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1031화 (1,031/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031화

나중에 아레시스의 애프터 파티에 참석하기로 하고 사무실을 나오자, 눈 아래 다크서클이 흐릿하게 보이면서도 눈동자는 반짝거리는 박민형이 있었다.

배웅 나온 다니엘 티베가 웃으며 말했다.

“아레시스를 한번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민형을 불렀습니다. 민형이 맡은 일은 조금밖에 안 남았으니까, 편하게 둘러보세요, 준.”

“감사합니다. 다니엘.”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다니엘 티베가 비켜주자, 박민형이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좋네요! 형!”

“그러게. 옷 만드는 건 재미있어?”

“엄청요!”

“패션쇼장도 디자인했다며. 왜 그건 말 안 했어.”

서준의 말에 박민형이 에헤헤 웃었다.

“옷은 제가 디자인한 그대로 만들었는데 패션쇼장은 꽤 수정했거든요. 아무래도 연극 무대랑은 차이가 좀 있어서요. 관객석이랑도 가깝고요.”

하긴.

무대 앞에만 관객석이 있는 연극과 달리, 패션쇼장의 관객석은 기다란 런웨이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였다. 옆에서 보는 시선도 중요하다는 거였다.

“그래도 이렇게 패션쇼장을 디자인해 본 것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눈을 반짝이는 박민형에 서준이 작게 웃었다.

“그럼 정식 디자이너는 안 하는 거야?”

“일단 프리랜서를 생각 중이에요. 수석 디자이너님이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하셨거든요. 이번 패션쇼가 마무리되면 한국에 들어가서 영화미술이나 무대미술 쪽도 경험해 보려고요.”

박민형이 볼을 긁적였다.

“그래서 미술 스태프를 구하는 공고를 살펴보고 있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럼 내가 소개해 줄까?”

서준의 말에 박민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준이 형이요?”

“화 필름이라고 독립영화 ‘화’를 만든 곳인데, 알아?”

“알죠! 저도 한예대 다녔는걸요.”

지금은 휴학 중인 박민형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독립영화 [화]와 영화제작사 화 필름은 한예대생이라면 모를 수 없는 전설이었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야. 한예대 출신도 많아서 미술과 선배들도 있을걸. 민형이 네가 아는 선배도 있을지도 몰라.”

반대로 박민형을 아는 미술과 선배가 있을지도 몰랐다. 미술계에서 박민형은 유명했으니까 말이다.

“어때, 소개해 줄까?”

“네! 해주세요! 열심히 할게요!”

믿음직하게 말하는 박민형에 서준이 흐뭇하게 웃었다.

일자리를 찾은 박민형이 환하게 웃으며 아레시스 내부를 안내했다.

디자인을 하는 곳, 옷을 만드는 곳, 수업을 듣는 곳, 휴식하는 곳, 여러 가지 책들로 가득한 곳 등등.

“여긴 민형이 네가 쓰는 곳이지?”

“어? 어떻게 아셨어요?”

서준의 말에 박민형이 깜짝 놀랐다.

그에 서준이 웃고 말았다. 집중력을 높여주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진법이 설치된 곳이 박민형의 사무실 아니면 어디겠나.

“맞아요! 제가 사용하는 곳이에요. 아레시스는 인턴한테도 개인 사무실을 주거든요. 완전 좋죠? 집중도 잘되고 마음도 편안하면 좋겠다, 하고 꾸몄는데 그런 느낌이 나는 것 같아서 좋아요.”

그 말에 서준이 작게 웃었다.

그동안은 잘 모르고 있었던 박민형도 슬슬 자신의 특별함을 알아가는 것 같았다.

아레시스 안을 한 바퀴 둘러본 서준과 박민형이 휴게실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인원이 패션쇼장에 가 있는 터라, 사람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그럼 패션쇼 날까지는 뭐 하세요, 서준이 형?”

“파리에 친구들이 있거든.”

파리엔 찰리 베르나르와 미나 오웬이 있었다. 만나서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친구들 만난 다음에는 패션쇼를 보려고. 하이브랑 레든이랑 다른 브랜드에서도 초대장을 주더라.”

서준이 파리에 온다는 소식에 아주 빠르게 초대장을 보낸 브랜드들이었다.

배우 서준 리가 관객으로 참석해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만큼 확실할 홍보 효과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역시 서준이 형!

박민형이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오다가다 이야기 들었는데, 다른 패션쇼도 재미있을 거예요. 뭐, 물론 저희 아레시스의 패션쇼가 가장 멋지겠지만요!”

