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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5화 (45/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5화>

윤세아의 생일까지는 일주일.

성지한은 그녀가 생일 때 받을 기프트의 등급을 알고 있었다.

‘F급. 틀림없다.’

F급 기프트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처참하다.

‘차라리 안 받느니만 못하다고 하지.’

못 받았다면 나중에라도 운 좋게 더 좋은 기프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라도 품을 수 있다지만.

이미 F급을 받았다면, 그 플레이어의 운명은 그냥 F급에서 고정된 채 끝나 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그게 대단한 기프트인 걸 알고 있지만. 대중의 인식은 그렇지 않아. 그냥 폐급 취급을 하겠지.’

물론 저번 생만큼 윤세아에게 가차 없는 비난과 무자비한 멸시가 쏟아지지는 않을지라도, 매스컴과 네티즌들에게 꽤 조롱당할 만한 일인 건 분명했다.

‘기대 심리를 줄여야 해.’

기프트에 대한 윤세아의 기대는 적잖이 커 보였다.

평소에 ‘기프트는 어차피 랜덤’이라고 손사래를 치곤 하지만.

어머니, 삼촌, 그리고 빌어먹을 아버지의 능력을 곁에서 지켜본 윤세아로선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결과를 받으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특히 저번 생에서는 거의 삶을 포기하다시피 한 걸 보지 않았던가.

절로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부동산 중개인이 강남의 여러 집을 소개해 줬지만, 영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다.

“그럼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살펴 가세요!”

결국 수확 없이 부동산 탐방을 끝내고 소드 팰리스로 돌아온 성지한과 윤세아는 짙은 한숨을 쉬었다.

“삼촌…… 우리. 참 좋은 집에서 살았구나.”

“다 좁아 보이지?”

“응. 내가 눈이 너무 높은가 봐.”

윤세아의 예산으로 볼 수 있는 집의 클래스는 어마무시했지만.

소드 팰리스의 펜트하우스는, 그것보다 훨씬 급이 높았다.

거기서 오랜 시간을 살아왔던 윤세아가 하루 만에 눈을 낮추는 건 쉽지 않은 일.

“어쩔 수 없지. 적응해야지 않겠어?”

“맞아. 부동산 탐방 좀 다니다 보면, 눈높이가 낮아질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마. 오히려 다른 게 걱정되지.”

“응? 또 걱정할 게 뭐 있어?”

“네 기프트.”

성지한이 기습적인 돌직구를 날리자, 윤세아는 눈을 깜빡였다.

“내 기프트? 왜?”

“기프트에 너무 기대하는 거 같아서.”

“에이~ 기대 안 해. 어차피 랜덤이잖아? 받을지 안 받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기대 안 해?”

성지한이 진지한 목소리로 묻자.

“……어.”

윤세아는 잠깐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SSS급 기프트를 받아서 이토 놈에게 한 방 먹이고 싶거나. 지금의 상황을 뒤바꾸고 싶거나…… 그러고 싶진 않고?”

“그…… 그건 그냥 꿈이잖아? 꿈과 현실은 잘 구분하고 있다고요.”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스르르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성지한은 펜트하우스로 들어섰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거든.”

“…….”

“그리고 사람들이 자꾸 혈통 이야길 하는데…… 그런 거 없어. 세아야, 삼촌 기프트 등급이 뭔지 알아?”

“뭔데? SS? SSS?”

“F급이야. 너도 예전에 봤잖아? ‘방랑자의 눈’.”

“에이. 뻥치시네!”

윤세아는 말도 안 된다며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F급 기프트, ‘방랑자의 눈’.

그게 과거 성지한의 기프트였던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성지한의 생일 때, F급을 받았다면서 미친 듯이 술을 마시다가 토하는 작태를 눈앞에서 봤으니까.

‘그치만 지금도 F급일 리가 없잖아.’

레벨이 22에 오르기까지.

단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고, 콜로세움의 배리어까지 부수며 무지막지한 위력을 과시하던 삼촌이다.

그런 괴물의 기프트가 F급이라니, 말이나 되는 소린가?

하지만.

“상태창.”

성지한은 직접 상태창을 띄워 기프트 항목을 떼서 보여 주었다.

“자, 봐.”

[기프트 - 방랑자의 눈 (등급 F)]

다른 플레이어를 잘 파악합니다.

“……어? 진…… 짜네?”

