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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6화 (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6화>

“무소속이 1등? 실화냐?”

“성지한? 얘 누구야? 아는 사람 없어?”

배틀넷이 세상에 퍼진 지 10년.

처음과 다르게, 브론즈 리그는 심해로 분류되어 사람들의 관심 밖 리그가 된 지 오래였다.

적어도 실버는 올라와야, 그나마 볼 만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튜토리얼 경기 따위에는 길드 관계자라 하더라도 대부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강남 1 에어리어의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강남 1의 튜토리얼 1등이 무소속이라니.”

“이번 기수는 수준이 상당히 높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강남 1에 참가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치는 상당했다.

평균 스탯 능력치 9 이상에, 기프트 등급은 A.

길드 관계자들은 이 정도는 되어야, 튜토리얼에서 50위 안에 들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평균을 잡아 생긴 기준.

각 기수별로, 튜토리얼 통과 가능한 커트라인은 언제나 차이가 있곤 했다.

‘저번 기수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널널해서, C급 기프트도 운 좋게 통과했지.’

‘하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경쟁이 치열했어.’

한국의 10대 길드 소속 스카우터 팀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브론즈 리그에서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의 면면을 알고 있었다.

7월부터 리그 참가 신청이 들어가서, 7월 31일에 시작하는 강남 1 브론즈 리그.

2020년 하반기에 시작할 이번 리그는 역대급이라고 할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거기에.

“이성의 임가영도 나온다고 했으니까. 당연히 1등은 그녀일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4킬이면 원래 리그 1등 성적이야. 6킬이 말이 안 되는 거지.”

이성 길드의 임가영.

S급 기프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그녀는 이성 길드가 야심차게 내놓은 유망주였다.

얼마나 기대가 높았던지, 냉철하기로 유명한 이성 스카우터들이 이구동성으로 ‘어차피 1등은 임가영’이라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나.

게다가 임가영은 정말 그들의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 주었다.

4킬.

성지한이라는 이레귤러만 아니었으면, 당연히 그녀가 1등을 했을 터.

“하아. 데이터 수집이 안 되니 아쉽네요. 왜 튜토리얼은 중계가 안 되는 건지, 원…….”

“일단 성지한이라는 사람, 조사해 봐. 성씨가 나름 특이하니까 그래도 뭔가 걸리는 게 나오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여러 길드 스카우터 팀들은 맨땅에 헤딩하듯 조사에 들어갔지만.

성지한에게 직접적으로 당했던 두 길드에게는 이야기가 달랐다.

“두 분…… 데이터는 잘 받았습니다.”

성지한한테 죽음을 당했던 터틀 길드의 전사와 궁수.

그들에게는 배틀넷에서 지원하는 킬 캠(Kill Cam)이 있었기 때문이다.

죽기 30초 전의 상황을 3인칭으로 찍은 영상.

“정말…… 믿기지가 않는군요.”

터틀 길드의 스카우터 팀장은 여러 번 재생을 돌려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배틀넷이라는 게임.

밸런스가 똥망이라는 걸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게 말이 되나? 진짜 2레벨이 맞아?’

자신의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전사와 궁수.

이들의 능력치는 객관적으로 봐도 부족함이 없었다.

둘 다 A급 기프트에, 장비도 B급에서 가장 좋은 걸 맞춰 줬고.

특히 전사는 특성에 걸맞게 두터운 방어력을 자랑하는 최고급 풀 플레이트 메일을 빌려 주지 않았나.

‘우르크 무기는 기껏해야 F급에서 E급 정도일 텐데. 저따위 조잡한 무기로 B급을 뚫는다니…….’

특히 성지한이 보여 준 속도는 대단했다.

팀장의 눈으로 보기에는 민첩이 적어도 15 이상, 거의 20에 가까웠다.

물론 힘 수치도 그 정도…… 아니, 조잡한 무기로 갑옷을 뚫었으니 그 이상일 터.

대체 무슨 특성을 지녔기에 레벨 2가 저런 모습을 보여 준단 말인가.

스카우터 팀장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옷 입은 것만 봐도 예비 길드원도 아니야. 어떻게든 영입해야 한다!’

