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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1051화 (1,051/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051화

하루 전.

배우 이서준 전담팀인 코코아엔터 배우 1팀이 소집되었다.

주말이긴 하지만 서준의 생일이라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던 직원도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필요한 일이 생겼구나, 싶어서 다들 보너스를 기대하고 회사로 향했다.

코코아엔터는 일한 만큼 챙겨주는 좋은 회사였으니까.

“서준이가 쓰러졌습니다.”

결코 이런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게…….”

문득 든 생각은 오늘이 만우절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3월 10일. 4월은 아직 20일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그다음으로는 깜짝 카메라인가 싶었다. 생일 당사자는 서준인데 직원들을 깜짝 놀래키는 게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너튜브에 올릴 자체 콘텐츠로는 괜찮지 않나……?’

오랫동안 서준과 함께해 온 전담팀이기도 하고.

현실도피를 하고 있던 1팀 부팀장이 이내 마른세수를 했다.

서준이 쓰러졌다는 말을 믿고 싶지 않아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말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안다호 이사였다. 그의 입에서 장난으로라도 서준의 건강과 관련된 이런 나쁜 소식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리고 하루 사이, 초췌해진 안다호 이사의 얼굴이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조금 전까지는 느끼지 못했지만 흐릿하게 병원 특유의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깨끗한 걸 보니 병원에서 밤을 보내고 씻고 출근한 거든가, 출근 전 병원에 들른 게 아닌가 싶었다.

핼쑥한 최태우의 모습도 1팀 직원들의 눈에 들어왔다.

정말이다.

서준이 쓰러진 것이었다.

“어, 어쩌다가요?”

분위기는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신사옥으로 옮기면서 새로 들어온 직원도 있었지만, 구사옥부터 서준과 친하게 지냈던 이들이 더 많았다. 서준에게 형, 누나라고 불리는 직원들의 얼굴이 걱정과 염려로 가득했다.

안다호는 1팀 직원들에게 서준이 쓰러진 경위를 설명했다.

아니, 딱히 설명할 것도 없었다. 서준은 갑자기 쓰러진 것이었으니까. 원인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 2시에 쓰러진 것이니 아직 24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잠을 자고 일어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서준은 여전히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그런…….”

이어지는 이야기에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졌다.

다들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자신들에게, 서준에게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일이었으니까. 서준에 대한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와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질 않았다.

바로 어제 웃으며 인사를 나눴던 서준의 모습만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안다호는 잠시 1팀 직원들이 마음을 추스르는 걸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1팀 직원들이 힘겹게 정신 줄을 붙잡았다. 그리고 대책을 생각했다.

하지만 하늘이 그들을 버린 듯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아니, 최악이었다.

“하필…….”

하필, 오늘이 서준의 생일이었다.

많은 이들이 서준에게 관심을 갖는 날이었다.

“차라리 다른 날이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 게 최선이었지만.

쓰러진다면 차라리 다른 날 쓰러지는 것이 나았을 터였다.

촬영이나 학교 이외에 서준이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

새싹들과 대중은 서준이 보이지 않아도 학교 잘 다니고 있겠지, 어디서 비밀리에 촬영하고 있겠지, 하고 생각할 터였다.

이번 일도 그렇게 둘러대며 서준이 깨어나길 기다렸을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서준의 생일이었다.

생일마다 영상이든 편지든 새싹들에게 답장을 남기는 서준을 떠올린 직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여기저기서 작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생일 전날 쓰러진 서준도 걱정되고, 언젠가 이 소식을 알게 될지도 모르는 새싹들도 걱정되고, 하이에나처럼 파고들 기자들도 걱정이 됐다.

“일단…… 오늘 답장은 저희가 적어서 올리는 게 어떨까요?”

그럼 며칠은 어찌어찌 넘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운이 정말 좋으면 서준이 깨어날 때까지 조용할지도 몰랐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겠지만…….’

부팀장의 말에 일부 직원들은 동의했지만, 반대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서준이라면 인증샷도 남겼을 거예요.”

인증샷만 남겼겠나.

과몰입 구역으로 가서 NPC로 참여해 새싹들을 만났을 게 뻔했다.

새싹들도 같은 생각인지 ‘혹시…… 서준이?’ 하고 얼굴을 가린 NPC들을 살펴본다는 후기 글이 [새싹부터]에 올라오고 있었다.

