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1044화
【P.598】
『12월.
[민들레]가 개봉했다. 할리우드 영화인 만큼 전 세계 동시 개봉이었다.
한준서는 김수한과 친구들과 함께 [민들레]를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향했다. 개봉 첫째 주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가족과는 나중에 보기로 했다.
“내 친구가 진짜 할리우드 배우라니……!”
아무래도 단역이라 포스터에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뒤쪽 영화 설명이 적힌 곳에는 한국 배우라서 그런지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한준서]
작은 글자인데도 그 이름만 크게 보이는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감격한 친구들에 한준서가 볼을 긁적이며 웃었다. 이래서 얘들이 좋았다.
잠시 상영시간까지 기다리면서 한준서와 김수한, 친구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데 서준이 차기작은 언제 나올까? 화는 작년에 촬영했으니까 벌써 1년 동안 소식이 없는 건데 말이야.”
“그러게. 어디서 비밀리에 촬영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무슨 일 있나?”
나 진 첫 팬(김수한)에, 새싹(한준서)까지 있으니 이야기의 주제가 이서준이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친구들도 이서준을 좋아했고.
게다가 벌써 1년 동안 활동 소식이 없는 이서준에 대한 이야기이니 흥미롭기도 했다.
한준서와 친구들은 그렇게 잠깐 ‘서준이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상영 시간이 되자,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나와 똑같은 영화관 의자인데 오늘따라 느낌이 다르다고 한준서는 생각했다.
‘할리우드 영화에 내가 나오다니…….’
[민들레] 오디션에 합격한 후로는 하루하루가 꿈만 같았다.
할리우드 제작진과 이야기하고 할리우드에서 촬영하고 다양한 배우들을 만나고. 또 많은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촬영한 영화가 전 세계 동시 개봉을 했다.
‘부디…….’
여기 있는 관객들도, 다른 영화관에 있을 관객들도 모두 [민들레]를 보고 재미있었다고 생각하길.
한준서는 간절하게 기도하며 밝아지는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하략)』
“이때는 군대에 있었을 때네.”
[(선) 기록석의 파편]으로 배우 이서준과 군인 이서준을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던 때.
종이에서 시선을 땐 서준이 기록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많은 도움이 됐어. 고마워.”
“별말씀을.”
기록석이 빙그레 웃었다.
“미밍!”
“미밍도 많은 도움이 됐지. 미밍이 없었으면 그렇게 멋진 CF는 못 찍었을 거야.”
서준의 말에 미밍이 기쁜 듯 폴짝폴짝 뛰며 미밍! 미밍! 하고 울었다.
“나는?”
제루엘이 뽀르르 날아오자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제루엘의 능력 덕분에 에반이랑 공동 수상했었지. 정말 기뻤어. 고마워.”
천마와 리치왕은 자신의 능력이 서준에게 도움이 됐든 말든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다.
서준이 파르비타를 바라보았다.
“파르비타, 네 능력도 정말 도움이 됐어.”
어떤 효과가 있는지 확실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화] 표절 사건만 해도 충분했다. 또 마나가 계속 사라지는 걸 보면 다호 형에게도 엄청 도움이 되는 것 같고.
그에 파르비타가 씨익- 웃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앞으로도 열심히 도와줄게.”
“고마워.”
【P.597】
『한준서의 간절한 기도에 대한 답은 생각도 못 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영화 ‘민들레’의 김종호,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미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이라니!”
소속사가 들썩이고 한국이 들썩였다.
[민들레]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한준서에게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민들레]에 출연한 배우 김종호와 이지석이 현재 오스카 레이스를 진행 중이라서 한국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갑습니다! 한준서 배우!”
“안녕하세요. 배우 한준서입니다.”
액터스는 [민들레]의 관심을 이어갈 겸 한준서의 얼굴도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한준서를 인터뷰에 내보냈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렇게 제안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준서는 기쁘게 그 스케줄들을 소화해 나갔다.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수록 한준서에게 들어오는 대본의 질과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배우 김종호,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
그렇게 처음 김종호와 이지석에게만 쏠렸던 관심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김종호가 받게 되면서 함께 촬영했던, 그리고 같은 소속사 배우인 한준서에게로도 조금씩 향하기 시작했고,
[배우 김종호,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노미네이트!]
결국 김종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면서, 마치 거대한 해일처럼 한준서에게 밀려 들어왔다.』
【P.598】
『[반갑습니다! 한준서 배우님!]
TV화면 속 토크쇼의 MC가 반갑게 한준서를 맞이했다.
태풍의 눈(김종호, 이지석)이 미국에 있고, 그 태풍을 더욱 키워줄 배우(이서준)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서, [민들레]에 단역으로 출연한 한준서만큼이나 화제성이 있는 배우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배우 한준서입니다.]
