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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8화 (2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8화>

*   *   *

“마시드, 오늘 고마웠습니다.”

플래시 골렘을 반으로 쪼개 버릴 때의 위용과는 다르게, 인사를 건네는 지금의 성지한은 예의 바른 샐러리맨 같았다.

포스의 절대 영역 덕에 깨끗하기만 한 양복이 그런 분위기를 더했는데.

“……괜찮다. 감사 인사는. 아까 했다.”

정작 마시드는 떨떠름한 기색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플래시 골렘을 향해 참마도를 내리찍었을 때의 모습과 지금의 갭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특히 방금 전 일격을 보고 식은땀을 흥건하게 흘린 그로서는 도저히 이전처럼 대할 수 없었다.

“아뇨. 말로만 끝내기에는 당신에게 받은 도움이 너무 컸습니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김규혁은 저와 제 조카를 모욕하고 유유히 도망쳤겠죠.”

“애한테 욕하는 건 들어 줄 수 없었을 뿐이다.”

하지만 성지한이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하자, 마시드도 그 기색을 느꼈는지 경계가 풀리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만…….”

“괜찮은데, 네가 미션도 깨 줬으니까.”

하나, 그거랑 보답을 받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그저 감사 인사로 충분하지, 굳이 뭘 또 받을 생각은 없었다.

보답을 거절하는 마시드를 바라보며, 성지한은 생각했다.

‘마시드와는 인연을 트는 편이 좋아.’

아르헨티나 최후의 영웅, 디에고 마시드.

지금은 이렇게 추레한 모습이지만, 그가 미래에서 보여 준 퍼포먼스는 놀라웠다.

아르헨티나가 멸망하기 전에는, 마법사로서 미국의 배런과 자웅을 겨룰 정도였으니까.

오히려 성지한으로선 배런의 미숙한 컨트롤이 생각나서 그런지, 마시드가 더 뛰어난 인재로 보였다.

그 말인즉슨, 디에고 마시드야말로 지구 최고의 메이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와도 같았다.

때문에 성지한은 그의 능력을 일찍 깨우쳐 주기로 했다.

“물질적인 보답은 아닙니다. 다만 당신의 능력과 관련된 보답이죠.”

“……무슨 말이지?”

“당신의 기프트, 공과 관련된 것이지요?”

성지한의 말에 마시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성지한이 자신의 기프트를 알고 있다는 것에 별 의문을 느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디에고 마시드는 배틀넷이 들어서기 전인 2010년만 해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으며.

다른 프로 스포츠가 배틀넷에 의해 몰락한 이후에도 SSS급 기프트, ‘축구의 신’을 받은 것으로 몇 번이고 뉴스를 장식했었으니까.

비록 10년이 지나, 지금은 과거의 영광은 온데간데없고 강남 브론즈 리그 3대 진상으로 여겨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거, 메이지 클래스와 가장 어울릴 겁니다.”

“……메이지? 내가?”

마법사라니?

마시드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축구공이랑 마법사랑 무슨 접점이 있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라면 뭔 개소리를 하냐며 치부할지라도.

‘아까 그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었지.’

성지한의 초월적인 무용을 본 마시드는, 확신에 가득 찬 그의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SSS급 기프트, 축구의 신.

이 능력의 놀라운 등급 때문에 수많은 길드에서 이를 어떻게든 연구해 보려고 했지만.

그 시도가 모두 처참한 실패로 돌아가고 나자, 사람들은 더 이상 그에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길드에도 속하지 못하고, 10년이란 시간을 방황한 마시드는 이제 그저 관성적으로 게임 안에서 공을 찰 뿐.

그 어떠한 희망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메이지 클래스…….’

그런데 마법사라니.

빛을 잃었던 마시드의 눈이, 조금씩 흥미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성지한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제 말에 관심이 생겼다면, 제 연락처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음.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방송 중일 테니, 쪽지로 알려 줘.”

“좋아요. 연락처를 보낼 테니, 편한 시간에 연락 주세요. 보답과는 별개로, 제가 밥을 사죠.”

“나 소고기 좋아한다.”

“저도 좋아합니다.”

성지한과 마시드가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BJ금빛은 마시드의 슈퍼 세이브를 떠올리곤 마음속으로 땅을 치며 후회했다.

‘앗…… 아아…… 아까 파이어 볼을 제가 막았어야 했는데!’

그래도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

“서, 성지한 님! 저도! 저도 끼워 주세요!”

스윽.

그 말에 성지한이 심드렁한 얼굴로 BJ금빛을 바라보았다.

너는 왜?

……라는 의미가 담긴 시선이었다.

“그건 좀 곤란하군요. 마시드에게 보답을 하는 자리라.”

