을걸?”

“진짜? 그 얼굴로?”

“워낙 잘나셔서. 눈에 차는 남자가 없었나 보지.”

“난 어때?”

김희수는 김인식을 보고 피식 웃었다.

SNS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본 뒤로 꽤나 꽂혀 있는 듯했다.

“오빠? 세아가 검왕 딸이었을 때야 급이 안 맞았지만…… 지금은 오빠가 아깝지. 요즘 오빠 잘나가잖아.”

A급 기프트를 받아, 무럭무럭 성장한 김인식.

그는 이제 레벨 50이 되어, 실버에서 승급전 준비를 하고 있는 준 프로였다.

“뭐, 연애할 때야 얼굴이 최고잖아.”

“으이그. 그러다가 빠져서 결혼한다고 하진 말고. 걔, 거의 고아 신세잖아.”

“응? 삼촌 있잖아?”

“그러니까 ‘거의’ 고아지.”

“오빠 여친한테 그러지 마라.”

“뭐래. 얘가 그렇게 좋아?”

“예쁘잖아.”

역시 남자들한텐 예쁜 게 진리인가.

김희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지나가듯이 말했다.

“그럼 오빠도 인터뷰할 때 같이 갈래?”

“오. 진짜?”

“응. 성지한이 혹시나 인터뷰 망칠 수도 있으니까, 그때 좀 막아 주기만 해 줘.”

그러자 김인식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식이.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얼굴 보자더니. 너 이러려고 나 불렀지?”

“에이. 무슨 소리야? 나 지금 전화받아서 성지한 이야기 들은 거라고.”

“음. 수상한데…….”

“오빠야말로 설마 쫄았어? 브론즈한테?”

“하…… 미쳤냐? 브론즈 따위한테 뭔…… 야, 세아 사진 다시 보여 줘 봐.”

김희수가 사진을 보여 주자.

김인식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했다.

“이야, 진짜…… 졸라 예쁘네. 조건 하나 더해서 번호도 줘. 그럼 갈게.”

“번호? 알았어. 인터뷰 끝나고 줄게.”

“좋아, 좋아. 그럼 머리 좀 세팅해야겠다.”

그러면서 서둘러 자리를 뜨는 김인식.

그걸 보고 김희수는 씩 웃었다.

‘됐네.’

성지한이 암만 세 봤자, 레벨 50 워리어는 못 이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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