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1028화 (1,02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028화

[극장판 ‘봄’ 2개 버전으로 개봉!]

[청룡님 목소리가 다르다! 2개의 버전으로 나뉜 ‘봄’!]

[영화관별 ‘봄’ 굿즈! 여의주, 청룡님도 있다!]

[극장판 ‘봄’의 원작, 어린이 연극 ‘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린이 연극 ‘봄’과 배우 이서준과 감독 김수한의 인연!(feat.나 진)]

-청룡님 목소리가 다르다는 건 스포 아님?

=그래도 어떤 목소리인지는 아직 안 밝혀짐.

=게다가 상영관에 봄1, 봄2로 따로 판매하고 있어서ㅋㅋ

-연극에서 여러 버전 청룡님이 나와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에서도 이렇게 보여주네!

=덕후 너무 좋구요ㅠㅠ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n차 뛸 때 좋아하는 목소리로 보면 되겠다!

=둘 다 좋으면 어떻게 하지.

=그럼 2배로 봐야지 뭐ㅋㅋ

=서준이라서 왠지 2배로 볼 것 같다(텅장 탈탈)

-영화관들 굿즈 너무 예쁘다ㅠ

=여의주 키링 예뻐. 청룡님 키링도 귀엽고ㅠ

=얘들용 장난감도 되게 잘 뽑혔음. 당장 사러 가야지.

=나(어른): 이거 전부 주세요. (아이들: !!!!)

=이게 어른의 지갑이다.

=앜ㅋㅋㅋㅋ

=근데 진짜 이럴 것 같다ㅋㅋ

=나도 다 사려고ㅋㅋㅋ

-아, 근데 애들 있으면 시끄러운데.

=22 관크 걱정.

=애들 보라고 만든 영화니까 어쩔 수 없지.

=그러니까. 국산 애니 망하면 안 된다고요ㅠㅠ(봄을 시작으로 국산 애니 흥했으면 하는 애니 덕후)

-봄은 딱히 걱정 안 해도 될 듯. 연극만큼만 나와줘도 애들 넋 놓고 본다.

=딱 소원 들어주는 시간만 빼면.

=앜ㅋㅋㅋ

=그땐 나도 소원 빌고 있을 듯ㅋㅋ

=근데 영화에도 소원 들어주는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네.

=아, 그러네. 연극이 아니라서 안 나올지도 모르겠다ㅠ(아쉽)

-나 진 첫 팬 감독님ㅋㅋ봄 때문에 덩달아 기사도 많이 나오네.

=이름을 잃어버린 김수한 감독ㅋㅋㅋ

=영화 보러 가실까?

=지금 영화관에 있을 듯ㅋㅋㅋ

=첫날인데?

‘첫날이니까!’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던 김수한은 마지막 댓글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영화관.

오늘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봄]을 보러 왔다.

아이들을 위한 영화인 데다가 겨울방학이라서 그런지 오전부터 영화관이 북적북적했다.

얌전한 아이들도 있었고 신나게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뛰어다니다가 부모님께 잔소리를 (영화 안 보고 집에 간다!)듣고 조용해지는 아이들도 있었다.

특이한 점은 모두 청룡님 인형이나 여의주를 소중히 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옛날 생각나네.’

김수한이 작게 웃었다.

그러니까 무려 17년 전.

은하수센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린이 연극 [봄]을 봤을 때도 이랬다. 아이들 손에 여의주가 들려 있었고 모두 청룡님을 만난다는 것에 굉장히 즐거워했었다.

‘나도 샀었지.’

김수한이 가지고 온 가방을 뒤적거렸다. 종이 뭉치와 필기구 사이로 조금 기스가 난 여의주가 보였다. 고등학생이었던 김수한과 친구들이 샀던 여의주였다.

‘나 진’에게 받은 사인과 함께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었다.

지금의 김수한을 있게 해준 소중한 추억들이었다.

여의주를 보며 웃던 김수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의 시선이 잠깐 쏠렸다 사라졌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타깃인 영화라서 혼자 온 어른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서준이 더빙한 영화인 데다가 어른들(17년 전 아이들이었던)도 재미있게 본 작품이라 어른 관객들도 많을 예정이었지만, 평일 오전 시간대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래서 같이 오자고 했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친한 친구들을 떠올리며 김수한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삼십 대 중반의 남자 다섯이 모여 있는 것도 눈에 띄긴 하겠지만 말이다.

>백수는 모르겠지만, 직장인은 겨울방학이 없어요.

>방학 만들어주면 갈게.

>나도 오늘 미팅이 있어서.

>22 약속 있음ㅋㅋㅋ

<백수라니!