윤세아는 떨리는 눈으로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아니,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플레이어의 기프트가 진짜 F급 기프트라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상태창을 바라보던 윤세아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삼촌.”

“응?”

“근데 왜 기프트 항목만 보여 줘?”

“이건 구독자와의 약속이라.”

“헤헤, 뭐 있구나?”

“글쎄다?”

“와. 치사해. 보여 줘! 보여 줘!”

윤세아가 떼를 쓰자, 성지한은 오히려 상태창을 비활성화시켰다.

“그럼 네가 기프트 얻는 날에 보여 줄게. 생일 선물로.”

“와~ 더 치사해! 무슨 삼촌이 생일 선물로 상태창 관람을 시켜 주냐?”

“그럼 그거 말고 다른 선물 줄까?”

“에잇! 선물도 주고! 상태창도 보여 줘야지!”

피식-

성지한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둘 다 해 줄게. 대신.”

“대신?”

“네 기프트. 너무 기대하진 마.”

“아. 진짜!”

“혹시나 기프트에 관해서 취재 같은 거 오면, 일절 무시하고.”

“알았어, 알았어!”

윤세아는 신발을 휙 벗어던지고 집으로 들어갔다.

평소보다 거친 동작.

성지한은 그걸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도 기대감이 꺾이질 않았네.’

직접 자신의 기프트까지 보여 줬건만.

‘뭐, 지금 몇 마디 했다고 수그러들 거라곤 생각도 안 했다만…… 어쩔 수 없군.’

생일까지 6일.

계속 이야기를 해서, 세뇌 교육을 시켜야겠다.

*   *   *

8월 17일의 등굣길.

“세아야. 기프트는 랜덤이야. 알지?”

“알아.”

“기프트 젬도 너무 믿지 말고. 이하연 씨가 그렇게 욕을 하더라. 학생회장 하면서 학교에 그렇게 기여했는데도 서포팅 기프트 줬다고.”

“서포팅 기프트였어? 그분이?”

“그래. 기프트는 그냥 운빨이야. 그래. 말 그대로 선물이지.”

“알았어. 기대 안 할게.”

윤세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어제부터 왜 이렇게 기프트 이야기만 하는 건가.

‘마치, 내 기프트는 망할 것처럼 말이야.’

물론 삼촌의 걱정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윤세아의 생일을 아는 주변에서 기프트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면, ‘부모님도 잘 받았으니 너도 잘 받을 것’라는 부러움이 레퍼토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괜히 결과 안 좋으면 실망할까 봐 그러는 거 같은데.’

그렇게 윤세아는 아침 등굣길만 해도, 그냥 삼촌이 신경을 써 주는 차원에서 해 주는 격려로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귀가한 후에도 격려는 계속됐다.

“왔어?”

“응. 삼촌.”

“너도 알다시피, 기프트는 랜덤이야. 그러니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란다.”

“저기…… 그 말, 아침에도 들었거든?”

“점심에는 안 들었잖아? 그러니 저녁에는 들어야지.”

“……아. 알았다고요.”

다음 날 아침에도.

“세아야? 기프트…….”

“그만! 알아들었다고! 나!”

“랜덤, 알지?”

저녁에도.

“세아야. 기프트는 F급도 쓸 만해. 날 보면 알잖아.”

“상태창이나 다 보여 주고 이야기해 줄래?”

“그건 생일 선물이잖아?”

“아. 됐어요! 랜덤 소리 할 거면 나 방에 갈 거야!”

“음…… 기프트는 무작위야.”

“아, 진짜!”

그리도 또 다음 날 아침에도.

“세아야?”

“기프트 랜덤이라고?”

“오. 역시 반복 학습. 효과가 있네.”

“그래. 그러니까 그만…….”

“아냐. 이때 확실히 머리에 각인해야지. 그럼 다시 들려줘 볼까? 기프트는 랜덤이며 무작위고 혈통이랑은 아무 상관없다.”

“그거 외우겠다. 진짜.”

“그러라고 말하는 거야.”

그렇게 경차로 학교에 등교할 동안.

윤세아는 성지한에게 ‘기프트=랜덤’ 공식에 대해 계속 주입식 교육을 당했다.

“하아…….”

“세아.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어?”

윤세아가 반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

옆자리에 있던 김희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니. 기프트 때문에.”

“에이~ 니가 뭘 걱정해? 당연히 S급 이상은 받겠지.”

“아냐. 기프트는 랜덤에 무작위고 혈통이랑은 아무 상관 없다고.”

