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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3화 (3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3화>

*   *   *

[브론즈 리그 - 강남 에어리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미션은 던전Dungeon입니다.]

‘역시 던전이 걸렸군.’

성지한이 게임에 접속하자, 던전 미션에 배정되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떴다.

[던전 ‘정복자의 황릉’ 8번째 통로에 소환되었습니다.]

10번째 통로까지 존재하는 정복자의 황릉.

통로별로 약간의 디테일 차이는 있었지만, 던전의 난이도는 어느 번호에 배정되든 비슷했다.

[던전 최하층에 도달하여 정복자의 보물을 찾으세요.]

[5개의 파티까지 던전 최하층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와 동일하게 상위 50퍼센트까지만 미션 클리어로 인정하는 게임.

[길드에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

[던전 파티가 랜덤 배정됩니다.]

성지한은 8번째 통로에 가장 먼저 소환된 채, 나머지 파티원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성지한의 채널에 하나둘씩 입장하는 시청자들.

-오늘은 아침부터 게임하누

-성지한 님! 이럼 시청자 떨어져요!!!

-ㄹㅇ개백수들만 봄

-ㄴㄴ갓수들도 자는 시간 아님?

이른 아침부터 게임을 시작하는 성지한에게 불평을 늘어놓던 시청자들은 맵을 보더니 놀람을 금치 못했다.

-뭐야 던전이네?

-벌써 레벨 15 찍었누!!!!

-게임 몇 판 했다고 벌써 15임ㄷㄷㄷ

-5판 연속 1등하면 2레벨이 15레벨 되나 봄. 미쳤다…….

배틀넷은 10레벨까지는 성장이 빠르지만, 그 이후부터는 레벨 업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특히 패배 시 떨어지는 경험치도 동등하게 적용돼서, 어떻게든 상위 50퍼센트 안에 들어야 성장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이 괴물 신인은 겨우 5판 만에 레벨 15를 찍어 버렸으니, 시청자들이 경악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길드 아직도 가입 안 했네?

-이럼 팀 랜덤 아닌가요?

-ㅇㅇㅇ드디어 1등 러쉬 깨질 듯

-에이, 성지한이 얼마나 센데. 던전도 가볍게 1등 각이지

팀끼리 협력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하는 던전 모드.

여기서 랜덤 팀으로 섞여서 편성된다면, 성지한의 1등 행진이 드디어 꺾이지 않을까?

시청자들은 상태창을 드디어 보는 건가 기대하며, 소환될 플레이어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

번쩍, 번쩍.

세 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소환되었다.

“어…… 팀원 갈라졌네.”

“망했다!”

소환된 3명의 플레이어는, 모두 장비에 검은 독수리가 그려져 있었다.

그 모습만 봐도 같은 길드원이라는 게 추측이 가능한 상황.

남자 둘 여자 하나로 이루어진 플레이어는 서로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필 서포터가 빠졌네…….”

“서포터용 서바이벌 맵에 떨어졌나 봐요.”

15레벨 이후의 배틀넷 매칭 시스템은 게임 실행 시 길드원을 우선해서 파티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 주었지만.

예외적인 경우는 늘 존재했다.

지금 같은 경우는 파티원 중 한 명이 솔로용 맵인 서바이벌에 걸려서 이산가족이 된 상황.

상위권 길드 중 하나, ‘검은 독수리’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 망했어! 이제 레벨 하나만 더 올리면 25레벨 되는데. 왜 하필 이런 때에!”

“어휴, 그러게요. 5등 안엔 들까 모르겠네요. 참…… 근데…… 어? 저 사람…….”

그렇게 신세 한탄을 하던 플레이어들은.

“성, 성지한이다!”

서포터로 소환되어 있던 성지한을 발견하자 순식간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살았다아아아!”

“성지한 님이랑 같은 팀이면, 무조건 5등 안엔 들겠네요.”

“겨우 5등이라뇨? 우리가 1등 하는 거 아닙니까? 하하!”

성지한의 활약은 브론즈 리그에 소속된 유저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리그를 압도하는 괴물.

그런 그와 같은 팀이라면?

상위 50퍼센트 안에 드는 건 물론이거니와 잘만 하면 1등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미안하지만 서포터가 빠져서 다행이야.’

‘25레벨! 25레벨!’

그렇게 안도하는 그들과 달리, 적잖이 실망하는 이들도 있었다.