-아쉽! 서준이인 줄 알았는데!

=ㅋㅋ그렇게 호락호락한 서준이가 아님ㅋㅋ

=더 돌아다녀 봐야지!

그 즐거운 분위기에 1팀 직원들 모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날도 아니고 데뷔 20주년이잖습니까. 편지만 올리면 성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게 뻔합니다.”

“차라리 성의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낫지, 서준이가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해요?”

“나중에 사실이 밝혀지면 비난이 쏟아질 거예요.”

“코코아엔터에 쏟아지겠죠. 서준이는 괜찮을 겁니다.”

“사고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고 알리는 건 어떨까요?”

“기자들이 조사하면 바로 밝혀지겠죠. 사고 같은 건 없었단 걸요.”

“집에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죠.”

“……집에서 사고가 일어났는데 의식불명이다, 라고 하면…….”

자살.

그 단 한 가지 일밖에 떠오르지 않는 건 자신뿐일까.

부팀장이 이마를 짚었다. 다른 직원들도 부팀장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작게 한숨을 뱉어냈다. 아니라고 해도 기자들이라면 충분히 그런 자극적인 뉘앙스의 기사를 써 내려갈 터였다.

회의가 길어졌다.

초유의 사태에 1팀 직원들도 어떤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안다호도 고민했다.

어떤 방법이 가장 서준에게 좋은 것일까.

[(선/제작)황금 인어 파르비타의 나침반이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 * *

다시, 3월 11일 자정.

-……어?

[새싹부터]와 SNS가 잠시 멈췄다.

즐겁게 내 배우님의 생일을 즐기고 있던 새싹들이 손을 멈추고 눈을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휴대폰, 컴퓨터, 시계, TV까지 켜서 지금이 몇 시인지 확인했다.

-내 휴대폰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내 꺼도 좀 이상함. 왜 벌써 11일이야?

=22 아직 자정 안 지난 거 아니야?

모두 의아해했다.

-서준이 글이 안 올라왔는데?

10일이 지났는데도, 서준의 글이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준이가 글을 안 올렸을 리가 없는데?

=22 서준이라면 벌써 글 올리고 인증샷 남기고 과몰입 구역 가서 놀고 온 거 다 올렸을 텐데?

=33 일코 하고 새싹들 사이 돌아다니면서 선물 받은 거 인증했을 텐데?

=44 서준이 인증샷 보고 ‘저기 나 있었는데!!’ 하고 새싹들 글이 올라와야 하는데?

몇 번이고 새로고침을 해도 [새싹부터]에 서준의 글이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카페가 터졌나?

=카페 사이트 자체에 오류 생긴 거 아니야?

=그러면 당장 전화!…… 하고 싶은데 12시네.

-근데 다른 글들은 잘 올라오는데ㅠㅠㅠ

=그러게. 새싹들 글은 잘 올라오네…….

카페에 문제가 있나 싶어 새싹들이 게시글을 써 봤지만, 카페는 오류 없이 새싹들이 쓴 글을 올려주었다.

-……진짜 뭐지?

-왜 서준오빠 글만 없는 건데ㅠㅠ

-아니면 서준이는 벌써 올렸는데 우리가 못 찾는 거 아님?

=글까지 일코를 한다고??

=제발 우리는 알아볼 수 있게 해주세요!!

-아직 3월 10일인 나라가 있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올려주는 거 아닐까?

=오! 그럴지도!

농담과 장난, 추측들로 가득한 새싹들의 글 아래에 약간의 불안이 일렁이고 있었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배우 이서준이 어떤 답장을 남길지 기다리며 기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던 기자들도 이 이상한 상황을 알아차렸다.

[배우 이서준, 데뷔 20주년 생일에 묵묵부답?]

[팬들이 준비한 화려한 생일 이벤트에도 답이 없는 이서준.]

[팬카페에서도, 너튜브 채널에서도 볼 수 없는 이서준의 답장!]

[데뷔 20주년 생일인데, 배우 이서준은 지금 어디?]

3월 11일은 월요일이라 아침이 되면 출근해야 했지만 자정까지 자고 있지 않은 사람은 많았다.

그 때문에 기사들의 조회수가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고, 그 조회수에 기자들은 더 많은 기사들을 업로드했다.

-뭐야? 뭔데??

=데뷔 20주년 생일인데 이서준이 답장을 안 함. 인증샷도 안 올림.

