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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년 동안 살아온 배우님 (178)화 (178/303)

178화 #32 – 한솥밥 먹는 사이 (1)

“어휴, 나는 이제 그만 먹을래.”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하자, 김 실장이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무슨 일이야.”

“형, 나 벌써 두 공기 먹었어.”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평소에는 세 공기 먹잖아.”

운동을 시작한 뒤.

식사량을 순식간에 줄이지는 못했다.

몇 달간 먹던 습관이 있으니, 한순간에 줄이는 것은 쉽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최대한 절제하기 위해 수저를 내려놓자, 김 실장이 놀란 모양이다.

나는 팔을 주무르며 그에게 답했다.

“형, 나 운동 시작했잖아. 다음 식사 때부터는 한 공기만 먹을 거야.”

“맞다. 희성이 너, 살 빼야 하지. 내가 도와줄게.”

“응, 형은 회사로 들어갈 거지?”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는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며 내게 답했다.

“어, 너는 집에 내려줄까?”

“아니야. 나도 운동하러 가야 해. 같이 회사로 가자.”

회사에 도착해, 김 실장은 사무실로.

나는 곧장 회사 안에 있는 헬스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안녕하십니까.”

촬영이 끝난 후, 헬스장에서 PT를 시작하고 벌써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곳에 출석 도장을 찍고 있지.

“희성 씨, 왔어요?”

“네.”

“몸은 좀 어때요?”

트레이너는 내 몸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물었고.

“근육통이 있기는 한데,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요. 이래야 운동한 느낌이 나죠. 하하.”

“맞아요. 나중에는 아침에 눈 떴는데, 몸에 근육통 없이 가뿐하면 전날 운동 똑바로 안 했나 싶을 거예요. 오히려 근육통을 기다릴걸요? 하하.”

그는 곧바로 러닝머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먼저 유산소하고 계세요. 몸 조금 움직이고, 오늘은 하체 들어갈게요.”

“넵.”

그의 말에 나는 곧장 러닝머신으로 향해, 헬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집중해 걷기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한 지 벌써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내 몸에는 비가 오듯 땀이 쏟아졌고.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트레이너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는 손뼉을 부딪치며 운동을 마무리했다.

“내일은 몇 시에 오실 거예요?”

“저 내일도 같은 시간에 올게요.”

“알겠습니다.”

나는 서둘러 헬스장 내에 마련된 샤워실에서 몸을 씻은 뒤.

개운함을 느끼며 나왔다.

“트레이너님, 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네, 내일 봬요.”

그리고 헬스장을 나서려던 그때.

“여기가 회사 내에 있는 헬스장이에요. 개인 PT는 당연히 가능하고….”

문을 열고 들어와 헬스장을 소개하는 본부장의 모습.

그리고 그의 설명을 듣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송유나였다.

“어?”

문을 향해 걸어가던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우리 회사가 아닌, HS 엔터의 소속 연예인이었으니까.

‘송유나가 왜 여기에 있지?’

고민도 잠시, 송유나가 왜 여기에 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지난주에 최서빈과의 술자리에서 들었던 내용.

HS 엔터가 위태롭다는 이야기였고.

아마 그것 때문에 송유나도 새 소속사를 찾는 중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었지.

송유나를 바라보며 멈춰 있던 순간.

그녀 역시 고개를 돌려 헬스장을 둘러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송유나는 커다래진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유나 씨,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를 보냈고.

송유나는 오늘도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 본부장의 휴대 전화가 울리고.

“유나 씨, 잠시만요.”

그가 잠시 옆으로 자리를 옮겨 전화를 받자, 나는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유나 씨, 저번에 줬던 한약. 잘 먹었어요.”

내 말에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 예.”

“…….”

선물로 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차가운 한마디였다.

그때 다시 본부장이 송유나의 옆으로 돌아왔고.

나는 그녀와 눈인사를 보내며 헬스장을 빠져나왔다.

