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년 차 천재 연습생의 데뷔 공략-136화 (136/224)

#136. 그보다 중요한 건 (3)

‘지난번에 술방 한 번 나간 게 영향이 꽤 크네.’

나가는 토크 쇼마다 그 얘기부터 꺼내는 건 물론이요, 광고까지 들어왔으니까.

호스트 형이 자기한테 밥 한 끼 사라며 너스레를 떠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나] 다음에 기회 되면 저희 팀이랑 다 같이 한번 불러 주세요 오후 3:36

웃으며 반쯤 농담으로 한 얘기를 또 그쪽에서 정말 논알코올 특집으로 준비해 보겠다고 물어서 팬 미팅 이후 스케줄이 정말 잡혀 버리기까지.

나를 마냥 혼낼 수도, 잘했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나는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술꾼 이미지가 붙는 게 마냥 좋은 건 아니긴 한데.’

사고만 안 치면 부정적일 것도 없나.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지.

혜성도 다시 컨디션이 돌아왔고 그렇게 컴백 일정이 성큼 다가왔다.

***

“와, 사람 많다….”

쇼케이스라고 해도 무대를 다섯 곡이나 올려서 준비할 게 많았다.

밖에서 길게 대기하고 있는 팬들 모두 무료 추첨으로 온 게 아니라 한 분 한 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예매해서 온 분들이라 하니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왜 자꾸 보여 주는 거야. 애들 괜히 더 긴장하잖아.’

전석 스탠딩으로 구성된 무대였기 때문에 대기 줄이 전시관 내부를 여러 바퀴를 돌아야 할 만큼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쇼케이스인데도 사람이 이렇게나 많이 왔어요! 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그걸 계속 밖에서 중계 카메라로 찍어 내부 모니터링용 화면에도 보내 주니 다들 책임감이 막중한 모양이었다.

“언제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오래 서 계시면 다리 아플 것 같은데….”

지원이 청순가련한 표정으로 매니저에게 묻자 매니저가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공연 시작이 7시부터라서요. 그 전까지는 계속 대기하고 계셔야 할 거예요.”

앉아서 대기하는 우리들도 시간이 안 가서 답답한데, 서서 내리 기다리고 있는 팬분들은 오죽할까.

마음이 쓰인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간결했다.

“다들 핸드폰 화면 켜라.”

내가 뜬금없이 육성으로 공지하자 얼결에 은찬과 혜성까지 핸드폰을 켜고는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았다.

“한 번에 우르르 보내면 너무 티 나니까, 오늘 벌룬 보낸 사람들 손 내려요.”

슬쩍 어미를 공손하게 바꾸자 혜성과 규민, 영인이 손을 내렸다. 다들 뭐 때문에 말하는 건지 이해를 못 한 눈치였다.

“나머지 오늘 벌룬 안 한 사람들, 반성의 의미로 예쁘게 셀카를 찍습니다.”

“아.”

그제야 다들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는지 저마다 벌룬 메시지로 보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벌룬 서비스에 입점한 것도 벌써 한 달쯤 됐나.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

정말 많은 일들이…. 그리고 그걸 수습하느라 고통받아야 했던 건 나와 혜성이었다.

벌룬, 유료 서비스라곤 하지만 긍정적인 영업일 때는 무엇보다 빠르게 유출되어 널리 퍼지기를 바라지만 반대일 때는 보이는 족족 삭제시켜야 할 악의 근원.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의 정석을 보여 주는 악마의 플랫폼.

너무 안 와도 욕먹지만 너무 자주 와도 욕을 먹는 희한한 구독 서비스.

SNS만큼이나 양날의 검이 각자의 손에 쥐어진 후로 각종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물론 잘 쓰는 놈은 잘 썼지.’

대표적으로 이규민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항상 선이 아슬아슬해서 불안해 보이는데 용케 아직까지 한 번도 사고를 친 적이 없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다행히 팬들 반응도 좋고 본인도 정말 무슨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틈이 날 때마다 메시지를 보내서 같은 세대 아이돌 대표 효자로 꼽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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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 (사진) 오전 7:43

[뀨] 드리머들 좋은 아침ღゝ◡╹)ノ♡ 오전 7:43

[뀨] 봐 봐 나 오늘 제일 먼저 일어났는데 오전 7:44

[뀨] 아침에 다른 멤버들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기 심심해서

[뀨] 일찍 나가서 조깅 한 바퀴 돌고 왔거든

[뀨] 아침 산책 나가서 내가 뭘 발견했게??