자고 일어난 듯, 다 늘어진 반팔과 추리닝 바지만 입고 참전.

게임에선 무장 해제된 상태나 다름없는 몸으로 6킬이라니.

팀장은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이다가, 눈앞의 둘을 바라보았다.

남의 떡이 커 보이긴 하지만, 길드의 유망주도 위로해 줘야지.

“두 분, 너무 낙심하지 마십시오. 두 분의 능력은 팀장인 제가 보증합니다. 다음 기회에는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겁니다.”

“아…….”

“그, 그렇습니까.”

“예. 그냥 이번에는…… 음, 자연재해를 만났다고 생각하세요. 오히려 다음 리그에 참가하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저 괴물이랑 같은 리그에 있으면 실버로 승급할 기회를 빼앗기는 거니까요.”

스카우터 팀장의 말에 두 사람은 삽시간에 질린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저 괴물과 리그에서 계속 맞붙는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럼, 오늘은 푹 쉬시길.”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터틀 길드에서는 성지한의 활약상을 보고, 스카우터 팀장이 직접 나섰으며.

이성 길드에서는 인사과 3부의 부장이 이를 직접 지켜보았다.

“이게 성지한의 데이터인가요?”

“네…….”

시작하자마자 성지한을 죽이려다가, 도리어 제일 먼저 죽고 만 도혁규.

그는 길드 인사과 3부의 부장에게 눈을 떼질 못했다.

‘이 사람이 소문의 낙하산…….’

이하연.

들리는 이야기로, 나이가 아직 20대라고 했던가.

유명 연예인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미인.

얼굴만 봐서는 신입 사원 언저리에 있어야 할 거 같지만, 무려 부장 타이틀을 달고 있는 여자였다.

낙하산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채, 여러 뒷담화가 오가는 그녀였지만.

‘장난 아니다…….’

혈기왕성한 나이의 도혁규는 낙하산이든 아니든 관심이 없었다.

힐끔힐끔 쳐다보던 시선이 대놓고 이하연을 훑어보자,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딜 자꾸 보죠?”

“죄,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시선에 주의해 주세요. 그럼, 나가 주시길.”

“네…….”

데이터가 담긴 USB만 놔둔 채 쫓겨난 도혁규.

그가 부장실에서 나가자, 그녀의 뒤편에 서 있던 냉막한 인상의 여인이 한 걸음 걸어왔다.

이하연의 보디가드였다.

“죽일까요. 아가씨?”

“참나. 너는 뭐만 하면 죽인다고 하니? 한 명도 죽여 본 적이 없으면서.”

“이번에 죽였습니다.”

“풋. 튜토리얼에서? 됐어. 저런 놈이 한둘이야? 그것보다 가영아. 이리로 와 봐. 네 1등을 빼앗은 사람. 같이 보자.”

이성 길드의 유망주, 임가영.

이하연을 어릴 적부터 모셔 왔던 그녀는 아가씨의 호위가 최우선이었지만.

“알겠습니다.”

1등을 빼앗은 대상에 대해서는 궁금한 듯, 빠르게 이하연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놀란 눈이 되어 있었다.

“와, 다행이다. 가영아.”

“어떤 게 말입니까?”

“저 사람이 네 옆에 소환되지 않아서.”

“……부정할 수 없군요.”

아까 부장실에서 쫓겨난 도혁규.

그도 사실, 이성 길드 내에서는 랭크 20위권에는 들 거라고 예상됐던 인재다.

민첩 A.

튜토리얼에만 한해서 보자면, 손꼽히는 사기 기프트였으니까.

그런데 성지한이라는 상대는 그 민첩 A의 공격을 너무 자연스럽게 피했다.

“혹시 다음 경기에도 저 사람이랑 같이 매칭되면, 그를 피하는 게 좋겠어. 그치?”

“…….”

임가영은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만 끄덕했다.

이하연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어, 아랫입술이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

오랜 세월을 같이 보낸 이하연은 임가영의 저 표정이 언제 나오는지 알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드는 명령을 받았을 때다.

