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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차 천재 연습생의 데뷔 공략-153화 (153/224)

#153. 도쿄에서 생긴 일 (1)

공항에 내려 출입국 게이트를 통과하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엄청난 인파의 팬분들이었다.

“와, 우와….”

지원이 문이 열리자마자 쏟아진 엄청난 플래시 세례에 놀라 눈을 가렸다.

파리에서 내렸을 때도 대기 중인 취재진이 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해외에서는 아직 쇼 케이스든 콘서트든 정식으로 선보였던 적이 없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동시 방영 및 재송출 방영도 했던 국가여서 그런지 반응이 확실히 달랐다.

“인수-!”

“욘인-!”

“지온상!”

처음에는 누구를 부르는 것인가 살짝 긴가민가했는데 듣다 보니 점차 익숙해졌다.

‘어쩐지 한국에서보다 지원이 이름이 더 많이 들리는 것 같은데….’

지원이도 국내 팬덤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보다 더 인기가 많은 멤버들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두드러질 때가 있었다.

멤버들 내에서 팬덤 규모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여전히 나였고, 그 뒤를 영인이 따르고 있었다.

대체로 겟 데뷔 방영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차이가 생긴 부분이라면 규민이 예상외로 데뷔 후 팬이 엄청 많이 생겼다는 것.

그 전까지는 겟 데뷔를 안 봐서 이규민이 누구인지 몰랐는데, 데뷔 후 본격적으로 음방 활동도 하고 축제도 나가고 앨범도 내고 하니 들어온 신규 유입 중에 규민의 팬이 많았다.

[- 얘들아 (0명) 이규민 같은 남자 없다 이규민이 진짜 진국이다 케이 팝이 낳은 팬 서비스의 귀재 이규민 그는 신인가?]

[ㄴ 규민아 여기서 이러지 말자 누나 쪽팔려]

[ㄴ 이 패턴만 익히면 이규민 코스프레 어디서든 쌉가능]

[- 규… 라고 하는 남자의 모든 것이 알고 싶다 오늘은 뭘 먹었고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뭐고 내일 입을 속옷 색깔은 뭐고 양말은 뭘 신었는지까지… ㄷr….]

[ㄴ 지금 벌룬 들어가면 전부 알 수 있음]

[ㄴ 이규민 프랑스에서 입은 속옷 삼색 팬티 구경하실 분 (사진)]

[ㄴ 나 엔카운터 팬 아닌데 혹시 이규민 씨는 인권이라는 게 없어?]

[ㄴ 저희보다 이규민 씨가 자기 인권 파는 데 더 진심이세요 (사진)]

[- 나 원래 엔카운터 벌룬 인수 거만 구독했는데 이규민이 하도 웃기다 그래서 이규민 거도 같이 구독했거든. 후회 없을 남자 이규민 개웃겨요 가끔 자기 사진보다 다른 멤 사진 더 많이 올릴 때도 있고 타고난 웃수저임ㅋㅋㅋㅋ]

[ㄴ 이규민 수저 얘기 할 때마다 웃수저 아니고 고기 수저라고 하는 게 제일 웃김ㅋㅋㅋㅋㅋㅋㅋ]

[ㄴ 한우 든든하게 먹고 자란 상ㅋㅋㅋㅋㅋ]

규민 자체가 벌룬이나 SNS로 소통하는 밀당을 정말 잘하기도 했고 실제로 웃긴 일화들도 많아서 반응이 좋았다.

겟 데뷔 당시에도 화제가 된 건 꽤 있었으나 그때는 데뷔 전이라 재밌어 보이긴 하는데 못 건드리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 나중에 데뷔 조 확정되면 다시 올게요 ㅠㅠㅠㅠㅠ]

[- 이규민 ㅈㄴ 웃긴데 서바 픽 잡으면 내 픽은 맨날 떨어져 가지고 못 보겠음]

이 사람들이 정말 데뷔 후에 다시 와 줬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규민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 외에 나머지는 데뷔전과 비슷비슷했다.

‘외국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는 건 알았는데 이렇게 실감하게 될 줄은 몰랐네.’

지원의 어떤 포인트가 더 먹히는 건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까지 생각하고 슥 지원의 표정을 살피자 조금 어리둥절한 얼굴로 열심히 자기 이름이 불린 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슨 이제 막 초등학교 올라가서 처음 심부름하는 애도 아니고 표정에 물음표가 가득해서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풋.”

