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39 – 그녀와의 기억 (7)
[속보] 진희성♥송유나 열애설, 오붓하게 서로를 마주 보는…….]
나는 김 실장의 휴대 전화를 손에 꽉 쥔 채, 리암의 별장에 있는 방으로 발길을 옮겼고.
문을 꽉 닫은 후 그에게 입을 열었다.
“갑자기 열애설이라고?”
내 말에 그는 여전히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어, 기사 좀 읽어봐.”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기사를 읽어 내려갔고.
기사에는 사진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그 사진은 바로 전날, 송유나가 머물던 호텔.
그 호텔 레스토랑에서 그녀와 밥을 먹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 기사를 보며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사진이 거짓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사진이 찍혔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LA 한복판의 유명한 식당도 아닌.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먹는 송유나와의 식사.
그건 누군가가 노리고 있지 않으면 찍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분명 레스토랑에서 송유나나 나를 알아보는 팬이나 한국인은 없었던 것 같은데….
기사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유나 씨가 작품 활동 말고, 휴식 때 아무것도 못 하는지 알겠네.”
내 말에 김 실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게. 이게 진짜 피곤한 스타의 삶인 건가? 너한테 붙은 파파라치인지, 유나 씨한테 붙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한국에 기사 올라오자마자 지금 난리 났어.”
“하아….”
나는 서둘러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기 시작했다.
-헐, 송유나 그렇게 스캔들 많이 났는데, 이렇게 사진 올라온 건 처음 아님?
-둘이 같은 회사잖아. 그냥 친한 거 아냐?
└친한 사람이랑 한국도 아니고, LA에서 분위기 잡고 밥 먹으면 커플이지ㅋㅋ.
-둘의 눈빛 봐. 하트 쏟아지네.
-미친 거 아님? 조심히 만나든가ㅡㅡ. 진희성수기 탈퇴한다.
-둘이 같이 있는 거, 무슨 드라마 한 장면 같냐. 그래도 나는 저 커플 응원 못 해. 진희성 내 거야.
-아니라고 해줘.
-뭐야, 진짜 사귀는 거임? WG 엔터 입장 발표 안 하냐?
-희성 오빠 할리우드에 연기하러 간다고 했잖아요. 왜 거기서 연애하고 있는데ㅠㅠ.
-할리우드에서 연기도 하고, 연애도 하고. 인생 부럽다.
-진(희성) 송(유나), 진송 커플로 부르죠!
-저렇게 사진 떴는데, 아니라고 해봐라ㅋㅋ.
-너무 빼박이쥬?
-둘이 저번 드라마하면서부터 사귄 것 같던데….
댓글에는 이미 나와 송유나가 연애를 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한국도 아닌, 머나먼 미국에서 함께 레스토랑에 있는 모습이라면 착각할 수밖에 없겠지.
심각한 얼굴로 댓글을 읽자, 김 실장이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희성아, 나한테는 사실대로 말해줘야 해.”
“뭘?”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고.
김 실장은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재차 말했다.
“둘이 정말 만나는 거야? 내가 제대로 알아야 어떻게 수습을 할 수 있으니까.”
그의 물음에는 장난기가 눈곱만큼도 없었다.
진지하게 내게 송유나와의 만남 사실 여부를 묻는 그의 모습.
나는 그런 김 실장을 바라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뭐야, 형.”
진지하게 기사를 읽던 나는 김 실장의 말에 심각함이 씻겨나갔고.
내 답에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진짜 아니야?”
“당연하지. 형은 매일 내 옆에만 있으면서 그걸 물어보는 거야?”
“그야… 나는 아니라고 당연히 알고 있는데, 설마 나한테까지 숨긴 건가 해서.”
나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답했다.
“내가 형을 어떻게 속여. 진짜 아니지.”
그제야 김 실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나도 모르게 만나고 있는 줄 알고 놀랐네.”
“아니, 근데 형도 알잖아. 그냥 밥 먹은 거.”
“응.”
나는 그의 휴대 전화를 내밀며 말했다.
“이거 아니라고 공식 입장 얼른 내줘.”
내 말이 끝나자 그는 휴대 전화를 받아들며 답했다.
“알겠어. 바로 회사에 연락해서 해명 기사 낼게.”
