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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0화 (4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0화>

“……무슨 계약을?”

“내가 실버에 오르면. 길드를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거기서 1년만 길드원으로 있어 주면 된다.”

“길드를 만든다고?”

마시드는 두 눈이 커졌다.

길드 창설이야 실버리거의 자격을 획득하면 가능했지만, 정작 실버리거가 길드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배틀넷이 이미 정착된 지 10년인데, 누가 요즘 실버로 길드를 만들겠는가.

성지한이 말하는 게 아니었으면, 웬 되도 않는 사기를 치냐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라면 무슨 생각이 있겠지.’

성지한이 지금껏 보여 준 놀라운 모습을 떠올려 보면, 뭔가 큰 계획이 있지 않겠는가.

마시드는 그렇게 추측했다.

성지한이 단지 업적 포인트용으로 길드를 만든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채.

“……정말, 1년이면 되나?”

“그래. 월급도 지급하지. 뭐, 더 있고 싶으면 얼마든지 더 있어도 되고.”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다.

지금 마시드의 상황에서는, 5년이나 10년짜리 노예 계약을 하자고 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성지한은 겨우 1년만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체 왜…… 나에게 이렇게 잘해 주는 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마시드가 묻자, 성지한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가 마법사로 최고가 될 걸 알고 있으니까.”

“…….”

“최고의 플레이어를 다년 계약으로 묶는 짓은 하지 않아.”

애시당초 길드 창설도 길드 마스터 업적을 깨기 위해서일 뿐.

성지한은 이걸 진지하게 계속 운영해 보겠다는 생각은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시드에게는 은인으로 남는 편이 낫지.’

세계 최고의 메이지가 될 사람에게, 마음의 빚을 지우는 것.

그게 최종적으로 성지한이 원하는 바였다.

“도저히…… 모르겠다. 너의 확신을. 이 쓸모없는 기프트를 보고 어떻게 내가 최고의 메이지가 될 거라고 보는 건지…….”

“마시드. 5억을 마련할 수 있나?”

“……없다.”

“그렇지? 그럼 그냥 나를 이용해라. 어차피 네가 손해를 볼 일은 없지 않나.”

“그건 그렇지만…… 너도 돈은 없을 텐데. 로닝 타고 다닌다고 들었다.”

성지한이 허허로운 웃음을 지었다.

매스컴의 힘이란.

로닝으로 아카데미에 통학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일하느라 바쁜 마시드까지 이걸 알고 있었다.

“돈은 문제없어.”

스윽-

성지한이 스마트폰의 화면을 전환했다.

배틀넷 마켓에서, 베팅 사이트로.

“오늘, 한일전이 열리는 건 알고 있나?”

“안다. 나도 월급 베팅했다.”

“……너도?”

“그래. 한국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일본 3:0으로 했다. 10퍼센트라도 벌어야지.”

일본 3:0 승리에 측정된 배당률은 1.1.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승리를 확신하는지 알 만했다.

“미안할 것까지야. 그게 합리적인 판단이지. 하지만…… 세상은 사실 불합리하거든.”

성지한이 씩 웃으며, 자신의 베팅 내역을 보여 주자.

마시드는 기겁했다.

“유 크레이지?! 이런 미친 베팅을……!”

“하하. 크레이지해 보이나?”

삑-!

성지한은 프라이빗 룸 안에 있는 TV를 켰다.

그러자 그 화면 안에서는, 1경기를 준비하는 배틀넷 선수들이 카메라에 잡히고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돈이 복사되는 광경을 보여 주지.”

*   *   *

일본 3:0 승리에 측정된 1.1의 배당률.

대중의 판단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한국 대표팀의 핵심인 검왕이 일본으로 넘어갔으니까.

전력의 반이 그냥 사라진 것도 아니고, 적에게 추가된 거다.

1대1의 전력 상황이 0.5대1.5가 된 격.

검왕이 전 경기에 출전하는 이상, 완패는 당연했다.

하지만.

“말도…… 안 돼…….”

세상은 때때로 불합리했다.

한일전 1경기.

일본 대표팀 선봉으로 나선 검왕 이토 류헤이는.

갑자기 같은 팀원이 된 일본인들과 말다툼을 벌였다.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경기를 하지 않겠다.]

그러더니, 갑자기 방어구를 다 벗고 쌍검으로 자신의 몸을 죽죽 긋기 시작한 것이다.

