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1025화
[17년 만에 새롭게 돌아오는 어린이 연극 봄!]
[ATR재단,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멋진 추억이 되길.]
[스튜디오 꿈, 연극 봄 애니화 맡아!]
-?봄? 봄이 애니화된다고??
=그렇게 애니로 만들라고 외쳤는데 17년 만에!!
=장편이 아닌 게 아쉽지만…… 나오는게 어디냐!
-내가 유딩 때 봄 처음 봤는데, 지금은 대학생이라니.
=22 내가 직장인이라니.
-꼭 보러 가야겠다. 봄 진짜 좋아했는데.
=나도. 아직도 여의주랑 청룡님 인형 있음.
=여의주랑 청룡님은 거의 국민 장난감 아니냐곸ㅋㅋ
=22 애 키우는 집에는 꼭 필요한ㅋㅋㅋ
-이거 잘 나오면 N차는 기본으로 뛰겠네.
=오. 애니 좋아함?
=우리 아들이……ㅎ
=앜ㅋㅋㅋ
=애들 꽂히면 계속 그것만 보잖아ㅋㅋ
=진짜 잘 나오면 부모님들 고생 좀 하겠다ㅋㅋㅋ
-스튜디오 꿈? 지금까지 뭐뭐 작업했대?
=3D애니 쪽으로 단편도 많이 하고 장편도 있고 외주도 많이 받았었대.
=ㅇㅇㅇ퀄리티 좋음.(꿈 작품 목록)
=오, 괜찮네. 보러 가야지!
* * *
스튜디오 꿈.
직원들이 잠시 휴식을 가지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었다.
“좋은데요?”
조금 전 내보낸 홍보 기사에 빠르게 댓글들이 달리고 있었다.
원래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긴 했지만, [섬섬생활]로 청룡님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홍보가 12월로 미뤄져서 어떻게 되나 했는데 말이에요.”
“그러게.”
원래 예정되어 있던 홍보 계획은 11월이었다.
[섬섬생활]이 한참 방영 중일 때였고, 해신제 에피소드도 화제의 중심에 있을 때였으니 딱 좋은 시기였다.
그런데 홍보가 한 달 후로 미뤄진 것이었다.
“더 좋은 홍보거리가 있다고 하시던데, 뭘까요?”
“글쎄…….”
모두 생각해 봤지만, 딱히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저 팀장님들과 대표님이 함박웃음을 짓고 다니는 모습에 정말 좋은 소식이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보다 청룡님 성우는 누가 하실까요?”
“그것도 문제긴 해.”
대부분은 기대가 담긴 좋은 댓글들이었지만, 염려와 의문의 댓글들도 있었다.
-뭐 영상이야 어떻게 만들어도 17년 전 꺼보다는 좋을 것 같은데…… 청룡님 목소리는 누가 해?
=그러게. 누가 하지?
=다른 성우들도 다 잘하긴 하는데, 나 진(8세)이랑은 느낌이 좀 다르지.
=나 진ㅋㅋㅋ
=깨알같이 8세ㅋㅋ
-서준이가 해줬으면 좋겠다.
=22 이서준이 딱 좋은데.
-으으음. 서준이면 할 것 같기도 하고 안 할 것 같기도 하고.
=ㅋㅋ도저히 예상이 안 간다ㅋㅋ
스튜디오 꿈 직원들도 서준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이서준 배우는 바쁘지 않을까요?”
“예능도 끝났으니까 블록버스터 영화나 기대작 같은 거 찍을 것 같죠?”
아무래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다.
그때, 사무실로 들어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회의를 마치고 온 팀장이었다. 얼마 전부터 그랬듯, 굉장히 밝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회의 잘 끝나셨어요, 팀장님?”
“그래. 자자, 다들 모여봐.”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이자, 입이 근질근질한 표정이던 팀장이 씩 웃으며 말했다.
“12월로 홍보 미뤄진 거 말이야. 더 좋은 홍보거리가 있다고 했었잖아.”
“네. 그랬었죠.”
“오. 이제 가르쳐주시는 거예요?”
직원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어떤 비밀인지는 몰라도 궁금했다.
“이거 비밀인 거 알지?”
“걱정 마세요. 봄도 2년 동안 잘 숨겼는걸요.”
“부모님이 제가 만든 만화는 왜 안 나오냐고 물어도 말 안 하고 있어요.”
“저도요. 일하는 거 맞냐고 하시더라고요.”
조금 해탈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다들 믿을 수 있었다.