“나도 맞춰서 SNS에 해명 글 올릴게. 그게 낫겠지?”
그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회사에서 기사 내면, 안 믿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직접 해명 글 올리면 더 낫지.”
“그럴게.”
이내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근데 이렇게도 스캔들이 터지는구나. 신기하네….”
***
나는 할리우드에서 촬영하는 일상 사진과 함께 SNS에 글을 게시했다.
-안녕하세요, 진희성입니다.
오늘 사실무근의 기사가 올라와 이렇게 여러분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함께 몇 작품을 하게 된 송유나 배우님과의 열애설이 났더라고요.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사실이 아닙니다.
직접 팬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송유나 배우님과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작품을 함께하며 친분을 나누는 사이입니다.
저희는 단순한 친구,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서로의 앞길을 응원하는 친구 사이니까, 오해하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
.
.
저는 할리우드에서 작품을 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조만간 좋은 모습으로 스크린 앞에 설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딩동.
딩동.
글이 올라가자마자 순식간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댓글은 기하급수적으로 차오르고 있었다.
새로 고침을 하며 댓글을 읽던 그때.
지이잉.
휴대 전화가 울렸고.
[발신인: 송유나]
한국에 있는 송유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나는 서둘러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희성 씨!
귀가 울리도록 소리치는 송유나의 목소리.
그녀는 높은 데시벨로 내게 말을 이어갔다.
-기사 봤어요? 어떻게 할 거예요.
열애설 기사를 보고 놀라 전화를 건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와는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친구라고 기사 냈어요. 매니저 형이 회사에 이야기해서 기사 바로 올라올 거고. 안 그래도 저도 방금 SNS에 해명 글 올렸어요.
-벌써요?
“네, 회사에는 잘 이야기했으니까, 유나 씨가 회사에는 따로 이야기 안 해도 될 거예요.”
그럼에도 걱정스러운지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근데 친구라고 해명해도 한동안 시끄러울 텐데, 사람들은 친구라는 그 말. 잘 안 믿거든요.
“그래도 우리는 진짜 그런 거 아니니까, 금방 알아차리고 사그라들겠죠. 너무 걱정 마요.”
-하아… 그럴까요?
심각한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SNS에 우리는 그냥 친구라고 글 올렸거든요?”
-네.
“근데 거기에 댓글이 뭐라고 달린 줄 알아요?”
내 말에 송유나는 궁금하다는 듯 톤을 높여 물었다.
-뭐라고 하는데요?
나는 웃음을 섞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송유나랑 친구라는 건 구라가 분명하다. 송유나가 친구가 어디 있냐?”
-뭐라고요?
그녀는 수화기에 대고 아주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쳤고.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린 채로 말했다.
“저는 유나 씨를 잘 아는 팬분이 달아준 댓글인가 했죠.”
내 말에 그녀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후우… LA에서 쓰러졌을 때, 그냥 버리고 갔어야 했는데….
“그래도 어떻게 버리고 가십니까. 하하.”
-아니다. 미국에서 내가 총이라도 하나 사왔어야 됐나?
“하하, 미안해요. 농담인 거 알죠?”
-됐어요. 몰라요.
나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그녀를 안심시키고 싶었고.
그런 내 농담에 그녀도 놀란 마음을 조금 진정한 듯 보였다.
“그래도 이 열애설 논란은 금방 줄어들지 않을까요? 사실무근이니까요.”
-무근… 그렇죠. 뭐, 사실무근….
어쩐지 아쉬운 듯한… 아니면 시무룩한 목소리의 그녀.
그렇게 잘못 느끼는 건가 싶었지만.
송유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실무근’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나는 서둘러 그녀에게 말했다.
“저 촬영 끝나면 바로 한국 넘어가니까. 한국 가면 밥이나 한 끼 먹어요.”
내 말에 그녀가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답했다.
-또 스캔들 나려고요?
“그럼 애초에 만나는 사진을 먼저 찍어서 올려버리죠?”
-네?
“그러면 적어도 스캔들은 나지 않겠죠. 당당하게 친구끼리 밥 먹는다고 SNS에 올리는데, 누가 의심하겠어요.”
-하긴… 그래요. 그럼 한국 오면 봐요.