[민들레]의 비하인드 이야기를 풀어줄 배우가 있다는 말에 방송을 보러온 사람들이 그 이름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알고 있었던 사람도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 이름이 한준서야?ㅋㅋㅋ
=22 어떻게 이름이 준서ㅋㅋㅋㅋ
=33 딱 서준 거꾸로 하면 준서잖아ㅋㅋ
-이름에 ㅅㅈ들어가면 연기 잘하게 되는 거야? 당장 개명하면 되는 거야??
=ㄴㄴ 나 ㅅㅈ인데 연기는 1도 못함. 그냥 둘이 잘하는 거.
-아쉽다. 한준서 배우 성이 ‘이’였스면 ‘이준서>서준이’였을 텐데.
=앜ㅋㅋㅋㅋ
=한준서가 먼저 태어나서 한(1)인 듯. 이서준은 이(2)고.
=!! 가족끼리 친분이 있으신가?
=그럴리가ㅋㅋㅋ
=있겠냐고ㅋㅋㅋㅋ
-나 진 생각난다.
=진 나트라ㅋㅋㅋ
[김종호 배우의 소개로 소속사에 들어갔다고요?]
[네. 선생, 아니, 선배님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려면 좋은 소속사가 필요하다고 하셔서요. 지원했던 회사들에서 떨어지고 고민하던 차에 선배님이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야. 그 회사들이 인재를 몰라봤네!!]
(중략)
“준서야! 얼른 와!”
“여기 앉으세요! 오빠!”
바쁜 와중에도 한준서는 액터스 배우들과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았다.
[/남우조연상 수상자는!(And The Oscar goes to…….)/]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너무 대단해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종호 킴!/]
김종호는 결국 해냈다.
“으아아아!! 받았다!!”
“전화! 전화 드려야지!”
“오빠! 이거 생방송이에요!!”
스크린 화면(큰 스크린으로 보고 있다.)에 비친 김종호의 모습에 액터스 배우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거기엔 한준서도 있었다.』
【P.607】
『“너흰 알고 있었어?”
김수한의 물음에 [화] 팀이, 아니, 이제 영화제작사 ‘화 필름’ 소속이 된 황지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언혀요.”
그동안 이서준이 군대에 있었다는 이야기에 관한 것이었다.
“저희도 서준이 말년휴가 나왔을 때 알았어요.”
황도윤의 말에 화 필름 사무실의 정리를 돕던 한준서와 김수한, 세 친구가 와, 하고 감탄했다. 작년 한국독립영화제에서 만난 이후로, 김수한의 차기작을 함께 만들기로 결정할 정도로 많이 친해졌다.
“어떻게 아무도 몰랐지?”
“그러게. 공백기 보면 딱 군대밖에 없었는데!”
배달로 시킨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먹으며 다들 떠들썩하게 이야기했다.
“지윤아. 저번에 준 대본 있잖아.”
한준서의 말에 황도윤과 부먹이니 찍먹이니 싸우고 있던 황지윤이 얼른 고개를 돌렸다. 긴장한 얼굴이었다.
이런 대화가 익숙한 화 필름 사람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짜장면과 짬뽕을 흡입하며 한준서와 황지윤을 바라보았다. 배우 한준서와 감독 김수한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 조언을 얻는 건 익숙한 일이었으니까.
황지윤은 더 나아가 한준서의 출연까지 바라고 있었다.
아는 배우들 중 이서준, 황도윤과 함께 황지윤의 마음에 들게 연기하는 배우가 한준서였기 때문이었다.
‘서준이가 좀 압도적이긴 하지만.’
한준서도 이제야 주목을 받게 되어서 그렇지 연기력이 대단했다.
“재미있더라. 캐릭터들도 정말 매력적이고 이야기도 흥미진진했어.”
“그럼 출연은……?”
“할게. 내가 꼭 하고 싶어.”
“아자!!”
한준서의 말에 황지윤이 두 손을 꽉 쥐고 흔들어댔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화 필름 사람들이 주먹에 맞지 않게, 과장스럽게 몸을 피했다.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이 역은 도윤이가 잘 맞을 것 같던데, 도윤이도 출연해?”
“네. 그렇게 됐어요.”
한준서의 물음에 황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서 형이랑 같이 촬영하고 싶었는데 잘됐죠. 근데 그게 하필 황지윤 영화라서.”
“나도 오빠랑 촬영하기 싫거든.”
투닥거리기 시작한 황씨 남매에 김수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쟤넨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니까.”
“남매인데 저 정도면 엄청 친한 거지.”
“맞아요. 저도 남동생이랑 조금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직장에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황씨 남매를 두고. 김수한과 한준서, 친구들과 화 필름 사람들은 즐겁게 이야기하며 식사를 이어나갔다. (하략)』
【P.666】
『“준서 형, 촬영 조금 딜레이 된대요.”
“그래? 알았어.”
매니저 권문해의 말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민들레]로 인한 화제성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이름을 알리게 된 한준서는 여전히 스케줄을 하느라 바빴다. 한준서도 그걸 기뻐했다.
‘그래도 오늘은 좀 쉬고 싶었는데…….’
