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만 년 동안 살아온 배우님 (182)화 (182/303)

182화 #32 – 한솥밥 먹는 사이 (5)

[드라마 ‘닥터’ 제작 발표회, 열일하는 진희성 외모….]

[진희성, 드라마 ‘닥터’ 제작 발표회에서 남다른 외모 뽐내….]

[드라마 ‘닥터’ 주연을 맡은 진희성, “이번 연기에서….”]

[드라마 ‘닥터’, 올해 기대되는 드라마 1위로 손꼽혀….]

[제작 발표회 드라마 ‘닥터’ 진희성 포스터와 사뭇 다른 모습!]

제작 발표회 이후, 기사들이 쏟아졌고.

동시에 여러 스케줄이 물밀듯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희성아, 또 들어왔어.”

김 실장은 회사에 들어오는 나를 보며 곧장 입을 열었다.

제작 발표회가 끝나자마자 들어온 예능 프로그램들.

김 실장이 내게 프로그램을 말했지만.

곧바로 프로그램에 출연을 고사한다고 했다.

그런데 또 들어왔다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예능은 다 거절했다고 하지 않았어?”

내 물음에 그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나를 회의실로 이끌었다.

“뭔데 이렇게 뜸을 들이실까?”

내 말에도 김 실장은 자리에 앉을 때까지 입을 굳게 닫았고.

궁금증이 더해진 나는 서둘러 자리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프로그램인데 그래?”

김 실장이 어깨를 들썩이며 심호흡을 길게 내뱉은 뒤, 입을 열었다.

“광고.”

그의 말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무슨 광고?”

김 실장은 대답 대신 내게 종이를 한 장 내밀었다.

“이게 뭐야?”

그가 종이를 내 앞으로 밀며 답했다.

“희성이 너한테 온 광고 제안.”

나는 곧바로 고개를 떨궈 종이를 바라보았고.

그 종이에는 김 실장의 말대로 내게 온 광고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광고를 보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

어떤 광고가 아니라.

여러 개의 광고였기 때문이다.

멍하니 광고 목록을 바라보았고.

김 실장은 잔뜩 신이 난 얼굴로 내게 말했다.

“광고가 무려 8개가 들어왔어!”

“말도 안 돼….”

이렇게 많은 광고가 한 번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게 바로 주연의 효과인 것인가?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목록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김 실장에게 물었다.

“형, 이 광고 8개만 찍어도 광고비가 어마어마한 거 아니야?”

내 말에 김 실장은 황급히 종이를 자신의 앞으로 당겨가며 말했다.

“근데 이 광고들 다 보류하자.”

그의 말에 나는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뭐라고?”

“광고, 전부 보류하자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그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김 실장을 바라보았다.

“대체 왜?”

그러자 김 실장이 나와는 반대되는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 드라마 진짜 대박 날 것 같지 않아?”

뜬금없는 김 실장의 말.

나는 한쪽 눈을 찡그린 채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이번 드라마 말이야. 희성이 네 생각도 그렇지 않아?”

“뭐, 그렇지. 우리 찍으면서도 이건 대박 날 것 같다고 했잖아.”

김 실장과 드라마를 찍으며 항상 차에서 하던 이야기였다.

이번 드라마는 유독 느낌이 더 좋다는 말.

아무래도 대박이 날 것 같다, 시청률이 장난이 아닐 것 같다는 둥.

우리는 드라마 ‘닥터’의 대박을 짐작했지.

그 당시를 떠올리며 나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고.

김 실장은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광고 다 보류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대체 왜….”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지금 제안 들어온 광고 단가보다 훨씬 높아질 거야. 희성이 네 몸값이.”

김 실장의 말에 나는 입을 벌린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금까지 많은 광고를 찍지는 못했지만.

내 광고 몸값은 처음보다 드라마나 영화를 찍으며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몸값은 당연히 내 인지도와 인기에 비례했지.

나는 눈썹을 들썩이며 김 실장을 향해 말했다.

“…그럴까?”

***

제작 발표회 날에 시작한 1화.

1화는 순조롭게 시청률 12%로 시작을 알렸고.

이후 13%, 15%로 점차 시청률은 상승 그래프를 찍고 있었다.

상승세를 탄 시청률은 단 1화도 주춤한 틈이 없었고.

8화에서는 19%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하며, 올해의 드라마 시청률 최고치를 찍지 않을까, 라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진짜 이번 드라마 대박 나겠는데?”

김 실장은 매화 드라마의 시청률을 확인할 때마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나 역시 고생한 보람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만끽했다.

그리고 시청률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마를 틈이 없었다.

-우리 희성이 연기 미쳤다리ㅠㅠ

-진짜 진희성 이번 드라마에서 인생 연기함.

-시청률 미친 거 아님? 이 정도 드라마면, 20%는 찍어줘야 쌉인정이지!

└인정ㅋㅋ. 나 진짜 매 화 3번씩 본다고. 시청률 20% 가즈아!!

-닥터, 내 인생 드라마야.

-몰입도 미쳤어. 진희성이랑 송유나 뭐냐, 왜 나 울리냐ㅠㅠ

-스토리 좋고, 배우도 좋고, 연출도 미쳤어. 이건 대박작임.

-요즘 회사에서 닥터 안 보면, 대화 못 끼쥬?

└회사 아니어도 닥터 안 보면 안 됨.

└닥터 안 보면, 겸상 안 해.

└닥터 안 봐? 응, 돌아가.

***

닥터의 엄청난 인기를 체감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고.

몇 달이 지나, 드디어 닥터를 놓아줘야 할 마지막 회인 16화가 방영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곧장 휴대 전화부터 찾아 전날 방영한 마지막 회의 시청률을 확인했다.

“닥터… 시청률….”