***
이틀의 휴식.
아니, 한국에서 터진 스캔들을 정리하느라 해명으로 꼬박 보낸 이틀이 끝났고.
다시 촬영을 위해 찾은 현장.
“안녕하십니까.”
현장에 도착해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내 인사를 받은 에블린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내게로 다가왔다.
“희성 씨, 왔어요?”
“네, 일찍 오셨네요?”
내 말에 그녀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턱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할 수 있어요?”
“그럼요.”
나는 그녀를 따라 발길을 옮겼고.
처음으로 내게 둘이 대화하자고 부르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지?
며칠 전, 리암의 별장에서 회식 같은 배우들의 파티가 있었고.
그날, 에블린은 내게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많은 남성을 만났지만, 한국인만 만나지 못했다는 말.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고 싶다는 말.
그 뒤의 이야기가 더 있던 것 같은데, 갑자기 터진 스캔들로 인해 우리의 대화는 중단되었다.
끊어진 대화를 다시 이어가고 싶은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술 한 잔을 하며, 의미 없이 나눴던 대화 같은데….
감도 잡히지 않은 채 그녀를 따라갔고.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은 우리.
에블린이 주변을 쓰윽 살피며 내게 물었다.
“희성 씨, 스캔들 났다면서요?”
그녀의 말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에블린이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그들과 친분이 생긴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에서 함께 촬영하던 배우들과 다른 것이 확실히 있었다.
한국에서 촬영할 당시에는 배우들도 모든 연예계 기사나 소식을 듣는다는 것.
그러나 이곳은 할리우드, 미국이었다.
이들은 나에 대해 한국에서 어떤 기사가 나오는지.
대중들이 내 이야기를 어떻게 나누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지.
굳이 한국의 연예계 기사까지 찾아보지는 않을 테니까.
더군다나 내 SNS에 올린 글을 봤다고 하더라도, 그건 한글로만 기재했기에 그녀가 굳이 번역을 하지 않는 한 읽을 수가 없었다.
내 물음에 에블린이 눈썹을 들썩이며 답했다.
“SNS에 글 올렸잖아요. 그리고 한국에서 떠들썩했다던데.”
그녀의 말에 나는 재차 입을 떡 벌렸다.
그 글을 정말 번역해서 읽었다는 뜻이니까.
“아… 그걸 번역해서 읽은 거예요?”
에블린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그것보다… 그래서 그 여배우가 희성 씨 여자 친구예요?”
그녀가 궁금한 건, 내 기사와 SNS 글이 아닌.
송유나가 정말 내 여자 친구냐, 아니냐가 궁금한 모양 같았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평소 궁금증이 많아 보이는 그녀였기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니요. 그냥 딱 스캔들, 그뿐이에요.”
그제야 에블린이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래요?”
“네.”
그녀는 내내 가늘게 뜨고 있던 눈을 되돌렸고.
벽에 등을 기댄 채 내게 물었다.
“참, 그것보다 요즘 LA에서 뭐 하고 지내요?”
“그냥 항상 똑같죠. 숙소 가면 연기 연습하고. 딱히 하는 건 없어요.”
그녀는 내 답에 입술을 움찔거리더니, 이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할 거 없으면, 저랑 골프나 치러 갈래요?”
“아니요. 마음은 감사한데, 제가 골프는 칠 줄 몰라서요.”
“음… 그래요?”
내 거절에 그녀는 빠르게 다른 답을 보냈다.
“그럼 테니스는 어때요?”
한국에서 운동이라고는 헬스밖에 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운동 목록에 나는 멋쩍은 미소와 함께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어… 그것도 해본 적이 없어서요.”
재차 거절하는 내 말에도 에블린은 여유로운 얼굴로 눈썹을 들썩였다.
“내가 가르쳐줘도 되는데, 어때요?”
그녀의 제안에 나는 두 손을 합장하듯 모은 채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런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요. 근데 요즘은 좀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같이 운동하자고 먼저 이야기해준 건데, 미안해요.”
에블린은 내 말이 끝나자 고개를 사선으로 꺾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묘한 미소를 보내며 읊조렸다.
“그냥 집에서 쉬는 거… 좋죠.”
에블린의 알 수 없는 대화에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