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5화>
* * *
-구독자를……??
-1등이 아니라?
“1등 조건은 유지됩니다.”
30억을 베팅하면서까지 상태창을 보려는 상대.
심증은 신자위대 쪽이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됐지만, 실질적인 증거는 없다.
또한 익명성에 가려진 상대에게 직접적인 보복을 하기는 힘든 일이기에.
‘상태창 공개 조건을 한도 끝도 없이 올려 버리는 게,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보복이지.’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구독자 조건이든, 1등 조건이든 아예 폐지하고 끝까지 안 보여 주는 것이겠지만.
‘다만 그래서는 내 방송의 관심도가 확 사그라진다.’
브론즈 리그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성지한의 채널은 하루가 다르게 인기를 얻고 있었다.
이런 괄목할 성장세에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많이 작용하는 건 성지한의 상태창에 대한 궁금증과, 이게 언제 공개될 지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한데 여기서 공약을 폐지하게 된다면 시청자들의 주목도가 다 날아가는 꼴이 될 터.
‘신 자위대, 너희가 방송의 불쏘시개 역할이 되어야겠어.’
30억을 쏘면서까지 상태창을 보고 싶어 하는 상대가 정말로 신자위대인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정황상 그쪽이 아닐까, 하는 뉘앙스는 방송에서 간접적으로 풍겨 줘야 했다.
‘그래야 어그로가 올라가지.’
검왕이 일본으로 이적한 이후, 21세기 들어 가장 반일 감정이 심한 이때.
신자위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뉘앙스만 풍겨도, 세간의 관심이 크게 집중될 것이다.
‘구독자도 이 상태면 금방 20만에 도달할 테니. 수정할 핑계가 필요했는데 잘됐어.’
다케다의 공작을 역으로 이용한 성지한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상태창을 그렇게도 보고 싶다면…… 어떻게든 제 1등을 저지해 보시죠. 아니면, 100만 구독자를 모아 오던가.”
스윽-
그가 쓰러진 손을 뻗자 세 검은 독수리 길드원이 두둥실 떠올랐다.
“인벤토리.”
그 상태에서, 인벤토리를 연 성지한이 하나의 아이템을 꺼냈다.
그것은 기다란 밧줄로, F급 아이템인 ‘구속의 밧줄’이었다.
휘리릭-
구속의 밧줄이 성지한의 손에서 뱀처럼 뻗어 나가며, 순식간에 세 사람을 묶어 냈다.
-뭔 밧줄을 챙기고 다니냨ㅋㅋㅋㅋ
-이런 일 생길 줄 알고 미리 준비한 거임?
-예술같이 던지네ㅋㅋ 전생에 카우보이였나
순식간에 옴짝달싹할 새도 없이 꽁꽁 묶인 세 플레이어.
그들의 몸이 완전히 속박된 걸 확인한 성지한은 포스를 해제한 뒤.
“가자.”
질질질-
밧줄에 속박된 세 파티원을 끌고 갔다.
-굴~~~~ 욕~~~~ㅋㅋㅋㅋㅋㅋ
-평생 흑역사 마련했네ㅋㅋㅋ부럽누
-검은 독수리 길드라고 했나? 개쪽이구만ㅋㅋㅋㅋ
워리어는 굴욕감에 이를 갈았다.
강남 1 에어리어 출신으로, 어딜 가나 유망주로 대접받던 그가.
지금은 만인이 보는 앞에서 개만도 못한 신세로 끌려가고 있었으니까.
“서, 성지한……! 아무리 그래도 우릴 이렇게 취급하다니! 검은 독수리 길드를 무시하는 거냐!”
나름 길드를 내세워서 협박을 해 보았지만.
피식-
성지한의 비웃음뿐만 아니라.
-브론즈따리가 길드 앞세워서 협박하네?
-떡잎부터 싹수가 훤히 보이넼ㅋㅋ
-쟨 뭐 3류 악당 같은 대사를 하고 있냐
시청자들에게도 조롱을 당할 뿐이었다.
‘크으으…….’
성지한이 비웃음만 보이며 계속 끌고 가자, 워리어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저번에 방송…… 마법사 놈이 조카 입에 올렸다가 죽었었지.’
