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1042화
【P.201】
『시끌벅적한 삼겹살집.
김수한과 한준서, 그리고 친구 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친구들의 일상 이야기를 듣던, 휴가 나온 김수한이 오호 감탄했다.
“영화 찍었다고?”
“그래. 엑스트라지만.”
함께 [이스케이프]에서 좀비 엑스트라를 맡고 있는 친구가 말하자, 한준서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거 비밀인데…….”
비밀!
삼겹살집 사장이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소리를 줄였다. 막 불판 위에 올라가 지글지글 굽히던 삼겹살이 다시 위로 들려졌다.
“우리 거기서 이서준 봤어.”
“……뭐!?”
한준서의 말에 김수한이 벌떡 일어났다.
김수한의 과격한 반응이 아니었다면, 손님들이 소리를 질렀을지도 몰랐다. 손님, 사장, 알바생 할 것 없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김수한의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이서준이 왜 나와?’
“서준이가 거긴 왜 가? 뭐 하고 있던데?!”
뜨겁게 불타고 있는 테이블을 넘어올 것만 같은 김수한의 기세에 한준서가 웃으며 말했다.
감독님, 저희 열심히 소문내고 있습니다!
“이서준, 영화 촬영하는 것 같더라.”
영화 촬영!
그 네 글자에 삼겹살집이 소리 없이 폭발했다.』
【P.204】
『3층 창문, 아역배우 이서준, 아니 ‘고주원’이 활을 들고 서 있었다.
목표물은 1층 좀비 마네킹.
고주원은 매서운 눈빛으로 손에 든 활을 겨누었다. 그리고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겼다가 손을 놓았다.
퍽!
빠르게 날아간 화살이 단번에 좀비의 눈에 꽂혔다.
와아……!
앞서 한 번 시범을 보여줬었지만, 다시 봐도 놀라운 장면에 보고 있던 사람들이 감탄했다. 물론 소리가 들어가지 않게 최대한 조용히 하면서.
“오케이! 컷! 바로 이어서 촬영하겠습니다!”
그에 좀비 분장을 한 한준서가 바닥으로 드러누웠다.
갈기갈기 찢어진 패딩에 좀비들에게 먹힌 옆구리와 팔은 뼈가 드러나 있었다. 감긴 왼쪽 눈꺼풀 위에는 양궁용 화살의 일부가 붙여져 있었는데, 정말 관통이라도 된 것처럼 보여, 자신이 봐도 소름이 끼쳤다.
고주원의 화살에 맞은 좀비 역.
그게 바로 한준서였다.
‘못 찾을 일은 없겠네.’
원래는 단체 샷에만 나올 예정이었는데, 키가 적당했던 덕분에 이렇게 단독으로 찍게 되어 아주 기뻤다. 뭐, 좀비라서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이 정도면 김수한과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하지 않을까. 좀비 한준서가 히죽 웃었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헤실헤실 웃다가 조감독의 목소리에 한준서가 표정을 굳혔다. 아르바이트라도 일은 일. 이제 자신은 뇌가 곤죽이 된 좀비가 되어야 할 때였다.』
서준도 그 장면을 기억했다.
좀비에게서 도망치던 ‘형사 임장우’와 부부를 구하기 위해 활을 쏘던 장면.
그 좀비 역을 맡았던 분이 한준서였다니. 짐작도 못 했다.
【P.213】
『“……미친. 너희 알았어?”
“아니.”
한준서는 김수한과 친구들과 함께 [이스케이프]를 보러 갔다. 그리고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이 깜짝 출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배우들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한준서, 함께 좀비 역을 맡았던 친구도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이스케이프]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도중 김수한이 킬킬 웃으며 물었다.
“서준이랑 같은 작품에 출연한 기분은 어때?”
그에 한준서의 입꼬리가 실룩댔다.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이 좋았다. 그리고 다음에는 꼭 대사도 주고받으며 촬영해 보고 싶었다.』
【P.258】
『>김수한: 우리 도착했어!
김수한과 친구들의 문자에 공연을 앞두고 있던 한준서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대사가 가장 작은 역할이었지만, 그래도 대사가 있고 무대에 오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럼 첫 공연, 열심히 해봅시다.”
이번 공연의 주연 중 하나인 김종호 배우가 함께 무대에 오를 한준서와 배우들을 보며 말했다. 연습이 겹치는 날이 드물어 자주 뵐 수는 없었지만, 김종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가끔가다 가르쳐주시기도 하셨고. 고마운 분이셨다.