저래서 좋아하는 걸지도. 지원이 뒤를 보면서 걷다가 툭, 여권을 케이스째로 떨어트린 순간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헉, 감사, 헉, 아니. 아, 아리가토!”

그래 이런 점까지 다 포함해서 좋아하는 거겠지. 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지원에게로 가까이 가서 여권을 또 흘리고 다니지 않도록 아예 가방 안에 넣어 주었다.

그 후 호텔에 우선 도착하고 나니 오후 다섯 시쯤이었다.

“먼저 식사부터 할까요?”

매니저의 인솔을 따라 향한 곳은 유명한 스키야키 맛집이었다.

“스키야끼는 원래 관서 지방 음식 아냐?”

규민의 의문에 다들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운 채 물었다.

“관서가 뭔데?”

“그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경상도 같은 지역. 원래 오사카에서 먹는 거 아닌가?”

“뭐 도쿄에서 먹는다고 잡아가진 않으니까? 물짜장 서울에서 먹는다고 잡아가진 않잖아.”

“물짜장이 뭐예요?”

비행 자체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대기 시간이 워낙 길었던 탓인지, 심심했던 멤버들이 한마디씩 꺼내자 순식간에 아무 말이 쌓여 혼돈 그 자체였다.

“있어 그 빨갛고 진득한 짬뽕처럼 생겼는데 전주에서 먹는 거.”

“짬뽕처럼 생겼는데 왜 짜장이야?”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러는 사이 우리만 모여서 먹을 수 있게 따로 준비해 준 룸으로 준비된 식사가 제공되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본인의 최선을 다해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는 기초 일어를 발휘하자 직원분이 환히 웃으며 인사를 받아 주셨다.

<다들 일본어를 너무 잘하시네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아니 저희 감사 인사 하나밖에 안 했는데요. 아무렴 먹는 데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므로 다들 자기 젓가락을 집어 들고 본격적인 전투 자세에 임했다.

제공된 불판은 둘. 사람은 여덟 명. 제일 큰 불판을 가져다주시긴 하셨지만 필연적으로 사람 수에 비해 불판이 작았다.

“내가 자리 되는 대로 올려놓을 테니까 알아서 먹고 싶은 대로 집어 가. 먹으라고 따로 안 챙겨 준다.”

신호탄과 다름없는 말과 함께 철판 위에 소스를 붓자 다 익기도 전에 순식간에 야채가 자취를 감췄다.

“아 좀 익으면 먹어, 익으면!”

일등 주범인 영인의 등짝을 찰싹 때리자 영인이 재빨리 야채가 빈자리에 고개를 잔뜩 올려놓았다.

“얼른 고기 먹어야 하잖아요!”

고기 구울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아직 양념이 별로 배지도 않은 야채부터 먹어 치운단 말인가.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있으려니 지원이 옆에서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영인을 올려다보았다.

“아…! 아, 그래서…!”

나는 지원의 빵빵한 볼을 한 번 꼬집어 주고는 말했다.

“이상한 거 배우지 마. 못된 버릇이야.”

“희생 정신이 뛰어난 거라고 해야죠.”

말이 나온 김에 나는 흥, 코웃음을 치며 곤약을 슬쩍 영인의 앞으로 밀었다.

“아 인수 형 매너 좀.”

영인이 뻔뻔하게 나온 김에 나도 똑같이 굴기로 했다.

“희생하는 김에 이것도 좀 감당해 봐.”

“와, 아까는 못된 버릇이라고 했으면서.”

영인은 투덜투덜거리면서도 곤약을 자기 접시로 가져가서 조금씩 잘라 먹었다.

그러는 사이 옆 테이블 화구 앞에 앉은 혜성과 은찬, 하연, 현호는 묵묵히 각자의 몫을 정확히 4등분 해서 먹고 있었다.

각자 자기가 안 먹는 것들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거 먹을 사람?”

“제가 먹어도 되나요?”

“앗, 응. 그쪽으로 줄게.”

질서 정연하고 정갈한 저쪽 테이블에 비해 우리 테이블은 돼지우리가 따로 없었다.

“저희 고기 추가해도 되죠? 아, 버섯도! 계란도 리필해 달라고 해야지.”