팀장이 으하하 웃다가 목소리를 조금 낮추었다. 회사 안이고 옆 팀에서도 지금 알려주고 있겠지만,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
“우리 청룡님 성우 캐스팅했다.”
“오. 잘됐네요.”
“누군데요?”
성우가 비밀로 할 정도인가? 하고 이어지던 직원들의 생각이 잠시 멈추었다. 조금 전 이야기를 나눴던 게 저절로 떠올랐다.
“……설마?”
팀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입꼬리는 아주 활짝 올라갔지만 말이다.
“맞아. 이서준 배우야.”
“……!”
“청룡님 목소리 맡아주신대.”
팀장의 확인사살에 직원들의 눈과 입이 쩍 벌어졌다.
으아아아!!
비명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 * *
박도훈의 집.
이서준 사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섯 배우는 거실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쌀쌀한 겨울 날씨와 잘 어울리는 고기와 채소가 잔뜩 들어간 전골냄비가 보글보글 끓는 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럼 지금 더빙하는 거 배우고 있는 거야?”
이지석의 물음에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주일에 두 번씩 수업해요. 선생님이 저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셨어요.”
“서준이는 가르치면 금방 배우지.”
김종호가 자신이 칭찬받은 듯 만족스럽게 웃자, 이다진과 박도훈이 하하 웃었다.
“더빙은 어때? 재미있어?”
어린이 연극 [봄]에 함께 출연했던 이다진이 물었다.
아쉽게도 이다진과 이 자리에 없는 최소영은 애니메이션 [봄]에 캐스팅되지 못했다.
“네. 처음 배우는 거라서 재미있어요. 제가 봤던 만화들이 이렇게 더빙한 거라고 생각하니까 신기하더라고요.”
즐거워 보이는 서준의 모습에 네 배우도 미소를 지었다.
“지석이 형은 요즘 뭐 해요?”
박도훈의 물음에 이지석이 국자로 전골을 뜨며 말했다.
앞 접시를 가득 채운, 잘 익은 고기와 채소가 모락모락 연기를 피워올렸다. 딱 봐도 맛있어 보였다.
“운명도 이제 좀 가라앉았으니까, 연말 준비하고 새 작품 준비해야지. 카메오로 나간 건데 조연 배우들보다 더 많이 돌아다닌 것 같다니까.”
이지석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만큼 인상 깊은 캐릭터였잖아요. 연기도 정말 멋졌고요.”
“그건 그렇지.”
서준의 말에 냉큼 수긍하는 이지석의 뻔뻔함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연말이라. 운명도 상 많이 받겠죠?”
이다진의 말에 이지석에게서 전골을 나눠 담은 그릇을 건네받은 김종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만 영화잖아. 좋은 영화기도 하고. 아마 업앤다운이랑 같이 나눠 먹지 않을까 싶다.”
“업앤다운. 그 드라마도 재미있었죠.”
서준에게 접시를 건네준 박도훈이 웃으며 말했다.
“서준이랑 친한 배우도 있고요.”
“다음에 소개해 드릴게요. 재원이 형이랑 건하 만나면 딱 알아보실 거예요. 좋은 사람들이라는 거.”
“강명헌 배우랑 김경우 배우랑 지호도 부르자!”
이다진의 말에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도훈이 아, 하고 말했다.
“언제 한번 다 같이 죽묘도에 놀러 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것도 좋겠네.”
“예약이 좀 힘들긴 하겠지만.”
김종호와 이지석이 웃으며 말했다.
[섬섬생활] 첫 방송 이후, 죽묘도는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되었다.
죽묘도에 가기 위해 남해까지 가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근처에 들렀을 때 구경 삼아 가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죽묘도는 현재 주민들이 살고 있는 섬이었다.
그래서 관계자들은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예약제로 일정한 수의 사람들만 받기로 했다. 배로 오가는 섬이라서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예약제 좋은 거 같음. 내 표는 없지만ㅠㅠ 주민들이랑 고양이들 고생도 안 할 거고. 자연환경이 엉망이 되지는 않을 거잖아.
=22 섬도 작은데 가고 싶은 사람 다 가봐. 엉망진창 됨.
“몇 달 후면 좀 쉬워지지 않을까요?”
“그럼 한번 생각해 볼까?”
다들 언제쯤 놀러 갈까, 하고 들뜬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줄어든 전골냄비 안으로 육수와 칼국수 면이 퐁당! 빠졌다.
“근데 12월이면 시험 기간 아니야, 서준아?”
