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년 차 천재 연습생의 데뷔 공략-220화 (220/224)

#220. 다가오는 그림자 (4)

그 후로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는 간단한 바비큐 파티가 있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물놀이에 지친 상태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해산하니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내일 화보 촬영 있으니까 더 무리하지 말고 얼른 자야 한다.’

이미 체력이 방전된 상황에서, 이 이상 뭐라도 할 생각은 접어 두고 조금이라도 빨리 눈을 붙일 필요가 있었다.

다른 녀석들도 지친 건 마찬가지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픽픽 침대 위로 몸을 눕혔다.

“…잘 자…….”

그 말이 마지막 유언이라도 되는 것처럼 남기기 무섭게 다들 어둠 속에서 입을 다물었다.

다음 날 아침. 창밖의 눈 부신 야경을 가려 주었던 암막 커튼의 틈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강렬한 아침햇살에 다들 부스스 눈을 떴다.

“아 죽을 거 같아.”

그러잖아도 배탈에서 막 회복한 주제에 좀 무리한다 싶었다. 배를 보인 채 발라당 뒤집힌 강아지처럼 바들거리는 규민은 물론이요 다른 녀석들도 어제 과도하게 활동한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근육통이 좀 있긴 한데 활동에 지장 있는 정도는 아니니까.’

약간 뻐근한 상태로 일어난 내가 제일 양반이었다.

‘여기 피트니스장에 요가 매트존이 있었던가.’

나는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확신과 함께 나머지 녀석들의 이불을 확 잡아 뺏었다.

“악!”

“뭐, 뭐야 왜 그래…?”

다들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일어나. 아침 먹기 전에 피트니스장 내려가서 몸 좀 풀어 놔야 이따 화보 찍을 때 살아나지.”

“뭐?”

순간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얼굴로 되묻기에 친절히 설명을 보태 주었다.

“어제 지나가면서 보니까 폼롤러 있더라. 가서 스트레칭이라도 좀 해.”

“아.”

그제야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 눈곱을 떼는 꼴이 무슨 다섯 살짜리들 데리고 소풍이라도 온 선생님이 된 기분이었다.

“10분 줄 테니까 다들 대충 머리만 가라앉혀. 어차피 우리 말고 아무도 안 봐.”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피트니스장에는 외국인들만 좀 보일 뿐 한국인은 우리뿐이었다.

‘외국인들도 뭐… 케이 팝 아이돌 같은 데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라 다행이네.’

다들 정말 겨우 고양이 세수만 하고 내려온 차림들이라 몰골들이 가관이었다. 다들 외모가 너프된 상태로 으아아 비명을 질러 대며 몸을 풀고 있으려니 매니저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10분 후에 식당으로 내려오라고 하시니까 얼른 풀어 둬.”

“엉? 어어….”

하나 둘 셋 넷, 숫자까지 세어 가며 온몸의 찌뿌둥한 근육들을 풀어 주고 나니 어느새 배를 채워야 할 시간이었다.

“아이고… 다들 어제 너무 신나게 즐기셨나 보네요.”

매니저 눈에도 다들 어지간히 피로에 찌든 얼굴이었던 것일까. 우리 방 멤버들은 그래도 아침 스트레칭을 해서 좀 나은데 다른 방 녀석들은 제대로 정신도 못 차리고 있었다.

“…….”

대표적으로 은찬만 봐도 툭 치면 그대로 넘어갈 것 같은 핼쑥한 얼굴이었다.

“은찬 씨 오늘 일정 괜찮겠어요?”

안 괜찮아도 방법이 없지 않나. 은찬만 나중에 합성할 것도 아니고. 회의적인 생각을 버리지 못한 채 은찬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매니저가 절충안을 내밀었다.

“힘들면 오전에 쉬고 이따 오후에 합류하는 걸로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러자 은찬이 그럴 수는 없다며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안 괜찮아 보이는데. 그러나 본인이 저렇게 고집을 부리는데 꺾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여 결국 다 같이 화보 촬영지로 향했다.

“와, 예쁘다…!”

오늘도 어김없이 지원의 감탄으로 시작된 촬영은 그런대로 순조로웠다. 카메라맨이 다른 포즈를 요구할 때마다 자세를 바꾸면서 다들 삭신이 쑤시는 것처럼 고통스러워하긴 했지만. 뭐 셔터가 눌리는 순간만큼은 다들 프로답게 표정 관리에 성공했으니까.

모니터링차 확인한 셀렉 사진들도 모두 완벽했다. 포토 카드용이나 각종 비하인드에 사용할 B컷들도 셀렉 샷에 비해 좀 아쉬운 정도지 그냥 봤을 때는 모자란 부분이 없어 보였다.

“자 마지막으로 지원 씨만 한 번 더 서 볼게요!”

해 방향이 살짝 아쉽다며 시간이 있는 김에 다시 찍게 된 지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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