“저, 방송 관련해서! 좋은 제안을 드릴 게 있어요!”

“그런 건 사양합니다.”

“지한 님, 저! 지한 님 편집자! 편집자 하고 싶어요!”

“괜찮습니다.”

성지한은 단호히 손을 흔들었다.

시끄러운 남자는 딱 질색이었다.

“제, 제발……!”

BJ금빛은 성지한의 단호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읍소해서라도 편집자를 하려고 했지만.

[로그아웃 됩니다.]

게임 종료가 다가왔다.

-ㅋㅋㅋㅋㅋ금빛이 또 까이쥬?

-그래도 쟤가 촉이 좋네. 성지한 졸라 뜰 거 같은데.

-배틀넷 20년 전문가가 말한다. 성지한은…… 떡상한다…….

-미친놈아 배틀넷 나온 지 10년 됐어!

-무슨 참람한 말인가요? 검왕 님을 배반한 저놈이 뜨긴 뭘 떠요?

-검왕가 또 개소리하죠? 누가 누굴 배반했다고ㅋㅋㅋㅋㅋ

BJ금빛의 채팅창에 갑론을박이 들끓었다.

다만 성지한이 보여 준 놀라운 가능성 때문인지, 검왕가로 추정되는 목소리는 거의 파묻히다시피 하고 있었다.

‘으으…… 떡상하기 전에 편집자 해야 하는데. 편집자 하고 싶어. 성지한 찍고 싶어!’

하지만 그런 그의 갈망과는 달리, 배틀넷은 매정했다.

번쩍!

“아…… 안 돼!”

-돼!

한 시청자의 채팅을 마지막으로.

BJ금빛의 시야가 점멸했다.

*   *   *

로그아웃을 한 성지한은 길게 늘어선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했다.

[연계 퀘스트 - 좀비의 근원지 (2)를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크리스털의 파편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다음 연계 퀘스트, 사도의 흔적 (1)은 실버 리그에서 개방됩니다.]

‘1만…… 보상이 괜찮네.’

실버 리그에서 개방된다는 다음 연계 퀘스트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성지한은 보상에 집중했다.

업적 포인트 1만. 난이도가 난이도인 만큼 상당한 보상이었다.

‘거기에 크리스털의 파편 효과는…….’

성지한은 아이템 설명을 확인했다.

[크리스털의 파편]

-등급 : B

-단 1회에 한정하여 플레이어에게 디바인 블레스를 부여합니다.

-해당 아이템은 브론즈, 실버 리그에서만 사용 가능합니다.

‘흠…… 애매한데.’ 디바인 블레스는 서포터 클래스의 정점인 성녀 클래스가 부여해 주는 버프다.

모든 능력치가 무려 50퍼센트 이상 증가하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에, 나중에 상위 리그에 가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축복이었다.

물론 능력 자체는 강력했지만.

‘1회성이라니.’

브론즈와 실버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조건이 겹치니, 많이 아쉬운 물건이었다.

사실상 1만 업적 포인트가 메인이고, 이건 부록과도 같은 아이템.

그러나 성지한은 이걸 인벤토리에 고이 넣어 두었다.

언젠가 필요한 순간이 올지도 모르니까.

‘다음은 디펜스 맵 클리어 보상인가.’

[디펜스 게임에서 1등을 기록했습니다.]

[1등 보상으로 경험치와 GP 획득 증가량이 50퍼센트 올라갑니다.]

[보너스 미션을 클리어했습니다.]

[경험치와 GP를 세 배로 보상받습니다.]

[레벨이 3 올랐습니다.]

[GP 6,000을 획득합니다.]

1등을 차지해 보상 경험치가 50퍼센트나 증가했는데, 여기에 보너스 미션 보상까지 더해지니 레벨이 3이나 올랐다.

어느덧 레벨은 13.

어느덧 실버 승급전까지 12레벨밖에 남지 않게 된 것이다.

그 어떤 플레이어도 이루지 못한 폭발적인 성장세.

‘좋군.’

그렇게 성지한이 즐거운 마음으로 능력치를 찍으려 할 때였다.

쩌저저적-!

성지한의 어깨에 놓여 있던 참마도에서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외계의 신앙에 대해 완전히 이해합니다.]

[신성력이 1 오릅니다. 포스에 통합됩니다.]

[‘외계의 성물 - 우르크 신관의 참마도’의 등급이 D급으로 하락합니다.]

[‘외계의 성물 - 우르크 신관의 참마도’가 지닌 소명을 다합니다.]

[신성력이 1 오릅니다. 포스에 통합됩니다.]

[‘외계의 성물 - 우르크 신관의 참마도’의 등급이 E급으로 하락합니다.]

