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16화>
‘저걸 쓰는 사람은 오랜만에 보네.’
1회성 부활 아이템, 부활의 십자가.
부활이라는 강력한 효과를 지니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경기, 예를 들어 국가 리그 경기나 승급전, 길드전 등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기에 잘 사용되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페널티도 워낙 크고 말이야.’
또한 부활의 십자가를 썼음에도 또 사망했을 때는 현재 순위가 몇 등이든 상관없이 꼴찌로 성적이 고정되며, 경험치 다운, GP 소멸 등의 페널티는 3배로 받았다.
1등을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면, 써 봤자 손해만 나는 아이템.
‘거기에 이 아이템에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지.’
성지한이 BJ금빛이 사망한 걸 보고도 대기했던 건, 다 그 ‘결점’이 눈에 들어온 탓이었다.
‘저자가 놀란 걸 보면, 2020년에는 아직 부활의 십자가가 지닌 결점이 알려지지 않았나 보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까운 거리에는, 콜로세움에 같이 소환된 몬스터나 좀 무리 지어 있을 뿐.
플레이어의 인기척이 없었다.
‘왜 이렇게 멀리 있어. 얘들아.’
플레이어 들이 자신과 BJ금빛의 싸움을 보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도망쳤다는 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
성지한은 멀리 떨어져 있는 플레이어들을 보고 아쉬움을 삼켰다.
10킬해야 하는데, 이러면 곤란하단 말이지.
“0.1킬이라도 챙기면서 가야겠군.”
0.1킬.
그것은 콜로세움에 있는 몬스터들의 목숨 가치였다.
성지한은 주위를 한 바퀴 살핀 후.
가장 많은 몬스터 무리가 모여 있는 장소를 향해 달렸다.
그때, 그의 눈 위로 업적 창이 떠올랐다.
[고블린 챔피언을 제거하라.]
[고블린은 콜로세움에서 가장 약하지만, 수가 가장 많은 몬스터입니다. 고블린 챔피언은 그들의 지도자가 되어, 콜로세움에서 우승하려고 합니다. 그가 고블린을 더 모으기 전에, 제압하십시오.]
[보상 : 업적 포인트 500]
챔피언 몬스터.
게임을 하다 보면, 간혹 나오는 정예 몬스터였다.
기존의 몬스터에 비해 모든 능력치가 3~5배 정도 높았으며.
강력한 장비를 갖추고 특수한 스킬까지 있어,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플레이어들은, 대개 이런 상황이면 챔피언 몬스터를 피하곤 했지만.
‘보너스 미션이네.’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 플레이어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 성지한은 그저 보너스로 인식했다.
‘업적 포인트 500. 짜긴 하지만……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
성지한의 몸이 순식간에 가속하며, 고블린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BJ금빛처럼 차지 스킬을 쓴 것도 아닌데도, 포탄처럼 쏘아나가는 성지한의 신형.
“키륵. 키륵. 뭐. 뭐냐. 저거……! 돌, 돌 던져!”
2m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고블린 챔피언이 얼른 휘하의 고블린을 재촉했다.
펑! 펑!
하지만, 선두에 있던 고블린의 머리가 일제히 터져 나갔다.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오는 성지한의 돌격.
1m 남짓의 왜소한 고블린으로선, 도저히 이를 막아 낼 수가 없었다.
“이. 이익……!”
촤아아악!
거대한 식칼이, 고블린의 몸통을 두부 베듯 갈랐다.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초록 피.
고블린 챔피언은, 두 눈을 부릅떴다.
기껏 모았던 40의 고블린 부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절단되고 터져 나가, 땅바닥에 시체로 뒹굴고 있었다.
“크워어어어!”
고블린 챔피언은 두려움을 이겨 내려는 듯, 고성을 내지르며 성지한에게 달려들었지만.
퍽!
쇠곤봉이 그대로 그의 머리를 짓이기고, 동시에 식칼은 가슴을 갈랐다.
[일반 퀘스트. ‘고블린 챔피언을 제거하라.’를 완수했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500 얻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메시지와 함께.
[순서에 맞게, 이단의 머리를 부수고 심장을 도려냈습니다.]
[올바른 방법을 준수하였습니다.]
[성물이 사용자의 신성력에 힘을 더합니다.]
[신성력이 1 오릅니다.]
뜻밖의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었다.
‘머리를 깨고, 가슴을 도려낸다…… 이게 순서였어?’
성지한은 쇠곤봉과 식칼을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배틀넷 마켓에서 등급치고는 싸게 팔아서 산 두 무기.
[외계의 성물 - 이단 조리 세트 (D급)]
-식칼과 곤봉.