눈을 제대로 뜨기도 전, 검색한 시청률.

나는 시청률 수치를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휴대 전화를 침대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말도 안 돼.”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숫자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고.

서둘러 나갈 채비를 마친 뒤,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김 실장은 나를 기다렸다는 듯 내게로 달려와 품에 나를 와락 안았다.

“희성아!”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 등을 토닥였고.

나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을 읊조렸다.

“형, 대박이야….”

그가 품에서 나를 풀어주며 내게 말했다.

“진짜 고생했다.”

김 실장 역시 내가 말하기도 전에 시청률을 확인한 모양.

그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감격에 겨운 얼굴로 내게 말을 이어갔다.

“27%가 말이 되는 숫자야?”

27%.

드라마 최종화의 시청률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수치에 아침 내내 얼떨떨하던 나는, 김 실장의 입에서 그 숫자를 듣는 순간.

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내 필모그래피 중에 최고 기록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그리고 동시에 김 실장이 내게 파일을 하나 내밀었다.

“희성아, 너 진짜 대박 났어.”

“그러니까. 내가 27% 드라마의 주연이라니, 진짜 아직도 얼떨떨해.”

내 말에 김 실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그것보다 너 광고도 대박 났어, 인마.”

“무슨 소리야?”

그제야 나는 김 실장 손에 들린 파일을 펼쳤고.

그 안에는 몇 달 전, 그가 내게 보여주었던 광고 목록과 같은 종이가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한테 광고 들어온 거야?”

“어, 오늘 아침에 새로 연락 온 곳도 많아.”

제작 발표회 후 들어왔던 광고 8개.

하지만 지금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광고가 빼곡하게 종이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그 금액은 지난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광고비였다.

나는 입을 떡 벌린 채, 멍하니 목록과 금액을 바라보았고.

김 실장은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몸값… 미친 듯이 올라갔어!”

“이거 꿈 아니지?”

나는 내 볼을 세게 꼬집었고.

“아야!”

결코, 이 순간이 꿈은 아니었다.

“회의실에 가서 하나씩 살펴보자. 내가 설명해줄게.”

“응.”

우리는 회의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27%의 어마어마한 시청률의 여파를 겨우 가라앉혔다.

그리고 그제야 다시 눈에 들어오는 광고들.

“형, 진짜 광고 단가가 장난이 아닌데?”

“이제 슬슬 찍어보자.”

“이거 다 찍는 거야?”

내 말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니. 치킨 광고 들어온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그런 식으로 종류가 겹치는 건 찍을 수가 없으니까. 차분히 골라보자.”

“아, 맞네.”

그의 말에 나는 광고 목록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광고 품목과 단가.

그리고 계약 기간까지 샅샅이 살펴보던 나는 광고 금액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실로 어마어마했다.

이 정도 광고 금액이라면, 광고 몇 개만 찍어도 드라마의 출연료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형, 나 여기서 광고 몇 개만 찍으면, 출연료를 뛰어넘겠는데?”

내 말에 김 실장이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 답했다.

“배우의 좋은 점이 그거야. 출연료가 세기도 한데, 작품이 잘 되면 출연료 이외에 플러스알파가 되는 돈이 어마어마하거든.”

“그러네. 광고로 출연료보다 더 많이 벌고….”

“응, 그리고 이제 다음 작품에서는 네 출연료도 더 뛸 거야.”

“와아…”

나는 그저 감탄을 쏟아낼 뿐이었다.

상상보다 더한 대우에 얼떨떨한 마음이었고.

김 실장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희성아, 이거 보면 품목별로 정리해둔 거고….”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형, 여기 따로 체크해둔 건 뭐야?”

노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목록들.

그 부분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고.

“이거는 송유나랑 너한테 동시에 제안 들어온 거.”

“유나 씨랑 나랑 같이 찍는다는 거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둘 다 콜 하면, 같이 찍는 거야. 너는 어때?”

“회사에서는 이미 선별 끝난 거지?”

“어, 아닌 광고들은 이미 1차로 걸러낸 거야.”

김 실장의 말에 나는 곧장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면 나는 다 괜찮아.”

“알겠어. 그럼 이것 중에서 몇 개 골라주면, 회사에서 확인해볼게.”

***

송유나는 입술을 움찔거리며 눈을 굴렸다.

“그래서 나랑 같이 찍고 싶은 거래요?”

그녀의 말에 WG 엔터 본부장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응, 유나 씨만 오케이하면 바로 찍지.”

“음… 이 광고 전부 다 진희성이랑 찍는 거예요?”

본부장은 목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유나 씨 단독 광고 빼고. 이 목록은 전부 다 희성이랑 찍는 광고들이야. 유나 씨는 어떻게 생각해?”

본부장의 말에 송유나는 입꼬리를 옅게 올렸다.

그러고는 본부장이 볼세라 황급히 입꼬리를 정돈하며 답했다.

“진희성 생각이 정 그렇다면… 찍죠, 뭐.”

그녀의 말에 본부장은 서둘러 송유나에게 종이를 내밀었고.

송유나는 손바닥을 뻗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 대신. 나 예쁘게 나오는 것만 광고 찍을래요.”

그녀의 말에 본부장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자. 근데 우리 유나 씨가 안 예쁘게 나올 수가 있나?”

본부장의 말에 송유나는 피식 웃음을 보였고.

그는 그런 송유나를 흘긋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유나 씨는 뭘 찍어도 다 예쁘게 나오는데, 어떻게 그걸 고른담?”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컨셉 이상한 건 안 할래요.”

“그래, 유나 씨가 하고 싶은 것만 하자. 유나 씨는 뭘 해도 다 잘 어울려서….”

본부장은 그녀를 설득하듯 말을 이어갔고.

송유나는 종이에 적힌 ‘진희성, 송유나’를 바라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