조카까지 싸잡아서 욕했다가, 성지한에게 분근착골을 당했던 마법사 김규혁.
그땐 방송을 볼 때만 해도, 저런 쓰레기 같은 놈이 있나 싶었지만.
‘지금은 쓰레기가 돼서라도 죽어야 해.’
온몸이 속박되어 입만 자유로운 지금.
그는 성지한을 어떻게든 자극해서라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조…… 읍읍……!”
하지만 ‘조’ 자 소리를 꺼내자마자, 워리어의 입이 굳게 닫혔다.
포스의 힘에 의해 막힌 말문은.
“조용히 가자.”
성지한에게 아혈을 짚이고 난 뒤엔, 완벽하게 닫히고야 말았다.
‘이제 좀 속도를 낼 수 있겠군.’
차례차례 세 플레이어의 아혈을 짚은 성지한은, 이참에 워리어의 무기도 뺏어 든 채 본격적으로 전진을 시작했다.
휙!
[그분의 안식을 방해하지 말…….]
쾅!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웬 방패가 광풍처럼 날아와 호위병의 머리를 박살 냈다.
점혈을 당해 쓰러진 워리어의 방패였다.
성지한의 손에서는, 방어가 아닌 훌륭한 공격 수단이 되고 있었다.
쐐애액!
성지한의 거침없는 진격을 가로막으려 사방에서 함정이 발동하며, 화살이 날아왔지만.
캉! 캉!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살은 방패로 모조리 튕겨 내면서.
“조심해야지.”
파티원들에게는 포스를 발동하여 친절히 화살을 멈추어 주었다.
“힐.”
거기에 워낙 날듯이 가는지라, 땅바닥에 부딪쳐 체력이 떨어진 파티원을 위한 치료 서비스까지.
완벽한 서포터의 모범을 보여 주는 성지한이었다.
-크으~~ 파티원 아끼는 거 봐라
-마법사 숨넘어가나 싶었는데 여지없이 치료하쥬?
-쟤넨 뒤지면 10억인데 아쉽겠네ㅋㅋㅋ
파티원들과 팀을 짰을 때보다 훨씬 빨라진 속도.
어느덧 성지한은 던전 지하 6층, 마지막 방까지 도달해 있었다.
스르르르-
[침입자를 포위하라.]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던전 마지막 방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에서 소환되는 황릉의 호위병.
지금까지는 전방에서만 소환되던 것과는 달리.
전후좌우 모든 방면에서 동시에 호위병이 올라오며, 두터운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 포위망은 던전 공략에 있어서, 가장 큰 난관.
호위병의 포위망을 한 명의 전사자도 없이 돌파하는 게, 던전 ‘정복자의 황릉’의 실질적인 최종 미션이었다.
-성지한이 이 방에서도 파티원 지킬 수 있을까? 호위병 100마리는 넘을 텐데 -저렇게 끌고 다니다 보면 하나는 사달 날 거 같음
-여기가 가장 난관이긴 함
-치킨 왔따!!!!!!
성지한의 힘을 잘 아는 시청자들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
백이 넘는 강력한 호위병들이 사방에서 일제히 화살을 쏘아 대니, 재수 없으면 눈먼 화살에 파티원이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원래 공략집에서는 지하 7층으로 이어지는 통로까지 파티원들이 똘똘 뭉쳐서 돌파하는 방법을 추천했지만.
당연히 성지한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한정 퀘스트]
-호위병을 전멸시켜라.
-보상 : 업적 포인트 1,000
지하 6층에 와서야 뜬 한정 퀘스트 때문이었다.
성지한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요즘 너무 뜸했어.’ 디펜스 맵에서 커다란 퀘스트를 끝낸 이후 한동안 뜨지 않던 업적 퀘스트.
새로운 맵인 던전에 들어와서도 나오질 않아 아쉬웠는데.
업적 포인트 1,000이면 괜찮은 보상이었다.
“실드.”
성지한은 땅바닥에 질질 끌려오던 파티원들을 중앙 한가운데로 모으더니, 서포터의 기본 마법인 ‘실드’를 사용했다.
순식간에 펼쳐지는 거대한 보호막을 본 시청자들이 아연실색했다.
그것은 기본 마법이라기에는 너무나도 두터운 보호막이었으니까.