-검은 독수리 길드면 저번처럼 트롤당하진 않겠네

-ㅇㅇ10대 길드까진 아니어도 꽤 상위권 길드잖아

-아 놔~~ 오늘도 1등이네~~

-ㅅㅂ아무래도 구독자 20만 돼야 볼 수 있을 듯

1등에서 미끄러져 상태창을 보여 주길 바라던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적잖이 실망했다.

저번 때와는 달리, 이번 팀원들은 열심히 싸울 것처럼 보였으니까.

-성 상~ 이른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세요♥ 다케 쨩, 쪽지함만 좀 열어 주신다면…… 바로 눈이 휘둥그레질 후원 폭탄을 드릴게요♡♥-아침부터 쟤도 참 열심이다 -다케 쨩은 그래도 직장이라도 있잖아. 오히려 아침부터 이걸 보는 우리가 막장 아닐까?

-닥쳐, 이 새끼야!!!!!!!!!!!!

“성지한 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검은 독수리 길드 소속 플레이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 채널 구독했어요!”

소환된 세 플레이어는 성지한을 향해 웃는 낯으로 악수를 청해 왔다.

“반갑습니다. 성지한입니다.”

성지한도 나름 정상적인 파티 구성에 마주 웃으며 악수했다.

[게임이 곧 시작됩니다.]

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눈 일행은 알림 메시지가 울리자, 빠르게 회의를 시작했다.

“포지션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가죠. 저희 워리어가 전위에 서고, 궁수가 중간에, 마법사와 성지한 님은 후방에 서는 방식으로요. 어떠신가요?”

검은 독수리 길드원은 가장 기본적인 4인 포메이션을 제안했다.

수백, 수천 번의 던전 진행으로 검증된 방식이었기에 무난한 제안이었다.

더구나 성지한이라는 히든카드가 있다면 더더욱 후방에 배치해 든든한 지원도 받을 수 있을 터.

하지만.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제가 최전방에 서는 게 맞는 듯합니다.”

성지한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전방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여러분. 1등하고 싶으신가요?”

“그럼요!”

“그럼 절 따라오시기만 하시면 됩니다.”

“…….”

오만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걸 성지한이 말한다면 느낌이 달랐다.

그는 플래시 골렘을 벤, 규격 외의 강자였으니까.

“그럼 갈까요?”

“네? 네……!”

성지한이 던전 안으로 진입하자, 남은 파티원들은 홀린 듯이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   *   *

‘안락하다.’

검은 독수리 길드 소속 워리어는 앞서 걸어가는 성지한의 등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이제까지는 맨 앞에서 파티원들을 지키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는데.

지금은 던전이라는 위험 상황 속에서도 너무나도 편안했다.

‘이것이 버스를 탄다는 건가.’

버스 탄다.

뛰어난 실력의 플레이어 덕에, 게임을 거저 이길 때 사용하는 은어.

그걸 무려 배틀넷에서 체감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스르르르-

성지한의 전방 바닥에서 웬 흙무더기가 올라오더니.

[그분의 안식을 방해하지 말라.]

[황제께서는 영원하시다.]

인간의 형상을 닮은 토병이 여럿 등장했다.

정복자의 황릉에서 등장하는 몬스터. ‘호위병.’

호위병은 이번 8월의 던전 난이도를 높인 원인으로 평가받는 몬스터였다.

몬스터 하나하나도 강력하지만, 여럿이 소환돼서 가하는 협공이 매우 위협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와장창!

“가시죠.”

성지한이 가볍게 주먹을 내뻗자.

호위병은 도자기 깨지듯 너무나도 쉽게 터져 나갔다.

혹, 방어력이 없는 게 아닐까?

검은 독수리 길드원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캉! 카앙!

성지한의 뒤를 따르던 위리어가 칼로 호위병의 잔해를 두들겼을 때는 마치 두꺼운 강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너무 단단하잖아.’

그렇다.

성지한이 심하게 강력한 거지, 호위병이 약한 건 아니었다.

그렇게 몬스터는 한 방에 터져 나가고.

슈슈슈슉!

아무런 방비 없이 걸어가는 성지한에게 던전의 함정이 발동하며 화살이 비 오듯 날아왔지만.

스윽-

그가 손을 가볍게 올리자 수많은 화살이 허공에서 일제히 멈추더니.

툭- 툭-

힘을 잃고, 초라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이건 뭐…… 우리가 필요가 없네.’