-둘을 동시에 착용해야만 진정한 위력이 나오는 세트 아이템입니다.
-외계의 한 행성에선, 이걸 통해 이단을 정해진 방법으로 ‘조리’합니다.
아이템 등급은 비록 D급이었지만.
세트가 곤봉과 식칼 조합이라 써먹기가 힘들어서, 가격이 엄청나게 쌌던 성물이었다.
일단 이거 들고 싸우다 보면, 신성력을 얻겠거니 해서 들고는 왔는데.
고블린 챔피언을 잡는 과정에서 특별한 순서를 파악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제부터 이 순서대로 적을 제압해야겠군.’ 성지한은 이단 조리 세트 아이템 설명을 다시 보았다.
신성력을 얻기 전에는 D급이었는데, 어느새 E급으로 떨어진 이단 조리 세트.
신성력 1이 성지한에게 흡수되었으니, 등급이 떨어진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E급이니까. 신성력 1은 더 얻을 수 있어.’
성지한은 주위를 살폈다.
10킬도 이루고, 신성력도 더해 줄 다음 타깃은 어디인가.
‘저기 플레이어가 많아 보이는군.’
그는 곧 여러 플레이어가 싸우고 있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자.’
* * *
게임에서 로그아웃된 BJ금빛.
그는 배틀넷 커넥터 안에서, 멍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브론즈에서. 이렇게 완패를 당할 줄이야…….’
금빛의 배틀튜브 채널은 이미 검왕가의 성토로 난리가 난 상태.
-이 사람 골드라고 하지 않았나요?
-이렇게 쓸모가 없다니!
-그러니까 골드가 브론즈에서 놀지. 쯧쯧!
BJ금빛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라는 짧은 코멘트를 남기고 방송을 꺼 버렸다.
그다음으로 한 행동은.
“성…… 지…… 한…….”
배틀넷 커넥터 안에서, 배틀튜브에 접속해 성지한을 검색하는 것.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도 배틀튜브를 접속할 수는 있었지만, 역시 배틀넷 커넥터 안에서 배틀튜브를 봐야 더 실감이 났다.
‘동시 시청자 수가 3,123명…… 생각보다 많군요.’
브론즈 플레이어.
그것도 이제 게임 3판째인 성지한의 동시 시청자 숫자는 생각보다 많았다.
아마도 저번 검왕 관련 방송의 여파가 남아 있는 거겠지.
과연, 성지한 채널의 구독자도 8,000여 명이 넘었다.
-성지한. 7킬째입니다.
-챔피언 몬스터를 잡을 때, 머리를 깨고 가슴을 가른 이후. 그다음에 만나는 플레이어에게 모두 동일한 행동을 하고 있어요.
-8, 8킬입니다. 순식간에 킬을 추가합니다.
-이러다가 정말 10킬을 달성할지도 모르겠어요!
성지한의 채널은 쌍방향 소통이 막혀 있었다.
방송을 트는 성지한은 게임에 집중하여 채팅을 읽지 못하고, 시청자들끼리 잡담을 떠는 상황.
근데 성지한 채널에서 떠드는 시청자들은, 딱 봐도 전문성이 느껴지는 채팅이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의 능력, 도저히 브론즈에 있을 수준이 아닙니다.
-스카우팅 시스템으로 판정한 결과, 그는 힘 35, 민첩 38 정도의 능력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브론즈 리그의 스탯 제한 25를 월등히 뛰어넘고 있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그에게 여유가 있어 보인다는 점이죠. 그는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게 확실합니다.
-대체 무슨 기프트를 지니고 있는 건지…….
-단언컨대 그는 이번 강남 리그에서 가장 유망한 플레이어입니다.
‘스카우터가 이미 여럿 붙었군요.’
성지한의 행동을 보고, 그에 걸맞은 스탯을 산출하는 모습.
이는 일반인이 아니라, 길드 소속 스카우터나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그의 기프트만 밝혀진다면, 여러 길드에서 영입 제안이 갈 것 같습니다.
-검왕과 관련되어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그가 보여 주는 능력은 환상적이니까요.
-다만,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10대 길드에서 섣불리 영입제안을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사실…… 아직 그는, 브론즈에 불과하니까요.
만약 성지한이 검왕 윤세진과는 전혀 관련 없이, 이 능력만 보여 줬으면 이미 국내 10대 기업에서는 모두 그에게 길드 가입을 제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검왕의 처남이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고.
전 국민의 팬클럽 중 단연 1위인 검왕가의 적의를 한 몸에 사고 있었기 때문에, 여론을 살피는 대기업 길드는 섣불리 그에게 영입 제안을 할 수가 없었다.