-뭐야. 실드 왜케 두꺼움?
-아아…… 이것이 성지한의 ‘실드’인가……
-뭐 못하는 게 없냐!!!!
마력과 신성력이 결합한 포스의 힘 덕분이었다.
‘그래도 기본 마법. 오래는 못 버틴다.’
아무리 포스로 두꺼워진 실드라고 해도, 호위병들이 집중 공격을 가한다면 언젠간 부서질 터.
잠깐 벌어 둔 시간으로, 적을 제압해야 했다.
파앗-
성지한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호위병이 모인 곳을 덮쳤다.
[안식을 방해하는 자에게 죽음을!]
성지한을 가로막기 위해, 선두의 호위병들이 순식간에 방패를 들었지만.
“치워.”
퍼어어엉!
성지한이 가볍게 손짓하자, 호위병의 손이 일제히 터져 나가며 순식간에 무력화되었다.
포스가 20에 도달하게 되면서 늘어난 절대영역.
이 공간 안에서 성지한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했다.
펑!
무기를 든 손을 터뜨리고.
영역 안에서 느려지는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적을 가른다.
[죽음…….]
촤아악!
말하는 것조차 느려진 호위병들은 채 말을 마치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뒹굴기 바빴다.
‘포스의 활용도 끝이 없어.’
배런.
이 좋은 능력을, 그저 ‘강력한 마력’ 정도로 썩혔다니.
성지한은 마치 슬로 모션처럼 느려진 호위병들 속에서 홀로 무쌍을 찍으며 포위망을 해체해 나갔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폐…… 하…….]
마지막 호위병의 몸이 터져 나갔다.
[한정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이제, 다시 가 볼까?”
퀘스트를 완료하고, 아직도 두텁기만 한 실드를 해제한 뒤 파티원들을 질질 끌고 가는 성지한.
태연하기 그지없는 말투는 마치 강아지와 함께 동네 산책이라도 가는 듯했다.
-호위병이 무슨 유리처럼 터져 나가네. 쟤네 졸라 딴딴하지 않음?
-천라지망도 소용없누
-X랄하지망
대체 저 미친 능력은 뭘까?
스카우터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도 성지한의 상태창이 너무 궁금했지만.
-구독자 조건 갑자기 너무 높아진 거 아니냐.
-다케다 새키가 트롤해서 상태창 공개도 늦어지네
-100만…… 아 ㅋㅋㅋ 20만은 금방 될 거 같았는데 ㅋㅋㅋㅋ-30억으로 그냥 구독자 알바나 쓰지 왜 판을 엎고 있어 -그거 배틀넷 시스템상 힘들걸?
외계의 하이퍼 테크놀로지로 만들어진 배틀넷.
부계정 같은 경우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어도, GP가 정산되는 쪽에 있어서는 칼 같았다.
구독자 조작이나, 조회 수 조작 같은 암수가 완벽히 걸러지는 시스템.
실제 시청자가 직접 봐야지만 구독자로 측정되었기에 알바를 걸 쓰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도 100만 모으기 전엔 1등 기록 깨지겠지
-ㄹㅇ100만은 솔직히 선 넘음. 우리나라 배틀튜버 중에 100만 구독자가 얼마나 된다고…….
-다이아리거는 돼야 하지 않나?
처음에 구독자 20만을 공약으로 걸었을 때도 그랬듯.
모든 시청자들은 이구동성으로 100만보다, 1등 실패로 상태창이 공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0만은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수치였으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성지한 님의 1등 레이스가 깨질 리가 없죠. 100만 구독자가 먼저랍니다!
-BJ금빛이다ㄷㄷ
-천만 원짜리 흑우!!!
성지한에게 10억 미션의 존재를 폭로한 BJ금빛만이 100만 구독자 달성이 먼저라며 자신만만하게 채팅을 쳤지만.
-킹치만…… 정복자상 앞에서부터 만만치 않을걸?
-ㅇㅇ저기서는 나름 파티원들 협력이 있어야 할 텐데.
-저렇게 개처럼 끌고 다녔는데 협력하겠어? 풀어 주면 칼자살할 듯.
다른 사람들은 은근히 성지한이 1등에서 미끄러지기를 기대하며, 지하 7층의 마지막 미션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