[뀨] (사진) 오전 7:45

[뀨] 대박이지? 나 형이랑 진짜 오랜만에 만난 거였는데 오전 7:45

[뀨] 지나가다가 어? 저거 말랑이인데? 하고 보니까 진짜 형인 거야 오전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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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지나가다 연습생 시절 어울렸던 선배들과 만난 것부터 시작해서 오늘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났는지 잠은 몇 시간 잤는지 연습은 얼마나 했는지, 옷은 뭘 입었는지까지 전부 올려 댔다.

팬들 입장에서야 당연히 좋았겠지만, 다른 멤버들의 벌룬도 일일이 확인하는 게 일상이었던 내게는 꽤 고통스러운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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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 오늘의 OOTD 오후 2:29

[뀨] (사진) 오후 2:29

[뀨] 어때? 어울려? ◌ 。˚✩( ›̫ ‹ ) 오후 2:29

[뀨] 드리머들 OOTD도 궁금하다 오후 2:30

[뀨] 그래야 내가 맞춰서 입고 나가지 오후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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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 드리머들 모 해(。•̀ᴗ-ღ)? 오전 1:02

[뀨] 벌써 자는 거 아니지? 오전 1:03

[뀨] 오늘 본가 들렀다가 왔는데

[뀨] (사진) 오전 1:03

[뀨] 드리머들도 보고 싶어 할 거 같아서 사진으로 찍었어 오전 1:04

[뀨] 나 이때 달리기 2학년 1등 먹었다ㅋㅋㅋㅋ 오전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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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무슨 하루에 40~50개씩 보내고 있는데.

말을 너무 안 해도 문제지만 내 팀원의 별로 알고 싶지 않은 TMI와… 애교… 그런 것들을 계속 지켜보려니 정신력이 조금씩 깎여 나갔다.

물론 아주 잘하고 있는 거기는 한데…. 실제로 규민에게도 칭찬했으면 칭찬했지,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규민의 TMI를 하루에도 수 번씩 배달받다 보니 나중에는 내가 괴로워져서 제일 먼저 구독을 끊었다.

‘영인도 사진 비율이 높을 뿐 비슷한 패턴이라 몇 주 지켜보다가 끊었고.’

다른 녀석들은 그런대로 무난했다. 현호가 ‘현호의 식사 계정’을 운영해서 화제가 된 건 나름 긍정적인 일이었으니까.

‘첫 팬 사인회 때는 은찬이 맛집 설문 조사를 벌여서 화제가 됐었는데… 이번에는 이놈이….’

올릴 게 없으면 그날 입은 거, 그날 먹은 거라도 꼬박꼬박 찍어서 올리라고 했더니 정말 그걸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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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현호] (사진) 오후 5:35

[제현호] 오늘 입은 의상이에요 오후 5:35

[제현호] 코디 쌤이 골라 주신 신발인데 사이즈가 조금 작았어요 오후 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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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현호] 오늘 점심입니다 오전 11:57

[제현호] (사진) 오전 11:58

[제현호] 노른자는 인수 형이 뒤집다가 터트렸어요 오전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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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현호] 오늘 저녁이에요 오후 8:21

[제현호] 매니저 형이 사다 주신 샌드위치 오후 8:21

[제현호] (사진) 오후 8:21

[제현호] 맛있었습니다 오후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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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제법 좋았다.

[- 얘들아 들어 봐 현호 생각해 보니 올해 고3이다 현호의 식사 계정 SSAP가넝]

[- 고3 식사 계정인데… 이제 아이돌 활동을 곁들인]

[- 현호 왜 이렇게 적게 먹냐 더 팍팍 좀 먹여라 고3인데ㅠㅠㅠ]

[└ 여기서 더 먹으라고…?]

이제 2학기 개학도 하면서 틈틈이 출석 일수 채우느라 학교에 나갈 때가 있다 보니 더욱 관심을 받았다.

[- 와 요즘 급식 저렇게 잘 나와요?]

[└ 저기 원래 급식으로 유명해요 일반고라서 그럼]

[- 코드비 식이 관리하는 쌤이 보면 억장 무너질 식단ㅋㅋㅋㅋㅋㅋㅋ]

[└ 기장밥에 떡볶이 든든하게 올려 먹네 억장 와르르 인정합니다]

본격적으로 합숙을 시작한 후로 이제 반년도 안 지났던가.