“네!”
한준서는 물론이고, 연습하는 동안 많이 친해진 연극 [배심원]팀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중략)
“아무래도 계획 살인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전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배심원 중 하나인 한준서가 다른 배우들과 함께 열심히 연기했다.
첫 공연이라서 그런가 연기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가끔 김종호와 다른 주연배우들이 대사를 치는 사이, 힐긋 관객석을 바라보았다.
모두 연극에 집중한 것이 보였다.
배우들의, 한준서의 연기를 보고 있었다.
물론 아홉 명의 배심원 중 하나인데다가 비중이 적은 역할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하는 대사에, 움직임에 눈길을 준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
‘침착하자.’
그래도 흥분하면 안 된다.
벅차오르는 마음을 가라앉힌 한준서는 다시 연극에 몰입했다.
(중략)
연극 [배심원]의 첫 공연이 끝났다.
단체 회식이라도 할 법했지만, 배우들의 가족과 지인들이 많이 온 탓에 회식은 다음에 하기로 했다.
“야! 완전 잘하던데!”
대기실을 나온 한준서는 첫 공연을 보러 와준 김수한과 친구들이 전해주는 꽃다발에 하하 웃었다. 첫 공연을 한 한준서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인지 어떤 점이 좋았는지 이야기하는데, 이러다가 숨 쉬는 것까지 칭찬할 것 같았다.
“아, 서준이도 보러 왔던데. 봤어?”
김수한의 말에 한준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마 김종호 선배님이랑 만나고 있지 않을까? 주연배우들은 아직 대기실에 있거든.”
“이지석 배우랑 박도훈 배우도 봤는데, 진짜 배우는 다르더라.”
“근데 한준서도 배우 아님?”
그 말에 친구들의 시선이 한준서에게로 향했다.
“준서는…… 준서지.”
“암. 그렇고말고.”
“잠깐. 그게 무슨 뜻이야.”
날카로워진 한준서의 눈초리에 김수한과 친구들이 낄낄 웃었다. 눈동자는 장난기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로비로 향하던 길.
“마지막 대사?”
“어. 나랑은 좀 해석이 다른 것 같아서.”
한준서가 김수한에게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 ‘왜 우는 거지?’를 어떻게 해석하냐고 물었다.
“그래? 네 해석은 뭔데?”
“음. 감정 없는 미친놈? 박경원은 아예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어.”
한준서가 말을 이었다.
“어째서 사람들이 울고 웃는 건지 이해를 못 해서 검사 측 질문도 다 솔직하게 대답하고 어떤 판결이 떨어져도 상관 안 했을걸. 마지막 대사도 진짜 왜 우는 건지 이해가 안 가서 묻는 걸 테고.”
그렇게 자신의 해석을 이야기하는데, 뒤에서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싶어 뒤를 돌아본 한준서와 친구들.
하지만 이내 별일 아니구나, 하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며 은하수센터 밖으로 나갔다.』
“나랑 해석이 똑같네.”
서준이 신기하다는 듯 글자를 읽어내려갔다.
서준도 소설 [배심원]을 읽었을 때 한준서처럼 해석했었다.
“첫 생이라서 그런가…….”
닮은 점을 보니 반가웠다.
그러고보니 [배심원]과 [운명]의 원작자, 송문석 소설가가 영화 [운명]의 주인공의 나이를 수정하면서 인터뷰를 했었다.
[배심원] 연극 첫날, 자신의 의도대로 캐릭터를 해석한 사람이 있었다고.
급하게 찾으려고 했는데, 로비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찾았다고.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바로 한준서 배우였죠. 그래서 운명의 주인공의 나이를 이십 대에서 삼십 대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제 의도를 알아준 배우라면 나이를 수정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이때가 송문석 소설가와 한준서가 스쳐 지나갔던 때인 것 같았다.
‘어쩐지.’
영화 [운명]의 주인공이 한준서의 인생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원작자와 한준서의 캐릭터 해석이 찰떡같이 맞아떨어진 덕분인 듯했다.
서준은 웃으며 다음 페이지를 읽어 내려갔다.
【P.280】
『한준서의 대학 마지막 학기가 끝났다. 이제 몇 달 후 졸업식이 끝나면 진짜 졸업이었다.
