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18화>
* * *
2일 후, 수련실.
[삼단전의 통합에 실패했습니다.]
삼단전의 통합 시도.
결과는 실패였다.
‘힘도, 경험도. 모든 게 부족했어.’
삼단전의 통합은 의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록 무력이 있다지만, 아직은 힘에 부쳤고.
전생의 경험도 무력의 근원인 하단전에서만 풍부할 뿐, 중단전과 상단전에 대해서는 아는 게 부족했다.
‘그렇지만…….’
성지한은 실패했음에도 밝은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를 통해 얻은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신성력과 마력이 통합되어, 유니크 스탯 ‘포스’로 대체됩니다.]
[‘유니크 스탯 획득’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10,000 회득하였습니다.]
최초의 목표였던 유니크 스탯, ‘포스’를 획득했으며.
[삼단전의 연결 고리가 미약하게 유지됩니다.]
[스탯 ‘무력’과 ‘포스’가 상호 작용하여, 능력치 수치를 공유합니다.]
비교적 낮았던 포스의 수치가 무력에 맞춰 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름 : 성지한
레벨 : 10
소속 : 브론즈 리그 - 강남 1 에어리어
무력 - 12
포스 - 12
클래스 - 서포터
클래스 - 메이지
기프트 - 방랑자의 눈 (등급 F)
칭호 - 튜토리얼을 제패한 자 - 브론즈
업적 포인트 : 51200
잔여 포인트 : 2
‘포인트를 찍어 봐야겠군.’
성지한이 조심스럽게 무력을 2 올렸다.
무력이 14로 변하자, 포스도 따라서 14로 올랐다.
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건…… 내 상태창 2개의 효과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배런의 SSS급 특성, 내 상태창 2개.
그 특성의 대부분은 업적 상점에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잔여 포인트를 2개씩 받는 건 어떻게 따라잡을 수가 없었는데.
삼단전의 연결 고리가 유지되며, 무력과 포스가 연계된 덕에 잔여 포인트도 2개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포인트 1개를 찍으면, 스탯 2개가 올랐으니까.
‘이 정도면 매우 좋은 결과야.’
물론 가장 최상의 결과는 삼단전의 통합이 성공하는 것이었겠지만.
성지한은 이틀간 통합을 시도해 본 경험상, 그건 불가능한 일임을 알고 있었다.
‘상단전과 중단전의 숙련도가 너무 낮아. 포스를 사용하며 두 단전의 이해도를 높여야 해.’
무엇보다 능력치도 확실하게 뒷받침되어야 했다.
‘적어도 100.’
무력과 포스가 둘 다 100은 되어야지, 삼단전의 통합 시도가 가능할 것이다.
‘목표가 생겼군.’
성지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3일 동안의 폐관수련을 끝내고 수련실에서 나왔다.
“삼촌! 수련 다 끝났어? 몸 괜찮아?”
수련실 밖에서 서성이던 윤세아가 쪼르르 달려왔다.
3일간 나오질 않았으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성지한이 나왔던 것이다.
“보다시피 쌩쌩해.”
“그러네. 컨디션 좋아 보여.”
“성과가 있었거든.”
“졸리거나 그러진 않고?”
“응. 괜찮은데. 왜?”
성지한의 안색을 살피던 윤세아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 예전에 집에 왔던 박윤식 과장님 있잖아.”
소드 팰리스를 기부한다고 하니, 펜트하우스에 좀 더 머물러 달라고 정부의 입장을 전해 주었던 박윤식 과장.
검왕이 남긴 물건에 대한 경매를 요청한 후 돌려보냈지.
“그분이 왜? 경매에 대해 이야기하셨어?”
“응. 상부에서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내일 경매를 주최해도 되겠냐고 연락해 오셨어. 일단 알겠다고 대답했고.”
“내일? 시간이 촉박하네.”
“아, 오신 건 그저께야. 그때 기준으로는 3일 뒤였어.”
“그래. 잘했어.”
“그리고 물건은 내가 좀 골라 봤는데…….”
성지한은 경매에 올릴 물건 리스트를 훑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세아가 고른 물건은 검왕의 소장품 같은 게 아니었다.
그의 배틀넷 커넥터와 데이터가 담긴 저장 장치.
그리고 자신과 상대의 분석 자료 등 모두 배틀넷 플레이에 관련된 자료였다.
‘괜히 이런 경매에서 검왕의 소장품 따위를 올렸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지.’