“맞아요. 지금 공부하다가 탈출한 거예요.”
서준의 대답에 배우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시험 언제 치는데?”
“다음 주요.”
그에 다들 오, 하고 탄식했다.
* * *
“끝이다!”
한지호가 만세 하듯 번쩍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강재한과 전성민은 한지호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할 정도로 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12월 중순.
한예대 기말고사가 끝났다.
그리고 4학년 2학기도 끝났다.
“이제 졸업식 때까지 자유다!”
하고 기뻐하는 한지호를, 내년 1학기까지 들어야 하는 서준이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한 학기 더 강의를 듣는 건 괜찮지만, 역시 친구들이 졸업한다니까 아쉬웠다.
그래도 지금은 이제부터 시작할 겨울방학이 먼저였다.
“이제 겨울방학 때 뭐 할지 정하자.”
서준의 말에 기뻐 날뛰던 한지호, 강재한, 전성민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겨울방학 계획을 세웠다.
“겨울이니까 역시 스키장을 갈까?”
“이번에 또 워킹맨 만나면 웃기겠다.”
“그러게.”
그렇게 친구들과 계획을 세우면서 놀던 서준은 코코아엔터로 향했다. 오늘은 일주일에 두 번 있는 더빙 수업 날이었다.
발성호흡 등 기초를 먼저 배우고,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을 더빙하는 연습을 한 후, 스튜디오 꿈에서 준 애니 [봄]의 대본을 중심으로 연습했다.
‘짧은 대사인데 이렇게 열심히 연습하네.’
진지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내는 서준을 바라보며 강사는 생각했다.
11월부터 시작된 수업도 벌써 5번째. 시간으로는 대략 5주.
끝에 잠깐 나오는 청룡님인 만큼 대사가 그렇게 길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배우 이서준은 주인공 역을 맡은 것처럼 열심히 연습했다.
‘물론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한 달 넘게 같은 대사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게 지루하고 힘든 일일 텐데도 서준은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마냥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했다.
‘수강생들이 이 정도만 하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은데…….’
이래서 세계적인 배우가 된 건가 싶었다.
“잘했어요, 서준 씨. 이제 더 배울 것도 없겠는데요.”
“하하, 감사합니다.”
게다가 소문대로 성격도 엄청 좋았다.
강사는 서준이 물어보는 질문들에 답을 해주고 수업을 끝냈다. 코코아엔터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는 12월 중순.
길거리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버스 안이라 들리지는 않았지만 크리스마스 캐럴로 시끌벅적하지 않을까 싶었다.
휴대폰을 꺼내 살펴본 인터넷도 시끌벅적했다.
-청룡님 성우 누굴까?
애니메이션 [봄]을 제작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 후로 항상 나오는 질문이었다.
-다른 캐릭터 성우들 공개된 거 있음?
=ㄴㄴ아직.
=다른 건 몰라도 청룡님은 궁금하다.
=22 누가 됐든 제발 잘했으면!
그에 강사가 작게 웃다가 아, 하고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홍보를 위해 오늘 청룡님의 성우를 공개한다고 서준에게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헐. 기사뜸. (링크)
마침 기사가 업로드되었다.
[극장판 ‘봄’, 청룡님 성우로 배우 이서준 캐스팅!]
[배우 이서준, 애니메이션 ‘봄’의 청룡님으로!]
[나 진 복귀! 극장판 ‘봄’ 청룡님 성우 맡아!]
몇 개의 홍보 기사가 뜨자마자, 곧바로 복사+붙여넣기를 한 기사들이 우르르 떴다.
-진짜 서준이가 한다고?
=ㅇㅇ스튜디오 꿈 공식 홍보기사임!
=허얼!
-청룡니임!!
=청룡님이랑 목소리 비슷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청룡님이 오셨네ㅋㅋ
=물 떠놓고 기도한 보람이 있었다!
=기도했냐고ㅋㅋㅋ
-너무 좋다. 나 진(8세) 목소리도 정말 좋았는데 나 진(24세) 목소리는 얼마나 좋겠냐구요.
=기사도 벌써 나 진ㅋㅋㅋ
=나 진 복귀ㅋㅋ 몇 년만의 복귀냐ㅋㅋ
=엔딩크레딧에 나 진으로 나오면 웃기겠다ㅋㅋ
서준의 출연을 기뻐하는 댓글들 사이로,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댓글이 있었다.
-아, 연예인이 더빙하는 거 싫은데.