***

김 실장과 이야기를 나눈 뒤.

“형, 나 먼저 들어갈게.”

“그래, 내일 보자.”

딩동.

김 실장과 인사를 나누다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 안에는 본부장이 타고 있었고.

나와 김 실장은 동시에 그에게 허리를 접었다.

“안녕하십니까.”

“응, 어서 타.”

“네.”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김 실장에게 손을 흔들었다.

“형, 갈게.”

이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본부장은 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아까 보니까 운동하던데, 이제 집에 가는 건가?”

“네, 본부장님은 어디 가십니까?”

“방송국에 외근 갈 일이 있어서. 집에 가는 거면 태워다 줄까? 시간이 좀 남거든.”

그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제가 차를 회사에 가져와서요.”

“그래?”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부장은 웃으며 내 어깨를 토닥였고.

이내 엘리베이터는 지하 주차장 층에 멈춰 섰다.

함께 차를 향해 걸어가며, 나는 본부장을 향해 물었다.

“본부장님, 근데 아까 유나 씨는 왜 저희 회사에 온 겁니까?”

내 말에 그가 눈썹을 들썩이며 답했다.

“송유나?”

“네, 아까 헬스장에서….”

그는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탄식을 내뱉으며 답했다.

“아, 맞아. 거기서 봤구먼. HS 엔터 소식 들었지?”

본부장이 묻는 소식.

최서빈이 내게 해줬던 그 말이 틀림없었다.

“네, 얼핏 들었습니다.”

“거기가 좀 위태위태하잖아. 뭐, 조금을 넘어선 것 같기는 하더라.”

그의 말에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물었다.

“그럼, HS 엔터가 아예 사업을 접는 겁니까?”

“아니, 엔터 사업을 접을 수는 없을 거야. 그게 거기서 돈을 버는 가장 큰 수단이니까.”

본부장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근데 그 소식에, 급 높은 배우들은 더 이상 연장을 안 하려고 하나 봐. 각자 소속사를 알아보고 있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유나 씨가 다른 회사를 찾고 있는 거네요.”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물었다.

“희성이는 송유나랑은 많이 친해?”

그의 말에 나는 서둘러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아니요. 친한 건 아니고, 음… 그냥 아는 사이죠.”

“그러고 보니까 최근에 작품을 같이했지?”

“네, 맞습니다.”

어느새 차 앞에 도착한 우리.

본부장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혹시 기회 되면, 유나 씨한테 우리 회사 어필 좀 해줘.”

송유나가 업계에서 워낙 잘나가는 만큼.

본부장은 누구보다 송유나를 WG 엔터로 영입하고 싶을 터.

그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하, 네. 해 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다음에 보자.”

“예,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

며칠 뒤.

여전히 내 일상은 집, 회사, 헬스장, 집, 회사, 헬스장이었다.

하루 일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역시 헬스장이었지.

오늘도 땀을 비 오듯 쏟아낸 뒤.

지친 몸을 이끌고 헬스장을 나서려고 하자, 트레이너가 나를 황급히 붙잡았다.

“희성 씨!”

“네, 트레이너님.”

그의 말에 나는 자리에 앉았고.

그는 나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아직 목표 몸무게까지는 좀 남았지만, 지방은 어느 정도 커팅 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네, 요즘 알려주신 대로 식단도 하니까, 금방 몸무게가 줄더라고요.”

트레이너는 뿌듯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우리 슬슬 정해야 할 것 같아서요.”

“네? 어떤….”

“방향성이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운동의 방향성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트레이너가 내 몸과 팔을 훑으며 답했다.

“지금처럼 다이어트로 슬림하게 살을 빼실 건지, 아니면 이제 근육질 몸으로 만들고 싶으신지를요.”

“아….”

그의 말에 앞에 있는 커다란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모습을 보며 몸을 꾹꾹 눌렀다.