이내 티셔츠가 갈기갈기 찢겨 나가고, 그의 탄탄한 상반신에 혈선이 생겨났다.

“아니. 대체…… 왜 저러지?”

“글쎄다.”

[이토 상!]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일본 플레이어들이 기겁을 하면서 검왕을 말리려고 들었지만.

[방해다.]

검왕은 유창한 일본어로 일본 대표팀 선수들을 쳐 내더니, 대치하고 있던 한국 대표팀 쪽으로 홀로 돌진했다.

[마…… 막아!]

[뭔진 모르겠지만, 기회다!]

갑작스런 검왕의 미친 짓에 한국 대표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왕에게 집중 포화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아무리 검왕이 방어구를 벗었다고 한들, 그의 두 손에는 쌍검이 있었다.

[약하군.]

청홍의 쌍검이 물 흐르듯 유려하게 움직이더니.

[큭……!]

한국 대표 팀 딜러들의 공격을 가볍게 무력화해 냈다.

SSS급 기프트, 쌍검의 극의.

이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검의 움직임은 한국 대표 팀을 홀로 압도하고 있었다.

방어구가 있든 없든, 그는 세계 최고의 워리어였으니까.

‘역시 강하군.’

국가대표팀의 구성원은 기본적으로 다이아리그 이상에 도달한 초인.

이들의 경기 화면은 일반인들도 볼 수 있게끔, 슬로우 카메라로 진행된다.

마법사나 서포터 등 신체 능력이 뛰어나지 않는 이들은 카메라 안에서 느릿느릿하게 움직였지만.

검왕만큼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저 정도면…… 무명신공으로도 쉽지 않겠어.’

성지한은 저번 생에서, 검왕과 단 한 번도 맞붙은 적이 없었다.

배틀넷 시대 전기를 풍미한 최고의 워리어, 검왕 이토 류헤이.

그는 지구의 나라 절반 이상이 사라진 배틀넷 시대 후기에 다다르자 갑자기 실종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후기 최강의 워리어로 불리던 무성 성지한은 단 한 번도 검왕과 검을 맞대지 못했다.

하지만 성지한의 표정은 위기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그때완 완전히 다르니까.’

성지한은 검왕의 무력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그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어검비행御劍飛行.]

청색의 검이 검왕의 발에 내려앉더니.

그의 발을 지지하는 받침대가 되어, 하늘을 질주했다.

검을 조종하여, 하늘을 나는 어검술.

검사로서 내보일 수 있는 검술의 극치가, 이제는 아군이 아니라 적에게서 보여지고 있었다.

[어, 어검술이다!]

[보호 마법을……!]

아군이었던 검왕의 힘은 한국 대표팀이 가장 잘 알았다.

어검비행은 단순히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닌, 상대의 방어진형을 모조리 깨부수는 돌진의 극치였으니.

대표팀이 허겁지겁 보호마법을 펼치려 아우성을 쳤다.

그러나.

[여전히 늦군.]

검왕은 어느덧 거대한 유성이 되어 낙하하고 있었다.

속도의 차이는 극명했다.

콰아아아앙!

한국 서포터들이 만들어 낸 보호막이 종잇장처럼 뚫리고.

그 안으로, 검왕이 착지했다.

그것도 대표팀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선수들, 서포터들이 있는 곳 앞으로.

뚜벅. 뚜벅.

검왕이 천천히 걸어온다.

[막아! 스크럼을 짜란 말야!]

서포터를 지키기 위해 워리어들이 진형을 갖추고 다가섰지만.

휙-!

[크으악……!]

쌍검이 한 번 움직이자, 모두들 튕겨져 나갔다.

차원이 다른 힘.

검왕은 괴물이었다.

그는 한국 대표팀의 핵심부까지 들어오는 동안, 스스로 자해한 흔적 빼고는 단 하나의 상처도 없었다.

이대로는, 압도적으로 패배한다.

8.15 광복절에 열린 한일전이…….

한국인이었던 자의 손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히고 만다.

-미친! 검왕 이새끼 뭐야!

-왜, 왜 더 세진 거냐고!

-이건 게임이 안 돼…….

방음 처리가 되어 있는 프라이빗 룸 안에까지 들릴 정도로, 고깃집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는 게 들려왔다.

질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꼴사나운 경기가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에 절망이 내려앉았다.

[아……! 대표팀 선수들. 힘을 내야 합니다! 아무리 검왕이 눈앞에 있다고 해도, 서포터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마,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더 강해졌습니다.]

