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1029화
[여긴 어떻게 왔지?]
청룡의 목소리가 관객들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발성이 좋은 것인지 발음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청룡님’이라서 그런 것인지 머릿속에 콱 박히는 느낌이었다.
“청룡님!”
그런 청룡의 물음에 봄과 친구들이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손짓 발짓으로 파닥거리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웃기고 귀여웠다.
그에 청룡은 눈을 깜빡이거나 하며 으음, 하고 목을 울리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 움직임 하나하나가 생동감을 주었다.
[그렇군. 고생이 많았어.]
“아니에요!”
시끄럽다고 말할 때나 어마무시한 포스를 뽐내며 등장할 때는 무서운 분이신 줄 알았는데, 엄마의 말대로 아주 상냥하고 좋은 용이신 것 같았다.
“청룡님, 제발 가뭄을 해결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음. 나도 그러고 싶은데 말이지. 지금 내 힘으로는 이 세계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지상에서 멀리 떨어진 하늘 위.
‘세계’ 바깥에서 침범하는 ‘어둠’들을 여의주로 물리치는 청룡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전투와 함께 청룡이 가지고 있던 여의주가 깨지며 별똥별처럼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도 보였다.
[이런…… 내 여의주가…….]
하지만 청룡은 떨어진 여의주 조각을 주우러 갈 틈도 없이 곧바로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써야 했다.
‘세계’ 자체를 유지하느라 그 세계 ‘안’까지 미처 살피지 못한 것이었다.
[새로운 여의주를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그렇군요.”
어째서 청룡님이 도와주시지 않는 건지 조금 원망하던 친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청룡은 온 힘을 다해 세계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여의주 조각이라도 있으면 더 빨리 새 여의주를 만들 수 있을 텐데.]
!
그 말에 봄과 친구들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저희가 찾아올게요!”
“여의주 조각만 있으면 되는 거죠?”
[그래. 하지만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어. 아마 아주 찾기 힘든 곳에 있는 거겠지.]
낙심하는 청룡에 봄과 친구들이 믿음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저희가 얼른 찾아올게요!”
“어떻게 생겼는지 말씀해 주세요!”
그에 청룡이 잠시 봄과 친구들을 내려다보다가 웃었다. 부드러워 보이는 수염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파랗고 예쁘게 생겼지. 이런 무늬가 새겨져 있어.]
봄과 친구들의 앞에 물방울무늬가 새겨진 동그란 구슬의 환상이 생겨났다. 환상임에도 신비로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봄과 친구들은 환상 속 여의주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그러게요. 어디서 봤는데…….”
“어디서 봤지?”
그걸 본 아이들이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다들 여의주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다들 얼른 봄과 친구들도 알아차리길 바랐다.
작게 ‘보따리야! 봄이 보따리에 있어!’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옆자리에서 들려 김수한은 작게 웃고 말았다.
봄과 친구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각났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내 보따리!”
“봄이 보따리!”
봄과 친구들이 그렇게 외치자, 청룡이 으음?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봄이 얼른 등에 메고 있던 보따리를 풀어헤쳤다. 그 안에서 세 개의 유리 조각이 나왔다. 봄은 청룡이 잘 볼 수 있게 유리 조각을 번쩍 들어 보였다. 친구들도 기대로 가득한 얼굴로 청룡을 바라보았다.
“청룡님! 이거 여의주예요!?”
그러자 반쯤 감겨 있던 청룡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래. 부서졌지만 분명 내 여의주가 맞아.]
와아아!
하고 봄과 친구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청룡이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수염도 갈기도 기쁜 듯 흔들거렸다.
[정말 고마워. 여의주를 찾아준 보답으로 소원을 하나 이루어줄게.]
“정말요?!”
“잘됐어! 봄아!”
“얼른 소원을 빌어!”
친구들의 말에 봄이 얼른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
“청룡님! 소원이에요! 얼른 비를 내려주세요.”
청룡이 웃으며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소원이 없어?]
“저, 저희도요?”
[당연하지. 너희도 내 여의주를 가져와 줬잖아.]
봄과 친구들의 작은 뒤통수가 스크린 맨 아래쪽에 보이고, 청룡의 정면 모습이 크게 담겼다.
노랗고 다정한, 그리고 묘한 기운이 담긴 눈동자가 스크린 너머에 있는 관객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보답으로 바라는 소원을 들어줄게.]
분명히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 같은 청룡의 대사였지만, 묘하게 관객들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게 신호였을까.
“청룡님! 소원이에요!”
“수정이랑 친해지게 해주세요!”
“장난감 갖고 싶어요!”
관객석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던 아이들이 여의주를 들며 외쳤다.
마치 연극 [봄]처럼.