워리어는 스코어보드의 랭킹을 확인해 보았다.

다른 팀은 지금 선두권이 지하 2층에 도달하고, 하위권은 아직 지하 1층도 뚫지 못하는 상황인데, 여기는 벌써 지하 4층까지 도달해 있었다.

-미친 벌써 지하 4층이야

-????설마 치킨 오기도 전에 끝나는 거 아니겠지?

-거 살살 좀 해라 쫌!!!

-검은 독수리 애들 어리둥절행ㅋㅋㅋㅋㅋ

-상성이 너무 좋은데?

한 시청자의 말대로, 정복자의 황릉은 성지한이 돌파하기에 가장 수월한 던전이었다.

강력한 몬스터와 함정이 쏟아지는 대신, 머리를 쓰거나 팀원과의 협력 플레이가 필수적인 퍼즐 요소는 거의 없었으니까.

그냥 힘으로 찍어 누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게임은 손쉽게 성지한 팀이 1등으로 끝날 것만 같았다.

…….

‘그래서는 안 되지요!!!’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되어 비몽사몽인 상태로 있던 다케다가 얼른 정신을 차렸다.

그는 신자위대 국장에게 지원받은 자금을 부계정으로 옮긴 뒤, 다급히 공작을 시작했다.

‘저번의 그 마법사보다…… 쉽게 넘어오지는 않겠지만.’

성지한에 대해 원한이 있던 김규혁에 비해.

지금 성지한의 파티원들은 대망의 25레벨을 목전에 두고 있는, 한 게임 한 게임이 소중한 플레이어들이었다.

때문에 충동질하듯 꼬드겨 봤자 실패할 확률이 높을 터.

‘하지만, 저들은…… 굳이 1등을 할 필요는 없는 사람들이죠.’

물론 1등을 하면 좋겠지.

경험치도 더 많이 받고, GP도 많이 정산될 테니까.

하지만.

2등이나 3등이 되더라도, 경험치가 적잖이 오르지 않나?

1등을 하지 못해서 본 손해는 자신이 메워 주면 된다.

“어디 보자…….”

다케다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화면 여러 개를 띄웠다.

검왕가 898, 검왕가 168, 검왕가 747…….

여러 계정으로 로그인한 그는 검은 독수리 파티원들의 배틀튜브 계정을 검색해 들어갔다.

‘역시. 시청자들이 거의 없군요.’

안 그래도 브론즈 플레이어들이라 관심도 적은데, 이른 아침이기까지 했으니 그들의 플레이를 보는 사람들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없었다.

‘어디 시청자 미션으로 시간을 끌게 할까요? 돈은…… 흠. 10만 GP면 되겠죠?’

정복자의 황릉.

지금은 저렇게 쉽게 돌파하지만, 지하 7층에서는 모든 파티원이 협력을 해야 통과를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세 명에게 미션을 부여해서, 어떻게든 지하까지 가는 속도를 늦추게 한다면?

그렇게 다케다가 어떤 미션을 걸어야 할지, 머리를 핑핑 굴리고 있을 때.

-헐 벌써 지하 5층까지 옴?

-ㄹㅇ프리패스네

-치킨 빨리 안 오냐!!!!!!!!!

메인 화면에 띄운 성지한의 채널에서는 벌써 지하 5층을 돌파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니, 벌써…… 5층이라뇨?!”

성 상, 이건 세도 너무 세잖아요!

이래서야 여기서 어설프게 시간을 끌게 해도 성지한의 1등을 저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케다의 행동이 급박해졌다.

처음 계획인 시간 끌기는 지금 써먹기 힘든 상황.

지금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였다.

‘국장님에게 받은 지원금으로…… 승부를 걸어야!’

그래.

어차피 이건 내 돈도 아니고.

최대한…… 써도 되잖아?

덜덜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키보드를 두들기는 다케다의 손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괘, 괜찮겠죠?’

타닥- 타다닥-

그렇게 해서 검왕가 계정을 통해 시청자 미션이 만들어졌다.

[지금 당장 자살하여, 성지한의 1등을 저지하라.]

레벨 25를 목표로 하는, 승급전을 노리는 플레이어들에게는 미쳤냐고 욕먹을 미션.

하지만.

그 아래에 적혀 있는 보상은 더더욱 미쳐 있었다.

보상 : GP 1,000,000

한화로 10억이나 되는 거액을 뿌린 것이다.

“헉……!”

세 파티원들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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