아쉬움을 삼키며 한준서는 휴대폰을 꺼냈다. 촬영 준비 중에 김수한과 친구들이 보낸 메시지로 단톡방이 가득했다.
>영화관이냐?
>김수한: ㅇㅇ 이제 곧 시작함.
>김수한: 넌 봤냐?
>아쉽지만 유니버스로 봤지.
>영화관에서 봐야 했는데…….
[오버 더 레인보우2]
마린사의 OTT플랫폼인 [유니버스]가 출시되면서 함께 공개된 오리지날 영화.
그게 오늘 새싹들이 대관한 영화관에서 상영된다.
한준서도, 친구들도 다들 영화관에서 보고 싶어 했는데, 다들 바빠서 김수한만 가게 되었다.
>김수한: 이런 영화는 역시 영화관에서 봐야지!
>김수한: 여기 스크린도 크고 음향기기도 좋다더라ㅋㅋㅋ
>김수한: 실제로 연주 듣는 느낌이라고 하던데ㅋㅋㅋ
신나게 놀리는 김수한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단톡방에 있는 세 친구들의 아우성이 섞인 메시지로 화면이 가득해졌다.
>…….
>그레이가 뉴욕에서 연주했는데,
얼마나 약이 올랐는지 스포일러 시도도 있었다. 물론 진짜 말할 녀석들은 아니었지만.
>살인범으로 지목받음.
>ㅇㅇ 추격전도 나온다.
이것 봐라.
한준서가 되도 않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에 웃음을 터뜨렸다.
>에이ㅋㅋㅋ김수한 고새 튀었네.
하지만 이후 올라가는 메시지의 읽음 표시 숫자가 1씩 남아 있는 걸 보니, 김수한이 바나나톡을 끈 것 같았다.
>ㅋㅋ그러게ㅋㅋㅋ낚을 수 있었는데ㅋㅋㅋ
>근데 살인범은 너무 뜬금없지 않냐ㅋㅋ
>22 오버 더 레인보우 급작스럽게 범죄물로ㅋㅋㅋ
>ㅋㅋ차라리 사고를 당했다고 하지
막 올라온 메시지의 뒤를 이어, 한준서도 메시지를 보냈다.
<휴지는 챙겼나 몰라.
친구들이 반갑게 한준서를 맞았다.
>오. 어쩐 일임? 너 요즘 바쁘잖아?
>그러게. 잠잘 시간도 없다더니, 영화 볼 시간은 있음?
<서준이 영화인데 봐야지.
>어허! 서준이라니! 선배님이지! 선배님!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서준이 경력이 경력이라 요즘 배우들 중에는 후배가 아닌 배우가 없을 듯ㅋㅋㅋ
>그러니까ㅋㅋ
웃음이 가득한 단톡방에 한준서도 따라 웃었다. (하략)』
【P.680】
『“안녕! 준서야!”
“안녕하세요. 선배님.”
“말 편하게 하라니까. 형이라고 불러, 형이라고.”
“그…… 네. 태영이 형.”
친근하게 말을 거는 배우 강태영에, 한준서가 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배우 강태영.
새싹으로도 유명한 이 배우가 [봄돌] 공희찬 피디와 유청아 작가가 함께 제작하는, 이번 MBS 드라마 [괴물]의 주인공이었다.
“드디어 오늘부터 같이 촬영하네! 근데 아쉽다. 대본 리딩 때 보고 계속 같이 연기하고 싶었는데, 정작 같이 촬영하는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네.”
“전 연쇄살인범 역할이니까요. 형사랑 매번 같이 나오는 것도 문제지 않을까요?”
“그건 그래.”
한준서의 말에 강태영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준서도 따라 웃었다.
삼십 대 배우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이 훌륭한 배우는 2살 연하의 한준서를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들어 했다.
“준서 너도 매드해터 봤지? 쿠키 영상에서 맥이 He's coming이라는 거 보니까 윌리엄이 나온다는 거겠지?!”
아마도 같은 새싹이라서 그런 걸까.
‘준서’라는 이름부터 좋아하는 느낌이었는데, 한준서가 새싹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 더욱 좋아하는 것 같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쉐도우맨 시리즈가 끝나서 더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어요.”
“그러니까! 빨리 다음 주가 됐으면 좋겠다. 영화객 님이 리뷰하신다던데. 준서야, 나랑 같이 볼래?”
“아, 죄송해요, 태영이 형. 그날은 선약이 있어서요.”
“그래……?”
시무룩해진 강태영에게서 귀와 꼬리가 축 늘어진 것 같은 환상이 보여, 한준서가 얼른 말했다.
“다음에! 다음에 같이 봐요. 형은 두 번 보는 거겠지만…….”
“괜찮아! 영화객님 리뷰는 몇 번을 봐도 재미있으니까!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니고 윌리엄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고! 그럼 다음에 꼭 보는 거다?”
“네, 형.”
한준서가 눈을 반짝이는 강태영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언제가 괜찮아, 준서야?”
아예 약속 날짜까지 잡으려는 강태영에, 매니저 주용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