‘저런 능력을 보이고도. 영입 제안을 주저하다니…… 여론이 복잡하긴 한가 보군요.’
BJ금빛은 채팅방의 글귀를 살피며, 그리 생각했다.
-저 인간, 분명히 검왕님에게 무언갈 빼앗아 간 게 분명해요.
-맞아요. 저 추리닝이야말로. 사실은 SSS급 아이템인 게 아닐까요?
-윗분. 정말 그럴듯한 추리입니다.
-그래요! 검왕님께서 하도 처남이 물건을 도둑질해 가니까, 훈계차 지금 잠깐 연기하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정말…… 무식한 분들.’
여기서도 주르륵 올라오는 검왕가의 헛소리.
하지만 저들의 여론이 꽤 되니, 길드들도 주저하는 거겠지.
BJ금빛은 그리 생각하며, 채팅을 쭉 훑어보다가.
“와……!”
성지한이 적과 격돌하자, 탄성을 내지르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 어…… 어떻게, 저 일격을 피하는 거죠?”
“아…… 이 어찌, 깔끔한 일격!”
한때 골드 리거였던 그의 눈으로 보기에도, 성지한의 공격은 감탄만 나왔다.
브론즈가 어떻게 이렇게 잘 싸울 수 있는 건가.
-와. 9킬 달성…….
-뭐 저렇게 쉽게 대가리를 깨냐.
-10킬 가겠는데?
-혼자 다 하네.
그리고 성지한의 활약상에 놀라는 일반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자.
‘아. 이런 반응은 제 채널에서 나와야 하는데…….’
자신의 심해 탐방 컨텐츠가, 성지한에게 의해 견제받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퍽!
그럼에도 성지한이 또 한 명의 플레이어 머리를 깨부수자.
-10킬! 10킬이에요! 서바이벌에서 10킬이라닛!
자신도 모르게 채팅에 참여하고 있었다.
-금빛이 여기 왜 있음?
-님이 10킬에 20% 기여한 거임…….
-아 쟤가 두 번 뒤진 애야?
-ㅇㅇ.
‘아. 아이디가…….’
BJ금빛.
이 아이디로 들어오면 안 됐는데.
이거로 들어왔으면, 채팅을 했으면 안 됐는데.
금빛은 자신의 행동을 잠시 후회했지만.
-서바이벌에서의 10킬은 검왕 윤세진 이후, 국내에서 처음 달성한 기록입니다! 어메이징한 기록이라구요!
-응. 근데 니가 두 번 뒤졌잖아.
-후후. 제 죽음. 플레이어 성지한의 서사에서, 첫 장면을 장식할 것입니다……!
-병/신…….
-언제는 사신이라며.
-맞아요. 사신은 맞았습니다. 다만, 제가 아니라. 성지한 그가 저의 사신이었을 뿐……!
-응. 구독 취소 갑니다.
채팅을 두들기는 그의 손놀림은, 어딘가 신이 나 있었다.
* * *
[서바이벌 맵, ‘콜로세움’에서 10킬을 달성했습니다.]
[히든 퀘스트, ‘콜로세움에서 10킬을 달성하라.’업적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5,000…… 쏠쏠하군.’
100명 중 50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전투를 하는 콜로세움 맵.
여기서 혼자 10명을 잡는 건 정말로 힘든 일이었다.
솔직히 이건 성지한 정도의 초절한 무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업적이었다.
업적 포인트 5,000도 어찌 보면 작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래도 한 게임으로 업적 포인트 5,600을 획득하고. 신성력 수치도 2를 얻었으니…….’
성지한은 자신이 손에 쥔 장비, ‘이단 조리 세트’를 바라보았다.
등급이 E에서 F로 변한 채, 아이템 이름도 ‘외계의 성물이었던 것(F급)’으로 변해 있었다.
4명을 더 죽이고 흡수하게 된 나머지 신성력 1.
이 정도면, 오늘 게임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다.
‘게임에서 나가면, 유니크 스탯을 얻어 봐야겠군.’
그렇게 생각한 성지한이 게임 종료를 기다리고 있을 때.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에픽 퀘스트가 잠금 해제됩니다.]
‘에픽…… 퀘스트?’
성지한은 눈앞에 새로이 뜨는 퀘스트 창을 바라보았다.
[에픽 퀘스트]
-콜로세움 맵의 관객석에 위치한 그림자 여왕을 찾고, 그녀를 도발하라.
[보상 : 업적 포인트 50,000 / 성좌 ‘그림자 여왕’의 흥미]
‘성좌의 흥미라니……!’ 성지한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