신성력과 포스, 1:1 교환이 아니었나?

성지한은 아쉬움을 느끼면서, 참마도를 매만졌다.

꽤 쓸 만했는데, E급까지 떨어지다니.

이러면 신성력도 흡수하지 못할 텐데, 새로 무기를 사야 하나?

그때.

[‘외계의 성물 - 우르크 신관의 참마도’가 도 안에 남겨진 힘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됩니다.]

퍼어엉!

애써 버티던 참마도가 순식간에 금이 가더니, 터져 나갔다.

방송으로 어그로를 끌며, 벌어 두었던 GP를 탈탈 털어서 산 참마도.

그게 삼재무극 태산압정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이런……!’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참마도를 터뜨린 힘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려고 했다.

무공의 운용이 자유롭지 않음은 섬천뢰보를 사용할 때 알게 되었다지만.

태산압정을 사용할 때는 전력을 다해서 그런지 힘의 폭주가 더 심했다.

‘게임 안에서의 일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는군.’

성지한은 서둘러 참마도에게서 터져 나오는 삼단전의 힘을 흡수했다.

가만히 놔뒀다가는 집까지 터뜨릴 수 있는 상황.

찌익!

뿜어져 나오는 삼단전의 힘은 워낙 광폭했다.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힘의 편린으로 인해 성지한의 옷 이곳저곳이 찢겨져 나가며 맨살이 드러났다.

하지만 힘의 원류가 원류인지라, 참마도에 남아 있던 기운은 이내 성지한의 등을 통해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신성력이 1 오릅니다. 포스에 통합됩니다.]

[포스가 1 오릅니다.]

[포스와 연계된 무력이 1오릅니다.]

성지한은 뜻밖의 메시지에 눈을 끔뻑였다.

‘신성력 3당 포스 1인가?’

이런 행운이.

전 재산을 털어 산 C급 참마도가 박살이 났지만, 성지한의 가슴속은 예상 밖의 이득에 희열로 가득 찼다.

유니크 스탯 2포인트를 C급 무기 하나로 얻은 격이었으니까.

하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포스 수치가 15를 넘겼습니다.]

[이제부터는 A등급 이상의 성물에서만 신성력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 뜨는 메시지는 아쉽기 그지없었다.

계속 꿀 빨게 놔두지를 않는군.

‘A급 아이템은 지금으로선 엄두도 못 내는 가격이니, 성물 구매는 당분간 못하겠어.’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며, 레벨 업해서 얻은 잔여 포인트를 모두 포스에 투자했다.

레벨 : 13

소속 : 브론즈 리그 - 강남 1 에어리어

무력 - 18

포스 - 18

삼단전의 연결 고리로 인해 레벨 13에 무력과 포스, 둘 다 18이 된 능력치창.

스탯은 두 개밖에 없었지만,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거기에 업적 포인트도 넉넉해졌고. 업적 상점을 열어 봐야겠군.’

성지한이 쏟아지는 보상을 정산하며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삼촌! 삼촌!”

벌컥 방문이 열렸다.

앞치마를 입은 윤세아는 밝은 얼굴로 들어오다가, 두 눈을 깜빡였다.

“……뭐 해? 웃통은 찢어져 있고, 아빠 양복이 싫어서 그런 건…….”

“참마도가 부서졌거든.”

“아, 그렇구나.”

방 여기저기에 참마도가 터져 나간 흔적을 본 윤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그렇게 무기를 혹사시키더니, 버티질 못한 건가.

“쯧쯧, 지금까지 얼마나 구린 무기를 썼으면…… 이제 이 500억 부자께서 삼촌한테 무기 하나 사 드리겠습니다!”

“벌써 신자위대한테 돈 받았어?”

“응, 입금되어 있던데? 그러니까 후원했지.”

성지한은 그 말에, 윤세아가 자신을 말리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삼촌! 그만그만. 난 괜찮아! 계속하면 구독자 빠진다구!]

그와 함께, 김규혁이 지껄였던 욕도.

“너…… 괜찮아?”

“응? 뭐, GP 쏜 거?”

“아니, 욕 들은 거.”

“에이 뭐…… 괜찮아. 삼촌이 잘 교육시켜 줬잖아. 그럼 됐지.”

윤세아는 씩 웃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성지한은 과거의 기억 때문에 저 미소가 정말 괜찮은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것보다 밥 먹으러 와. 다 차려놨어. 할 말도 있고.”

“할 말?”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해 줄게.”

“그래, 금방 갈게.”

“응. 천천히 와!”

갑자기 할 말이라니. 뭐지?

윤세아가 방을 나서자, 성지한은 고개를 갸웃하며 옷을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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