자신이 일하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뿌듯한 얼굴의 박민형에 서준이 웃고 말았다.

* * *

이틀 후.

파리에 왔으니 찰리 베르나르와 미나 오웬과 만나 재미있게 논 서준은 다른 브랜드의 패션쇼들을 둘러보고 아레시스의 패션쇼에 참석했다.

[하이브 패션쇼에 참석한 배우 이서준!]

[패션위크에 참석한 스타들!]

[서준 리, 아레시스 패션쇼에 참석!]

아레시스의 패션쇼장으로 들어가는 서준의 모습이 기자들의 카메라에 담겼다.

오늘도 변함없이 빛나는 슈퍼스타였다.

“오! 준! 이게 얼마 만이지?”

“오랜만이에요, 파비안!”

패션에 관심이 있는 스타들이 모이는 자리이다 보니, 몇 번 본 적 있는 스타들과 친한 배우들도 꽤 있었다.

“앗,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한국 연예인들도 있었다. 그렇게 지인들과 짧게 이야기를 나눈 서준이 패션쇼장 안으로 발을 들였다.

“오.”

그리고 감탄했다.

사방이 눈에 파묻힌 것처럼 새하얬다. 관객이 앉은 의자도, 천장도, 벽도, 런웨이도 모두 하얀색이었다.

런웨이도 특이했다.

길쭉한 T자 형태인 일반적인 런웨이와는 달리, 8자 형태의 런웨이였다.

그 가운데 두 개의 텅 빈 자리에는 작은 산과 같은 장식물이 뾰족 서 있었다. 마치 설산의 미니어처 같았다.

최태우와 함께 배정된 자리로 향하며 서준은 천장을 보았다. 마치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처럼 투명한 줄에 제법 큰 장식들이 매달려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사방을 둘러싼 벽도 그랬다. 눈산의 절벽처럼 삐죽 구조물이 튀어나와 있었다.

“이게 뭘까, 서준아?”

“스크린이 아닐까요?”

“스크린?”

최태우의 되물음에 서준이 천장을 가리켰다.

“저기 빔프로젝터 같은 게 있는 것 같거든요.”

서준의 말대로 빔프로젝터가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었다. 저기서 나온 빛이 새하얀 바닥에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배정된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최태우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비어 있던 관객석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준! 여기서 보네요!”

“하하. 잘 지냈어요?”

옆자리에 앉은 안면 있는 미국 가수와 악수를 하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서준은 패션쇼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에 고개를 무대 쪽으로 돌렸다.

──!

아레시스의 패션쇼가 시작되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마치 발걸음 소리처럼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에 맞춰 오프닝을 장식할 모델이 등장했다.

붉은 단풍을 담은 색의 옷을 입고 있는 모델.

모델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하얗던 런웨이가 물감이 번지듯 붉게 물들었고, 단풍잎 같은 발자국이 남았다가 점점 옅어졌다.

빔프로젝터에서 보여주는 영상은 아니었고, 8자 런웨이 자체가 영상을 내보낼 수 있는 모니터 같은 장치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조명 때문에 옷의 색감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거라는 걸 생각한 것 같았다.

대신 빔프로젝터의 영상은 관객석으로 향했다.

모델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남은 붉은 단풍이, 런웨이에서 흘러넘쳐 관객석까지 물들여 버린 것이었다.

그 붉은색이 맨 앞자리에 앉은 서준에게 닿을 때쯤, 음악이 풍성해지며 짙은 주황색 옷을 입은 두 번째 모델이 나타났다.

그녀의 발걸음 또한 짙은 주황색 물감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며 붉은 기가 살짝 남은 런웨이를 물들였다.

그렇게 모델들이 차례로 나타나며 옷의 메인 색들이 런웨이에 번져 나갔다.

8자 런웨이의 가운데, 동그란 두 공간에 있던 뾰족한 두 개의 설산이 단풍으로 물들고, 패션쇼장의 천장에 모빌처럼 붙어 있던 장식들에도 색이 담겼다.

새하얀 벽도 어느새 색으로 가득해졌다.

완연한 가을이었다.

가을의 색으로 화려해진 패션쇼장만큼이나 모델들이 입고 나온 옷도 시선을 끌었다.

오프닝인 만큼 처음을 장식한 모델의 옷은 가장 강렬했다.

그 이후에 나온 옷들도 그에 지지 않게, 앞에 나온 의상과 패션쇼장과 어우러지면서도 아름답고 예술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F/W시즌인 만큼 무대는 가을을 지나고 겨울로 넘어갔다.