아직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내 몸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트레이너의 말대로 둘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앞으로 작품을 선택하기에는 전자인 슬림한 몸매를 만드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작품을 할지 선택을 하지 못했고.

그 어떤 장르가 온다고 해도 슬림한 몸매가 기본일 테니까.

액션 장르가 아닌, 대부분 일반 장르라면.

통상적인 남성 몸매를 유지하는 게, 배역을 표현하기가 가장 쉬우니까 말이다.

하지만 요즘 운동을 하며 새로운 욕심이 생겼다.

점점 살은 빠지고, 근육이 붙는 것을 느낀 후부터는 근육질 몸에 관심이 생겼지.

매일 운동을 한 뒤, 몸에 생긴 근육통.

어느덧 이 느낌을 즐기고 있었고, 또 그러면서 매일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흐뭇했으니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트레이너를 향해 입을 열었다.

“트레이너님, 저 이왕 운동하는 거, 한번 근육질 몸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내 말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우리 내일부터는 근육질로 거듭나 봅시다.”

***

“그래서 요즘 근육이 붙었구나?”

김 실장이 룸 미러를 통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 일주일 전부터 근육질 몸을 만들기 시작했어. 어때, 티 나?”

“응, 안 그래도 요즘 몸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싶었거든.”

그의 말에 나는 장난스레 알통을 자랑했고.

김 실장은 내 몸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근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 몸 많이 변했다.”

“그래? 하하, 열심히 했는데 티 난다니까 다행이다.”

나는 의자에 기대어 자연스레 휴대 전화로 손이 옮겨졌고.

김 실장은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그때.

“어?”

새로운 기사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송유나, WG 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 “앞으로 연기에 더 집중…”]

나는 기사를 확인하자마자 김 실장을 향해 외쳤다.

“형, 송유나가 WG 엔터에 들어왔어?”

내 말에 김 실장이 놀란 눈으로 내게 말했다.

“아, 들어오려고 하는 것 같다는 얘긴 들었는데. 기사 났어?”

“응, 방금.”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유나 씨랑 자주 보겠네?”

김 실장의 말에 나는 곧장 허공에 손을 가로저었다.

“아니. 유나 씨 스타일이라면, 회사에 자주 올 리가 없지.”

“하긴.”

송유나와 함께 HS 엔터에서 일할 때도.

그녀를 회사에서 마주쳤던 적을 꼽으라면 한 손으로도 셀 정도였다.

그러니 같은 회사 식구가 되었지만, 예전과 달라질 것은 크게 없을 듯했다.

그저 한 회사라는 것 외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앞에 멈춰 섰고.

“형, 데려다줘서 고마워.”

“아니야. 내일 태우러 올까?”

“내일은 내 차를 가지고 가려고.”

나는 차 문을 열며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내일 회사에서 봐.”

“그래, 조심히 올라가.”

김 실장과 헤어진 뒤.

나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발길을 옮겼다.

딩동.

1층에 멈춰 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지하에서부터 타고 있던 사람이 있었고.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

나는 그 사람을 흘긋거린 뒤,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희성 씨!”

그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다름 아닌 김하나였다.

“어? 하나 씨.”

옆집에 사는 그녀와 마주치니, 반가운 마음에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인사를 나눴다.

“오랜만이에요.”

“그러게요. 잘 지내셨어요?”

그녀는 내 물음에 밝게 웃으며 답했다.

“네, 맞다. 희성 씨 최근에 드라마 찍으신 건 언제 나와요?”

“곧 제작 발표회 해요.”

“오오, 드라마 꼭 챙겨볼게요.”

“감사해요. 하나 씨는 요즘 작품 뭐 하고 계세요?”

딩동.

내 물음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고.

같은 층에 사는 우리는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저는 지금 다음 작품을 찾고 있어요. 저희 다음에 같이 밥 한 끼 해요.”

그녀와 나는 각자의 집 앞에 발길을 멈췄고.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답했다.

“좋죠.”

“그럼 곧 또 봬요.”

“네,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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