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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4화 (4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4화>

*   *   *

“삼촌~ 게임 끝난 거 봤는데…… 돌아왔어?”

“응. 있어. 들어와.”

달칵-

윤세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소드 팰리스 앞에서 기자들에게 시달릴 때에 비하면, 꽤 많이 풀린 모습이었다.

“그림자 여왕 찾는 건 어때? 실마리 좀 잡은 거 같아?”

“확실히, 네가 말한 그 검은 눈의 다크 엘프가 가장 수상하더라. 아니, 아무래도 그 엘프가 맞는 것 같아.”

“그래? 화면상으로는 잘 모르겠던데.”

“내가 본 모습은 달랐어.”

성지한이 구멍을 통해 본 광경을 이야기해 주자, 윤세아의 눈이 반짝였다.

“배리어 너머의 모습이 완전히 달랐다니…… 그럼 퀘스트는 클리어된 거야?”

“아, 그건 아니야. 도발까진 하지 못했거든. 다음에 제대로 준비해서 부숴 보려고.”

“에이, 그래? 아쉽게 됐네…….”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하자, 윤세아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방을 다시 나가려 했다.

“세아야. 잠깐.”

“응?”

“네 덕분에 그림자 여왕을 찾았잖아.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하고 싶었던 부탁이 뭔지 말해 봐.”

“으…… 그래도 확실하진 않은 거잖아.”

“아냐, 확실해. 그리고 내가 궁금해서 그래.”

부탁이 있으면 그냥 들어준다고 해도, 자꾸 뜸만 들이고 말을 안 하니 답답할 지경이었다.

“음. 그게…….”

시선을 살짝 피하며 우물쭈물하던 윤세아는.

성지한이 도저히 물러서지 않을 것 같자, 한참을 고민하는 듯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사, 가자는 거였어.”

“이사? 이곳 말고?”

“응. 이제 여기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윤세아는 방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생각이 나거든. 특히 오늘 같은 날은 더더욱.”

누가 생각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평소에는 싱글싱글 웃으며 표정 관리를 잘하던 윤세아였지만.

집을 바라보는 지금만큼은, 눈빛도 표정도 쓸쓸해 보였다.

성지한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드 팰리스의 펜트 하우스.

쓸데없이 넓기만 하고, 검왕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어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확 치솟던 적이 많았다.

이제껏 이사를 가지 않았던 건, 정부 측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한일전도 끝나고, 검왕이 한국에 오지 않을 거란 걸 많은 국민들이 알게 되었으니.

‘확실히 이제, 이곳에 볼일은 없지.’

지금까지 유보하고 있었던 소드 팰리스 기증을 진행시킬 때가 온 것이다.

“그래. 이사 가자! 삼촌도 이번에 돈 좀 벌었으니까, 여유는 충분해.”

“엥? 괜찮아! 삼촌이 돈이 어디 있다고!”

깜짝 놀라 손사래를 치는 윤세아.

“아냐. 나 돈 많어. 걱정 마.”

“에헤이! 됐어! 삼촌 빈털터리잖아. 내가 어떻게 벼룩의 간을 빼먹겠어.”

급기야 벼룩의 간 소리까지 나오자, 성지한은 형용할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돈이 얼마나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세아야…… 나 그렇게 거지는 아니야.”

“아, 미안! 내가 마음이 급해서. 삼촌, 생각해 봐. 경매에서 돈 받은 거. 통장에 놔두느니 빨리 부동산에 넣어야 하지 않겠어? 그래! 부동산! 강남! 강남불패잖아!”

윤세아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하자, 성지한은 잠깐 저번 생을 떠올렸다.

‘강남불패…… 오랜만에 들어 보네.’

멸망이 눈앞인데 불패고 자시고 할 게 있었겠는가.

한국이 동북아시아 리그 꼴찌를 반복하며 벼랑 끝에 몰렸을 때는, 강남의 땅문서는 모두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었다.

‘뭐, 이제는 한국이 망할 일은 없을 테니까.’

회귀한 자신이 있는 이상, 저번처럼 한국이 리그 꼴찌를 계속 달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근데 네 돈으로 사는 거면…… 뭐 그걸 굳이 나한테 부탁을 해? 그냥 사면 되잖아.”

“그래도. 나 미성년자라 대리인도 있어야 하고…… 집도 알아봐야 하는데 혼자서는 무리일 거 같아서. 요즘 삼촌 많이 바쁘잖아. 부탁하기가 미안했지.”

성지한이 픽 웃으며 윤세아의 머리를 헝클었다.