“그럼 취직하는 거야?”
“아니, 제대로 연기해 보려고.”
연기로 성공할 수 없다면 그냥 직장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대학 생활도 열심히 했는데, 천천히 연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지금처럼 생활비만 벌 수 있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
너무 빠졌나 보다.
물론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있어서 성공하는 편이 훨씬 좋기는 했지만.
이제 플랜B는 떠오르지도 않을 만큼 한준서는 연기가 좋았다. 가족도 응원해 주었고.
한준서는 본격적으로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물론 그래 봤자 단역뿐이었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는 제법 컸다.
MBS 단막극.
KBC와 SBS에 밀려 시청률이 떨어진 MBS 드라마국이 오영철 작가의 신작 방영시기를 맞추기 위해 급하게 편성한 일정이었다.
MBS는 4화짜리 단막극 2개를 제작하기로 했는데, 한준서는 그중 하나에 조연으로 출연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조연.
비중도 제법 되었다.
드라마 제목은 [내일], 하루가 반복되는 타임루프물로 담당 피디는 박규민이었다.
“준서야! 형! 누나! 우리 드라마 피디 교체됐대!!”
어제까지는.
“갑자기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준서가 눈을 끔벅였다. 함께 앉아 있던 배우들도 그랬다.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근데 드라마국이 완전히 뒤집어졌다더라. 뭐, 누가 출연하느니 마니 하던데? 국장님이 이 기획 건드리면 가만히 안 놔둔다고 했대.”
“우리 드라마를? 아, 그러면 피디가 바뀔 리가 없지.”
“네, 저쪽 거예요. 봄이 돌아왔다.”
뭐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한준서와 배우들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잘됐네. 박 피디 진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저도요! 이랬다가 저랬다가 제대로 하는 일도 없고!”
“막내한텐 자기 담배 심부름도 시켰잖아.”
불만을 털어놓는 배우들에 막내 한준서가 볼을 긁적였다. 박규민 피디의 횡포 속에서 다들 한준서를 많이 도와주었다.
“그럼 새 피디로는 누가 오는데?”
“……CP가 온대요.”
“……망했네.”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로서는 그냥 피디도 부담스러운데, 피디들을 총괄하는 CP가 온다니,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뭐, 이번 촬영에서 잘하면 눈도장은 확실히 찍는 거니까.”
“맞아. 우리 열심히 해보자.”
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내일] 팀이었다.
한준서도 그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열심히 촬영하자고 다짐했다.』
【P.282】
『얼마 후, 한준서와 [내일] 팀은 드라마국장이 왜 이 기획 건드리면 가만히 안 두겠다고 말했는지 알게 되었다.
[MBS 특별기획 드라마, 배우 이서준 출연!]
“이거 봄돌 말하는 거지?”
“그런 것 같아요…….”
“미친……!”
이서준이 단막극 [봄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것이었다.
“박규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래?”
“듣기로는 이서준 배우 소속사까지 찾아갔대요.”
“……미쳤대?”
“우리 드라마가 원래 공희찬 피디님 기획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게 왜 박 피디님한테…….”
아…….
한준서도 이제 제법 이쪽 세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기획을 뺏고 빼앗기는 건 아예 없는 일도 아니었다.
“근데 새로 들고 온 기획에 이서준 배우가 출연한 거네.”
“공 피디님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내일] 팀은 이서준과 [봄이 돌아왔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일]도 덩달아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 것도.
대중의 관심을 받아먹고 사는 배우들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우리도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한준서의 말에 배우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재미있었지.”
남자신인상 수상자도 나왔었다. 한준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때부터 서준은 ‘한준서’라는 배우를 인식했고 기억해 두었다. 또 앞으로 나올 작품들과 보여줄 연기를 기대했다.
【P.391】
『“수려가 칸 영화제에 갈 줄이야!”
“내 친구가 수려의 조감독입니다! 내 친구가 수려에 출연한 배우예요!”
하고 쩌러쩌렁 외치는 친구들에 한준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집이라서 다행이지, 밖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뭐, 친구들도 집이라서 저러는 걸 테지만 말이다.
“준서야. 아쉽지 않아? 수한이랑 같이 칸에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짠! 하고 소주잔을 부딪치며 묻는 친구에 한준서가 어깨를 으쓱였다.
“걘 조감독이라서 간 거고. 난 엑스트라잖아.”