윤세아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흠칫 놀랐다.

요 며칠간 삼촌에게 시달린 레퍼토리가 그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역시 계속된 반복 학습의 효과는 장난이 아니었다.

“꼭 그렇진 않은 거 같던데? 1세대 플레이어들 중, 상위 랭커의 자녀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그래?”

“응.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이 언론 쪽이잖아.”

윤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희수는 메이저 언론사 사주의 손녀로, 이런저런 가십을 비롯해서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뉴스거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직 통계적으로 확실히 증명된 건 아니지만…… 외국 랭커의 케이스까지 모아 보면, 확실히 혈통의 영향이 있다고 들었어.”

“그래도 삼촌이 계속 옆에서 기대하지 마라. 랜덤이다. 귀가 따갑게 이야기해서 그런지…… 기대 안 하는 게 마음 편할 거 같아.”

“삼촌분이? 그분은 적어도 SS급 이상 아니야? 계속 1등 찍으시던데.”

“몰라. 나한테도 안 가르쳐 줘.”

사실 성지한의 기프트가 F급이란 걸 알지만, 그 사실을 김희수한테 이야기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모른 척하는 게 제일이었다.

“세아야. 그러고 보니. 22일에 기프트를 받잖니?”

“응.”

“그럼 밤 12시 땡 하기 전까지, 기프트관에 있을 거야?”

기프트관.

기프트 젬이 빼곡하게 박혀 있는 그 장소는, 아직 기프트를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좋은 기프트를 받을 수 있게 축복을 내려 준다고 알려져 있었다.

특히 18세의 생일을 목전에 둔 아카데미 학생은 온종일 그곳에서 축복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럼…… 그날, 우리 쪽 기자랑 인터뷰할래?”

“인터뷰?”

“응. 요즘 자기PR이 중요한 시대인 거 알지? 네 뛰어난 기프트를 세상에 널리 알려 주는 거야!”

“너희 신문을 통해서?”

“응. 히히.”

김희수는 이를 드러내며 해맑게 웃었다.

검왕의 딸, 윤세아의 기프트에 대한 독점 인터뷰.

세간에 어마어마한 화제를 불러올 만한 이슈일 테니, 그녀가 인터뷰에 욕심을 내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에이. 됐어. 무슨 인터뷰야~.”

하나 그동안 성지한의 반복학습이 효과를 본 것일까.

윤세아는 김희수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안 좋은 거 나오면 망신이잖아.”

“에이. 그렇지 않대두? 아직 확실히 입증이 안 돼서 그렇지…… 부모 기프트 등급이랑 자식이 받는 거랑 관계가 있다니깐.”

“그럼 내가 좋은 거 받으면, 그때 인터뷰할게. 그럼 되잖아.”

“하자. 세아야.”

하나 김희수는 생글생글 웃으며, 윤세아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 웃음은 마치.

윤세아의 의중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 같았다.

평소와는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아니…….”

이상함을 느낀 윤세아가 확실히 거절의 뜻을 내비치려 할 때였다.

“얘들아!”

드르르륵-

교실 문이 열리고 담임 교사가 들어오자, 둘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아, 선생님 오셨다.”

“그러네. 다음에 또 이야기하자.”

윤세아가 먼저 몸을 돌려 앞을 쳐다보자.

김희수도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돌렸다.

하지만, 앞을 바라보는 김희수의 눈빛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미 끈은 떨어졌는데, 왜 이렇게 버티는지 모르겠네.’

지금까지 윤세아와 친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검왕 때문에 친분을 다진 것일 뿐이었다.

검왕이 일본에 갔을 때만 해도, 윤세아를 정말 버렸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그녀와 계속 친분을 유지했다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친구를 해 주는데…… 얘는 자기 위치를 모르나?’

인터뷰로라도 쓸모를 입증할 것이지, 주제를 모른다.

김희수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좋게 좋게 생각했다.

‘뭐, 사실 굳이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지.’

내가 하겠다는데, 어쩌겠어?

김희수는 싱긋 웃었다.

어떤 게 더 특종일까.

윤세아가 좋은 기프트를 받는 게?

아니면 최악의 기프트를 받는 게?

‘어설픈 등급만 아니면 돼. 좋으면 최고로 좋든가. 아니면 최악으로 떨어지든가.’

그래.

가능하면 F급 같은 게 나오면 참 좋겠는데.

김희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얼른 세아의 생일이 오기만을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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