“으이구~ 뭐가 미안해. 가족한테.”

“가족이라고, 뭐든지 다 되는 건 아니잖아.”

“…….”

‘가족’을 언급하자, 밝은 얼굴에 잠깐 그늘이 지는 모습.

누굴 생각하는지는 뻔했다.

‘하루 빨리 이사를 가야겠군.’

성지한 역시 이곳에 살기 싫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더더욱 살기 싫어졌다.

생각을 마친 성지한이 짐짓 거만하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이 몸께선 다 되니까. 뭐든지 부탁하도록 해.”

“으이그. 허세는…… 삼촌. 이번에도 내 집에 얹혀 살 거면서.”

“내 집이라니? 우리 집이지. 우리 집. 크흠…… 일단 관리국에는 내일 연락해 볼 테니까. 어디 살지 후보나 찾아볼까?”

*   *   *

윤세아의 행동력은 재빨랐다.

언제 알아 둔 것인지, 부동산 중개인과 연락해서 성지한과 함께 집을 보러 간 것이다.

-괜히 현금 가지고 있으면 허튼 데 쓸 수 있으니까. 집에 좀 투자할래.

윤세아는 검왕에게 받은 500억의 일부분을 투자할 요량으로 값비싼 집을 소개받았다.

그중 첫 번째로 간 곳은 강남 한강변에 있는 최고급 아파트였다.

“어…… 여기가. 80억이라고요?”

“네네. 참 좋은 집이죠? 지어진 지 얼마 안 되지 않았고. 한강도 이렇게 탁 트이게 잘 보여요. 실평수는 80평이고…….”

아파트 30층에 위치한 이 집은 과연 비싼 값을 할 만 했다.

한강이 보이는 최적의 위치에 고급스런 내부, 거기에 넓은 평수.

“유명한 플레이어분들은 물론 유명 연예인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답니다. 프라이버시는 확실하게 지켜 주는 곳이에요. 원래 시세라면 100억 이상은 줘야 하는데, 주인분이 급매를 희망하셔서 싸게 나온 거랍니다.”

중개인은 자신만만하게 집을 소개했다.

그만큼 여기는 좋은 집이었다.

그래.

일반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는.

“아. 이게…… 80억.”

윤세아는 멍한 얼굴로 방을 둘러보았다.

‘통로도 이렇게 좁고.’

천장도 낮다.

거기에 그리도 자랑하는 한강 뷰가 펼쳐져 있는 거실은.

‘내 방의 반도 안 되네…….’

지금 머무는 ‘펜트하우스의 일개 방의 반도 안 되는’ 크기였다.

이렇게 좁은 집이 최고급 아파트라고?

“어떠신가요?”

“와~! 정. 말. 좋. 아. 요~.”

중개인의 물음에 헤헤 웃으며 답하는 윤세아였지만.

성지한이 듣기에는 진심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대답이었다.

‘컬쳐 쇼크라도 느끼는 것 같군.’

하긴, 소드 팰리스가 워낙 좋았어야지.

대한민국 최고의 플레이어가 살던 펜트하우스에 있다가, 일반 아파트로 눈을 돌리려고 하니 어디 눈에 차겠는가.

‘저번 생을 생각하면, 이 집이 어디겠냐만…….’

과거, 정부에 의해 결국 펜트하우스에서 쫓겨나고 난 뒤. 허름한 투룸을 전전하며 힘겹게 생활할 때에 비하면 이 집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우리 입장에서는 차라리 넓은 집이 더 낫지.’

하지만 이 집은 그놈의 한강 뷰 때문에 꽤나 거품이 끼어 있다.

배틀넷 플레이어 생활을 계속하려면, 수련할 공간도 있어야 하고.

윤세아가 기프트를 받아 배틀넷에 참가한다면 공간을 크게 차지하는 배틀넷 커넥터도 필요할 테니, 전망을 포기하고 평수를 넓히는 게 더 나았다.

“역시 좋죠? 그럼 계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부동산 중개인이 기대감 어린 목소리로 은근슬쩍 물어보았지만.

“이곳도 좋지만, 다른 집을 보면 좋겠습니다.”

성지한은 한강에서 시선을 돌리며, 중개인에게 조건을 걸었다.

“전망이나 입지보다는 공간이 넓은 게 우선입니다. 조카도 플레이어가 되면 커넥터가 필요할 테니까요.”

“아아…… 그렇군요! 윤세아 님도 곧 기프트를 받으시는 건가요?”

“네…… 아마도요.”

