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만 년 동안 살아온 배우님 (61)화 (61/303)

61화 #13 –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 (4)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박수로 마무리할게요!”

현장에는 환호와 쉴 새 없이 부딪치는 손뼉 소리로 가득 찼다.

마지막 신 촬영이 오케이 사인을 받은 것.

배우들은 자신의 촬영 분량을 마치고도 크랭크 업까지 자리를 지켰다.

함께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였지.

그리고 장 감독을 향해 가지고 오는 커다란 케이크.

“감독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장 감독의 입은 웃고 있지만, 눈꼬리는 그렇지 못했다.

마지막 촬영이 마무리되고 홀가분한 마음도 있겠지만.

이제 반을 온 거나 다름없으니까.

앞으로 개봉까지는 중대한 편집이 남아 있다.

물론 촬영을 잘해놨어야, 편집이 좋게 나올 수 있는 것이지만.

촬영을 잘했어도 편집이 제대로 빠지지 못한다면, 흥행하기는 힘들 것이다.

더불어 영화 개봉을 한 그날, 그때부터가 진짜지.

열띤 홍보와 입소문으로 성공작이 될지, 아쉬운 실패작이 될지 정해질 테니까.

고민과 촬영이 끝난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공존하는 듯한 그의 표정.

하지만 장 감독은 이내 활짝 웃으며 촛불을 한 번에 불어 껐다.

“다들 고생 많았다.”

그리고 카메라 감독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단체 사진 찍읍시다.”

“네.”

곧바로 카메라가 세팅되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장 감독 주변으로 다가갔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몇몇은 평생 못 볼 사이처럼 부둥켜안은 채 울기도 했고.

몇몇은 호탕하게 웃으며 안녕을 고했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찰칵-!

크게 울려 퍼지는 셔터 소리에 우리는 밝게 웃으며 소리쳤다.

“천재 영업 사원이 되었다, 파이팅!”

***

개봉까지의 시간은 한참이 남았고.

마지막 촬영 이후, 크랭크 업 날짜가 다가왔다.

오늘 크랭크 업 회식은 지금까지 했던 여느 회식보다 큰 장소와 많은 인원이 함께했다.

감독과 작가, 스태프를 비롯하여 배우들과 그들의 매니저까지.

하도 많은 인원 탓에 다 같이 건배 한 번을 하려면 몇 마디의 말이 필요했다.

“감독님께서 건배사 하신대요.”

그렇게 우리 테이블까지 그 이야기가 전달되었고.

식당 안의 사담이 정리된 후 장 감독에게 집중했다.

“그동안 수고들 많았지만, 아직 끝은 아닙니다.”

그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자리에 섰다.

“현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작업한 촬영본. 그것들이 세상에 빛을 발하기 위해선 열심히 편집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장 감독의 말에 편집 팀으로 보이는 테이블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그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고생 많았던 거 알고 있습니다. 항상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잔을 들고 있는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미동 하나 없이 그의 말을 경청했다.

“앞으로 좋은 인연이 되어서 오래갔으면 좋겠고, 오래도록 봤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길었는데… 아무튼, 우리 영화가 대박 나기를 바라면서, 위하여!”

장 감독의 말이 끝나자마자 식당 안에 있던 인원들 모두가 술잔을 위로 들어 올리며 식당이 떠나라가 소리쳤다.

“위하여!”

그리고 그 누구도 잔을 내려놓지 않고, 곧장 입으로 가져가 털어 부었다.

“크으.”

잔을 내려놓자마자 다시 시끌벅적해진 식당 안.

나는 앞에 앉은 최서빈과 박나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주연 배우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떠한 순서대로 앉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최서빈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서다 보니 이렇게 자리 배치가 되었을 뿐.

그리고 옆 테이블에는 강찬성과 박민준, 그리고 조연 배우가 두 명 더 자리하고 있었다.

최서빈이 내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니야. 희성이가 고생이 많았지.”

그는 엄지를 테이블 위로 치켜들었고.

박나연이 그의 말에 동조하며 말을 붙였다.

“맞아요. 저는 희성 씨랑 처음 작업한 건데, 너무 좋았어요.”

“네?”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자,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저번에 저랑 둘이서 찍은 신 있잖아요.”

“거기 건물 앞에서요?”

“맞아요. 거기서 희성 씨랑 투 샷으로 찍은 게 처음이었는데, 같이 잡힌 거 보니까 분위기가 진짜 멋있으시더라고요.”

박나연의 말에 최서빈이 흐뭇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하하, 아닙니다. 어쨌든, 칭찬은 감사합니다.”

“정말이에요. 뭔가 연기할 때 흘러나오는 분위기가… 앞으로 점점 더 유명해지실 것 같아요.”

박나연은 쌍수를 치켜든 뒤에 술잔을 들었다.

“그럼 저희 짠 할까요?”

“좋아요.”

그녀의 칭찬을 시작으로,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셋이서 술을 마시던 도중.

장 감독이 내 옆의 빈자리로 다가와 착석했다.