김수한 또한 손에 들고 있던 여의주를 꽉 잡고 소원을 빌었다.
‘차기작 대박나게 해주세요!’
그러면서도 이렇게 시끄러운데 괜찮은 건가 싶었다.
그때.
---!
맑은 하늘 아래 번개가 번쩍 치며 목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청룡의 울음소리 같았다.
그러자 소원을 외치고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흡! 하며 조용해졌다.
마치, ‘여기까지!’ 하고 제한을 둔 것 같았다.
‘잘했네.’
어린이 연극 [봄]의 가장 멋진 부분을 잘 넣은 것 같았다.
스크린 속, 갑자기 친 벼락에 화들짝 놀랐던 친구들도 이내 활짝 웃으며 소원을 빌었다.
[좋아. 그럼 잠시만 기다려!]
청룡의 눈짓에 봄의 손에 있던 유리 조각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주위로 물방울과 바람이 모여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며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세 개의 여의주 조각이 맞물리고 금이 간 틈새는 청룡의 힘으로 메꾸었다.
번쩍!
푸른 빛과 함께 완벽한 여의주가 생겨나 있었다.
후웅-
공중에 떠 있던 여의주가 바람에 이끌려 청룡의 발 쪽으로 향했다. 청룡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여의주를 꽉 붙잡았다.
[으하하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청룡이 시원한 웃음소리를 내뱉으며 날아올랐다. 맑았던 하늘에 다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앗!”
그리고 봄의 머리 위로 굵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쏴아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시원시원하고 깨끗한 청룡의 웃음소리에 관객들의 마음도 묵직한 것이 비에 쓸려 내려가듯 상쾌해졌다.
힘을 되찾아 유쾌하게 하늘을 유영하는 청룡과 기뻐하는 봄과 친구들.
앞장면들도 그랬지만 스튜디오 꿈이 특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영상은 관객들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짧게 내린 비가 그치고, 다시 하늘이 맑아졌다.
봄과 친구들에게 하늘을 날아다니던 청룡이 다시 다가왔다.
[집까지 데려다 줄게. 얼른 타렴.]
“정말요!?”
놀란 봄과 친구들의 모습에 청룡이 웃으며 ‘어서.’ 하고 말하자, 봄과 친구들은 이내 설레는 얼굴로 청룡의 위에 올라탔다.
“와아아아!!”
청룡이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았다. 봄과 친구들이 환하게 웃었다.
목적지는 봄의 집.
다 함께 봄의 동생, 가을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보다 먼저.
봄의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친구들이 사는 마을이 있었다.
“어?! 저기!!”
가뭄 끝의 단비에 기뻐하며 집 밖에 나와 있던 마을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하늘을 날고 있는 청룡과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봄과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그중에는 청룡님이 어디 있냐며, 그런 옛날이야기를 믿냐고 이야기했던 이들도 있었다. 눈알이 툭 빠질 것 같은 그 표정에 봄과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마침내.
청룡은 봄이 사는 마을에 도착했다.
“가을아!”
“언니!”
청룡이 내린 비에 마법이 깃들었던지.
푸릇푸릇해진 밭 저 끝에서 이제는 다 나은 것 같은 가을이 달려왔다. 감격한 봄이 가을을 꽈악 껴안았다.
화면이 바뀌고.
잔치가 열렸다.
정말로 청룡님을 찾아낸 봄과 친구들을 위한 잔치였다.
청룡님이 만들어준 비눗방울들과 꽃장식들이 마을 전체를 장식했다. 마을 사람들이 연주하는 즐겁고 행복한 음악이 들려오고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차려졌다.
“언니!”
“봄아!”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봄은 아주 행복하게 미소를 지었다.
* * *
마치 단체사진처럼 스크린을 가득 채운, 청룡님과 마을 사람들, 친구들과 봄과 가을의 모습을 보며 김수한이 슬쩍 나온 눈물을 닦아냈다.
17년만에 본 [봄]이 좋아서였는지, 연극 [봄]과는 조금 다른 내용의 극장판 [봄]이 감동적이어서인지는 본인만이 알 터였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고.
‘쿠키는 없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아이들 대상의 영화인 만큼 엔딩크레딧이 모두 끝날 때까지 기다리게 하지는 않는 듯했다. 더 덧붙일 것도 없이 꽉 찬 해피엔딩이기도 하고.
‘그래도 좀 더 넣어줘도 좋았을 것 같은데.’
[봄]의 팬으로서 조금 아쉬웠다.
김수한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화면이 바뀌고 극장판 [봄]의 음악들과 함께 엔딩크레딧이 나오기 시작했다. 음악도 사람을 갈아 넣어서 만든 것 같이 영상과 아주 잘 어울렸었다.