붉고 노랗게 물들었던 런웨이가 다시 눈이 내린 듯 새하얗게 변해갔다. 천장의 모빌도, 벽도, 관객석도 겨울의 색으로 물들어갔다.

모델들이 입고 나오는 옷들 또한 겨울의 색이 담겼다.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포근하고 아늑해 보였다.

“멋지다…….”

옆자리에 앉은 미국 가수가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릴 정도로 아레시스의 옷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어떤 옷이 나와도 모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집중했다.

서준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런웨이를 바라보았다.

‘진법이 약하게 담긴 건 다니엘의 옷일 거고.’

수석 디자이너인 만큼 런웨이를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진법이 확실한 건 민형이 옷이겠지.’

인턴이라서 개수는 한 손에 꼽을 정도뿐이었지만, 나올 때마다 관객들의 눈을 반짝이게 만들었다.

‘진법이 없어도 괜찮네.’

다른 디자이너들도, 두 인턴도 열심히 만든 모양인지 진법이 없는 옷들도, 다른 옷들과 어우러지면서도 특별함이 담겨 있는 듯해 보였다.

박민형이 기초 디자인을 한 패션쇼장도 그 어우러짐에 도움을 주었다.

약하게나마 진법의 힘을 담고 있어서 옷들과 모델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한데 모여 아레시스의 패션쇼를 빛나게 했고,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올해 F/W시즌의 승자는 아레시스라는 걸.

짝짝짝!!

무대 위에 선 다니엘 티베 수석 디자이너에게로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박수가 그걸 증명했다.

‘아레시스’는 가장 화려하고 완벽하게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 * *

[디자이너 다니엘 티베, 완벽한 복귀 선언!]

[1년 만에 복귀한 아레시스! 파리 패션쇼 대성공!]

[올해 F/W시즌을 이끌 아레시스의 디자인들!]

[‘패션위크’ 박민형, 유제빈, 권도혁 디자이너들의 옷 공개!]

[아레시스 패션쇼장의 디자인에 박민형 디자이너가 함께하다!]

[파리 패션위크에서! 배우 이서준의 사진들(포토)]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말한다는 게 이런 거겠지.

=22 다니엘 티베 옷 진짜 예쁘고 멋지고 세련되고 화려해서 감탄만 나왔음.

=33 슬럼프 진짜 다 끝난 듯.

-서준이 WTV영화제 의상 보고 기대했는데, 기대만큼 좋았다.

=그러니까. 서준이 얼굴이 다 한 줄 알았는데, 옷도 예뻤음.

=얼굴이 다 해ㅋㅋㅋㅋ

-이 정도면 1년 봉문 잘한 듯. 올해 2년 치 다 벌겠다.

=ㄹㅇ연예인들 다 아레시스 것만 입고 나올 듯.

=앰버가 무대의상으로 입고 겨울 노래 불러주면 진짜 좋겠다!

-앞으로 나올 옷들도 기대됨.

=ㅇㅇㅇS/S는 얼마나 예쁘겠냐고요.

-패션위크 삼총사 옷도 정말 예쁘더라.

=삼총사ㅋㅋㅋㅋ

=22 인턴이 파리 패션쇼에 나간 것도 신기한데, 옷도 잘 만들었음.

-앞으로도 좋은 디자인 많이 만들어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 됐으면 좋겠다.

=22 자기 브랜드도 만들고.

-박민형이 패션쇼장도 디자인했다고?

=수정 꽤 했다니까 혼자만 한 건 아닌 듯.

=그래도 했다는 게 신기하네.

=박민형이라면 할 수 있을 듯ㅋㅋㅋ(대학 동기임)

-사진 아레시스 애프터 파티지?

=ㅇㅇ사진 보면 서준이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사진 찍은 듯하다.

=서준인 힘들었을 테지만, 이해가 됨ㅋㅋ

=22나도 서준이랑 사진 찍고 싶어ㅠㅋㅋㅋ

-서준이 사진인데 정작 서준이 SNS는 없는ㅋㅋㅠㅠ

=대신 새싹부터에 올려주잖아!

=ㅇㅇ보정도 해주고!

=그래도 SNS 있었으면 좋겠어요ㅠ

=22 서준이가 실수할 것 같지도 않고.

=33 콬아도 잘 케어해 줄 것 같음. 가수팀도 사고 난 적 없었잖아.

=데뷔 20주년 기념으로 SNS 만들어줬으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