<나도 차기작 준비하고 있다고!!

오늘도 대본을 들고나왔다.

밥을 먹다가 커피를 마시다가 걷다가 좋은 생각이 나면 바로 적으려고.

가방 안에 있는 종이 뭉치, 그러니까 대본을 흐뭇하게 보던 김수한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판매대 쪽으로 향했다. 북적이던 사람들이 많이 빠져 있었다.

“어서 오세요. 뭐 드릴까요?”

“봄 굿즈 전부 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하고 말한 직원이 봄 굿즈를 판매대 위에 하나둘 쌓아나갔다.

“우와아아!!”

판매대 근처에서 콜라와 팝콘, 간식거리를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이 그 모습에 입을 쩍 벌리며 감탄했다. 자신들은 하나밖에 못 샀는데, 저렇게 많이 살 수 있는 어른이 부러웠다.

“나도 어른이 되면 다 사야지!”

“나도!”

그렇게 다짐하는 아이들에 부모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가져온 종이가방에 차곡차곡 쌓아 넣고 있던 김수한도 웃고 말았다.

김수한은 다시 의자로 돌아와, 종이가방 안을 찍은 사진을 단톡방에 올렸다.

<굿즈 다 삼.

<너희 것도 사줘?

>ㄴㄴㅋㅋㅋ

>주말에 영화 보러 갈 때 사면 됨.

오늘은 평일이라 못 왔으니, 다 같이 주말에 [봄]을 보기로 했다.

>근데 주말이면 물건 부족할 것 같지 않아?

>백 퍼 부족할 듯.

>아. 그럼 내 껀 사줘, 수한아.

<어떤 거?

>전부.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알았어ㅋㅋㅋ

친구의 단호하고도 깔끔한 메시지에 낄낄 웃으며 답장을 보낸 김수한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판매대로 향했다. 그리고 한 번 더 ‘봄 굿즈 전부 주세요.’ 하고 말했다.

“우와, 저 아저씨 또 다 샀어!”

하고 놀라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와, 김수한은 웃고 말았다.

잠시 후.

“제1관, 제1관, 봄의 상영이 곧 시작됩니다! 관람하실 분들은 입장해 주세요!”

영화관 직원의 알림에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고 그 뒤를 함께 온 부모들이 따라갔다. 친구나 연인끼리 온 사람들도 걸음을 옮겼고 김수한처럼 혼자 온 몇몇도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 볼 때는 조용히 하는 거 알지?”

“네!”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아이들, 손에 소중하게 쥔 여의주, 품에 안은 청룡님 인형, 조용히 이야기하는 부모님들, 꽉 찬 관객석 그리고 여의주를 들고 있는 자신까지.

김수한은 어쩐지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이 함께 있었다면 더 그랬겠지.

‘진짜 어린이 연극을 보러 가자고 할 줄은 몰랐다니까.’

‘그러다가 이서준 사인도 받았고.’

‘얘가 감독이 될 줄이야!’

이번 주말은 옛날이야기로 떠들썩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작게 웃은 김수한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

상영관이 어두워지고 스크린이 밝아졌다.

비상구 안내와 함께 광고가 잠시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처음이…….’

애니메이션 [봄]이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일부러 보지 않았던 연극 [봄]이 떠올랐다.

1회차를 제외하고는 시작부터 청룡님의 목소리가 들렸었다. 그 목소리가 무대와 관객석을 연결해, 관객들이 모두 연극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었다.

[이런…….]

그래.

[내 여의주가…….]

이것처럼.

마치 동굴 속 같은 새까만 스크린 위로,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울림과 함께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담긴 신기하고도 묘한 힘이 관객들을 영화에 집중시켰다.

작게 떠들던 몇몇 아이들도, 그런 아이들을 말리던 부모들도, 조용히 집중하고 있던 대부분의 아이들과 사람들도, 모두 시선이 고정된 듯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17년 전 무대 위와 무대 아래가 연결되었듯, 스크린 안과 밖이 연결된 것이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봄]이 시작되었다.

즐거운 음악과 함께 평화로운 작은 마을의 풍경이 나타났다.

화면의 움직임에 따라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다가 한 가족을 비추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언니와 동생.

연극에는 나오지 않았던 봄의 가족이었다.

어린 봄은 엄마도 아빠도 동생도 너무 좋았다. 이 마을도, 마을 사람들도 정말 좋았다. 그런 어린 봄의 행복함이 초반부를 가득 채웠다.

“엄마! 청룡님 이야기해 주세요!”

“청룡님!”

재잘대는 자매에 엄마가 웃으며 전설로 내려오는 청룡님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청룡님은 아주아주 먼 곳에 계시는데, 얼마나 대단하신가 하면…….”