“우리도 좀 저쪽처럼 얌전히 먹을 수는 없는 거냐?”

내가 어이가 없어서 혀 차는 소리를 내자 영인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저희는 저희만의 매력이 있는 거니까 괜찮아요.”

“갑자기 미국인 같은 소리를 하네.”

“대충 영미권이니까 퉁 칠 수 있지 않나?”

지원까지도 뒤처지지 않고 열심히 고기를 먹고 식사가 끝났을 때는 아직 8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저희 그럼 이제 뭐 하죠?”

내일 쇼 케이스는 오후 6시에 시작될 예정이어서 리허설은 그날 점심쯤부터로 잡혀 있었다.

“관광은… 괜히 일정 끝나기도 전에 놀러 다니다가 어디 다치거나 하면 안 되는데.”

매니저가 한참을 고심한 끝에 차를 몰고 어딘가로 향했다. 얼마나 갔을까 어느새 해가 져서 하늘이 캄캄했고 지대가 높은 곳이라 아래쪽의 도심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와….”

야경을 보여 주러 여기로 온 건가? 예쁘긴 한데 굳이 야경을…? 까지 생각한 순간 매니저가 도로변에 차를 대고 모두 내리게 했다.

“저쪽 한번 보실래요?”

매니저가 가리킨 방향을 보니 천장이 뻥 뚫린 형태의 경기장에서 뭔가 공연을 하는지 조명이 어지럽게 쏘아 올려지고 있었다.

“우와-!”

“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공연장의 위압감에 다들 감탄사를 내뱉던 중 매니저가 설명했다.

“저기가 수용 인원이 3만 명쯤 되는 경기장이거든요. 나중에는 저희도 좀 더 유명해져서, 저기서 공연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매니저가 부끄럽다는 듯 멋쩍어한 순간 영인이 외쳤다.

“당연히 가능하죠!”

“어?”

“그, 그런가?”

영인의 외침에 다들 어리둥절하게 설득되는 와중 은찬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되지 않나? 우리 낮에 공항에 온 거 보니까 팬 많은 거 같던데.”

아니 그 정도는…. 나는 속으로 무심코 반발하고 말았으나 초 치는 말을 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그때 제현호까지 한술 더 보탰다.

“저는 될 거 같은데요.”

제현호까지 그렇게 말하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 완전 가능하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전경이 어쩐지 가까우면서도 까마득하게 멀었다. 그래도 조금 전처럼 도저히 닿지 못할 것처럼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게 도쿄의 야경과 콘서트장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지기를 잠시, 매니저가 분위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 그러면 더 늦기 전에 호텔로 돌아갈까요? 다들 컨디션 생각해서 일찍 주무셔야 하니까.”

일찍 호텔에 내려다 준다고 과연 일찍 잘까? 나는 홀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

“이거 소리가 나는 게 이쪽이니까 여기를 이렇게 하면….”

영인이 슬쩍 도어록 부분을 감싸고 문을 당겨 열자 전자음 볼륨이 절반 정도 줄은 채 문이 열렸다.

“됐다…!”

딱히 그 정도로 걸리면 안 되는 외출은 아닌데.

다들 씻고 짐을 풀었을 즈음. 어디서 무슨 도쿄 여행 브이로그 같은 걸 보고 온 영인이 같은 방을 쓰는 멤버들에게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한 30분이면 충분할 거 같은데. 잠깐만 내려갔다 오면 안 돼요?”

호텔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던 커다란 드럭스토어가 그렇게나 가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차피 일정 다 끝나고 하루는 관광하게 해 준다고 했잖아.”

“그때는 매니저 형이랑 같이 가는 거고. 지금은 우리끼리만!”

그렇게 해서 우리 방 멤버들만 슬쩍 야행을 나가게 되었다.

“난 왜….”

어쩐지 목장 때의 악몽이 떠오르는 것 같았으나 이번에도 사고를 치게 방생하는 것보다는 이게 편했다.

‘뭐 이번엔 문제 될 것도 없으니까.’

매니저도 그냥 일찍 자는 게 좋다고만 했지 나가지 말라고는 안 했고.

호텔 밖으로 나서자 한국과 비슷한 듯 다른 이국적인 정취에 어쩐지 나도 괜히 마음이 들뜨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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