그러고는 옆 테이블에 있던 강찬성과 박민준에게 손짓을 하고.

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우리 영화의 주역 배우님들, 고생 많았다.”

“감독님이 고생 많으셨죠.”

장 감독은 뿌듯한 얼굴로 가득 찬 술을 들이켰다.

어쩌다 보니 장 감독의 양쪽에 강찬성과 내가 앉게 되었고.

장 감독은 강찬성과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찬성 씨랑 희성 씨 케미 좋다고 유명하던데.”

그의 말에 강찬성과 내 눈이 마주쳤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선을 옮겼다.

“둘의 케미 좀 살려서 편집해볼까?”

장 감독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찬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좋기는 한데, 드라마 끝나고 바로 또 저희 케미로 이어가면 조금 루즈한 그림이지 않을까요?”

“그러려나?”

강찬성의 말에 장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화제를 돌리고 싶었는지 뜬금없는 화두를 던졌다.

“아, 감독님. 혹시 주식은….”

한창 영화 이야기를 나누던 테이블에 갑작스러운 대화 주제.

순간 장 감독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곧장 얼굴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강찬성의 이야기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니, 꾸역꾸역 참고 있을 테지.

아무리 감독이라고 해도 잘나가는 배우에게 퉁명스럽게 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애써 미소 지으며 장단을 맞추던 그에게 최서빈이 입을 열었다.

“감독님, 한 잔 드릴게요.”

“아이고, 우리 서빈 씨가 준다면 받아야지. 하하.”

장 감독은 이내 밝은 얼굴로 최서빈의 술을 받았고.

어느새 그는 옆에 앉은 강찬성에게 등을 지고 있었다.

장 감독이 다른 테이블로 떠나고.

자리가 몇 차례 뒤바뀌었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 주제 역시 바뀌었지.

매니저들끼리 뭉쳐 있던 자리는 뿔뿔이 흩어진 뒤라 김 실장과 최서빈의 매니저인 배 실장이 우리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역시나 연예계, 배우 업계의 이야기였다.

김 실장은 WG 엔터의 근황을 물었고.

한참을 대답하던 배 실장이 이번엔 김 실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HS 엔터는요?”

“저희야 뭐, 항상 비슷하죠.”

“유나 씨는 지금 휴식기 들어갔다는데, 맞아요?”

그의 말에 최서빈 역시 눈길을 돌렸다.

함께 ‘시계공과 무희’ 드라마를 찍었으니까.

나 역시 그들과 함께했고.

송유나는 현재 우리 HS 엔터 회사 소속이다.

그의 물음에 김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조금 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굳이 송유나의 소식이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김 실장과 배 실장의 말을 듣고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참 쉬지도 않고 달렸으니, 쉴 만도 하지.

그때 배 실장이 눈썹을 들썩이며 재차 질문을 던졌다.

“아, 그 요즘에 HS 엔터에서 새로운 친구 하나 뜨고 있다면서요?”

그의 말에 김 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배 실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이름을 떠올리는 듯했다.

“누구였더라….”

이내 떠올랐는지 손가락을 튕겼고.

“백영훈!”

“아, 영훈 씨요?”

“네, 얼마 전에 HS 엔터로 들어갔잖아요.”

나와 최서빈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요즘 뭐 해요?”

같은 소속사 배우인 내게로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왔고.

그의 소식을 알 리 없는 나는 김 실장을 바라보았다.

“영훈 씨는 지금 드라마하고 있어요.”

“성적은 어때요?”

매니저들끼리 흔히 오고 가는 대화다.

드라마 촬영은 잘하고 있나, 별일은 없는가 하는 것보다.

드라마와 영화의 성적이 궁금할 터.

김 실장은 허공으로 눈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종편 드라마인데, 한… 5% 정도 나오는 거로 알고 있어요.”

굳이 드라마 시청률을 불리거나 낮출 필요는 없었다.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나오는 게 시청률이니까.

최서빈은 김 실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희성이랑 결이 비슷한 배우 같던데….”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 같은 부류의 배역을 맡고 있는, 같은 급의 배우였으니까.

신경이 안 쓰인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최서빈이 재차 입을 열었다.

“희성아, 너는 이제 어떤 거 할 거야?”

“네?”

그에게 되묻자, 그가 내게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작품 말이야. 어떤 거 하고 싶냐고. 나는 이제 휴식 좀 취할 거거든.”

“저는 이번에 드라마를 한 편 더 하고 싶어요.”

그의 빈 잔을 채우며 답했다.

“물론, 저야 닥치는 대로 가능한 걸 먼저 하겠지만요. 하하.”

아직은 작품을 고르고, 하고 싶은 것만 할 만한 위치에 오른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번 드라마와 영화가 처음으로 내게 캐스팅이 온 것이었지.

그전까지는 계속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들어가고는 했으니까.

내 말에 최서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야. 너 정도면 이제 하고 싶은 거 충분히 할 수 있어.”