하지만 음악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김수한이 눈을 번쩍였다.
아이들과 함께 나가던 몇몇 부모님들과 어른들도 그랬다.
주인공 ‘봄’과 동생 ‘가을’, 그리고 친구들의 차례를 지나 청룡님이 나타났다.
[청룡 역 - 나 진]
“으하하하!!”
여기저기서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 *
[극장판 ‘봄’ 어른들이 봐도 좋은 이야기!]
[스튜디오 꿈, 감탄만 나오는 압도적인 영상미!]
[봄, 연극에서 그대로 가져온 소원을 비는 시간!]
[청룡님은 진짜 있다니까요! 완벽하게 더빙한 배우 이서준!]
[봄의 엔딩크레딧에 올라온 이 배우의 정체는?]
[나 진의 첫 팬, 김수한 감독 영화관에서 목격!]
-나도 모르게 눈물이……ㅠ
=애들 만화인데 내가 다 감동함.
=22 클리셰인데, 클리셰라서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행복하다.
-3D인데 진짜 잘 만들었더라. 시즌이랑 비슷한 거 같던데.
=ㅇㅇㅇ거기 외주 받는대.
=오!
=그랬구나. 어쩐지 앞장면도 그렇지만 청룡님 나올 때부터 마지막까지 감탄만 나오더라니.
=22 배경, 효과, 빛 등등 진짜 제대로 만들었구나 싶었음.
=이게 한국 3D애니다아아!!
=앞으로 작품 많이 나왔으면 좋겠음!
-소원비는 시간 있더라ㅋㅋ
=좋더라ㅋㅋ애들 소원빌 때 나도 빌었음ㅋㅋ
-영화에는 못 넣겠지 했는데ㅋㅋㅋ넣어버림.
=게다가 잘 넣었어. 친구들한테 말하는 게 꼭 관객들한테 말하는 것 같았던 데다가 번개 치면서 소원 비는 거 끝내는 것도 좋았고.
=그건 청룡님 목소리? 울음소리? 그것 때문에 다들 입 다문 듯.
=22 청룡님 포스 장난 아님.
-이서준 더빙 진짜 잘했더라. 이서준이라는 생각 1도 못함.
=나도. 서준이 목소리 들으러 가야지 했더니, 그냥 청룡님께 소원 빌고 나온 사람됨.
=222 만화보고 우는 사람됨ㅋㅋㅋ
=서준이는 1도 없는ㅋㅋ
=진짜 없엌ㅋ 엔딩크레딧에도 안 나옴ㅋㅋㅋ
-엔딩크레딧에서 나 진이 나올 줄이야. 아니, 뭐, 기대하기는 했지만ㅋㅋ
=22그럴 것 같긴 했지만 진짜 나 진이 나왔더라ㅋㅋㅋ
=엔딩크레딧 본 사람들 다 빵 터짐.
=나 진: 이서준 배우요? 꼭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앜ㅋㅋㅋ
-서준이랑 나 진이랑 만나서 작품 하나 해줬으면 좋겠다.(진지)
=진짜 그러면 내가 백팔배함.(궁서체)
=청룡님께 빌어보자! 들어주실지도! (여의주)
=여의주ㅋㅋㅋ
-청룡님(이서준)한테 이서준(이서준)과 나 진(이서준)이 같은 작품에 나오게 해달라고 빌자고?
=이서준(이서준)은 뭔데ㅋㅋ
=+)그냥 넣어야 할 것 같아서?
=라임 맞추냐고ㅋㅋ
=이서준으로 게슈탈트붕괴 일어날 것 같아ㅋㅋㅋ
-김수한 감독 목격ㅋㅋ봄 개봉 첫날 제일 첫 시간에 봤대ㅋㅋ
=굿즈도 전부 다 샀다던데ㅋㅋ
=나 진 첫 팬: 봄 굿즈 전부 주세요!(당당)
=그것도 2번이나 샀다고 함. 옆에서 애들이 부러워했다고ㅋㅋ
=소장용, 감상용이야?ㅋㅋㅋ
=ㄴㄴ본인 해명(?) 올라왔어. 친구 꺼래ㅋㅋ
=친구도 나 진 팬이냐고ㅋㅋ
=실망입니다, 감독님. 나 진의 첫 팬으로서 굿즈를 하나씩밖에 안 사시다니.(농담) 그래도 친구분 영업하신 건 정말 잘하셨습니다!(진심)
=앜ㅋㅋㅋㅋ
* * *
어른들이 보기에도 재미있고 아이들이 보기에는 더더욱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봄]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선)블루 드래곤 해츨링의 약한 피어의 등급이 중하급에서 중급으로 상승합니다.]
정말 떠들썩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