학교를 다니고 있는 현호네 반 친구들 입장에서는 방학이 지나고 나니 반 친구가 느닷없이 아이돌로 데뷔해 버린 상황이었다.

혹시나 애들이랑 잘 못 어울리거나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당하면 어떡하지 걱정한 것과 달리 정작 본인은 덤덤했다.

‘너 오늘 학교 가니까 뭐래?’

다행히 1학기 때 수업을 거의 안 빠져서 콘서트나 음방처럼 학교 수업과 병행할 수 없는 스케줄은 체험학습으로 뺄 수 있겠지만.

남은 수업 일수를 전부 뺄 수는 없어서 걱정하며 학교에 보냈더니만 괜찮게 적응하고 있는 듯했다.

‘아니면 혹시 친구가 없나?’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개학하자마자 친구들이 현호의 긍정적인 목격담을 올려 줘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 주었다.

덕분에 돌반인이라는 특이한 별명과 함께 벌룬이 유명해지는 덕을 보기도 했다.

[- 돌반인이 뭐야?]

[└ 일반인이면서 아이돌이라고]

[└ 뭐임 그게]

[└ (사진)]

제일 광범위하게 퍼진 건 점심시간에 축구 한다고 교복을 엉망으로 입은 채 운동장에서 뛰는 사진이었다.

[- 우리 학교에도 저렇게 입고 다니는 애 8797847329847명쯤 있는데 핏이 왜케 다르냐]

[└ ㅋㅋㅋㅋㅋㅋ키를 보라고요 키를ㅠㅠㅠ]

[└ 저렇게 뛰니까 그렇게 먹고도 아이돌 몸매를 유지하는 거구나]

이 녀석… 겟데뷔에서 처음 봤을 때 인성이 아주 휘황찬란해서 학교에 친구 한 명도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범한 교우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쓸데없는 말이 길어지긴 했으나 여기까지가 벌룬으로 인기가 더 많아진 긍정 편이었고.

‘절망 편이라면 그거인가.’

하연의 도움을 받아서 셀카나 안부 인사 정도만 올리던 은찬이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chan] (영상) 오전 2:07

대체 언제 찍은 건지 모를 우리 타이틀곡 녹음 영상을 그것도 55초나 풀어 버렸다.

빠르게 삭제하긴 했지만 인터넷의 바다에 한번 뿌려진 영상을 주워 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온갖 SNS는 물론 커뮤니티에도 다 퍼져서 걷잡을 수 없었다.

활동까지 2주도 안 남은 신곡을, 편집된 티저도 아니고 1분을 통으로 풀어 버린 상황.

평소에 웬만하면 쓴소리를 안 하는 실장님도 한숨을 푹푹 쉬었다.

‘몇 주 일찍 스포한 게 그렇게 큰 문제야?’

지원이 이해가 잘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묻자 규민이 깔끔하게 대신 대답해 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스포도 스포 나름이니까 포인트 안무라든가, 아니면 짧은 하이라이트 같은 건 스포가 유명해지면 오히려 도움이 되겠지만….’

‘응.’

‘무슨 곡인지 이미 내용을 다 들어 버리면 당일에 궁금해서 들어 볼 사람이 줄어드니까 화력 면에서 손해일 수밖에 없지.’

‘아….’

정답이었다. 덕분에 드디어 오늘, 오후 6시 음원이 풀리는 순간까지 은찬은 뭐 하나 올릴 때마다 하연이나 규민, 또는 내게 검사를 받고 있었다.

그 외에도 정말 자잘한, 숙소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베란다에 널어 둔 빨래가 그대로 찍혔다든가 하는 사고들이 있었다.

‘어쨌든 해서 팬분들이 더 좋아하는 건 확실하니까 소득이 더 크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무튼 지금처럼 대기 시간이 길 때 벌룬만큼 확실하고 쉬운 팬 서비스도 없었다.

“은찬 형은 올리기 전에 저 보여 주세요.”

“…알았어.”

그렇게 각자 의상이나 헤어가 노출되지 않는 선에서 찍은 사진을 하나씩 전송하고 다시 대기실이 조용해졌을 즈음.

하연이 툭 금지어를 꺼냈다.

“그런데 저희, 앨범 판매량은 언제 나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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