지금 경매를 주최하는 이유는, 일본에 간 검왕에게 윤세아의 것이 될 돈을 얻어 내기 위함이지.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남아 있는 검왕 팬들에게 소장품 따위를 팔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수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혼자 일 처리를 다 했구나.’
이 정도면, 더 물건을 추스를 필요도 없다.
“물건 잘 뽑았네. 괜히 매형의 소장품 같은 거 올렸다가는 욕먹었을 거야.”
“삼촌도 참. 내가 그런 걸 경매에 올릴 리가 없잖아. 딸인 내가 봐도 아빠 물건 보면 기분이 좀 그런데…….”
윤세아는 착잡한 얼굴로, 말끝을 흐리다가 금방 표정을 폈다.
아버지가 남긴 물건을 보고, 느꼈던 복잡한 감정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것보다…… 삼촌! 나, 좋은 배틀튜브 찾았어.”
그녀의 목소리는 오히려 조금 전보다도 밝게 변해 있었다.
“그래? 어떤 거?”
그리고 성지한도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척, 자연스럽게 반문했다.
“저번에 그림자 여왕 발견하라는 의뢰, 이야기했잖아?”
“그랬지.”
혼자서 멍하니 있느니 뭐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맡긴 건데.
“설마…… 실마리라도 잡은 거야?”
“후후. 삼촌, 세상엔 온갖 사람이 있는 거 알지?”
윤세아는 성지한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그녀가 향한 곳은 펜트하우스의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홈 시어터실.
그리고 어두컴컴한 방 안의 벽면 한쪽에는, 하나의 화면이 떠올라 있었다.
“이건…….”
성지한은 눈을 크게 떴다.
화면 안에는, 콜로세움 관객석의 엘프들이 크게 확대되어 있었다.
“배틀튜버 중에 이종족 직캠러들이 있거든.”
“이종족…… 직캠러?”
“응. 주로 스코프 쪽 기프트를 지닌 궁수들이 그런데. 이 사람들 중에, 이종족만 전문으로 찍는 사람들이 있거든.”
스코프 계열 기프트는 시야를 크게 확대하여 볼 수 있는 특성으로, 저레벨 단계에서는 쓸모가 없지만 상위 리그로 갈수록 요긴하게 쓰이는 기프트였다.
‘그런 좋은 능력으로, 직캠이나 찍고 있다니.’
성지한으로선 어처구니없는 심정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배틀튜버는 엘프를 하나하나 둘러보며 연신 감탄을 연발하는 중이었다.
[오우야~ 역시 이종족이 최곱니다. 잡티 하나 없는 피부에…… 하앜…… 엘프님. 제발 한 번만이라도 직접 강림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가 내뿜는 거친 숨소리에, 윤세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영상의 소리를 꺼 버렸다.
“소리는 들을 필요 없지? 징그러우니까.”
“그래.”
“엘프들의 숫자는 대략 천 명 정도래. 다크 엘프도 비슷한데, 조금 더 많다고 그러고. 몇몇은 다크 엘프 둘에게 시중을 받고, 어떤 다크 엘프는 시중을 들지 않고 홀로 경기를 관람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네.”
“흠…….”
두 명의 다크 엘프를 거느린 엘프가 그림자 여왕일까.
아니면 홀로 있는 다크 엘프가 그림자 여왕일까.
둘 다 가능성이 있었다.
“삼촌. 내가 외국 영상도 찾고 있으니까, 나중에 편집해서 보여 줄게.”
“영상 편집도 할 줄 알아? 세아한테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뭐, 그게…… 옛날에 좀…… 덕질을 좀 한 게 있어서.”
말끝을 흐리던 윤세아는 홈시어터를 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그럼 내가 아까 케이스들, 확실히 추려서 보여 줄게.”
“그래. 좀 부탁해.”
“알았어~. 삼촌도 3일간 수련했으니, 오늘은 게임하지 말고 쉬라고.”
“하하, 그래.”
윤세아는 그 말을 끝으로 조사를 하겠다며 홈시어터실을 나섰다.
‘몸 상태야 팔팔하지만.’
조카의 부탁을 안 들어 줄 수는 없지.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벽면의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화면을 끄고 가질 않았군.’
하루 쉴 거면, 잠시 여기서 뉴스나 좀 볼까.
성지한은 리모컨을 찾아 이리저리 눌러 보았다.