그러던 어느 날.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마을 사람들과 함께 폭풍우를 대비하러 나갔던 부모님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엄마……! 아빠……!”

엉엉 울며 슬퍼하는 봄을 따라, 관객석에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렇게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언니…….”

하며 세상에 자신밖에 없는 듯 안겨 오는 어린 동생을 보며 봄은 힘을 내기로 했다. 봄에게도 동생 가을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성장한 봄과 가을이 마을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심부름을 하거나 숲에 가서 열매를 따거나 밭일을 하는 모습이 밝은 음악과 함께 이어졌다.

“언니! 이거 아주머니가 우리 먹으래!”

“와! 맛있겠는걸!”

마을 사람들도 자매가 밝게 자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마을에 불행이 닥쳤다.

마을의 수원인 강이 완전히 메말라버린 것이었다. 거기에 비까지 내리지 않아 푸릇푸릇하던 밭까지도 모두 바짝 말라 갈라져 버렸다.

어른들이 물을 구하기 위해 먼 마을과 숲을 돌아다니며 노력하는 사이, 병까지 마을을 덮쳤다. 가을도 병에 걸리고 말았다.

“가을이! 가을이는 괜찮을까요?”

“물이 부족해서 생긴 병이야. 물이 필요하단다.”

의사의 말에 봄은 침대에 누워 있는 가을의 손을 꽉 붙잡았다. 너무나도 약하고 작은 가을의 손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봄은 청룡님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

엄마가 이야기했던 청룡님이라면 분명 비를 내리게 해주실 수 있을 터였다.

“언니가 꼭 청룡님을 만나고 올게.”

“응…… 조심해야 돼…….”

가을과 인사를 한 봄은 마을을 떠나 청룡님이 있다는 아주아주 먼 곳으로 향했다.

그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힘들고 어려웠다. 청룡님이 정말 있을 것 같냐는 비웃음도 들었다.

그럼에도 봄은 앞으로 나아갔다. 동생을 위해, 마을을 위해.

그러면서도 상냥한 봄은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기꺼이 도와주었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이건 별거 아니지만…….”

하고 내민 유리 조각은 어디에 쓸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을에게 주면 좋을 것 같아 봄은 소중히 보따리 안에 넣어놓았다.

“청룡님께 간다고 했지? 같이 가자!”

그리고 친구들도 생겼다.

봄이 도와주어 급한 일은 해결되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봄을 위해서도, 친구들을 위해서도 청룡님이 비를 내려주셔야 했다.

마침내.

봄은 친구들과 함께 아주아주 먼 곳, 청룡님이 사신다는 동굴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청룡님, 청룡님! 제 소원 좀 들어주세요.”

봄은 손을 모아 간절히 빌었다.

“제 동생 좀, 저희 마을 좀 살려주세요.”

친구들도 청룡님께 기도했다.

그때.

우르르 쾅쾅!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스크린 속 맑았던 하늘에 뭉게구름이 잔뜩 끼고 해가 사라졌다. 번쩍! 번개도 쳤다.

[시끄럽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두려우면서 안심되는, 기묘하면서도 성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목소리였다.

안 그래도 조용하던 상영관이 더욱 조용해졌다.

든든하면서도 내리누르는 듯한 압박감에 누구도 함부로 소리를 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게 긴장하면서도 모두 곧 나타날 목소리의 주인을 기대하며 기다렸다.

그 바람대로.

어두운 동굴 속에서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튜디오 꿈의 직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청룡님이었다.

새하얀 안개구름과 함께 동굴을 빠져나온 청룡님은 넓은 하늘을 날았다. 뱀과 같은 기다란 몸이 붓 자국을 남기듯 하늘을 유영하고 있었다.

봄과 친구들이 그러하듯, 관객들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나는 청룡님을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곧 청룡님은 봄에게로 다가왔다.

가까이.

커다란 눈과 마주칠 정도로 아주 가까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청룡님의 모습에 어른들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고, 아이들은 입을 쩌억 벌렸다. 불안과 설렘이 뒤섞여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그렇게 스크린을 뚫을 것 같이 다가오던 청룡님이 봄과 친구들의 앞에 멈춰 섰다.

파도처럼 물결치는 기다란 수염. 반짝이는 단단하고 아름다운 푸른 비늘. 우뚝 솟은 뿔과 뾰족한 이빨. 그리고 봄과 관객들을 내려다보는 날카로운 눈동자.

스튜디오 꿈의 직원들이 정성을 들여 만든 영상에 서준의 능력까지 더해지자, 청룡님은 마치 8회차의 [봄]처럼 생동감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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