부동산 중개인은 흥미로운 눈으로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호호! 기대되시겠어요. 집안이 모두 다 대단~ 한 기프트를 지니고 있으시잖아요? 게다가 삼촌분까지 대단하시니까요!”

“어…… 저도 아십니까?”

“그럼요! 제가 얼마나 배틀넷 팬인데요. 성지한 님 채널도 구독하고 있어요. 어제 배리어 깨신 것도 봤는걸요.”

어제 게임까지 챙겨 보다니, 진짜로 구독자인 듯싶었다.

성지한은 처음 본 사람이 자신의 경기 이야기를 하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저번 생에서도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국에서의 이야기.

한국에서 이렇게 구독자라고 말해 주는 일반인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럼, 꼭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을까요? 일원동 그쪽에 플레이어분들이 넓게 쓰는 일반 주택이 있거든요.”

“아, 좋아요.”

“그럼 그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렇게 부동산 중개인의 차를 타고 장소를 이동하는 와중.

우우웅-

성지한에게 전화가 왔다.

배틀넷 관리국 소속 박윤식 과장의 전화였다.

‘아침에 전화했는데, 답이 빠르네.’

부동산 탐방을 가기 전에 미리 통보해 줘야 할 것 같아서 박윤식 과장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답이 일찍 왔다.

-성지한 님. 배틀넷 관리국 소속 박윤식입니다.

“예. 과장님. 보고는 어떻게 되었나요?”

-예…… 관리국 측에서도 이제는 더 이상 기부에 대한 ‘유예’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확실히 한일전 이후, 여론이 좋지 않죠?”

-그렇습니다. 물론 아직 검왕을 지지하는 여론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제의 참혹한 패배 때문인지 대부분의 국민들이 많이 돌아섰습니다.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소드 팰리스의 기부가 유예된 것은 국민 여론 때문이었다.

정부가 소드 팰리스 기부를 받는다면, 사람들은 검왕 설득을 포기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테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왕은 대한민국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했으니, 국민들은 정부의 포기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리고…… 국민들이 그를 지지했던 만큼, 배신감도 어마어마합니다.

“그 분노가 저희한테까지 오지는 않겠죠?”

-예. 성지한 님께서 미리 선을 긋고 소드 팰리스도 기부를 하신다고 발표를 하셨기 때문에…… 많은 국민 여론은 성지한 님과 윤세아 님을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물론, 몇몇 사람들은 두 분을 비난하기도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소수입니다.

“뭐, 그거야 감수해야죠.”

어차피 소수 의견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

여론의 대세가 윤세아를 피해자로 인식해 준다면, 성지한은 그걸로 만족이었다.

역시 초장부터 선을 긋길 잘했다.

-그럼, 저희가 소드 팰리스 기부에 대해서 발표해도 괜찮겠습니까?

“예. 세아야. 괜찮지?”

“응. 그러려고 이사 가는 거잖아.”

-알겠습니다. 그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릴게요.”

성지한과 박윤식의 대화가 끝나자.

운전석에서 운전을 하고 있던 부동산 중개인이 말을 꺼냈다.

“소드 팰리스. 결국 기부하시는 건가요?”

“네. 그러려고 이사도 가는 거죠.”

“와. 정말 대단하세요. 그 좋은 건물을…… 저 같으면 무슨 비난을 들어도 끝까지 붙들고 있었을 텐데.”

성지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강남 노른자위 땅의 최고급 빌딩을, 파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 기부한다니?

다들 미친 짓이라며 둘의 멍청함을 씹어 대겠지만, 미래를 아는 성지한으로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래도 성지한 님도 엄청난 능력 보여 주시고 있고. 윤세아 님도 이제 곧 빼어난 기프트를 얻고 하면? 그만한 건물은 다시 사실 수 있을 거예요. 호호.”

“에이~ 기프트, 못 얻을 수도 있는데요. 뭘.”

“어머머! 우리 윤세아 님 혈통이 얼마나 빼어나신데! 성녀님에, 검왕에. 성지한 님까지…… 다들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계시잖아요? 당연히 윤세아 님도 기프트를 얻겠죠!”

“그거 순전히 랜덤인데…….”

호들갑을 떠는 부동산 중개인.

그리고 그걸 듣고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치는 윤세아.

하지만 성지한은 알 수 있었다.

비록 입으로는 순전히 랜덤이라고 말하지만.

윤세아의 얼굴에는, 생일날 받을 기프트에 대한 기대감이 드러나고 있었다.

‘……너무 기대하는데.’

성지한이 표정을 살짝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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