[으으……! 첫 경기에 완패하면, 그다음 경기에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됩니다! 한 사람한테 이렇게 휘둘리면, 인베이드 맵뿐만 아니라 다른 맵이 걸려도 전혀 이길 수가 없어요!]

TV속 해설진들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소리를 질러 댔지만, 어느새 검왕은 서포터들이 있는 곳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이미 게임은 끝장이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검왕의 첫 번째 타깃이 된, 서포터 이진욱은.

벌레가 짓밟히면 꿈틀거리는 것처럼, 의미 없는 발악을 했다.

[디, 디바인 퍼니쉬먼트!]

허공에서 빛의 망치가 생성되더니, 검왕에게로 떨어졌다.

서포터의 공격 마법, 디바인 퍼니쉬먼트.

서포터치고는 강력한 스킬이었지만, 검왕 같은 존재에게는 솜방망이 같은 데미지만 주는 공격이었다.

사람들은 체념했다.

당연히 저 공격도 막힌 채, 단칼에 죽어 버리겠지.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에…… 음?!]

[검왕이…… 공격을 허용했습니다?]

해설진의 의아한 목소리가 허공을 맴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빛의 망치가 검왕의 머리를 후려치고 있었으니까.

펑!

아무런 장비도 두르지 않은 검왕의 머리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고.

거기서 살짝이지만, 피가 흘러나왔다.

이번 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이 검왕에게 입힌 유의미한 첫 번째 데미지였다.

그리고 검왕은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손으로 훑었다.

그리고, 웃었다.

[잘했다.]

푹!

검왕이 쌍검을 꺼내 들어, 자신의 가슴을 스스로 찔렀다.

[아니, 이게 대체……!]

[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뭐, 뭐야!”

“갑자기 왜 자살해?!”

웅성웅성-!

해설진은 물론 고깃집 안의 사람들도 넋이 빠진 의문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 대혼란 속에서도, 마시드만큼은 그 소리들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그의 시선은 TV 화면에서 벗어나, 성지한이 들고 있던 핸드폰에 고정되어 있었다.

정확히는 1경기 한국 승.

MVP 이진욱이라는 결과를 찍은, 성지한의 베팅에.

‘검왕이 자살하기는 했지만…….’

킬은 이진욱이 얻은 것으로 처리될 것이다.

한국 대표팀에서 그에게 데미지를 넣은 것은, 서포터의 솜방망이같던 딜밖에 없으니까.

그럼 시스템상 일본의 최강 워리어를 탈락시킨 건 이진욱이니, 그가 MVP를 받는 건 경기를 끝까지 보지 않아도 뻔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MVP를…… 어떻게 안 거지?”

당연한 의문에 성지한이 별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꿈에서 봤다.”

“마, 말도 안 돼.”

“내 꿈은 특별하거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꿈에서 나왔다고, 그런 거액을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베팅한단 말인가.

‘특별한 기프트라도 있나?’

상태창을 지금껏 공개하지 않은 성지한.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상대가 꿈이라는데, 어쩌겠는가.

더 이상 알아볼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그 특별한 ‘꿈’에는…… 너도 나오지.”

“내, 내가 나온다고?”

“그래. 세계 최고의 마법사가 된 네 모습이.”

마시드의 두 눈이 떨려 왔다.

저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맞춘 성지한이 확신을 가지고 자신이 세계 최고의 마법사가 될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와 계약하지 않아도, 너는 결국 방법을 찾아 마법사가 되었을 것이다.”

“…….”

“하지만, 나와 계약한다면. 그 길을 더욱 빨리 걸어갈 수 있겠지. 그렇지 않은가?”

“……그래. 네 말이 맞다.”

마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아갈 길을 찾은 이상.

자신은 어떻게든 돈을 모으고 모아, 아라크네의 오브를 샀을 것이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오랜 세월이 걸렸겠지.

하나 성지한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 지옥 같을 시간을 어마어마하게 건너뛸 수 있다.

‘……거기에.’

성지한의 놀라운 예측력까지 더해진다면?

마시드는 확실히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성지한. 너와 계약하겠다.”

“탁월한 선택이야.”

세계 최고의 마법사가 될 자질을 지닌 디에고 마시드.

그런 그가, 보다 빠르게 자신의 능력을 깨우치고 자신의 손을 잡았다.

‘최상의 결과군.’

성지한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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