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년 차 천재 연습생의 데뷔 공략-73화 (73/224)

#073. 등 뒤에 있는 것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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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팀 단체 어필 타임 제외 출연진 명단

안녕하세요. 열정으로 하나 되는 Music, KMB입니다.

익일 벌룬 라이브 앱을 통해 진행 예정이었던 ‘팀 단체 어필 타임’ 촬영에서 일부 연습생이 제외되어 안내드립니다.

[팀 단체 어필 타임 출연 제외 명단]

[- 서인수]

[- 표영인]

[- 이규민]

[- 박하연]

이상 4명은 팀 단체 어필 타임 영상에 출연하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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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측에서도 밝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팀 어필 영상은 열람권을 구매한 계정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유료 서비스였다.

인기 출연진이 빠진 영상이라는 사실을 구매 후에 알고 싶은 팬은 없을 테니까.

피치 못할 사정이었으나 게시글이 불러온 파장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구체적인 사유를 밝혀도 이상하게 보이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이유도 없이 통보 형식으로 안내가 올라가서 온 커뮤니티가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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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팀 어필 4인 빠진 거 (+17)

[본문]

무슨 일인지 아는 사람 아무도 없나?

[댓글]

[- 아무나 유출 좀 해 봐라 궁금해 죽겠네]

[- 듣보들도 아니고 top 8이 두 명이나 안 나오는 거 보면 뭐 따로 촬영하는 거 있어서 그런가?]

[- 왜 쟤네만 빠진 거지. 쟤네가 다 같은 팀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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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팀 어필 제외 사유 궁예 해 봄 (+24)

[본문]

표영인이 나의 남자가 되기로 해서ㅇㅇ

혼인 신고서 도장 말리고 올게 얘들아

[댓글]

[- 미친아 가서 씻고 자라]

[- 영픽 지금 심장 떨어졌다가 다시 주워 옴]

[└ 2222 개놀랐잖아 XXX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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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그냥 이유를 정말 추정하는 예상 글이었으나, 분위기가 반전된 건 내부자 유출이 터지면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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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픽 1위]

[제목] 4인 제외 사유 알아 옴 (+412)

[본문]

아는 사람이 KMB에서 알바하고 있어서 들었는데

(사진)

↑이건 출입증 인증임

넷이서 숙소 무단이탈해서 징계받은 거래ㅇㅇ

무단이탈해서 뭘 했길래 징계를 받은 건지는 나도 모름

[댓글]

[베스트 1위]

- 넷 다 징계받은 거 보면 실드 못 쳐 줄 짓 하고 다닌 거 아님?

└ 이게 맞는 듯

└ 아니면 그냥 내부에서 혼 좀 내고 말았을 것 같은데.

[베스트 2위]

- 지난주까지 이규민 인성 영업하고 다녔던 애들 쪽팔려서 고개 어떻게 드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짓을 하고 다녔으면 무단이탈해서 징계까지 받아 └ 든든한 맏형이라면서 양아치 짓 하고 다녔을 거 4K 120p 화질로 보이구요ㅋㅋㅋ└ 인성 영업이 제일 어이없음 너네가 실드 쳐 줄 때 걔네는 나가서 무슨 짓을 하도 다니는지 X도 모르면서 └ 이래서 딴따라 양아치들 믿는 게 아님ㅋㅋ

[베스트 3위]

- 구체적으로 오피셜 뜬 것도 없는데 사람 잡겠네 댓글 ㅈㄴ 무섭다 └ 서인수 박하연 모범생이라고 올려쳐 주는 글 개많았어서 다들 이 갈고 있었던 거 같은데요└ 윗댓 말이 맞음└ 그러게 되지도 않는 영업 작작 하지 그랬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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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이탈해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에 대해 여기저기서 논란이 일고 있었다.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한 건 없었다.

그러나 징계를 받아들일 당시 합의 조건에 본 사건에 대해 방영 종료일시까지 언급하지 않는 대외비 조항이 걸려 있었다.

그날 온실에서 찍은 사진만 올릴 수 있어도 이상한 오해는 피할 수 있을 텐데.

순식간에 말도 안 되는 루머가 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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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서 하고 다녔을 짓 뻔하지ㅋㅋ 어디 유흥업소라도 가서 술 마신 거 아님?]