=20주년이라서 라이브방송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음.

-이서준에게도 ‘아, 그래요?’ 시기가 온 건가.

=20년 차면 그럴 만도 하지.

그동안 논란이 없었던 슈퍼스타라서 그런지 반응은 더욱 격렬했다.

-ㅇㅅㅈ은 동태눈 해도 잘생겼을 것 같음ㅋㅋㅋ

=팬사인회는 안 해서 티는 안날듯ㅋㅋ

-근데 하필 20주년 생일 때 이러는 건 뭐냐고ㅋㅋㅋ

=할리우드 스타 다 된 듯.

=22 이제 막 사고치고 다니고 그럴 것 같다.

=33 ㅁ약 파티도 하고 다니는 거 아니야?

=아. 지금 그것 때문에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거 아님?

=오! 그럴지도ㅋㅋ경찰에 신고하고 올까ㅋㅋㅋ

=ㅁ약파티 해도 미국에서 하겠지ㅋㅋ 합법인 주도 있잖아ㅋㅋ

=진짜 검사해봐야 할 듯. 걘 옛날부터 미국에서 활동했잖아.

-그럴 줄 알았다ㅋㅋㅋ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쎄하더라ㅋㅋ

=22 ㅁ약말고 다른 사고 친 거 아님?ㅋㅋㅋ

-데뷔 20주년 기념 찐 인성 공개ㅋㅋ

질 나쁜 이야기는 더욱 빠르게 번져나가 서준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던 새싹들과 자고 있지 않던 사람들의 눈에도 들어왔다.

-아니, 답장이 조금 늦는 것뿐이잖아. 꼭 답장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데뷔 20주년 생일인데?? 감사 메시지도 없는데??

=ㄹㅇ 한 줄이라도 올려야 하는 거잖아ㅋㅋ

-처음부터 쎄했다고? 몇 살 때부터 쎄했다는 건지?

=ㅅㅂ그러니까. 아역 보고 쎄하다고 느낀 본인이 이상한 거 아님?

-서준이가 할리우드 스타 된 지가 몇 년째인데. 사고 치려면 진작에 쳤지.

-서준오빠 2년마다 건강검진 받는 거 모르냐고. ㅁ약같은 거 했으면 벌써 걸렸겠어.

=숨겨주는 건 아니고?ㅋㅋ

온갖 글들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화제의 주제가 다른 연예인도 아니고 20년 동안 한 번의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던 배우 이서준이라서 더욱 시끄러웠다.

그렇게 새벽 내내 타오르던 불길은 아침이 되어서도 꺼지기는커녕 더욱 커져만 갔다.

많은 사람들이 출근 준비를 하면서 휴대폰을 보고 연예부를 뒤덮은 서준의 기사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코코아엔터, 침묵.]

[답이 없는 코코아엔터, 이서준은 지금 어디에?]

[미국 클럽에서 뜬 배우 이서준 목격담?]

온 세상이 마치 화재에 휩싸인 거대한 산맥처럼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서준 지금 뭐 한대?”

출근하고 등교한 새싹들에게 걱정과 흥미와 악의가 담긴 메시지와 질문이 쏟아졌다.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새로 올라온 공지나 기사가 없나 살펴보았다.

새싹들이 아는 이서준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분명 무슨 사정이 있을 게 분명했다.

‘근데 왜 코코아엔터까지 조용한 건데……!’

무어라 변명이라도 해서 불길을 꺼뜨릴 생각은커녕, 가만히 침묵하고 있는 모습이 불길이 더욱 크게 번지게 놔둘 생각인 것만 같았다. 질 나쁜 추측 기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야! 너 토요일에 서준이랑 만났잖아!

김수한의 걱정이 담긴 외침에 한준서가 이마를 짚었다.

한준서야말로 코코아엔터에 묻고 싶었다. 당장 뭐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내가 말해야 하나?’

아직까지 별다른 이야기가 없는 걸 보면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것 같은데.

이제 곧 48시간이 다 되어 간다. 걱정과 초조함, 불안에 한준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새싹들과 서준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애만 타는 시간이 흘렀다.

오후 2시.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이번 사태를 알다 못해 잔뜩 기사를 내보낼 그때.

[(단독)배우 이서준, 현재 의식불명으로 입원 중.]

불길을 잠재울, 아니, 더더욱 키울 폭탄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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