그의 말에 용기가 솟아올랐지만.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두 번의 캐스팅을 받았다고, 이제 내가 작품을 고르고 말고 할 수가 있을까?

어쨌든 기운을 북돋아주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럴까요?”

최서빈은 내 말에 심각할 정도로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커리어 쌓아가는 ‘신예’잖아.”

신예….

그 단어 하나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

크랭크 업 이후.

촬영으로 인해 못 잤던 잠을 며칠간 푹 몰아서 청했다.

며칠간의 짧은 휴식을 끝으로.

다시 회사로 출근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최서빈, 그리고 송유나 등 톱 배우들은 한 작품이 끝나면 휴식기를 맞이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그들은 대중에게, 그리고 업계에서 잊히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제 막 떠오르는 신인 배우였기에, 잠시라도 활동을 쉰다면.

금세 그들의 기억에서 잊힐 테니까.

인간관계도 마찬가지겠지만, 유독 연예계 업계가 심한 편이기는 하다.

TV 매체에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금방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는 직업이 연예인이니까.

길게 쉴 수가 없었다.

하루빨리 연습을 시작하고, 배역을 따내야 했기에.

오늘도 하늘 높이 쌓인 대본 틈에 자리를 잡았다.

이 중 나에게 또 맞는 배역을 찾아 오디션을 봐야 했으니까.

그때.

김 실장이 문을 벌컥 열며 연습실로 들어왔다.

“희성아.”

그의 손에는 대본 하나가 들려 있었고.

붉은 홍조와 함께 튀어나올 듯한 김 실장의 눈.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게 섭외가 들어온 것임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김 실장이 마른침을 삼켜낸 뒤 입을 열었다.

“종편 드라마 섭외 들어왔어!”

내 예상이 맞았다는 사실과 더불어 섭외가 되었다는 말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눈을 희번덕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정말 캐스팅이야?”

“어, 근데 더 중요한 건 무려 주연이야.”

미친.

그의 말에 아무런 답도 할 수가 없었다.

주연이라니.

단막극과 같은 작은 주연이 아닌, 드라마의 주연이라고!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놀라 눈만 깜빡거리며 입을 떡 벌렸다.

그 역시 흥분된 목소리로 내 앞에 의자를 당겨 앉았다.

“근데 주연 중에서 제일 비중이 적긴 해.”

“그래도 주연이라는 거잖아.”

“맞지.”

나는 다소 격양된 마음을 겨우 눌러내고 자리에 앉았다.

주연 중 비중이 가장 적은 주연.

하지만 조연과 주연은 그 급 자체가 너무나도 다르다.

조연은 주연 배우가 돋보이기 위해 받쳐주는 역할이다.

그에 반해, 주연은 비중이 적든 크든 ‘주연’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드라마를 이끄는 주역, 말 그대로 주인공인 것이다.

그 드라마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뜻이지.

내 인생에 드라마 미니시리즈 주연 캐스팅이라니.

심장이 떨리는 소리가 귀까지 들려오는 듯했고.

흥분된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김 실장은 내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근데 이거 답변을 좀 빨리해줘야 할 것 같아.”

“왜, 바로 촬영이야?”

“아니. 아직 멀긴 한데, 이 역할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이 좀 많은가 봐.”

그제야 대본을 바라보았다.

김 실장이 나를 보며 재차 말을 이어갔다.

“이게 백현성 감독에 최나현 작가 작품이야.”

그의 말에 입을 떡 벌렸다.

이미 드라마 업계에서 시청률 보증 수표로 유명한 작가와 감독.

이 작감이면, 웬만한 드라마는 망하지 않는다는 뜻.

나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충분히 탐이 날 수밖에 없는 드라마.

“한번 읽어볼게.”

바로 대본의 첫 장을 펼쳤고.

김 실장이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근데 이거 WG 엔터에서 눈독 들이고 있대.”

“그래?”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결코 가볍지 않은 드라마.

그의 말에 짧게 답한 뒤 대본으로 시선을 옮겨 집중했다.

한참이나 대본을 읽은 뒤,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 김 실장이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대본 어때?”

흥분한 그의 반응과는 달리,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음… 아직 잘 모르겠어.”

“응?”

“캐릭터도 매력 있는 거 같고, 서사도 참 괜찮기는 한데….”

김 실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뭔가가 아쉬워.”

“어떤 면이?”

“모르겠어. 뭐가 아쉬운지를…”

내 말에 김 실장이 쓰읍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심각한 얼굴로 대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주연이라는 것에 고조가 되었으나.

대본을 읽을 때만큼은 그 감정들을 모두 털어냈다.

아무리 주연이라고 해도 대본의 내용을 대충 읽어볼 수는 없으니까.

감정적인 것을 집어넣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분석하듯 읽었지만.

뭐라고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어떤 것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었다.

정확히 어느 면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다고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입술을 말아 넣으며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나는 좋은 거 같던데. 우선 집에 가서 차분히 더 생각해볼래?”

아쉬운 마음이 잔뜩 묻어나온 김 실장의 얼굴에 나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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