[└ 쟤네 다 성인이야?]

[└ ㄴㄴ ㅍㅇㅇ 미자임]

[└ 각 나오네 외국에서 온 애 참 좋은 거 가르치러 갔다 개한심한 새끼들ㅋㅋㅋ 팬들만 통수 맞았네]

[- 연습생 넷이서 클럽 간 거라는데 실화?]

[└ 어디서 들으셨어요?]

[└ 어 저도 들은 게 아니라 댓에서 봐서 물어보는 거라서요]

[└ 그럼 삭제하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확실한 것도 아닌데 묻는 척 퍼트리지 마세요]

[└ 니 누구 팬임? 입 막는 속도 봐라 빨리 손절이나 해 망한 픽 들고 있지 말고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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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필 타임에서 제외된 네 명이 방문한 장소가 유흥업소나 클럽, 심지어는 퇴폐업소라는 루머가 어디서 나온 건가 했더니….

[대형 방출 연습생, 방출된 이유 발각]

연예계 가십과 찌라시를 말도 안 되는 망상과 함께 엮어서 소개하는 사이버 렉카 채널에서부터였다.

분명 영상에 내 이름은 한 줄도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설명이 누가 봐도 나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4대 엔터 방출 연습생 출신 서바이벌 출연자가 1위를 유지하는 비결]

[겉으로는 모범생인 척 연기 고수]

[전 소속사에서도 후배 연습생들을 상대로 갑질로 유명]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도 각종 지저분한 추문으로 논란]

[후배 연습생들을 데리고 유흥업소에 방문! 발각되어 퇴출 위기!]

보이스웨어로 재생시킨 듯 부자연스러운 억양의 목소리가 헛소리를 지껄이는 15분짜리 영상에 내 핸드폰까지 덩달아 불이 났다.

[주현선 트레이너 쌤] 인수아 (링크) 이런 거 올라왔는데 고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오후 11:04

[마이맨 김성열] (링크) 오후 10:42

[마이맨 김성열] 이거 뭐야? 미친놈 아냐? 오후 10:43

[MBS 나혜진 PD님] 인수 씨 혹시 도움 필요하면 이야기해요 오후 11:05

이 와중에 다행인 점은, 그 누구도 내가 정말 그런 짓을 저질렀을 거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진짜로 NO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방출됐던 전 연습생 출신의 인터넷 방송 BJ까지도.

[오빠, 서인수 클럽 간 거 진짜예요? 애플사이다 님 3만 원 감사합니다~ 요즘 톡앤픽이나 커뮤니티에 난리더라고요?]

[아, 근데 걔는 진짜 아니에요. 걔는 진짜 꼰대 중의 꼰대, 고조선에서 온 거 같다니까? 걔가 NO 커플 브레이커였어요.]

뒷얘기는 안 해도 됐을 텐데. 내가 옥상 정원에서 연습생들끼리 시시덕거리지 못하도록 연습실로 끌고 간 얘기로 화제가 넘어가 버렸다.

[아니, 나 아직도 기억나는 게, 지금은 나간 연습생이 연초 나눠 피우다 걸렸거든요. 걔가 진짜 이뻤어. 오빠,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돼요? 하고 눈물 그렁그렁하고 우는데 그걸 그냥 바로 시설 팀에 연락해서 숙소 검사 싹 하고 성인 연습생들도 담배 금지령 내려지고 난리 났었잖아.]

라이브 채팅에도 [서인수 꼰대인 거 알았으니까 그만 얘기해요] 같은 챗이 올라올 정도였다.

[아무튼 걔는 진짜 아니야. 내가 그랬다고 하면 솔직히 속보감도 아니고 그럴 만하지 싶지. 근데 걘 나랑 진짜 무슨 종족이 다른 거 같다니까?]

고마운 동시에 고맙지 않았다. 그러나 덕분에 ‘전 NO 연습생이 말하는 서인수 일화’ 같은 글이 렉카 채널에 올라온 찌라시에 대한 반박으로 돌고 돌았다.

“이거 이제 어떻게 하죠?”

소속사에 일단 해당 내용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을 하고 온 하연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물었다.

“…….”

영인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표정으로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 내가 가자고 하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영인을 탓해 봤자 의미 없는 짓이었다.