미래의 리모컨과는 사뭇 다른 과거의 리모컨이라,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응?”
버튼을 뭘 잘못 누른 건지, 검은 화면이 넘어가더니 홈시어터의 저장 공간이 나타났다.
여러 폴더 이름이, 성지한의 눈에 들어왔다.
그중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아빠의 POTG 모음♡♥]
POTG.
Play of the game.
국가간의 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을 때 선정되는 장면으로.
국가대표전에서 한국이 얻은 대부분의 POTG에는 검왕이 뽑히곤 했다.
그 외에도.
[♥검왕가♥ 관련 영상]
[아빠 연설 모음]
등등……
홈시어터의 저장공간에는.
검왕 윤세진과 관련된 영상이 가득했다.
성지한은 그걸 보고 깨달았다.
‘이게. 옛날에 덕질을 한 영상인가보군.’ 윤세아가 영상 편집에 능숙하게 될 정도로, 덕질한 아이돌.
바로 검왕 윤세진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세아는 아버지를 존경했으니까.’
세계 랭킹 3위이자, 워리어 클래스 1위.
전 세계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다는 검왕 윤세진.
그는 성격도 부드럽고 원만했으며, 하나밖에 없는 딸을 매우 아껴왔다.
자식이라면, 사랑하고 존경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였지.
‘애써 태연한 체, 행동하고 있지만.’
그게 어디 쉬울까.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사랑받았다고 믿었던 아버지에게 무참하게 버림받은 상처.
그걸 어떻게 금방 잊고, 쌩쌩하게 행동할까.
삑.
성지한은 굳은 얼굴로 스크린을 끄고, 방에서 나왔다.
‘이제 곧, 세아 생일이군.’
비록 한국에서 쓰던 핸드폰 번호는 잊어버렸어도.
조카의 생일은 잊지 않았다.
8월 22일.
그날은 윤세아의 생일이자.
…… 그녀의 기일이기도 했으니까.
‘이번 생일이 세아가 기프트를 받는 날이었지.’
18세 생일날.
세상 사람들은, 모두 이날을 손꼽아서 기다렸다.
플레이어들 중, 소수만이 각성한다는 기프트.
그것을 얻는 날이 바로 18세 생일이었으니까.
‘세아의 기프트가 대체 뭐가 될 지. 세간의 화제를 모았었다.’
검왕 윤세진과, 성녀 성지아의 딸.
기프트의 등급과 유전은 아무런 연관이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심리라는 게, 부모가 둘 다 뛰어난 기프트를 받았으면 그 자식도 기대하기 마련이었다.
‘그건 국가도 마찬가지였지.’
나라에서도 혹시나 검왕의 뒤를 이을, 뛰어난 기프트를 윤세아가 받을까 싶어.
생일 전까지만 해도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보호하는 스탠스를 취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생일이 되었을 때.
윤세아가 받아들인 기프트는 충격적이었다.
‘F등급.’
없느니만 못하다는 F등급 기프트.
윤세아가 받은 기프트는 바로 F급 기프트였다.
그리고 성지한은 전생에서 윤세아가 좌절하고 절망하는 걸, 그녀의 생일날 처음 봤다.
검왕 윤세진이 일본으로 갔을 때도 애써 태연한 척, 해맑던 그녀가.
생일날 F급 기프트를 받고 나서는.
그 가면을 유지하지 못했다.
‘……18세 생일 때 받을 기프트야말로, 세아가 가지고 있던 마지막 희망이었으니까.’
윤세진의 딸이라고 전국민에게 욕먹고 있는 그때.
뛰어난 기프트를 받는 것만이,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반전시킬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기프트는 F급이었고.
대중들은 저래서 애비가 버리고 갔나보다고 비난과 조소를 보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기프트의 가치를 몰랐을 뿐이었다.’
사실은 그 F급 기프트가 SSS급을 뛰어넘는 최고의 기프트라는 것을.
똑같은 기프트를 지녔던, 중국의 세계 랭킹 2위를 통해 알려졌을 때는…… 이미 윤세아는 세상을 떠난 후였다.
‘이번에는 저번과 달라질 거다.’
네 아비의 배신을 죄 없는 너에게 전가시키며, 비난하던 대중들이.
네게 용서를 구하며, 제발 한국에 남아달라고 매달리도록.
그렇게 만들겠다.
‘반드시.’
성지한의 두 눈이 차갑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