“엑스트라치고는 연기를 진짜 잘했지.”
“맞아. 가편집 보니까 너 때문에 처음부터 완전 몰입되던데? 조선 시대 좀비물이라고 해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조감독 김수한의 친구인 덕분에 친구들은 가편집본을 미리 볼 수 있었다. 일반인들의 감상이 필요하다는 박중우 감독의 요청이기도 했다.
거기서 친구들을 가장 몰입하게 만든 건, 첫 장면에서 등장하는 좀비 한준서였다.
새하얗게 변한 눈동자, 얼굴 피부는 반쯤 썩어 있는 남자의 얼굴.
[캬아아아!!]
소리와 함께, 관객들은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갈 터였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네 연기 보고 숨도 못 쉬고 영화 볼걸.”
친구의 칭찬에 한준서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참지 않고 히죽히죽 웃었다. 그리고 장난스럽지만 조금 진심이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
“칸엔 다음에 가면 되지.”
“오오오!”
그 모습에 친구들이 감탄과 웃음을 터뜨렸다.』
차근차근.
즐겁게 연기를 하면서도 나아가는 한준서의 모습이 페이지마다 담겨 있었다.
무명배우였어서 그런지 조금 어두운 분위기였던 [첫 생의 책]과는 다르게 유쾌하고 자신만만한 [한준서의 책]이었지만, 연기에 대한 마음은 똑같은 것이 느껴졌다.
【P.468】
『은하수센터가 북적북적했다.
다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배우 이서준이 제작한 졸업연극 [MOEB-436]을 보러 온 것이었다.
김수한과 한준서, 친구도 그랬다.
“오. 너 정중앙이네.”
“너흰 어디야?”
김수한의 물음에 한준서가 티켓을 살폈다.
“아.”
“아?”
“‘아’석이라고.”
“나도.”
그에 [바]석에 앉은 김수한이 한준서와 친구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맨 끝쪽이네. 운도 없지…….”
“티켓팅 된 것만 해도 어디냐.”
“그러니까.”
“그럼 우린 간다. 끝나고 보자.”
김수한과 헤어진 한준서와 친구는 [아]석으로 향했다.
“근데 고등학생이 이런 연극을 만들다니, 진짜 대단한 것 같지 않냐? 표도 매진이고.”
“서준이잖아.”
“납득. 이서준이면 납득되는 게 좀 웃기네.”
친구의 말에 한준서가 동의하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관객석이 술렁였다.
소극장 안으로 최소영이 들어온 것이었다.
“준서 너랑 최소영이랑 친한 사이였지?”
누가 들을까 싶어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한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극을 하면서 연극배우들을 많이 알게 됐는데, 거기에는 최소영도 있었다.
어린이 연극 [봄]에 출연했던 아역배우라서 처음 인사를 했을 때는 정말 신기했었다. 그리고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빨리 친해졌다.
“서준이 보러 왔나 보네.”
“그러게.”
얼마 전 방송된 [워킹맨-스키장 편]에 대한 이야기가 관객석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때 [바]석에 앉아 있는 김수한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김수한:ㅋㅋㅋㅋ
>김수한: 여기 라이언 감독님이랑 조나단 감독님 있음.
>김수한: 거기선 보이냐?ㅋㅋㅋ
놀리는 기색이 다분했다.
그에 한준서가 답장을 보냈다.
<소영이도 있잖아?
<그건 왜 이야기 안 해?
>김수한: 너랑 최소영 배우는 아는 사이잖아.
>김수한: 안 부러워할 것 같아서.
그건 그렇다.
최소영은 얼마 전에도 만났었다. 한준서가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부럽네. 나도 감독님들 가까이서 보고 싶다.
>김수한: 실컷 부러워해라!
>김수한: 내 옆에 영화객님도 있음!!
그렇게 부러움의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니, 시간이 금세 흘러 연극이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삐---
소리가 들리고 시작된 연극 [MOEB-436].
[어머니!]
환하게 웃고 있는 이서준, M의 존재감으로 넓은 무대가 가득 차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다른 배우들의 존재감이 가려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빛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때문에 한준서와 관객들은 속절없이 배우들의 목소리, 표정, 손짓, 걸음걸이에만 집중해야 했다. 그게 정말 좋았다.
이서준의 연기와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무대가 더욱 빛났다. 스포트라이트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한준서는 무대 위에서 빛나고 있는 이서준에게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