‘으이그. 정말.’

“아. 아니다. 우리 가영이가 질 리가 없지. 싸워서 짓밟아 버려.”

“괜찮습니다. 아가씨. 피하겠습니다.”

“명령이야. 정보 조사를 위해서니까, 싸워.”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스윽.

입가가 다시 되돌아가며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가는 임가영.

그걸 보고 이하연은 못 말린다는 듯 미소를 짓고는 다시금 모니터 속 성지한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쩐지 얼굴이, 낯설지가 않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   *

집으로 다시 돌아온 성지한은 먼저 눈앞에 뜬 메시지를 확인했다.

[튜토리얼에서 1등을 기록했습니다.]

[1등 보상으로 경험치 증가량이 50% 상승합니다.]

[레벨이 3 올랐습니다.]

[튜토리얼 모드이기에 GP는 지급되지 않습니다.]

‘저렙이라서 레벨이 쭉쭉 오르는군.’

미국에서 랭커로 살고 있을 때는 레벨 하나 올리는 데 한 달이 걸리고 그랬는데.

한 게임에 무려 3이나 오르다니.

성지한은 흐뭇한 마음으로 능력치를 분배했다.

‘잔여 스탯 3은 당연히 무력에 찍고…….’

이번에도 무력 스탯은 찍자마자 수치 상승이 이뤄졌다.

그렇게 무력이 9가 되자, 성지한은 비어 있는 칭호 칸으로 눈을 돌렸다.

튜토리얼에서 1등이 되면서 칭호를 얻었었지.

[튜토리얼을 제패한 자 - 브론즈]

[튜토리얼에서 1등을 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칭호.

브론즈 리그 안에서 모든 능력치 +1, 경험치 증가 20% 증가 효과가 적용됩니다.]

브론즈 리그 내에서만 적용되는 칭호지만, 그래도 나름 쏠쏠한 효과를 지니고 있는 칭호.

성지한은 바로 이 칭호를 착용했다.

‘무력이 10이 되었군.’

그는 상태창을 살펴보았다.

이름 : 성지한

레벨 : 6

소속 : 브론즈 리그 - 강남 1 에어리어

무력 : 10

마력 : 6

클래스 : 무직 (클래스 획득 가능)

기프트 : 방랑자의 눈 (등급 F)

-다른 플레이어를 잘 파악합니다.

칭호 : 튜토리얼을 제패한 자 - 브론즈

업적 포인트 : 11,600

처음, 레벨 2때에 비해서는 조금 나아진 능력치.

하지만 아직 스킬도 없고, 기프트도 F급이라 갈 길은 멀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브론즈리그는 프리패스나 다름없었다.

‘빨리 25레벨을 찍고, 자라나는 새싹에게 길을 터 줘야겠어.’

25레벨이 되면 굳이 매일 게임을 돌리지 않고, 실버 승급전만 기다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직’으로 되어 있는 클래스 칸에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성지한이 클래스 칸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레벨 5가 되어, 기본 클래스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획득 가능한 클래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워리어

-아처

-메이지

-서포터

[클래스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전직의 시기가 다가왔군.’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클래스는 기본적으로 무직.

레벨 5가 되면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었으며.

아니면 레벨이 그 이하라도, 길드에 가입되어 있다면 길드 본부의 배틀넷 크리스털을 통해 미리 전직할 수 있었다.

‘업적 상점이 아니었으면. 무조건 워리어를 골랐겠지만…….’

전생의 성지한은 워리어의 3차 진화 특수 직업이었던 무성武聖이었다.

무력의 발전 속도를 높여 주며 무공의 운용을 원활하게 도와주던 직업이다.

예전에 걸어 봤던 길이니만큼, 워리어를 고르면 보다 수월하게 성장이 가능하겠지.

‘하지만 업적 상점에 있는 클래스 추가를 고려한다면…….’

업적 포인트 10,000을 지불하면, 클래스 추가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내다볼 수 있는 길이 하나 더 있었다.

‘유니크 스탯을 하나 더 노릴 때다.’

성지한의 손이 네 개의 클래스 중, 하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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