게다가 이토록 시무룩하게 가라앉아있는 영인이라니.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럴 줄 알고 가자고 한 것도 아닌데. 됐어. 핸드폰 그만 보고 잠이나 자.”

이 분위기에서 자자고 하는 것도 우스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려면 대외비 조항을 위반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이미 찍힌 상황에서 아예 퇴출해 달라고 비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답이 없다.’

나는 일찍이 일말의 희망을 품고 돌려 댄 아이템 뽑기의 결과를 다시 확인하며 이를 악물었다.

지금까지 내가 모은 코인은 일곱, 스타는 1,300스타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 쓸 만한 아이템이 있을까 싶어서 아까운 아이템들을 폐기해 가며 새로 뽑았으나 번번이 필요 없는 것들만 나왔다.

[제로 칼로리 포션]

[등급] C

[3시간 동안 먹는 모든 음식물의 칼로리를 0으로 만든다.]

[흑역사 지우개]

[등급] A

[지구상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사진/영상(60초 이내)을 영구히 소실시킨다.]

마지막으로 남은 두 개 역시 지금 상황에서는 쓸 수 없는 것들이었다.

“…….”

이래서야 뽑기고 시스템이고 뭐 해 주는 게 너무 없는 거 아니냐.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건 즉시 사용했더니 지금의 나는 쓸데없이 컨디션이 최상이었다.

‘지금 비주얼 가산점에 목 상태 좋고, 화면에 최고 컨디션으로 잡혀서 뭐 할 건데….’

불평하고 있으려니 시스템이 얄밉게도 경고 메시지를 띄웠다.

[어그로 지수가 (낮음) 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사이다 지수가 (매우 낮음) 상태로 한 단계 하락했습니다.]

[개연성 지수가 (보통) 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사이다 지수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곧 제재가 시작될 것을 예고라도 하듯 (매우 낮음) 글씨가 섬뜩한 색으로 빛났다.

‘하….’

어그로 지수는 그 와중에 지수를 보정해 주는 아이템이 나와서 한 번 틀어막은 게 저 수준이었다.

‘셋 다 사이좋게 매우 낮음으로 꼬라박히게 생겼네.’

뭐든 해야 했다.

그 와중에도 연락은 끊임없이 쌓여서 어느새 읽지 않은 알림이 세 자릿수를 넘어갔다.

‘실드 글이라도 올려 달라고 할까.’

인수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라고. 하지만 증거도 없이 무턱대고 글을 올려 달라고 해 봤자 민폐만 될 뿐이다.

게다가 친목질은 항상 양날의 검이었다. 나를 실드 쳐 줄 만큼 가까운 사이의 지인이라 알려진 인물이 사회면에 실릴 만한 사건에 휘말리기라도 하면?

나까지도 줄줄이 비엔나소시지처럼 이미지를 덤터기 쓸 수 있었다.

‘지금 내가 그걸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만.’

자발적으로 올려 준다면 고마운 일이겠지만, 내가 먼저 부탁할 만큼 리스크를 져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고민이 길어졌다.

한숨 끝에 모든 알림을 밀어 버리던 중 실수로 갤러리 버튼을 눌렀다.

‘마음이 급하니까 별게 다….’

제작진에게 고개라도 숙여서 사정을 공개하게 해 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그날의 사진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일단 나도 찍힌 사진이라서 저장해 두긴 했는데.’

화면에서 속없이 웃고 있는 내 면상을 보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됐다. 사진 찍는데 안 웃으면 그건 또 그것대로 논란이지.’

겨우 변명을 마친 나는 다시금 푹푹, 한숨을 쉬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퍼뜩 내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는 규민이 신경 쓰였다.

‘이놈이 아무렇지도 않을 리가 없는데.’

2차 미션 때도 그렇게 절박했던 놈이었다. 순위 조금 높아졌다고 아직 top 8에도 못 들었는데 괜찮을 리 만무했다.

“너도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무대 준비에나 집중….”

그때, 내 뒤쪽에서 굳은 얼굴로 자기 핸드폰을 보고 있던 규민의 눈이 커졌다.

“어, 잠깐만. 나 핸드폰 좀 줘 봐.”

규민의 죽은 눈에 갑자기 총기가 돌더니 내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왜 이래? 너무 실의에 빠져서 머리가 어떻게 됐나?

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규민에게서 멀리 떨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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